사제단 "다시 시작하자…우리는 대통령 탄핵도 이끌어"
광주 임동 성당서 시국기도회 열어
김정용 신부 "패악질 막을 들불이 되자"
송년홍 신부 "총선서 패거리 끌어내자"
진우섭 신부 "새롭게 다시 시작해보자"
이태원 유가족 "반드시 특별법 공포해야"
환경단체 "한빛 원전 수명연장 막아야"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이하 사제단)은 22일 윤석열 정권과 정권에 복무하는 자들을 향해 "미치광이" "패거리"라고 비판하며 "이들의 패악질을 불태울 수 있는 들불이 되자"고 했다. 또 "우리 함께 다시 새롭게 시작해보자"며 "우리에겐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혁명 승리도 있다"고 시민들을 격려했다.
사제단은 이날 오후 광주 임동성당에서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를 우려하는 월요시국기도회'를 열고 이같이 밝혔다. 시국기도회에는 신자와 시민 800여 명이 참석했다.
주례를 맡은 김정용 신부는 "상식에서 벗어나는 행동을 하는 사람을 뭐라고 하시는지 아시느냐"며 "이런 사람을 인터넷 국어사전에서는 '미치광이'라고 한다"고 운을 뗐다. 이어 "저는 미치광이를 이렇게 풀이하겠다"면서 "대의명분을 내세우며 사람들을 전쟁과 죽음으로 몰아넣는 사람들, 이런 사람들이 미치광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국민을 앞세우며 국민을 말하지만 실제로는 자신의 이익만 챙기는 사람들, 법과 원칙을 주문처럼 외우지만 실상은 한줌 권력의 밑바닥을 핥는 사람들, 이른바 언론의 이름을 지녔지만 조잡한 가짜뉴스처럼 가증스럽게 말과 글과 정신을 더럽히고 자기욕망과 이익에 복무하는 사람들, 스스로를 새롭고 개혁적이고 미래지향적이라고 하고 말만 하면 곧 그렇게 될 것처럼 맹신하는 정치 낭인들, 이런 사람들을 미치광이라고 풀이한다"며 "우리 사회는 이런 미치광이들이 주름잡는 시대인 것처럼 보인다"고 했다.
김 신부는 "이들은 자신의 목적과 이익에 도움되는 사람들만을 자기편으로 삼고 그렇지 않으면 철저하게 배척한다. 프란치스코 교황은 이런 사회 집단을 '패거리'라고 강력하게 비판한 바 있다"면서 "이 미사를 통해 우리 자신이 세상의 온갖 미치광이들의 패악질을 불태울 수 있는 들불이 될 수 있도록 기도하고 다짐하자"고 말했다.
사제단 비상대책위원장인 송년홍 신부도 '패거리' 정치에 대해 비판했다. 송 신부는 먼저 "국정기조를 바꾸라고 말한 국회의원의 입을 틀어막아 말 못하게 하고 사지를 들어 강제로 끌어내는 모습을 보고, 제가 죽고 칼에 찔리고 입이 막히고 들려나가는 것 같아 화가 나고 소름이 돋았다"면서 "포악한 독재자의 모습을 봤다"고 말했다.
이어 "자신에게 반대하는 사람은 안 보이게 치워버리고 만나지도 않고 소리를 듣지 않고 철저하게 무시한다"며 "자신의 가족과 그 측근, 소위 말하는 '패거리' '카르텔'은 죄가 있어도 봐주고, 친구들만 공직에 임명한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런 사람을 더 이상 봐줄 수가 없다"며 "윤석열을 끌어내리고 김건희를 구속 수사하고 더이상 나오지 못하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 신부는 "윤석열을 탄핵하고 김건희를 구속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왔다. 국회의원 선거가 다가왔다. 압도적으로 이겨서 나라와 국민을 위해 목숨을 바치는 국회의원을 뽑자"면서 "그래야 검찰이 다시는 정치하겠다고 나서지 못하고 생각도 못하게 만들 수 있고, 거짓으로 선동하고 '가스라이팅' 해서 나라의 운명과 국민의 삶을 망치는 기자들과 언론들을 퇴출시킬 수 있다"고 했다.
송 신부가 "압도적으로 299석을 만들자"고 하자, 신자와 시민들이 크게 박수를 쳤다. 신자와 시민들은 송 신부를 따라 "윤석열을 탄핵하라" "김건희를 구속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진우섭 신부는 강론을 통해 "가난한 이들의 친구, 죄인들의 피난처, 병자들의 치유자셨던 예수님의 삶이 끝난 줄 알았다. 그러나 아니었다. 사랑하던 예수의 죽음이라는 절망과 아픔, 시련을 가지고 '엠마오(Emmaus, 예루살렘 근처의 한 마을)'로 가던 두 제자에게 부활하시어 당신을 보여주셨고 제자들에게 나타나시어 사명을 부여하셨다"며 "그리스도를 믿는 우리에게 죽음이 끝이 아님을 새로운 시작임을 알려주셨다"고 했다.
진 신부는 예수의 죽음이 끝이 아니듯 새롭게 시작하자는 의미에서 "리셋 코리아(Reset Korea), 우리 함께 다시 새롭게 시작해보자"라고 화두를 던지며 "우리에겐 부끄러운 친일의 역사도 있지만 그보다 더 숭고하고 위대한 수많은 의병과 독립운동 역사가 있다. 반공 이데올로기라는 광풍의 역사도 있지만 그것을 극복해낸 4·19 혁명이 존재한다. 엄혹했던 군부독재 시련과 아픔의 역사도 있지만 5·18 민주화운동을 씨앗으로 87년 6월 민중항쟁을 통하여 6·29 선언을 이끌어낸 환희의 역사도 있다. 그리고 대통령 탄핵을 이끌어낸 촛불혁명 승리도 있다"고 힘주어 말했다.
진 신부는 "예수의 삶을 우리의 삶으로 살아내는 것, 바로 거기에 길이 있지 않겠느냐"며 "오염된 바다 흔들리는 민주주의라는 이 시대의 십자가를 함께 짊어지고 꺾이지 않는 마음으로 걸어가도록 하자"고 말했다.
10·29이태원 참사 희생자 고 김재강 씨의 아버지 김영백 씨는 연대발언을 통해 이태원 참사 특별법의 즉각 공포를 촉구했다. 지난 19일 국회에서 정부로 이태원 참사 특별법이 이송된 가운데, 오는 23일 국무회의에서 거부권 행사와 관련된 논의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은 강추위를 무릅쓰고 특별법 공포를 촉구하는 '1만 5900배' 절을 하며 특별법 공포를 간곡히 호소하고 있다(☞22일자 <살을 에는 혹한 속 '1만 5900배'…이태원 유가족 또 고행> 기사 참고).
김 씨는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특별법은 사회적 참사 규명을 통해 우리 사회가 보다 안전한 사회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하는 양심과 상식의 법안으로 결코 정쟁의 대상이 될 수 없다"면서 "특히 국회의장 중재로 진행된 여야 협상과정에서 국민의 힘과 정부 요구안을 상당수 반영했음해도 불구하고 억지 주장을 늘어놓으니 어이가 없을 뿐"이라고 탄식했다.
김 씨는 "정부와 여당은 진상규명이 됐으니 특별법이 필요없다고 한다. 그러나 많은 기사에서 보셨듯이 경찰 특수본수사는 책임있는 윗선까지는 조사조차 하지 않았고 '꼬리자르기'식으로 종결됐으며, 국회 국정조사 결과도 여당 방해와 행정부의 무성의로 아무런 후속조치나 대응을 하지 못했다"면서 "상황이 이러함에도 윤석열 정부가 그토록 진상규명 거부하는 것은 자신들의 과오와 실책이 드러날까 봐 두려워 이를 은폐하려는 의도라고 해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 씨는 "윤석열 정부의 계속되는 거부권 행사로 국민적 불신과 비판 여론이 그 어느 때보다 높다. 그럼에도 또다시 참사 책임을 회피할 요량으로 국민적 요구를 무시하고 반성없이 거부권 행사한다면 국민적 심판을 받을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159명 희생자의 억울함과 유가족들의 시커멓게 타버린 마음을 조금이라도 헤아린다면 특별법에 대해 거부권 행사해선 안 된다. 이제라도 국민을 대표하는 국회의 입법권을 존중해 특별법을 즉각 공포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했다.
광주환경운동연합 김종필 사무처장은 연대발언에서 "지난해 8월부터 일본 정부는 7800톤(t)의 핵 오염수를 바다에 뿌리고 있다. 벌써 3차례 뿌렸고, 오는 2월에 4차 핵 오염수 방류할 예정이다. 여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30년 동안 약 160만t의 핵 오염수를 바다에 뿌린다고 한다"며 "그렇게 안전하다고 이야기했던 국제원자력기구(IAEA) 보고서 첫 장에는 핵 오염수가 바다에 뿌려졌을 때 발생하는 결과에 대해서 절대 책임지지 않겠다고 말한다. 이게 무슨 엉뚱한 말인가"라고 말했다.
아울러 김 사무처장은 2025년과 2026년에 각각 폐로를 앞둔 전남 영광 한빛원전 1호기, 2호기와 관련, "한국수력원자력(한수원)에서는 한빛 1·2호기 노후 핵발전소를 어떻게든 10년 동안 더 써보려고 수명연장을 신청하고 있다. 그런데 수명 연장을 신청하기 위해서 안전성을 담보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방사성 안전영향평가가 초안 기준치를 현재의 기준치 아니라 40년 전 기준치를 들이밀면서 '안전하다' '10년 더 써도 된다'고 하고 있다"면, 정부의 원전 정책을 비판했다.
한편 오는 29일 월요시국기도회는 열리지 않는다. 사제단은 29일부터 31일까지 세종시에 위치한 대전신학교에서 정기 총회를 열고 신임 대표를 선출할 예정이다. 총회에서는 사제단 50주년을 맞아 검찰 독재 시대에 사제단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한 논의도 이뤄진다. 다음 월요시국기도회는 사제단 신임 대표 선출 뒤 사제단 소식지인 '빛두레'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통해 별도로 공지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