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경호처 '과잉 대응' 한두 번이 아니다
미국방문 때 전단지 돌리던 하버드생 내쫓고
호텔 앞 동포 시위 감추려 우산으로 가리고
작년 대구 칠성시장선 기관단총 노출하기도
과잉 대응 못잖게 부실 경호도 논란
해운대 횟집 뒤풀이 일반인에게 촬영 당해
용산 이전하자마자 경비단은 실탄 6개 분실
갖은 논란에도 김용현 경호처장 기세등등
대통령실 경호원이 지난 18일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끌어내 파문이 일고 있는 가운데, 과거 대통령실 경호처의 '과잉 경호' '과잉 충성' 사례에 대한 비판이 다시 제기된다. 야권은 김용현 경호처장의 파면을 촉구하고 있다.
19일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를 종합하면, 윤석열 대통령이 미국을 국빈 방문했던 지난해 4월 28일(현지시간) 보스턴 인근 하버드대학교 케네디스쿨에선 대통령실 경호원들이 한국인 하버드 대학생을 행사장밖으로 쫓아낸 사건이 있었다.
현지 동포들과 하버드대생 등의 증언에 따르면 하버드대 수학과 4학년 학부생 김명서(23) 씨는 행사 당일 윤 대통령의 연설이 예정됐던 하버드 케네디스쿨 JFK 주니어 포럼에 미리 입장해 준비한 전단지를 참석자들에게 돌렸다.
김 씨가 배포한 전단지에는 윤 대통령이 그해 1월 아랍에미리트(UAE) 순방 당시 아크부대에서 "UAE의 적은, 가장 위협적인 국가는 이란이고 우리 적은 북한"이라고 발언한 데 대한 비판이 담겨 있었다. 당시 윤 대통령 발언에 대해 이란이 공식 항의하는 등 외교적 파장이 컸다.
김 씨는 행사장 위층부터 준비한 전단지 50장을 돌렸는데, 정장 차림에 무선 이어폰을 낀, 대통령실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관계자들이 다가와 전단을 보고 싶다며 접근했다. 이에 김 씨가 무시하고 계속 전단지를 돌리자, 관계자들은 김 씨의 이동을 제지하고 행사장 밖으로 내쫓았다.
이 과정에서 대통령실 관계자들이 김 씨의 옷깃과 팔을 잡았지만, 김 씨가 자진해서 나가겠다는 의사를 밝혀 별다른 충돌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다만 관계자들은 돌리다 남은 전단지를 모두 압수해갔다. 경호원에게 전단지를 압수할 권한이 있는지 의문이다.
하버드대 방문 나흘 전 워싱턴DC 콘래드 호텔 앞에선 대통령실 경호원들이 미국 동포들의 시위하는 모습을 가리기 위해 차벽을 세우려다 미국 측 반대로 무산된 일도 벌어졌다. 콘래드 호텔은 윤 대통령 부부가 동포들과 만찬 간담회를 가진 곳이다.
<민들레> 취재에 따르면 미국 동포들은 지난해 4월 24일(현지시간) 콘래드 호텔 앞에서 '윤석열 퇴진'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10명 안팎에 불과했고 현지 외국인들도 참여하는 등 평화적인 분위기로 진행됐지만, 당시 경호처는 노골적으로 이를 방해했다.
대통령실경호처 소속 직원들이 24일(현지시간) 오후 워싱턴DC 콘래드호텔 앞에서 열린 '윤석열 퇴진' 집회를 우산으로 막는 모습. 현지 동포들에 따르면 당초 경호처는 차벽을 설치하려 했지만 미국 측 반대로 우산으로 가렸다. 2023.4.25. 해외촛불행동 제공.
경호원들은 윤 대통령 부부가 탄 차량이 시위대 앞을 지나가자 검정색 대형 우산으로 시위대를 가렸다. 대통령실 경호 매뉴얼에 따라 시위대의 우발적인 물건 투척 등을 막기 위한 조치로 해석되지만, 실상은 '대통령 심기 경호' 에 가깝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장에 있던 동포들의 증언에 따르면 경호원들은 애초 시위대를 가리기 위해 현장에 차벽을 세우려고 시도했다. 그러나 미국 측 보안 담당자가 차량을 세우지 못하게 해 무산됐다. 현지에서 국내처럼 무리하게 경호를 하다가 상대국 제재를 받은 것이다.
해외에서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4월 1일 윤 대통령 부부가 대구 서문시장을 방문했을 당시, 대통령실 경호처 대테러과 소속 요원으로 추정되는 인물이 '기관단총'을 들고 서 있는 모습이 방송 영상에 포착되기도 했다.
당시 대통령실 경호처는 기관단총 노출에 대해 "대통령 경호처는 경호 대상자의 절대 안전을 보장하기 위해 행사장의 여건과 환경, 상황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경호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원론적인 입장을 냈지만, '경호수칙 위반' '과잉 경호'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과 비교됐다. 2019년 3월 문재인 대통령이 대구 칠성시장을 방문할 당시 평상복 차림의 청와대 경호원이 MP7 모델로 추정되는 기관단총을 외투밖으로 노출해 논란이 된 적 있다. 당시 야당 의원과 다수의 언론이 기관단총 노출에 대해 '경호수칙 위반'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나 윤 대통령 서문시장 방문과 관련해선 언론 분위기가 180도 달랐다. 지난해 4월 서문시장 기관단총 노출은 기성언론에서 거의 보도되지 않았다.
과잉 경호도 문제지만, 부실 경호도 논란
대통령실 경호처의 '과잉 경호' '과잉 충성' 문제뿐만 아니라 '부실 경호' '부실 대응'도 강성희 의원 사건을 계기로 다시 거론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지난해 4월 윤 대통령이 부산시 해운대구 횟집에서 가진 뒤풀이 회식이다. 당시 윤 대통령은 2030 엑스포 협의를 위해 부산에 내려가서 회의 참석자들과 회식을 가진 뒤 식당 앞에서 인사를 나눴다. 그러나 이 장면을 맞은편 건물에 있는 일반인이 촬영해 실시간으로 인터넷 커뮤니티에 올리면서 논란이 됐다.
당시 사진에는 윤 대통령의 상반신과 얼굴이 모두 노출됐다. 이에 대해 더불어민주당 홍익표 의원은 국정감사에서 "명백한 경호 실패"라면서 "경호처장을 포함한 담당자들 전부 다 벗어야 될 일"이라고 했고, 김종철 경호차장은 "필요한 안전조치를 했다"고 반박했다.
대통령실 집무실을 용산으로 옮긴 직후엔 대통령실 경비·경호를 담당하는 101경비단에서 실탄 6발이 분실된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 경찰은 장비를 동원해 정밀수색한 데 이어 누리꾼 검색기록을 확보하기 위해 네이버 등을 압수수색했지만, 수사 내용과 관련해 아직까지 알려진 바 없다. 실탄 행방도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이 밖에 대통령실에선 미국 정보기관에 의한 도청 의혹(또는 간첩 의혹), 김건희 씨 팬클럽에 대통령 대외비 일정 유출 등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도청이나 유출 주체가 경호처는 아니지만, '국가 통치행위에 대한 기밀유지'가 경호처 주요임무로 명시돼 있는 만큼 관리 문제에서 완전히 자유롭다고 보기도 어렵다.
이번 사건으로 야권에선 김용현 경호처장의 책임론을 거론하며 파면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경호처가 현역 국회의원을 폭압적으로 제압한 데 대한 책임자의 문책이 반드시 필요하다는 목소리다. 국민을 향한 폭행이라는 비판까지 나온다.
수도방위사령관(육군 3성 장군) 출신인 김 처장은 윤 대통령의 충암고 1년 선배로 지난 2021년 대선 캠프에서 외교·안보 정책자문단에 이름을 올렸다. 당선 뒤 경호처장에 임명된 그는 윤 대통령과 차량에 동승하고 일정을 밀착 수행하는 등 측근 중의 측근으로 분류된다.
정치권에선 김 처장이 군에도 상당한 영향을 발휘하고 있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에 따라 견제의 목소리도 나온다. 직전 국방부 장관인 이종섭 전 장관 시절, 군 내부에선 공공연하게 김 처장을 '국방 상관'이라 부르기도 했다. '국방부 장관 위에 상관'이라는 의미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을 통해 "독재 시대에나 있었을 법한 충격적인 사건에 대통령실은 해괴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논점 흐리지 말고 경호처장을 당장 경질하고 직접 국민께 사죄하라"고 촉구했다.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윤석열 독재정권의 공포정치가 민주주의를 끌어냈다"면서, 강 의원 사건에 대해 "윤석열의 공포정치를 폭력으로 실행한 경호실의 난동"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직접 사과하고 경호처장을 파면하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