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성희 향해 '스매싱'한 남성은 김용현 경호처장

강성희 끌어낸 '과잉경호'에 경호처장도 책임

경호처, '경호원 어깨 때렸다' 입장으로 전해져

영상 분석하니 강성희 폭행 여부는 '불분명'

폭행 여부 떠나 현장 상황에 적극 개입 정황

야권 "경호처장 즉각 파면하라" 한 목소리

2024-01-19     김성진 기자
지난 18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가는 모습. 김용현 경호처장이 강 의원을 향해 손으로 내려친다. 경호처는 경호원의 어깨를 쳤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2024.1.19. [대통령실 영상 갈무리] 편집 뉴탐사 김시몬 기자

[기사 보강 : 오후 6시 28분] 

지난 18일 대통령실 경호처 소속 경호원들이 현역 국회의원인 진보당 강성희 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사지를 들어 행사장 밖으로 내동댕이 친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 뒤에서 강 의원을 향해 손으로 내려친 인물이 김용현 대통령실 경호처장으로 확인됐다.

경호처는 김 처장이 강 의원이 아닌 경호원의 어깨를 친 것이라는 입장으로 전해지지만, 사실 관계 여부를 떠나 현역 국회의원이 대통령 행사에서 강제로 끌려나가는 과정에서 경호처장이 적극적으로 개입한 것으로 보인다. '과잉 경호' 책임을 피하긴 어렵다.

19일 <시민언론 민들레>가 대통령실 영상 등을 확보해 분석한 결과, 전날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 대통령이 강 의원과 악수하고 지나간 뒤, 강 의원이 대통령을 향해 "국정기조를 바꾸라"고 말한다. 곧바로 경호원들이 강 의원의 입을 손으로 틀어막고, 강 의원을 제압하는 경호원 등 뒤에서 한 남성이 강 의원을 향해 손으로 내려친다.

 

지난 18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가는 모습. 김용현 경호처장이 경호원에 의해 입을 틀어막히고 제압당하는 강 의원 방향을 바라보고 있다(빨간색 동그라미). 이후 김 처장은 강 의원을 향해 손으로 내려친다. 경호처는 경호원의 어깨를 쳤다는 입장으로 전해진다. 2024.1.19. 대통령실 영상 갈무리

지난 18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대통령실 경호처 직원에 의해 강제로 끌려나가는 모습. 김용현 경호처장이 강 의원을 향해 손으로 내려치고 있다(빨간색 동그라미). 다만 강 의원 폭행 여부는 불분명하다. 2024.1.19. KBS 뉴스 영상 갈무리

행사장 상황을 알고 있는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강 의원을 향해 손으로 내려친 남성은 김 처장으로 확인됐다. 경호처장은 대통령의 모든 외부 일정을 밀착 수행하는 만큼 당일에도 현장에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행사 영상 도입부에도 김 처장이 대통령 바로 뒤에 있는 모습이 확인된다.

대통령실 경호처는 김 처장과 관련해 공식적으로 아무런 언급도 하지 않지만, 김 처장이 강 의원에 대한 '이격 조치'를 지시하는 과정에서 경호원의 어깨(또는 등)를 손으로 내려쳤다는 내용으로 내부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 처장이 강 의원을 내려친 것은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해당 영상을 0.25배속으로 재생해서 보면 김 처장의 내려치는 손이 경호원으로 추정되는 남성의 왼쪽 어깨 위를 넘어가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다. 손이 떨어진 마지막 위치가 남성에게 가려져 확실하게 보이지 않지만, 강 의원의 안면(상반신)을 향한 것으로도 보인다.

강 의원을 폭행했는지 여부는 아직 정확하게 확인되지 않지만, 추가 검증이 필요해 보인다. 강 의원은 이날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과 인터뷰에서 김 처장이 내려치는 과정에 대해 "저는 보지를 못했다"며 "그때 이미 (경호원들에 의해) 몸이 들리고 있는 상황이었던 것 같다"고 했다.

 

지난 18일 전북 전주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김용현 경호처장(빨간색 동그라미)이 윤석열 대통령 뒤에서 밀착 수행하고 있다. 2024.1.19. KBS 뉴스 영상 갈무리

다만 경호처 입장을 그대로 수용하더라도, 강 의원의 입을 틀어막고 끌어내는 과정에 김 처장이 개입했다는 점은 부인하기 어려워 보인다. 오히려 경호원을 내려치며 지시했다면, 김 처장이 현역 국회의원에게 물리력을 행사하도록 적극적으로 지시했다고 할 수 있다. '과잉 경호' 책임에서 김 처장도 자유롭지 않다는 뜻이다.

경호처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이례적인 폭압 대응을 한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행사 전부터 경호처가 강 의원을 주시했을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강 의원은 지난해 10월 31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시정연설을 마치고 퇴장하는 윤 대통령 면전에 '줄일 건 예산이 아니라 윤(석열)의 임기'라는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어 보인 바 있다. 경호처에서 사전에 내빈 정보를 파악하고, 강 의원을 '목표'로 설정했거나 '특별관리'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진보당 강성희 의원이 18일 전주시 덕진구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린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입장하며 참석자들과 악수하는 동안 경호원들에게 제지당해 끌려나가고 있다. 2024.1.18. 연합뉴스

강 의원은 전날 오마이TV <박정호의 핫스팟>과 인터뷰에서 "뒷좌석에 경호원이 앉아 있었다"며 "(행사 시작 전) 이 사람들이 왜 이러지 이런 느낌이 들었는데, 일어나서 박수치다가 대통령과 악수하자마자 그 이야기(국정기조를 바꾸라는 요구)를 꺼내자마자 바로 밀치기 시작해서 입을 막고 쫓겨났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으로 김 처장에 대한 파면 요구가 더욱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야권에서는 발언을 자제시키거나 착석을 요구하는 등 온건한 대응이 가능했음에도 경호처가 국민의 대표인 국회의원에게 폭력을 쓴 데 대해 "입법부에 대한 모독"이라고 강한 어조로 비판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강선우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내고 "독재 시대에나 있었을 법한 충격적인 사건에 대통령실은 해괴한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면서 "'전국민 듣기평가'를 시켰던 바이든-날리면 논란 때처럼 이번에도 '전국민 영상 보기'를 시킬 작정이냐"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더 이상 논점 흐리지 말고 경호처장을 당장 경질하고 직접 국민께 사죄하라"고 했다.

 

김용현 경호처장(오른쪽 부터), 안상훈 사회수석, 김은혜 홍보수석, 이진복 정무수석, 유병호 감사원 사무총장, 안덕근 통삽교섭본부장이 18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제16회 국무회의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발언을 듣고 있다. 2023.4.18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강 의원은 이날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 대통령의 공식 사과가 있어야 한다. 국회의원 개인이 아니라 국민의 입을 막은 것이다"라면서 "우리 대한민국이 민주공화국이라면 반드시 대통령의 사과와 책임자에 대한 문책이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는 "윤석열 독재정권의 공포정치가 민주주의를 끌어낸 것이고, 국민의 민심을 틀어막으며 민주주의를 질식시키고 있다"면서 "윤석열의 공포정치를 폭력으로 실행한 경호실의 난동"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은 직접 사과하고 경호처장을 파면하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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