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과자 44%"라는 이낙연...본인은 전과 2범
민주화·노동 운동 이력까지 싸잡아 범죄자 취급
연대한다는 '원칙과 상식'도 이원욱·김종민 전과
이낙연 분류법대로면 50% 전과자 집단과 함께?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탈당을 예고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전 대표가 지난 8일 UBC울산방송 인터뷰에서 "민주당 전체 의원의 44%가 전과자"라고 말해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이) 이랬던 적이 없다. 그런데 당내 다양한 목소리가 봉쇄되고 있다"면서 "병적인 요인"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민주당이 어려움을 겪었지만 다양성, 당내 민주주의라는 면역체계가 작동했기 때문에 어려움을 극복하고 새 길을 찾아왔는데 지금은 그게 고장나 있는 상태"라면서, 거듭 "굉장히 심각한 병적 상태"라고 힐난했다.
민주당 내에선 5선 국회의원으로 당대표를 지내고 문재인 정부에서 국무총리까지 역임했던 정치인이 던진 발언으로는 선을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 민주화 운동과 궤를 같이한 민주 정당의 역사를 이해한다면 해선 안 될 발언이라는 비판이다.
"민주화 희생 대가로 꽃길만 걸어"
민주화·노동 운동 비판할 자격 있나
민주당 정성호 의원은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이 전 대표를 향해 "본인이 민주화·노동 운동의 희생의 대가로 여기까지 온 분 아니냐"며 "그 혜택을 받았던 가장 대표적인 분이고 꽃길만 걸어오신 분"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 의원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에서 통계를 낸 결과 노동 운동, 민주화 운동을 하신 분들을 제외하면 (전과자 비율은) 16% 정도"라며 "일반 범죄로 입건된 경험이 있는 분들은 국민의힘이 19% 정도로 더 많다"고 했다.
지난해 7월 경실련이 공개한 현역 국회의원 전과경력 보유현황 조사발표에 따르면 국회의원 283명 중 전과 경력이 있는 의원은 94명(민주당 68명, 국민의힘 22명 등)으로, 당내 비율로 따지면 민주당 41.2%, 국민의힘 22%다.
그러나 이는 민주화·노동 운동을 제외하지 않은 수치다. 이를 제외하면 실제 전과자는 47명(민주당 27명, 국민의힘 19명)이며, 당내 비율도 민주당 16.4%, 국민의힘 19%로 뒤바뀐다. 민주당 의원들의 전과 상당 수가 민주화·노동 운동과 관련이 있다는 의미다.
이 전 대표가 "민주당 전체 의원의 44%가 전과자"라고 발언한 것은 민주화 운동과 노동 운동에 헌신했던 의원들까지 싸잡아 '일반 범죄자'로 낙인 찍은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낙연 병역법·선거법 위반 전과 2범
'원칙과 상식'도 전과자 비율이 50%
이 전 대표가 전과자 비판을 할 자격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민주당 전체를 '범죄자 집단'처럼 매도한 이 전 대표 본인은 전과 2범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2017년 5월 국회에 제출한 이낙연 국무총리 후보자 인사청문 요청자료에 따르면, 이 전 대표는 2004년 선거법 위반 혐의로 벌금 50만원, 1978년에는 예비군 관련 병역법 위반으로 벌금 3만원을 냈다. 민주화 운동이나 노동 운동과 관련도 없다.
이 전 대표의 측근으로 넓히면 문제는 더 드러난다. 오랜 측근이자 정치자금 등을 관리해온 것으로 알려진 이경호 전 정무특보는 2020년 4·15 총선을 앞두고 옵티머스자산운용 관계사를 통해 이낙연 선거사무실에 복합기를 설치하고, 렌트비 76만 원을 대납하게 한 혐의(정치자금법 위반)로 수사를 받던 중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그에 앞서 이 전 특보는 2014년 이 전 대표가 전남도지사 당내 경선 후보로 나왔을 당시 권리당원 2만 여명의 당비 대납을 주도한 혐의(공직선거법 위반)로 기소돼 징역 1년 2월을 복역하기도 했다.
모두 이 전 대표의 선거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일이었다. 본인의 범죄 이력이 아닐뿐 이 전 대표도 정치적, 도의적으로 책임을 피하기 어렵다.
친이낙연계로 분류된 의원들 가운데서도 민주화 운동이나 노동 운동 시위 과정에서 부득이하게 발생한 것이 아닌 일반 범죄 전과들이 확인된다.
앞선 경실련 자료에 따르면 민주화·노동 운동을 제외하고 전과가 2건 이상인 국회의원 가운데 친이낙연계 의원들은 △김철민(건축법 2건, 음주운전 2건) △설훈(도로교통법 외 1건, 공직선거법 외 1건, 음주운전 1건) △강훈식(무면허운전 1건, 교통사고처리특례법 위반 1건) △박정(저작권법 1건, 도로교통법 1건) 등으로 파악된다.
아울러 이 대표는 '전과자 발언'으로 문제가 된 인터뷰에서 당내 비주류 소수 모임인 '원칙과 상식'(이원욱·김종민·조응천·윤영찬)과도 연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원칙과 상식'도 화답하듯 통합 비상대책위원회 구성 등 요구에 이재명 대표가 답하지 않으면 10일 동반 탈당하겠다고 예고한 상태다.
시민언론 민들레 취재를 종합하면, '원칙과 상식' 소속 이원욱 의원은 1986년 3월 집회및시위에관한법률위반, 특수공무집행방해치상, 현존건조물방화예비,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을 선고받았고, 김종민 의원은 1987년 3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징역 2년, 자격정지 2년을 선고받았다.
이 의원과 김 의원의 전과 경력은 모두 민주화 운동 등에 따른 부득이한 경우로 소명된다.
하지만 '이 전 대표의 전과자 분류 방법'에 따르면 '원칙과 상식'은 전과자 비율이 50%인 당내 의원 모임으로 "심각한 병적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이 전 대표까지 포함하면 전과자 비율은 60%까지 올라간다. 민주당 전체 전과자 비율보다 심각한 상태다.
이 전 대표는 '전과자 발언'으로 문제가 된 인터뷰에서 "(국민들이 바라는 것은) '정치인들이 제발 국민 평균만큼이라도 깨끗해다오, 정직해다오, 비리 저지르지 말고 거짓말 말아다오.' 이 단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대표가 자신의 분류법에 따르면 50%가 전과자인 의원 집단과 연대를 논의하는 것에 대해 스스로 어떻게 평가할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