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밑 유엔 안보리서 울려 퍼진 팔레스타인의 절규
"팔 주민, 죽음이냐 강제 난민이냐 선택의 기로"
팔, '학살 범죄' 이스라엘 두둔하는 미국 겨냥
유엔 총장, 가자 파급효과 우려…즉각 휴전 촉구
UAE "단호한 행동 없으면 가자지구에 지옥도"
"당신들은 그들의 절규가 들리는가. 그들의 고통이 들리는가. 그들이 당신들 자식이었다면 상상할 수 있겠는가." 마제드 밤야 팔레스타인 주유엔 차석대사는 세밑인 29일(현지시간)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묻을 땅도 없어 플라스틱 백에 담긴 사랑하는 이들의 주검, 마취 없이 절단 수술 받는 아이들과 같은 가자의 참상을 거론하며 세상 사람들을 향해 이렇게 물었다. 밤야 차석대사는 '자발적 이주'란 이스라엘의 목표가 2만1000명 팔레스타인인의 죽음을 초래했다며 "팔레스타인인들은 지금 죽음이냐 강제 난민이냐란 선택의 기로에 놓여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의 고통은 인간이 만들고 점령이 만들었다"고 덧붙였다.
유엔 안보리 공식 브리핑에 따르면, 밤야 차석대사는 가자에서의 대규모 인명 피해는 10·7 하마스의 '테러 공격'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위권 행사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초래된 것이란 미국과 영국 등 일부 서방국들의 인식을 비판했다. 그는 "팔레스타인 민간인 학살은 전쟁의 부수적 결과가 아니고, 설계에 의한 무차별 대량 학살이다"라고 규정했다. 이어 "가자의 인도주의 재앙은 전쟁의 결과가 아니라, 팔레스타인인들을 강제로 내쫓고자 이스라엘이 사용하는 수단이며, 굶기는 것도 전쟁의 수단이며, 보건 시스템 붕괴도 사전에 계획된 병원과 의료진에 대한 공격의 결과다"라고 덧붙였다. 또한 밤야 차석대사는 "대량 체포와 모욕 영상, 강제 실종, 즉결 처형도 팔레스타인 주민 전체에 공포를 주기 위한 목적"이라면서 "80일 넘게 팔레스타인인들은 봉쇄된 채 폭격받고 난민으로 전락해 굶주리면서 생존을 위해 싸우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를 견디는 팔 주민을 위해 당신들은 뭐라고 말할 것인가"라도 물었다.
팔, '학살 범죄' 이스라엘에 면죄부 주는 미국 겨냥
밤야 차석대사는 이스라엘의 적반하장적 행동과 대량 학살 범죄에도 면죄부를 받는 현실을 성토했다. 그는 "학살자들이 그들의 범죄를 비판하는 자들에게 사죄를 요구하고 세상 사람들에게 자신들이 세계에서 가장 도덕적 군대라는 것을 인정하라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왜 그들은 이런 전례 없는 규모의 살인을 저지르고도 처벌을 면하는가"라고 묻고 "처벌받지 않으니 그들은 백주에 우리의 생명과 땅, 자원, 돈, 그리고 과거와 현재는 물론 미래까지 도둑질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안보리는 지난 22일 '가자 인도주의 지원 확대 결의안'(2720)을 채택하고 가자 전역의 팔레스타인 주민에게 "즉각적이고 안전하며 방해받지 않는 대규모 인도주의적 지원"에 협조할 것을 이스라엘-하마스에 요구했지만, 여전히 이스라엘은 비협조적이다.
밤야 차석대사는 "언젠간 대량 학살이 멈출 것이고 팔레스타인인들에게 이런 끔찍한 사태가 끝났으니 다음의 끔찍한 사태가 오기 전까지 과거를 잊고 평화롭고 감사한 마음으로 살라고 할 것이다. 그러나 이스라엘인들이 살해된다면, 이스라엘에는 과거를 잊고 평화롭게 살라고 절대 하지 않는다"라며 "이는 이중잣대의 최고 표현이며 인종주의와 팔레스타인의 인간성 말살의 최고 표현"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팔레스타인인들은 반복되는 공격들과 15년의 봉쇄에도 어떻게든 희망을 간직한 채 (앞으로) 파괴될 집을 지었고 파괴되면 또 지었다"고 말했다. 밤야 차석대사는 "이스라엘의 공격 목표는 바로 희망, 우리 인민이 다시 일어설 능력"이라면서 "그들은 가자의 팔레스타인인들이 돌아갈 집도 없고, 돌아갈 삶도 없으며, 가자에서의 삶이 더는 불가능하도록 확실하게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유엔 총장, 가자 파급효과 우려…즉각 휴전 촉구
이날 회의에서 유엔 정무·평화구축국(DPPA)의 칼레드 키아리 중동·아시아·태평양 사무차장은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이 가자와 요르단강 서안을 넘어 중동 지역의 안정을 위협할 위험이 높다고 보고했다. 안보리 이사국들도 이스라엘과 친이란 무장정파인 헤즈볼라의 충돌은 레바논과 그 이외 지역에 재앙적일 수 있다고 우려했다. 또한 안보리 이사국들은 민간인 피해 방지와 서안의 팔레스타인 주민에 대한 이스라엘군과 정착민의 공격행위 중지, 즉각적인 가자 휴전을 촉구하고 팔레스타인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을 위한 '두 국가 해법'을 거듭 촉구했다. 회의에 앞서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성명을 내고 "갈등의 추가적인 파급효과가 지역 전체에 치명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가자에서의 즉각적인 인도주의적 휴전을 요구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또한 구테흐스 총장은 "이스라엘군의 강화된 작전, 사망자 수 증가, 정착민 폭력, 이스라엘인을 향한 팔레스타인인의 공격 등 서안지구에서 점증하는 폭력 사태도 극히 걱정스럽다"고 말했다.
UAE "단호한 행동 없으면 가자지구에 지옥도"
첫 발언에 나선 아랍에미리트(UAE)의 라나 자키 누세이베 주유엔 대사는 가자 전쟁과 관련해 안보리가 "가자 대학살에 직면한 상황에서 역사적이고 도덕적 책임감을 다시 일깨워 단호한 행동으로 보여줘야 한다"며 "그렇지 못할 때 가자엔 지옥도가 펼쳐지고 서안과 이스라엘, 레바논, 그리고 중동의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존 켈리 미국 유엔대표부 공사참사관은 발언을 통해 "10월 7일 이스라엘에서 하마스 테러리스트에 의해 살해된 사람이든, 서안이나 가자에서 살해된 사람이든 민간인의 죽음은 비극"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극단주의 정착민의 폭력 방지의 중요성을 이스라엘에 지속해서 강조하고 있다"고 말하고 "전쟁이 하마스 지도부와 터널 네트워크에 초점을 맞춘 저강도 단계로 이동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러시아의 바실리 네벤쟈 주유엔 대사는 가자 위기 이후 "안보리는 가자에서의 인도주의 휴전을 직접적으로 촉구하는 내용이 없는, 미국에 의해 무력화된 결의안 2건만을 채택했다"고 휴전 결의안에 줄곧 비토(거부권 행사)했던 미국을 비판했다. 프랑스의 니콜라스 드 리비에르 대사는 "최우선은 지속적인 휴전의 즉각적 실행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고 브라질의 세르지오 프랑카 다네세 대사도 즉각적인 휴전을 촉구하고 모든 가능한 채널을 통해 가자에 지속적으로 필수적인 인도주의 지원이 제공돼야 한다고 말했다. 중국의 겅솽 부대사는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이슈의 핵심은 '두 국가 해법' 이행과 팔레스타인인의 기본권 보장에 실패한 것"이라고 말하고 "팔레스타인의 유엔 정회원 가입과 팔레스타인-이스라엘 직접 협상의 조기 재개를 지지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