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교수 "온라인 퀴즈 도왔다고 조국 기소? 안 믿겨"
검찰이 규정한 '범죄 피해자'가 "형사범죄로 안 봐"
대학에 보고 사항도 아닌 자신의 재량 처분 문제
"매우 경미한 사안, 추가 에세이 작성 기회 줬을 것"
"최악 경우도 해당 퀴즈만 0점…기소 상상도 못해"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조국, 정경심 부부에 대한 12월 18일 항소심 결심공판에서 제프리 맥도널드 전 조지워싱턴대 교수의 서면 답변서가 제출됐다. 맥도널드 교수는 조국 부부의 아들 ‘온라인 퀴즈’ 도움에 대해 ‘형사 범죄로 보지 않는다’라며, ‘형사기소까지 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 밝혔다.
맥도널드 교수는 조국 부부의 아들이 조지워싱턴대에서 수강했던 ‘민주주의에 대한 세계적 관점’(‘Global Perspective on Democracy') 강의의 담당 교수로서, 검찰이 업무방해 혐의로 문제 삼은 문제의 ‘온라인 퀴즈’ 주관자였다.
검찰은 조국 부부를 “미국 조지워싱턴대 담당 교수의 성적사정 업무를 방해했다”라고 기소함으로써 맥도널드 교수를 이 업무방해 범죄의 피해자로 규정했다. 하지만 이렇게 검찰에 의해 유일한 피해자로 규정된 바로 그 교수가 한국 검찰의 ‘형사범죄’라는 선언과 ‘형사기소’라는 행위 양쪽 모두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21세기 대한민국에서 피해자가 피해를 구체적으로 부인하는 기소와 재판이 진행된 것이다. 이 같은 기막힌 일이 벌어진 것은 근본적으로 검찰이 스스로 맥도널드 교수를 피해자로 하는 범죄를 규정해 기소하면서도 정작 해당 교수의 의사를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다.
검찰은 앞서 1심 과정에서 FBI 수사관이 해당 교수와 통화한 내용을 기술한 진술서를 전달받아 재판에 증거로 제출하려 했었다. 하지만 이는 일방적 전문증거로서 증거 채택이 불허된 바 있다. 이 문서는 한국의 검사나 사법경찰관이 참여한 것조차 아니어서 정식 진술조서가 아닌 임의 문서에 불과한 것이었다.
맥도널드 교수의 답변, 검찰 기소 혐의 무력화
맥도널드 교수는 자신이 아는 한 미국에는 이런 상황에 적용할 형법 규정이 없으며, 설사 그런 규정이 있다고 하더라도 자신은 특별히 예외적인 경우가 아닌 한 학문적 부정행위를 형사범죄로 보지 않는다고 했다.
특히 조국 부부 아들의 경우 부정행위가 너무나 경미하여(“so minor”) 학교 외부의 처벌은 생각할 수도 없는 정도라고도 덧붙였다.
더욱이 이 정도의 부정행위는 대학 측에 보고하기에도 너무 경미한 일로서, 자신이 알았더라도 자신의 재량 하에서 처리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 재량 처리의 구체적 형태에 대해 묻는 질문에 그는 해당 학생과 이야기를 나누어보고 추가로 에세이를 작성하도록 하여 강의에 대한 지식을 증명할 기회를 주었을 것이며, 최악의 경우라도 해당 퀴즈를 0점 처리하는 것에 그쳤을 것이라고 답했다. 개별 퀴즈는 전체 강의 성적 평가에서 2%를 차지한다.
그는 또한 온라인 퀴즈에서 아들을 도왔다는 사실로 형사고발을 당했다는 사실에 놀랐다면서, 학문적 부정행위가 범죄에 해당되려면 그 위반의 정도가 고도로 추악한(“egregiousness”) 수준이어야 한다고 보는데, 부모가 퀴즈 두 번을 도왔다고 형사기소까지 됐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고도 덧붙였다.
또 그는 조국 부부가 기소된 행위가 범죄적 의미에서 자신의 ‘업무를 방해’했다고 보느냐는 질문에 대해 자신은 학문 부정행위를 엄중하게 생각하는 입장이라면서도 조국 부부와 아들의 행위가 형사범죄를 구성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한편 검찰은 이날 공판에서 답변서 내용에 대해 반박하며 “(조국 부부의) 문자메시지를 보여주지 않아 어느 정도 추악한지에 대해 그렇게 판단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맥도널드 교수는 이미 답변서에서 그에 대한 답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바 있다. 이 교수는 온라인 퀴즈에서 부모의 도움을 받은 것을 ‘너무나 경미’한 부정행위라고 규정했다. 또 자신이 할 수 있었던 처분으로서 ‘추가 에세이 작성으로 기회를 줬을 것’이라면서, ‘최악의 경우라도 해당 퀴즈만 0점 처리’했을 것이라고 답했다.
결국 검찰은 이 답변서에 대해 이미 답한 내용을 못본 체 하는 무의미한 반박을 내세웠을 뿐, 실질적으로는 아무런 이견도 제시하지 못한 것이다.
이날 검찰이 맥도널드 교수의 답변서에 대해 증거 채택에 동의하면서, 재판부는 잠정적으로 2월 1일로 정했던 맥도널드 교수의 증인 신문은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한편 이날 결심 공판으로 항소심 일정은 모두 마무리 되었고 내년 2월 8일에 선고가 이루어진다.
검찰은 주 피고인들인 조국 부부에 대해 1심과 같은 조국 징역 5년, 정경심 징역 2년을 구형했으며, 조 전 장관의 직권남용 혐의 관련으로 함께 기소된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과 박형철 전 반부패비서관은 각 2년과 1년6개월, 딸의 장학금 관련 혐의로 함께 기소된 노환중 부산대 교수에게는 징역 6개월을 구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