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 28 개막…석탄발전 줄이자는데 중국·한국은~

첫날 합의된 ‘손실과 피해’ 구체적인 운용방안

목표이행 총점검, 재생에너지 확대도 주요의제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2030년까지 30배로

2025년부터 탄소 감소, 2035년까지 60% 줄여야

2023-12-01     한승동 에디터
한 남성이 30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행사장에 세워진 참가국들의 국기를 지나치고 있다. COP28은 이날 개막해 다음 달 12일까지 진행된다. 2023.11.30. AFP 연합뉴스

유엔 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총회(COP 28)가 30일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두바이에서 개막돼 2주일 간의 행사 일정을 시작했다.

총회는 첫날인 이날 이번 회의의 주요 의제 가운데 하나로, 산업화에 따른 온난화로 피해를 보는 개발도상국들의 ‘손실과 피해’(Loss and Damage) 구제대책에 필요한 기금 출연과 그 구체적인 운용방안에 대해 합의했다.

‘손실과 피해’, 이행 총점검, 재생에너지 확대가 주요의제

이번 28차 총회의 주요 의제로는 이 ‘손실과 피해’의 구체적인 운용방안 마련 외에, 2015년 파리에서 열린 제21차 당사국총회(COP 21)에서 설정한 섭씨 1.5도 이내 상승 억제 목표를 향한 각국의 실천 내용 총점검(Global Stocktake), 그리고 이번 회의 의장국인 UAE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2030년까지 3배 확대 등이 거론되고 있다.

이 모든 것은 결국 이번 세기 말까지 온난화로 인한 지구 대기온도 평균 상승폭을 산업혁명 이전 수준에서 최대 섭씨 1.5까지만 허용하자는 1.5도 상승 한도를 지키기 위해 이산화탄소와 메탄 등을 대량 방출하는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탄소화합물) 사용을 어떻게 억제, 폐기(탈탄소)할지 방안을 찾고 그것을 더 구체화하기 위한 것이다.

 

존 케리 미국 대통령 기후특사(가운데)가 29일(현지시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개최를 앞둔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카트를 타고 있다. 케리 특사는 이날 기자들을 만나 지구 온난화를 막기 위해 중국과 협력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2023.11.30. AP 연합뉴스

합의된 ‘손실과 피해’ 구체적인 운용방안

198개 국가 및 지역, 기관에서 총 7만여 명이 참석할 것으로 알려진 이번 연례회의 첫날 성사된 ‘손실과 피해’ 대책 기금의 구체적인 운용방안 합의는 지난해 이집트 샤름 엘 셰이크에서 열린 COP 27에서 기금 설치에는 합의했으나 그 구체적인 운용방안을 마련하지는 못한 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간 것이다.

이날 합의된 내용은 기금을 잠정적으로 4년간 세계은행(WB)에 위탁 운용하게 하고, 기금에서 지원을 받는 대상은 기후변동에 대한 주요 원인 제공자가 아닌데도 그로 인한 피해는 크게 보고 있는 개도국들로 설정하며, 돈을 내는 것은 주로 산업 선발국(‘선진국’)들이지만 자금 출연은 의무가 아니라 자발적인 것으로 한다는 것이다.

 

30일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총회(COP 28)가 열린 UAE의 두바이 엑스포 시티의 알 와슬 돔 앞의 모습. 2023.11.30. AP 연합뉴스

미국, 기금 출연 의무화 반대

이에 앞서 열린 11월의 사전 조정회의에서는 자금 출연을 의무화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됐으나 마지막 단계에서 미국이 이에 강력하게 반대하는 바람에 자발적 출연으로 방향을 바꿨다. 최대 탄소 배출국 순위 1위인 중국에 이어 2위인 미국의 출연금 의무화에 대한 반발은 온난화 피해자들인 개도국들로서는 공평하지 못한 처사로 받아들여질 수 있지만, 일단 기금을 출범시키는 것을 우선하기로 한 결정에 따른 결과로 보인다. 가장 심각한 온난화 피해를 보고 있는 섬나라들은 첫 4년간에만 적어도 1천억 달러의 기금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연구들은 온난화로 인한 ‘손실과 피해’가 매년 4천억 달러 이상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30일 <가디언> 보도에 따르면 이날 독일이 1억 달러를 내기로 했고, 영국은 7500만 달러, 미국은 2450만 달러, 일본은 1천만 달러를 내기로 했다. 유럽연합(EU)은 독일의 출연금까지 합해서 모두 2억 4500만 달러를 내기로 약속했다.

 

30일(현지시간)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가 열리는 아랍에미리트(UAE)의 두바이 행사장 밖에서 한국계로 보이는 이들이 한복 차림으로 각국 소형 깃발을 들고 비건주의를 주장하는 플래카드를 펼쳐 보이고 있다. 앞서 이번 회의 의장단은 이번 행사에서 채식 비중을 높일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2023.11.30. AP 연합뉴스

2025년부터 탄소 감소, 2035년까지 60% 줄여야

각국의 목표 이행 총점검은 2015년 COP 21에서 이번 세기 말까지의 지구 대기온도 상승한도를 산업화 이전 수준에서 섭씨 1.5 이내로 설정한 ‘파리 협정’을 채택한 지 8년만에 처음으로 그 실천 내용을 각국별로 확인하는 것이다. 이 1.5도 이내 상승 목표도 각국이 자발적으로 참여해 실천하는 것이지 의무사항이 아니다.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

유엔 보고서는 지금 상태로 탄소 배출이 계속 늘어날 경우 이번 세기 말에 지구 대기 평균온도는 섭씨 3도 정도까지 상승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유엔 기후변동에 관한 정부간 패널(IPCC)은 목표치인 1.5도 이내 상승 한도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25년까지 온난화가스 배출을 증가가 아닌 감소 쪽으로 추세를 역전시켜, 2035년까지 배출가스를 지금보다 60% 줄여야 한다고 보고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올해 지구가 온난화가 아닌 ‘끓는’ 시대로 진입했다고 경고했고, 유엔의 세계기상기구(WMO)는 2022년에 지구 온난화가스의 평균농도가 사상최고치를 갱신했으며, 이산화탄소는 이미 산업혁명 이전의 1.5배 수준에 도달했다고 발표했다.

사이먼 스틸 유엔 기후변화협약 사무국장은 “화석연료 시대를 끝내지 않으면, 우리는 우리 자신의 종말을 맞게 될 것이다. 사람들의 생명을 대가로 지불하는 쪽을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라고 경고했다.

 

7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의 셰이크자이드 고속도로에서 자동차들이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 광고판을 지나치고 있다. COP28은 오는 30일 두바이 엑스포 시티에서 개최된다. 2023.11.28. AP 연합뉴스

UAE,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3배로

이번 총회에서 의장국인 UAE가 강력하게 밀고 있는 방안이 재생에너지 설비용량 확대다. 의장직을 맡고 있는 UAE의 술탄 알 자베르는 전 세계가 재생에너지 설비용량을 2030년까지 3배로 확장하자고 제안했다.

이는 지구 온난화의 주범인 온실가스, 특히 탄소를 다량 배출하는 석탄, 석유 등 화석연료 사용 폐지론으로 연결된다. 2년 전 영국에서 열린 COP 26에서 석탄화력발전의 ‘단계적 폐지’가 논의됐으나 최대 배출국인 중국과 인도 등의 반대로 마지막에 ‘단계적 삭감’으로 그 수위를 낮췄는데, 이번 회의에서 유럽연합 등이 다시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를 주장하고 있다.

중국이나 인도는 지금 화석연료를 대량 사용하고 있으나, 현재의 지구온난화 주범은 이미 화석연료 대량소비 시대를 거치면서 가장 많은 탄소를 배출한 미국과 유럽연합 등 이른바 선진국들인데, 이들 나라가 이제는 화석연료를 폐기하자며 이제야 본격적인 산업화 단계에 들어간 중국과 인도 등이 의존하고 있는 값싼 연료인 화석연료를 폐기하자는 건 책임전가이자 후발국들이 따라오지 못하게 하려는 일종의 ‘사다리 걷어차기’라며 반발하고 있다.

 

지난달 30일 유엔기후변화협약 제28차 당사국총회(COP 28)가 열린 UAE 두바이의 UAE 대통령실에서 중국의 기후변화 특사 딩쉐샹을 만나고 있는 셰이크 모하메드 빈 자예드 알 나얀 UAE 대통령 2023.11.30. AFP 연합뉴스

거꾸로 가는 중국의 탄소배출 증가

<포린 폴리시>가 지난 달 12일 내보낸 기사를 보면, 중국은 2021년에 미국과 함께 석탄 사용을 줄이겠다며 “석탄발전소 프로젝트를 엄격히 통제하겠다”고 약속해 국제사회로부터 박수를 받았다. 그런데 실제로는 그뒤 석탄발전소 건설에 대한 중국정부의 허가가 오히려 급증했다. 글로벌에너지모니터의 자료 분석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이 석탄발전소 건설 프로젝트를 엄격히 통제하겠다고 공약하기 2년 전 중국정부는 총 54기가와트의 발전이 가능한 127개 석탄발전소 건설을 승인했다. 그런데 그 2년 뒤 건설 승인 발전소 수가 182개로, 발전량도 131기가와트로 오히려 급증했다.

이렇게 되면 세계최대 탄소 배출국인 중국이 2030년 이전에 이산화탄소 배출 정점에 도달한 뒤 2060년까지는 탄소배출 순증가량을 0(제로)으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공약을 이행하지 못하게 될 위험이 커진다.

그런데 중국은 지금 청정에너지 기술 경쟁에서 선두를 차지할 만큼 청정 에너지 부문이 호황을 누리고 있는 상황이어서 석탄발전을 더 늘릴 이유가 없다. 실제로 중국의 2022년 재생에너지 투자는 전 세계 전체 투자의 55%를 차지했다. 중국 기업 단 2개가 전 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의 절반 이상을 점유했고, 2022년 전기차 판매의 60%가 중국에서 발생했다. 또한 세계최대 규모의 태양광 및 풍력 발전소를 보유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성장이 이뤄진 태양광 발전 분야는 2023년에만 미국 전체 태양광 발전 설치 용량의 1.5배에 이르는 신규 설치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다. 올해 설치된 청정에너지원을 통해 예상되는 추가 발전량이 중국 전체 전력 수요의 연평균 증가분보다 높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 있는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악수하고 있다. 두 정상은 이날 각자의 현직 취임 이후 두 번째 대면 회담을 했다. 이날 회담에서 두 정상은 기후변화 대응 공동방안을 모색하기 위한 의견을 교환했다. 2023.11.15. 로이터 연합뉴스

방향 바꾼 2022년 폭염과 가뭄

이런 상황임에도 2022년 수력발전 붕괴를 초래한 지독한 여름철 폭염과 가뭄으로 심각한 전력부족 사태를 빚은 중국은 방향을 거꾸로 틀었다. 문제는 중국이 그때 겪은 전력부족의 근본원인이 전력생산의 절대량 부족이 아니라 생산된 전력을 공급하는 전력망 운용방식이 경직되고 시대에 뒤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예컨대 쓰촨성의 경우 생산된 전력을 배분하기 위한 계약이 경직적이어서 성 내의 전력이 부족한 데도 상대적으로 전력이 풍부했던 동부지역으로 계속 전력을 계약대로 ’수출‘해야 했다.

중국정부는 이런 비효율적인 전력 시스템을 개혁하는 대신 신규 발전소 건설을 엄격하게 통제하겠다던 방침을 사실상 무너뜨리고 발전량 증대에만 매달렸다. 신규 발전소 건설을 규제하겠다던 국가에너지국(NEA)은 새로 건설되는 발전소들을 24시간 연중무휴로 운영하지 못하게 하고 대신 재생에너지 발전량을 조절하기 위한 지원역할만 할 수 있도록 한 원칙을 지키지 않았다.

낙후된 전력망 개혁이 아닌 발전소 건설에 매진

지방정부, 그리고 수익성보다는 시장점유율 확보가 우선인 국영기업들은 다투어 발전소 건설에 나섰다. 비효율적인 전력망 운용으로 부족해진 전력을 확보하기 위해 전력망을 개선한 것이 아니라 발전소 건설 경쟁을 벌인 것이다. 석탄발전 전력을 더 늘릴 필요가 없는 내몽고, 산둥, 산시성 등에서도 그런 경쟁이 벌어졌다.

지금 중국에서는 209개의 신규 석탄발전소가 건설 중이거나 건설허가를 받았는데, 이는 건설계획 중인 세계 전체 발전 용량의 72%에 해당한다. 이런 프로젝트가 모두 실행되면 중국은 향후 5년 간 인도의 전체 석탄 발전량에 해당하는 전력을 추가해 2030년까지 석탄발전 용량이 약 23% 늘어나게 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와 칭화대학교는 중국이 2030년 이전에 이산화탄소 배출 정점에 도달한 뒤 2060년까지는 탄소배출 순증가량을 0(제로)으로 만들겠다는 탄소중립 공약을 이행하려면 중국의 석탄발전소 용량이 2020년에서 2025년 사이에 안정되고 그 뒤 점차 줄어야 한다고 지적한다. 그런데 오히려 늘고 있다.

 

중국 산시성 션무의 석탄화력발전소 건설현장 모습. 굴뚝과 냉각탑들 사이에 발전소 건물 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2023.11.20. 로이터 연합뉴스

중국 아니었다면 세계 탄소배출량 2019년부터 감소

중국은 지난 10년 동안 전 세계 탄소 배출량 증가의 3분의 2를 차지해 왔으며, 중국의 탄소 배출량 증가의 65%는 석탄발전에서 나왔다. 중국이 탄소 배출량을 늘리지 않았다면 2019년부터 전 세계 배출량은 감소했을 것이라고 <포린 폴리시>기사는 지적했다. 따라서 중국이 석탄발전 산업을 축소하지 않는다면 전 세계가 파괴적인 기후 영향을 피하기 지극히 어려울 것이다.

이런 중국 또는 인도 같은 탄소배출 대국들의 정책을 바꾸기 위해서라도 탄소 배출 선발국들이 자국의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은 물론 후발국들의 ’손실과 피해‘를 구제하고 탄소배출을 줄이기 위한 자금지원 등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 회원들이 29일 서울 서초구 양재동 현대자동차그룹 본사 앞에서 탄소 배출량이 많은 SUV 생산 감축 등 자동차 제조사들의 탄소 저감 노력을 촉구하는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3.11.29. 연합뉴스

세계 9위 배출국 한국의 역행

이런 문제에 늘 소극적으로 대처해 온 탄소배출량 세계 9위의 한국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오히려 방향을 틀어 기존의 탄소배출 삭감 달성 목표치마저 깎아내리는 퇴행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실상은 그렇지 못하더라도 목표치는 높이고 있는데 비해 한국은 목표치 자체를 깎아내리고 있다. 기존의 석탄화력발전소들은 국제적인 우려와 경고에도 불구하고 축소할 기미가 없고, 포스코 등이 국내외에서 짓고 있는 석탄화력발전소들은 나라 안팎의 반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건설을 강행하고 있다.

COP 28은 이런 문제들을 논의 테이블에 올려, 그 결과를 토대로 2035년까지 달성해야 할 새로운 목표를 2025년에 설정해야 한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