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소장 후보자에게 '이동관 구하기' 압박한 국힘

인사 청문회에서 자질·능력 검증은 뒷전인 채

자신들이 낼 탄핵안 재발의 권한쟁의 해석 요구

"답변 적절치 않다"고 하자 "효력정지 가처분" 압박

탄핵안 자동폐기 노린 '필리버스터 철회' 이어 무리수

2023-11-13     김성진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이 10일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종합정책질의에 출석하고 있다. 2023.11.10.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과의 친분, 보수 성향 판결 등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의 인사 청문회에서, 국민의힘 의원들이 노골적으로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철회 권한쟁의 심판과 관련해 해석을 요구하고, 효력정지 가처분 처리 등을 압박했다.

공직 후보자의 자질과 능력을 검증해야 하는 인사청문회 자리에서 헌재소장 후보자이자 현재 헌법재판관 신분이기도 한 이 후보자에게 심리를 시작하기도 전에 해석을 요구하고 처리 기일을 묻는 것은 공개적으로 '가이드 라인'을 제시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온다.

필리버스터에 권한쟁의심판까지

국민의힘의 '이동관 지키기' 꼼수

이 위원장 탄핵안 철회는 지난주 국회 본회의로 거슬러 올라간다.

민주당은 본회의가 열리던 지난 9일 의원총회를 통해 이 위원장 탄핵 소추를 당론으로 결정하고, 이를 본회의에 보고했다. 국회법상 탄핵안이 발의되면 첫 본회의에 보고되고 24시간 이후부터 72시간 이내에 무기명 투표로 표결해야 한다. 민주당뿐만 아니라 야당이 모두 이 위원장 탄핵에 찬성하고 있어 무난한 통과가 전망됐다.

그러나 국민의힘은 이 위원장 탄핵안을 막기 위해 당일 예정됐던 '노란봉투법'과 '방송3법' 처리 반대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을 통한 합법적 의사진행방해)를 전격 철회하고, 본회의 산회를 유도했다. 국회법상 의사일정에 올린 안건의 의사가 끝나면 국회의장은 산회를 선포하게 돼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용민 의원 등이 10일 이동관 방통위원장 탄핵안 처리를 위한 본회의 개최를 요구하며 국회의장실을 항의 방문하고 있다. 2023.11.10. 연합뉴스

예정대로 국민의힘이 필리버스터를 진행했다면 본회의가 계속 이어지는 만큼 야당은 의석수를 이용해 24시간 이후인 10일 필리버스터를 강제 종료하고 탄핵소추안을 표결할 수 있었지만, 국민의힘은 10일 본회의 일정이 잡히지 않은 상황을 이용해 필리버스터를 철회함으로써 야당의 표결 시도를 원천봉쇄했다.

금요일인 10일 본회의가 개최되지 못하면 주말로 넘어가기 때문에 72시간 이내 탄핵소추안이 표결되지 못하고 자동폐기되도록 '꼼수'를 쓴 것이다.

이에 민주당은 '부결된 안건은 같은 회기 중에 다시 발의하거나 제출할 수 없다'는 국회법 원칙(일사부재의 원칙)에 따라 탄핵안이 자동폐기되는 것을 막고 재발의하기 위해 본회의 다음 날인 10일 탄핵안을 즉각 철회했고, 김진표 국회의장이 이를 수리했다.

그러자 국민의힘은 이번엔 민주당의 탄핵안 철회와 국회의장 수리가 '무효'라고 주장하며, 13일 오전 헌법재판소에 권한쟁의심판 청구와 효력정지 가처분을 신청했다. 탄핵안 폐기를 관철시켜 12월 9일 정기국회 종료시까지 재발의를 막기 위한 의도다. 효력정지 가처분이 인용돼도 마찬가지로 탄핵안을 재발의하지 못한다.

헌재서 권한쟁의 심판 청구하고

청문회선 국회법 위반이라 압박

이날 오전 국민의힘이 '이동관 구하기'를 위해 헌재에 권한쟁의 심판을 청구하던 시각,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는 이 후보자에 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압박이 이어졌다.

보수주의자'로 평가받는 헌법재판관이자 헌재소장 후보자에게 대놓고 이 위원장 탄핵안 권한쟁의 심판에 대한 '가이드 라인'을 설명한 셈이다.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왼쪽)이 13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오른쪽)에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철회 권한쟁의심판과 관련해 무효라고 주장하며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2023.11.13. 국회방송 갈무리

국민의힘 박형수 의원은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이 후보자에게 "이 위원장 탄핵소추안을 발의했다가 민주당이 철회했고 그것을 국회의장 수리했는데, 이 해석 둘러싸고 국회에서 심각한 문제 발생했다"면서 "오늘 우리 당에서 권한쟁의심판 청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탄핵소추안이) 본회의에 보고가 됐고 거기에 대해 아무런 절차가 없다면 24시간 이후 72시간 이내 표결해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표결해야 할 안건이 (본회의) 의제가 안됐다고 할 수 있느냐"고 말했다. 72시간 이내 표결하지 않았으니 폐기라는 주장이다.

그는 또한 "(국회법에) 법사위에 회부하지 않기로 의결하지 않은 경우 표결해야 한다고 돼 있는데 지난번 회의에서 법사위에 회부하지 않기로 했다"며 "논리상 당연히 (본회의) 의제가 된 것인데, 철회하고 국회의장이 수리한 것은 국회법 위반이라는 게 저와 우리 당의 해석"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이 후보자에게 "이 부분에 대해 의견을 말하라"고 했다.

이에 이 후보자가 "권한쟁의 심판 청구가 될 예정인 내용에 대해서 의견을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하자, 박 의원은 "이건 당연한 법률적 귀결이다" "이 안건은 72시간 안에 의결되지 않으면 폐기된 것이고, 폐기된 것을 다시 발의하는 것은 일사부재의 원칙에 의해서 당연히 허용되지 않는 것이다"라며 재차 이 후보자에게 답변을 요구했다.

이 후보자가 거듭 답변하기 어렵다고 하자, 박 의원은 이번에는 "11월 30일, 12월 1일 양일 간 본회의가 예정돼 있다. 민주당이 다시 탄핵안 제출하려고 한다"며 "그전까지 판단되지 않으면 결정되지 않으면 최소한 (효력정지) 가처분에 대한 판단을 해야 한다"고 했다.

국민들이 보는 인사청문회에서 대놓고 헌법재판관에게 탄핵안 재발의가 되지 않도록 효력정지 가처분을 요구한 것이다.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왼쪽)이 13일 오전 국회 인사청문특별위원회에서 이종석 헌법재판소장 후보자(오른쪽)에게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철회 권한쟁의심판과 관련해 무효라고 주장하며 답변을 요구하고 있다. 2023.11.13. 국회방송 갈무리

국민의힘 김성원 의원도 "11월 30일 다시 한 쪽(야당쪽)에서는 (탄핵안을) 접수하려고 하는데, 그것이 통과됐을 때 어떠한 권한도, 당위성도 없는데 통과된다면 사회적 혼란이 얼마나 크겠느냐. 헌재에서 이러한 권한쟁의 심판은 빨리 해줘야 한다"면서, 권한쟁의 심판 사건의 처리 기일에 대해 의견을 물어 우회적으로 이 후보자를 압박했다.

민주당 진선미 의원은 "국회 문제에 대해 (후보자에게) 답변을 요구하지 않겠지만, 사실을 정리해야할 것 같다"며 "본회의에서 안건으로 의사일정에 포함돼야 비로소 의제가 된다. 국회 용어 해설집에도 의제라는 것은 당일 회의에서 논의의 대상이 된 안건의 제목이라고 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탄핵안은) 본회의에 보고만 된 상태에서 의제는 아니기 때문에 철회가 가능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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