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의 진짜 어젠다는 '집권여당 무책임'이다

[11월 둘째주 키워드] 국힘당 이슈로 장식된 언론

주류 언론, '메가시티' '공매도'를 어젠다로 보도

언론, 국힘당 '아무말 대잔치' 받아쓰기 그만해야

SNS 등에서 이준석·인요한 키워드 언급량 급증

정치인 검증·시시비비 않고 '말 받아쓰기' 넘쳐

2023-11-13     김성재 에디터
공매도 금지 첫날 코스피 폭등을 보도한 조선일보 11월7일자 1면 갈무리

공매도 금지 조치가 내려진 지난주 월요일 주가 폭등은 딱 하루 만에 막을 내렸다. 언론은 주가 폭등에 덩달아 흥분해 ‘사상 최대폭 급등’을 제목으로 뽑아 보도했지만 다음날 폭락 증시에 ‘1일 천하’ ‘널뛰기 증시’ ‘냉탕과 온탕’ 등으로 흥분을 가라앉혀야 했다.

언론은 개미투자자들이 하루는 천국을, 또 하루는 지옥을 경험했다는 사실을 전할 뿐, 혼란에 빠진 증시와 그것이 경제에 미칠 악영향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일부 언론만이 이번 조치가 주식시장의 불확실성을 키우고 한국 증시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문가들의 우려를 전달했다.

공매도 금지 조치는 김포 서울 편입에 이은 총선용 포퓰리즘 공약 2탄이다. 집권 여당과 정부가 나라의 미래와 국가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무책임한 공약을 급조해서 남발하고 있는데도 언론은 그저 정치인과 관료들의 입에서 오가는 말과 증시 현황판을 중계방송 하고 있다. 심지어 조선일보를 비롯한 일부 친윤·극우 언론들은 이를 집권여당과 윤석열 정부의 ‘어젠다 세팅’(의제설정)이라고 추켜세우기까지 했다.

‘서울 메가시티’나 ‘공매도 금지 조치’는 어떤 사회적 논의나 맥락을 거쳐 나온 정책이 아니라 총선을 앞두고 집권 여당이 관심과 표를 얻기 위해 그야말로 불쑥 던져진 포퓰리즘 공약일 뿐이다. 그렇다면 언론이 ‘어젠다(의제)’로 삼아야 할 것은 ‘서울 메가시티’나 ‘공매도 금지’가 아니라 ‘집권여당의 무책임함과 위험성’이어야 했다.

그러나 언론은 국민의힘이 던진 이슈를 열심히 기사로 받아쓰고 야당이 이를 반대하면 다시 정쟁으로 몰아 결국 국힘당의 공허하고 무책임한 주장을 사회적 의제(어젠다)로 만들어 냈다. ‘아무말 대잔치’를 해도 이를 의제로 만들어주는 언론 덕에 국힘당은 무책임하지만 손해보지 않는 장사를 한 셈이다.

동아일보 11월7일자 빅카인즈 검색 기사 갈무리

지난주 수많은 보도가 나오고 SNS·커뮤니티 등에서도 자주 언급된 이준석 전 국힘당 대표와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이준석’과 ‘인요한’ 키워드는 지난주 SNS와 커뮤니티에서 최다 언급량 1, 2위에 오를 만큼 화제가 됐다. 대중이 디지털 플랫폼에서 자주 언급하게 되는 것은 언론의 보도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언론이 보도한 이준석 전 대표 관련 기사를 보면 주로 ‘이준석 신당’ ‘이준석 식당 고함’ ‘인요한 만나 영어 쓴 이준석’ 등의 내용이다. 인요한 혁신위원장의 경우 그가 한 말은 언론에 거의 생중계되다시피 보도되고 있다. 집권당인 국힘당 내의 권력투쟁의 중심에 다시 서게 된 이준석 전 대표와 인요한 위원장의 언사와 행보 관련 뉴스는, 그것이 총선에 미칠 영향을 감안하면 유권자인 국민들의 관심을 끌 수 있다.

그러나 지난주 주요 언론에 보도된 1천건이 넘는 뉴스(빅카인즈 검색) 대부분은 가십성 기사이거나 이준석 전 대표와 인요한 위원장 또는 여러 정치인들이 주고받는 말 받아쓰기일 뿐이다. 이준석 전 대표가 했다는 “안철수씨, 조용히 좀 합시다” 같은 기사는 주요 언론들이 수십개의 기사를 내고 뉴스포털이 주요 기사로 노출할 만큼 국민이 꼭 알아야할 소식인가?

우리 언론의 정치 뉴스는 정치의 시시비비를 가리거나 정치인의 언행을 검증하기보다는, 정치인의 말을 그저 중계방송하고 정치공학적 시각만 넘쳐나는 기사로 가득하다. 그렇지 않아도 정치 뉴스 과잉이 문제인데, 언론의 이런 무익하고도 저급한 정치 뉴스를 시민들이 읽어줄 필요도, 읽을 이유도 없다. 

<시민언론 민들레>는 빅데이터 여론분석 전문기업인 <스피치로그>의 ‘주간 키워드 분석’을 매주 게재합니다. ‘주간 키워드 분석’은 한 주 동안 보도된 뉴스, SNS, 커뮤니티, 유튜브 등 언론과 디지털 공간에서 나타나는 전체 여론의 동향을 보다 정확하게 이해하는 데 도움을 줄 것입니다. 특히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시민들이 개인 미디어를 통해 적극적이고 활발히 소통하며 새로운 공론의 장을 만들어 가는 시대에 SNS, 커뮤니티, 유튜브에서 나타나는 키워드 분석은 민심의 동향을 보다 정확히 읽을 수 있는 의미 있는 자료가 될 것입니다. <편집자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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