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정부의 뉴라이트] ➄'군인 뉴라이트' 나종남 대령
한 총리·육사의 거짓말 과정서 '나종남 실체' 드러나
육사 군사사학과 교수…홍범도 장군 '흉상 철거' 총괄
'뉴라이트 사관' 담은 국정 교과서 현대사 집필 참여
"일생을 조국과 민족 위했던 박정희" 주장한 사학자
한덕수 총리의 “윤 정부는 뉴라이트적 시각 없다”는 거짓말
설훈 더불어민주당 의원 “홍범도 장군은 공산당으로 폄훼하고 친일 반민족자(백선엽)는 육사 홈페이지에 버젓이 올려 찬양하고 있다. 이게 바로 극우 뉴라이트의 본색이다. (…) 제일 중요한 게 대통령은 이념이라고 하는데, 그 이념의 내용을 들여다보면 아무리 봐도 뉴라이트의 극우 사관이다.”
한덕수 국무총리 “윤석열 정부가 극우 뉴라이트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시각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지난 9월 5일, 국회 본회의 대정부 질문 자리에서 벌어진 설 의원과 한 총리의 설전 한 장면이다. 설 의원은 윤석열 정부의 뉴라이트 역사관을 의심했고 한 총리는 부인했다. 이때만 해도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추진의 배후에 뉴라이트가 있으리라는 ‘심증’은 있었지만 ‘물증’은 없었다.
그러나 설 의원과 한 총리의 설전이 있던 바로 그날 경향신문이 ‘물증’을 내놨다. 정성호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을 통해 확인한 ‘물증’을 단독 기사로 보도한 것이다. 한 총리의 부인은 결과적으로 거짓말이 됐다.
“육군사관학교에 설치된 홍범도 장군 등 독립운동가 5인의 흉상 철거를 주도했던 육사 ‘기념물 재배치 위원회’(위원장 김순수 교수부장)의 실무 총괄자가 나종남 육사 군사사학과 교수로 5일 확인됐다. 나 교수는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교과서 현대사 집필진이었다. 뉴라이트 성향으로 평가받는 한국현대사학회가 출범한 2011년 당시 언론 보도를 보면 창립준비위원 명단에 나 교수 이름이 명시돼 있다. 윤석열 정부와 군이 소련공산당 가입 이력을 문제 삼아 홍 장군 흉상 철거를 결정하면서 친일 전력이 있는 백선엽 장군의 웹툰은 복원시키는 등 독립운동사 지우기에 나선 배경에 뉴라이트 세력이 있다는 정황이 드러난 것이다. (…) 독립운동가 흉상 철거 논란이 일어난 뒤 재배치 위원회 인사 명단이 확인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023.9.5. 경향신문)
경향신문의 보도가 나오기 전 정부와 군은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은 뉴라이트 이념 편향과는 무관하다’는 취지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 그러나 ‘기념물 재배치 위원회’와 ‘실무 총괄자 나종남’의 존재가 알려지면서 그런 주장은 무색하게 됐다.
나종남은 다른 뉴라이트 계열의 인사들과는 달리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사람이다. 대외 활동에 제한이 있을 수 밖에 없는 군인 신분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경향신문의 보도로 ‘대령 나종남’은 대중에게도 이름 석 자를 널리 알리게 됐다. 나종남은 1993년 육사 졸업 후 서강대(석사)와 미국 노스캐롤라이나 대학교 채플힐(박사)에서 역사를 전공, 육사 교수로 재직중인 학자다.
육사도 “나종남은 뉴라이트 단체와 무관하다” 거짓말
‘뉴라이트 교수’에 대한 언론 보도가 부담스러웠는지 육사는 “나 교수는 한국현대사학회와 무관하며 창립준비위원 등으로 활동한 적이 없다”는 해명을 내놨다. 육사의 해명 역시 거짓말이었다. 한국현대사학회 출범 당시의 언론 보도를 보면 나종남은 준비위원 명단에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한국현대사학회는 좌우 이념을 떠난 세계사 속의 객관적인 한국 현대사 정립을 목표로 20일 출범한다. (…) 창립기념학술대회에서 발표하는 김명섭 연세대 교수는 ‘해방전후사의 인식’의 공동 저자이고, 도진순 창원대 교수는 현대사 분야 국내 1호 박사다. 6·25전쟁 연구의 권위자인 허만호 경북대 교수, 양영조 조성훈 군사편찬연구소 책임연구원과 군사(軍史)분야 전문가인 김광수 나종남 육군사관학교 교수, 정명복 공주대 교수도 참여한다.” (2011.5.12. 동아일보)
한국현대사학회는 출범의 변으로 ‘이념적으로 좌편향된 사관 극복’을 내세웠다. ‘대중과의 교감’을 위해 ‘왜곡된 현대사를 수정하기 위한 교육 및 강좌 프로그램 진행’ ‘한국현대사 교과서 별도 제작, 한국현대사 총서 발간’ 등의 사업도 제시했다.
한국현대사학회는 ‘좌편향 교과서를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하던 ‘교과서포럼’의 인사들이 주축이 돼 창립한 뉴라이트 성향의 학술 단체다. 이 단체는 이명박 정부 때 역사 교과서에서 ‘민주주의’를 ‘자유민주주의’로 바꿔 서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 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문제를 축소·왜곡하거나 이승만·박정희 정부를 미화한 교학사 한국사 교과서를 집필했다.
나종남, 국정교과서 현대사 부분 집필 참여
한국현대사학회의 숙원 사업 가운데 하나였던 ‘뉴라이트 교과서’ 집필진에는 나종남도 포함돼 있었다. 나종남은 2016년 박근혜 정부 때 추진했던 중·고등학교 국정 역사교과서의 현대사 부분 집필진으로 참여했다.
당시 ‘뉴라이트의 사관’을 반영한 국정 역사교과서는 큰 비판을 받았다. 일제강점기에 대한 서술 부분을 줄였다. 박정희 정부 부분을 확대했다. 항일독립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무시했다. 친일파의 ‘공로’를 인정했다. 1948년 8월 15일 이승만 정부의 출범을 건국일로 삼아야 한다는 이른바 ‘건국절 사관’을 담았다. 재벌을 미화했다. 기존의 검정 교과서와는 달라도 크게 달랐다.
나종남은 2021년에 출간된 <아~ 잊으랴, 어찌 우리 이날을>에 공동 저자로 참여했다. 나종남은 ‘6·25전쟁 초기 춘천전투의 기적’이라는 > 꼭지를 썼다.
집필진은 이 책의 기획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반일 감정은 더 심해져서, 젊은 세대가 그 시대를 살았던 이들보다 더 일본을 증오한다. 반면에 6·25전쟁에 대해서는 내용도 잘 모르고, 전쟁을 일으킨 세력에 대한 반감도 별로 없다. (…) 6·25전쟁을 기억하고, 그 전쟁의 의의를 강조하기 위해서 이 책을 기획했다.”
필자들의 면면을 보면 뉴라이트 계열의 학자들 일색이다. 연세대 정외과 교수인 김명섭은 ‘연세대학교 이승만연구원’ 원장을 역임했다. 초대 원장은 학계의 ‘뉴라이트 대부’로 불리는 류석춘 전 연세대 교수다. 김명섭은 최근 육사의 홍범도 장군 흉상 이전 시도와 관련, “흉상을 교정에 세우는 일은 육사 출신들의 민주적 합의가 필요한 일”이라며 ‘찬성 취지’의 발언을 했다.(조선일보 2023.8.29)
저자 김승욱은 한국제도·경제학회 회장이다. 경제학계의 또다른 ‘뉴라이트 맏형’격인 이영훈이 이 학회의 회장 출신으로 지금은 고문직에 있다. 이밖에 전 월간조선 기자인 김용삼과 김성훈이 저자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나종남은 2008년 <대한민국 건국의 재인식>이라는 책의 공동 필자로도 참여했다. 나종남은 ‘국가안보의 보루를 세우며 : 대한민국 국군의 건군, 1945~1948’ 부분을 썼다.
역시 이영훈, 김영호, 강규형 등 ‘거물급’ 뉴라이트 학자들이 다수 참여한 책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김영호는 통일부 장관, 강규형은 총리실 산하 국가기록관리위원회 위원장을 거쳐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체제 이후 한국교육방송공사(EBS) 이사 자리에 앉아 있다.
“일생을 조국과 민족을 위했던 박정희”?
나종남은 뉴라이트 단체 참여, 교과서 집필, 책 저술 등의 활동과는 별개로 사적 공간에서도 박정희에 대한 존경심을 표한 바 있다. 나종남은 2014년 자신의 페이스북에 <박정희 모든 것을 파헤친다! 박정희의 날조에 대한 모든 것을 반박하고 일생을 조국과 민족을 위했던 박정희의 모든 것을 보여준다>는 글을 올리며 박정희의 공적과 치적을 인정해야 한다는 뉴라이트 계열 학자들의 발언을 소개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독립군 토벌 사실이 100% 날조됐다.” “민주화란 것은 산업화가 끝나야 가능한 것이다.” “자유라는 것은 그 나라의 수준에 맞게 제한돼야 한다. 이를 가지고 독재라고 매도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 등의 ‘박정희 찬양’ 발언이었다.
윤 대통령, 뉴라이트와 결별해야
정통 학계에서는 뉴라이트 학자들의 주장을 인정하지 않는다. 특히 역사 분야에서는 ‘정파’ 아닌 ‘사파’로 취급한다. 그들의 식민지 근대화론 주장, 이승만·박정희 독재 미화 등 왜곡된 사관 때문이다. 만주 벌판에서 피 흘리며 싸운 독립투사들을 모욕하고 친일파의 ‘공로’를 인정하자고 주장하기 때문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그들과 결별해야 한다. 더이상 그들을 정부 요직에 앉히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이미 요직에 앉아 있는 인사들은 정리해야 한다. 안 그러면 임기 내내 사전에도 없는 ‘공산 전체주의’같은 황당한 발언이나 일삼으며 ‘뉴라이트 대통령’이라는 오명을 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