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라리 "메시아적 광신자-기회주의자 동맹이 재앙 불러"
하마스 참극 원인은 "이스라엘 좀먹은 포퓰리즘“
비판자를 "암약하는 반역자" 낙인찍는 네타냐후
"이스라엘, 긴 오만의 세월…팔레스타인 무시"
"하마스 저지른 잔혹 행위들 정당화 안 된다"
"2022년 12월 구축된 (베냐민) 네타냐후 연정은 지금까지 최악이었고, 메시아적(유대 종교적) 광신자들과 파렴치한 기회주의자들의 동맹이다."
예루살렘의 히브리대 역사학 교수인 유발 하라리는 11일 '하마스 공포는 또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의 댓가에 관한 교훈'이란 제목의 워싱턴포스트 기고에서 이스라엘이 포퓰리즘이 초래한 국가 기능 장애로 인해 '하마스 참극'을 막지 못했다면서 이렇게 말했다.
세계적 베스트셀러 '사피엔스'와 '호모데우스'의 저자인 하라리는 예루살렘의 히브리대에서 역사학 교수로 있다. 1976년 이스라엘 하이파에서 태어난 그의 부모는 레바논계 유대인이다.
하마스 참극 원인은 "이스라엘 좀 먹은 포퓰리즘“
하라리에 따르면, 이스라엘은 아주 오랜 기간 대중선전의 천재이나 총리로선 무능한 네타냐후라는 "포퓰리스트 독재자"가 지배해 왔다. 네타냐후는 반복해서 "국익보다 사익"을 앞세웠고 "분할 통치"를 통해 정치 경력을 쌓았다. 주요 직위에는 "능력보다 충성도"로 사람을 앉혔다.
또한 "실패에 대한 책임은 절대 지지 않고 성공하면 어김없이 공을 챙겼으며" "진실을 말하거나 듣는 것"을 전혀 중시하지 않았다.
그 최악의 사례가 바로 작년 12월 구축된 네타냐후 극우 연정이라는 게 하라리의 얘기다. 부패 사건으로 실각했던 네타냐후가 작년 11월 총선을 통해 총리로 복귀하기 위해 연정을 구성하면서 "메시아적 광신자들"과 손을 잡았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 정당이 유대교 근본주의 정당인 '종교적 시오니스트당'이고, 그 지도자가 벤-그비르국가안보장관과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이다.
이들은 '야훼가 약속한 땅'이라면서 요르단강부터 지중해에 이르는 '유대 국가'(Jewish state)의 건설을 최고의 목표로 삼고 점령지역인 가자와 서안 지구에 대한 정착촌 확대와 팔레스타인 정체성 말살 정책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네타냐후, 비판자는 "암약하는 반역자"로 낙인
하라리에 따르면, 네타냐후 극우 연정은 악화하는 안보 상황을 포함해 이스라엘의 수많은 문제를 무시하고 "무한 권력"을 장악하는데 여념이 없었다.
특히 무한 권력을 추구하는 과정에서 "극단적인 분열 정책"을 채택하고, 자신들의 정책을 비판하는 국가기구들(일례로 사법부)에 관한 "터무니없는 음모론들"을 퍼뜨리며 비판자들을 "암약하는 반역자들"로 낙인찍어 왔다.
그동안 보안부대와 많은 전문가가 극우 연정의 정책들이 이스라엘을 위험에 빠뜨리고 외부 위협 증가에 대비한 이스라엘의 억지력을 손상할 수 있다고 반복해 경고했으나 듣지 않았다.
일례로 이스라엘 국가방위군(IDF) 합참의장이 네타냐후 정부 정책이 안보에 미칠 영향에 관해 경고하고자 네타냐후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부됐다. 뒤이어 경고했던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잘렸다가, 최근 대중의 분노가 터지자 어쩔 수 없이 다시 임명하기도 했다.
하라리는 "오랜 기간에 걸친 그런 행태로 인해 이스라엘에 재앙이 덮쳤다"고 말했다. 그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분쟁에 어떤 생각을 지녔든 간에, 포퓰리즘이 이스라엘 국가를 어떻게 좀먹어 갔는지를 전 세계 민주주의들은 하나의 경고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스라엘, 긴 오만의 세월…팔레스타인 무시"
또한 하라리는 이스라엘의 국가 기능이 실종된 또 하나의 원인으로 "긴 오만의 세월"을 거론했다. 그는 "그 기간에 우리 정부와 대다수 보통의 이스라엘인은 팔레스타인인보다 훨씬 더 강하고, 그래서 그들을 그냥 무시해도 된다고 느껴왔다"고 말했다.
이어 하라리는 "이스라엘이 어떻게 팔레스타인과 화해 시도를 포기했는지, 수십 년간 수백만 명의 팔레스타인인을 점령 상태에 뒀는지에 대해 비판할 것들은 많다"고 덧붙였다.
하라리는 지난 7일 하마스 무장대원들이 침투했던 크파르 아자와 베에리 키부츠 현장에 있었던 친지와 친구들로부터 "많은 몸서리쳐지는 얘기"를 들었다면서 "하마스가 저지른 잔혹 행위들은 이런 것들로 정당화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절박한 때인 지금은 세계의 우리 친구들이 곁에 있어 주길 바란다"며 하마스에 대한 규탄과 제재, 즉각적 인질 석방과 하마스의 완전한 무장 해제 등을 촉구해 줄 것을 호소했다.
하라리는 "과거는 바꿀 수 없지만, 하마스에 대한 승리가 담보된다면 이스라엘인들은 우리의 현 정부에 대한 책임 추궁뿐만 아니라 포퓰리스트의 음모들과 메시아적인 환상들을 버리고, 안으로는 민주주의란 이스라엘의 건국 이념, 밖으로는 평화를 실현하는 진지한 노력을 할 것이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