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경심, 추석에 가족 품으로…"건강 회복 집중, 힘내겠다"

휠체어 탄 채 출소…마중 나온 이들에 손인사‧목례

"딸 기소 심경" 기자들 소나기 질문엔 대답 안 해

입장문 내고 "시민 여러분 성원 덕에 여기까지 와"

허리디스크 파열, 하지 마비, 결막염 등 건강 심각

한동훈 법무부, 윤석열 장모 최은순 보석 염두에?

2023-09-28     김호경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정경심 전 동양대학교 교수가 27일 오전 가석방으로 풀려나 휠체어를 타고 경기 의왕 서울구치소를 나서고 있다. 2023.9.27. 연합뉴스

허리디스크 파열과 하지마비, 결막염 등으로 병세가 위태롭던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추석을 앞두고 마침내 가족 품으로 돌아왔다. 정 전 교수는 "건강을 회복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힘을 내 살아가겠다"며 시민들 성원에 거듭 고마움을 전했다.

정 전 교수는 27일 오전 10시 5분쯤 수감 중이던 경기 의왕시 서울구치소에서 휠체어를 타고 나왔다. 현장에는 지인과 지지자 30여 명이 모여 응원 문구가 적힌 손팻말을 들고 그를 따뜻하게 맞았다. 정 전 교수는 이들을 향해 손 인사를 하고 고개를 숙여 목례를 한 뒤 차량을 타고 이동했다. 기자들이 "가석방됐는데 심경이 어떤지" "딸 조민 씨도 기소됐는데 어떻게 생각하는지" "검찰의 무리한 기소라고 생각하는지" "아들의 허위 인턴 의혹에 대해 부인하는 입장은 변함이 없는지" 등을 물었지만 대답하지 않았다.

정 전 교수는 귀가 뒤 비로소 입장문을 내고 "그동안 응원해주신 시민 여러분께 감사드린다"며 "저와 제 가족들은 여러분들의 성원 덕분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 건강을 회복하는 일에 집중하면서 힘을 내어 살아가겠다"면서 "다시 한번 성원에 감사드린다"고 했다.

앞서 배우자인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페이스북에서 "정 교수는 무엇보다도 먼저 건강 회복에 힘쓸 것"이라며 "언론인 여러분께 간곡히 부탁드린다. 과거와 같이 집 근처에 잠복해 카메라를 들이대거나 차량으로 가족을 추적하는 등 파파라치 행태를 삼가해주시길 간곡히 빈다. 절대 안정이 필요하다"고 언론의 자제를 거듭 당부한 바 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8.15 광복절 특별사면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2023.8.14. 연합뉴스

법무부는 지난 20일 가석방심사위원회를 열고 정 전 교수에 대해 가석방 적격 판정을 내렸다. 현행법상 유기징역을 선고받은 사람은 형기의 3분의 1이 지나면 가석방될 수 있다. 정 전 교수는 형기의 4분의 3 이상인 약 3년 1개월을 복역했다. 확정된 징역 4년을 기준으로 정 전 교수의 만기 출소일은 2024년 8월이다.

정 전 교수는 딸 조민 씨의 동양대 표창장을 위조하고 입시에 부정한 영향력을 행사한 혐의(업무방해) 등으로 기소돼 지난해 1월 대법원에서 징역 4년을 확정받았다. 올해 2월에는 아들 조원 씨와 관련한 입시 비리 혐의 1심 재판에서 유죄가 인정돼 징역 1년이 추가됐으나 항소해 현재 2심이 진행 중이다.

서울구치소에서 복역하던 정 전 교수는 그간 건강 문제를 호소하며 여러 차례 형집행정지를 신청해왔다. 지난해 10월 허리디스크 파열 및 협착, 하지마비 수술 등을 이유로 형집행정지를 신청해 1개월간 일시 석방됐다. 이후 추가 치료를 위해 석방 기간이 그해 12월 3일까지 한 차례 연장됐지만 2차 연장 신청은 받아들여지지 않아 재수감됐다.

이후 정 전 교수는 건강 악화를 이유로 올해 4월 또 형집행정지를 신청했으나 불허 결정을 받았다. 7월에 가석방 심사 대상에 올랐지만 부적격 판정을 받았다. 당시 정 전 교수의 건강 상태는 최악이었다. 이는 정 전 교수를 면회한 재미 석학 임성배 교수의 전언을 통해서도 그 참담한 실상이 알려진 바 있다.

 

임성배 교수가 정경심 전 교수를 면회한 뒤 페이스북에 올린 글

미국 뉴욕 주립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텍사스 세인트메리대학교 경영학과 종신교수 및 학과장으로 재직 중인 임 교수는 지난달 6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유리창 너머로 오른쪽 눈에 안대를 하고 휠체어를 탄 채 들어오는 정경심 교수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무너져 내렸다. 아내는 면회 내내 제 손을 꽉 잡으며 억지로 울음을 참느라 노력했다"며 "정경심 교수의 모습은 상상하지 못할 정도로 많이 야위었다"고 했다.

이어 "무엇보다 허리와 등의 2차례의 수술 후 반드시 요구되는 물리 치료를 위한 형집행정지 신청이 불허돼 하지가 마비가 되고 다리 힘을 잃어 걷지를 못해 휠체어 신세를 지고 있었다. 냉방시설이 전혀 없는 구치소의 고열로 인해 얼굴은 빨갛게 상기되고 부어 있었다"면서 "원래부터 문제가 심한 오른쪽 눈에 결막염이 생겨 두터운 안대까지 하고 있었다"고 전했다.

임 교수는 "끝까지 웃음을 잃지 않으려 애쓰던 정경심 교수가 마지막 눈인사까지 하고 교도관이 휠체어를 돌려세우고 떠나 시야에서 사라지자 아내는 참았던 눈물을 펑펑 쏟아내며 통곡을 했다"며 "정경심 교수는 가슴이 아파 어쩔 줄 모르는 저희 부부를 배려해 면회 시간 내내 힘을 내어 웃는 모습을 보였지만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너무나 약해진 모습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서울구치소 차원에서는 가석방 대상자로 선정돼 법무부에 심사가 의뢰됐으나 불허가 되었다고 한다. 지금 정경심 교수는 허리, 등, 눈, 머리 등 여러 곳이 매우 심각하게 아픈 상황이라 인도적인 차원에서라도 배려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고 법무부 측에 간곡하게 요청했다.

법무부 장관 소속으로 설치된 가석방심사위원회는 법무부 차관이 위원장을 맡고 위원은 법무부 소속 공무원, 검사, 판사, 변호사, 교정에 관한 학식과 경험이 풍부한 사람 중에서 법무부 장관이 임명 또는 위촉하도록 돼 있다. 현재 위원장인 이노공 법무부 차관을 포함해 신자용 법무부 검찰국장, 신용해 법무부 교정본부장, 윤웅장 법무부 범죄예방정책국장, 김대웅 서울고등법원 부장판사 등 9인이 위원을 맡고 있다.

그간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 등 온갖 대형 비리 인사들은 줄줄이 풀어주면서도 건강이 극도로 악화된 정경심 전 교수에 대해서는 냉혹하기 짝이 없던 한동훈 법무부 측이 돌연 정 전 교수 가석방을 결정하자 일각에서는 구속 상태에 있는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의 보석 석방을 염두에 둔 정지작업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 법무부, 돌연 정경심 가석방 결정…최은순 보석 염두?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