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흥지구 특혜' 검찰 봐주기 수사…몸통 드러날까 봐?
최은순 장남, '복사→붙여넣기' 수법으로 문서 위조
개발부담금 '70억→0원' 만든 양평군은 수사 안 해
안철영 공소장엔 "입주민 배려해 허위공문서 작성"
범행 의도 선의로 해석…"가벼운 범죄처럼 만들어"
"윤석열 측근인 김선교 비위 드러날까 수사 축소?"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 처가가 연루된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의혹' 관련해 검찰이 책임자들을 재판에 넘기고 있지만, 정작 수사 내용을 뜯어보면 봐주기 수사 끝에 의혹을 되레 덮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 처남이자 최은순 씨의 장남인 김진우 씨를 사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하면서도 정작 시행사의 개발부담금이 17억에서 0원으로 줄어든 특혜를 누가 결정했는지에 대해서는 아무런 수사도 하지 않았고, 시행사의 시행 기간을 불법으로 연장해준 안철영 양평군 국장을 공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하면서도 범행 동기에 대해 "입주민 배려 차원이었다"는 안 국장의 논리를 그대로 공소장에 반영한 것으로 드러났다.
'복사하기 붙여넣기' 수법으로 문서 위조한 윤석열 처남
<리포액트>가 입수한 김진우 씨 등에 대한 공소장 분석 내용을 종합하면, 검찰은 김진우 씨 일당이 개발부담금을 줄이기 위해 토사 운반 거리를 부풀리거나 구매하지도 않은 토사를 구매한 것처럼 꾸미기 위해 문서를 위조했고 이를 양평군에 제출하는 수법으로 개발부담금 줄이기를 시도한 것으로 판단했다. 운반 거리가 멀고, 토사량이 많을수록 비용이 늘어난다는 점을 노려 사업지에서 18.5km 떨어진 경기도 광주의 사토장까지 15만㎥의 흙과 암석을 운반한 것처럼 꾸몄다는 것이다.
검찰(수원지검 여주지청)은 또 공소장에서 "김진우 씨 일당이 2016년 8월께 모 회사의 인영 이미지(위변조 여부를 확인하는 진본 마크)를 위조하기 위해 그림판 프로그램의 잘라내기, 붙이기 기능을 이용해 파일을 만들었다"고 밝혔다. 김 씨 일당에게 모 사업가가 "개발부담금이 적게 나오게 해주겠다"고 제안했고 김 씨가 이를 받아들였다는 게 검찰의 판단이다. 검찰은 양평군청과는 관계없는 김 씨 일당의 단독 범행으로 보았다.
그러나 토사 구입 및 운반 비용 부풀리기만으로는 결코 개발부담금을 17억 원에서 0원으로 조정시킬 수 없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양평군에서 20년 이상 건축업을 해온 한 관계자는 "350여 세대 아파트를 짓는 공사의 토사 비용은 아무리 많이 잡아도 5억 원 미만이다. 토사 관련 비용은 개발부담금 산정할 때 극히 일부 항목이고 대체로는 토지 구입 비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설명했다.
'70억 →0원' 개발부담금 조정해준 양평군 수사 안 해…몸통 드러날까봐?
공흥지구 개발 이후 개발분담금이 17억에서 0원으로 조정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끼친 것은 토사 구매와 운반 비용 부풀리기 탓이라기보다는 양평군이 토지 구입 비용 산출에 대해 '공시지가' 대신 이에스아이엔디(ESI&D) 쪽이 신고한 '토지 매입가'를 그대로 반영한 것이 결정적이었던 것으로 분석된다. 하지만 이에 대한 검찰 수사 내용이 전혀 없어 뒷말이 나온다.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양평군청으로부터 받은 자료를 보면, 애초 양평군은 공시지가를 적용해 12억 원의 토지 구입 비용을 추산했다가 이에스아이엔디가 신고한 토지 매입가를 적용해 63억 원의 토지 구입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계산했다. 이외에 정상지가 상승분도 6400만 원으로 추산했다가 9억 4000만 원으로 다시 계산했다. 이 때문에 이에스아이엔디의 공흥지구 개발비용 추산은 애초 90억대에서 106억대로 재조정되고, 개발이익도 애초 약 70억 원으로 추산됐다가 약 1억 원의 적자를 본 것으로 재추산되었고, 결국 개발부담금은 0원으로 결정되었다.
또 공흥지구 토지등기부등본을 분석해보면, 시행사가 '바지 토지 주인'을 내세워 토지 구입 비용을 조작하기 쉬운 구조를 만든 흔적이 확인된다. 이에스아이엔디 쪽이 구입한 공흥리 부지 상당수는 안 아무개 씨로부터 사들인 것으로 나오는데 안 씨는 이 땅들을 2004년 11월 9일 김 아무개 씨로부터 사들였다. 그런데 안 씨가 이 땅을 사들인 지 보름여만인 2004년 11월 25일 김 아무개 씨와 이 아무개 씨에게 매매예약한 흔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공흥리 땅이 농지라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안 씨를 내세워 땅을 사들였지만 실제 주인은 다른 사람이라는 정황이다. 2004년 당시 실제 땅 주인이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안 씨가 함부로 땅을 팔 수 없도록 매매예약을 걸어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 땅들은 2006년 12월 최은순 씨에게 최종 매매된다. 안 씨가 '바지 토지주'라면 이를 사들인 시행사가 양평군에 신고한 토지 매입 비용도 조작되었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안 씨는 최은순 씨와 여러 사업관계로 얽혀있는 인물로 알려졌다.
'최은순 공흥지구 특혜' 안철영 공소장 보니 "입주민 배려 위해"
검찰은 불법으로 공흥지구 사업 시행 기간을 늘려준 안철영 국장 등을 공문서 위조 혐의로 기소했지만 "준공을 앞둔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민원이 예상되어 (중략) 허위공문서를 작성하였다"며 사실상 안 국장의 범행 의도를 선의로 해석해 공소장에 기재한 사실이 <리포액트> 취재로 확인됐다.
안 국장 등에 대한 공소장을 보면, 검찰은 "피고인들은 도시개발구역 지정, 개발계획 수립, 실시계획인가 등의 절차를 정상적으로 다시 거칠 경우 절차 진행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어 준공을 앞둔 아파트 입주 예정자들의 민원이 예상될 뿐만 아니라 당초 인가된 도시개발 시행 기간 만료 후에 진행된 도시개발사업의 위법성 문제를 인식하게 되자 (중략) 공모하여 허위공문서를 작성하였다"고 공소장에 썼다.
안 국장 등 공무원 3명은 2016년 6월 양평 공흥지구(350가구) 개발사업 준공기한을 '2014년 11월'에서 '2016년 6월'로 임의 변경한 혐의를 받는다. 준공기한 변경은 '중대한' 사항에 해당함에도 '경미한' 것처럼 보고서를 허위 작성했다는 것이다. 검경은 담당 공무원 3명이 시행사에 막대한 이익을 주면서도 대가성 등은 입증하지 못했다고 설명해왔는데, 탄원서 내용을 그대로 수용한 것을 보면 애초에 대가성 부분에 대해 수사를 안 한 것 아니냐는 의혹이 나온다.
앞서 양평군 공무원들은 수원지검 여주지청에 탄원서를 냈다. 탄원서에는 "양평 공흥지구는 인구가 증가하는 추세 속에서 '양평군 최초의 도시개발 사업'이었으며 건설공사가 완료되어 준공 절차만 남아 있는 상태로 약 350세대의 주민이 입주를 앞두고 있는 급박한 상황이었기에 담당 공무원들은 절차적 문제보다는 지역 주민들이 입을 피해를 고려하여 주민을 위한 행정을 추진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안철영 등 공무원들에 대해 선처를 탄원한다"고 기재됐다.
검찰 출신의 한 변호사는 <리포액트>에 "범행 동기 설명 부분은 검찰의 처벌 의지를 엿볼 수 있는 중요한 부분이다. 판사가 형량을 결정할 때도 검찰의 구형을 보고 판단하는데, 검찰이 먼저 가벼운 범죄처럼 만들어주는 셈이다. 여론의 눈치 때문에 기소는 하지만 가벼운 벌금형 정도가 나오도록 검찰이 탄원서 내용을 그대로 옮겨 적어준 것 아닌지 의심스럽다"고 말했다.
여현정 양평군 의원은 "최은순 씨 아들이 운영하는 시행사와 양평군의 유착 정황이 상당한데 이에 대해 아무런 수사를 벌이지 않았다. 윤석열 대통령의 측근인 김선교 전 양평군수의 비위가 드러날까봐 검찰 수사를 축소한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말했다.
한편, 안철영 국장은 양평고속도로 종점 변경안을 양평군 내부에서 추진해 국토부에 건의하도록 한 인물로도 주목받고 있다. <시민언론 더탐사>와 <리포액트>는 "안철영 국장이 '종점 변경안을 지도로 그려서 국토부에 제출하라'고 했다"고 설명하는 양평군 공무원의 내부 녹취록을 폭로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