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긋한 한은, 내년 성장률 전망치 2.2%로 찔끔 낮춰
올해는 위기요인에도 종전 전망치 1.4% 유지
소비자물가도 올해 3.5%, 내년 2.4% 그대로
사실상 물 건너간 '상저하고'에 기댄 전망 무리
한국은행이 내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치를 2.2%로 소폭 내려 잡았다. 그러나 올해 성장률은 1.4%로 기존 전망치를 유지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도 올해 3.5%, 내년 2.4%를 그대로 유지했다. 그러나 국내외 상당수 연구소 등이 한국 경제의 반전에 대해 회의적으로 전망하고, 실제로 8월 체감 경기가 연초 수준으로 떨어진 점을 감안하면 한은의 전망이 지나치게 낙관적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한은은 24일 발표한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로 지난 5월 발표 당시와 같은 1.4%를 제시했다.
한은은 지난해 2월(2.5%)부터 5월(2.4%), 8월(2.1%), 11월(1.7%), 올해 2월(1.6%), 5월(1.4%) 등 다섯 차례에 걸쳐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지만 이번에는 유지했다. 최근 부동산 위기를 포함한 중국 경제 둔화, 수출 감소세 지속 등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석 달 전 예상했던 성장 경로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한 것이다.
한은의 올해 성장률 전망치 1.4%는 기획재정부나 국제통화기금(IMF) 등과 같은 수준이다. 그러나 한국개발연구원(KDI)이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의 1.5%보다는 낮고, 아시아개발은행(ADB)이나 한국경제연구원, 금융연구원의 1.3%, 일부 투자은행(IB)의 1%대 초반보다는 높다.
한은이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유지한 것은 중국 부동산 위기, 미국 긴축 지속 우려 등 여러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우리 경제가 기존의 '상저하고' 흐름을 벗어나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은의 이런 판단은 최근 한국 경제의 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됐다는 정부 진단과 결을 같이 한다. 기재부는 지난 11일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 8월호에서 "월별 변동성은 있겠지만 경기둔화 흐름이 일부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기재부는 수출 회복과 경제 심리·고용 개선 흐름을 그 근거로 들었다. KDI도 지난달 우리 경제가 '경기 저점을 지나가고 있다'고 판단한 데 이어 8월 경제 동향에서는 "경제 부진이 점진적으로 완화되는 모습"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정부와 한은 등의 이런 전망은 이미 어긋난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경기가 올해 하반기에는 회복될 것이라는 정부의 희망어린 전망과는 달리 다시 연초 수준으로 떨어졌다. 한은이 발표한 8월 기업경기실사지수는 전산업 71, 제조업 67로 지난 2월 이후 6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한은은 이날 내년 우리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5월 발표했던 2.3%에서 0.1%p 낮춘 2.2%를 제시했다. 한은은 지난해 11월에는 2024년 우리 경제가 2.3% 성장할 것으로 예측했으나 올해 2월 2.4%로 소폭 높여 잡았다. 그러나 5월 2.3%로 낮춘 뒤 이달 2.2%로 두 차례 연속 하향 조정했다.
내년 성장 반등 폭이 이전 전망에 비해 약해지면서 잠재성장률 수준인 2% 유지가 위협이 되는 선까지 내려왔다. 한은의 내년 성장률 전망치(2.2%)는 지난달 초 '2023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정부가 제시한 2.4%나 KDI의 전망치 2.3% 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다만 국제금융센터가 집계한 지난 7월 말 기준 8개 주요 외국계 투자은행(IB)의 내년 한국 성장률 전망치 평균인 1.9%보다는 높다.
한은은 올해와 내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각각 3.5%와 2.4%를 제시했다. 이는 지난 5월 전망 때와 같은 수준으로, 올해는 물가안정 목표인 2%를 훨씬 웃도는 고인플레이션(물가 상승) 흐름이 유지되다가 내년 상승 폭이 둔화할 것으로 본 결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