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학금 뇌물'…증언으로 확인된 '증거은폐·진술유도'
[조국 항소심①] 검, 의전원장 '허위 진술' 유도
검 "17년 1학기 의전원장이 노 교수에게 '주의'"
변 "검, 이 원장 진술 허위 알고도 그대로 기록"
변 "이 원장 '주의'…동기 간의 가벼운 대화"
조국 전 장관의 딸 조민 씨의 부산대 의전원 장학금에 대한 '뇌물' 혐의 수사에서 검찰의 증거은폐와 특정 방향의 진술유도가 있었다는 사실이 법정 증언을 통해 확인됐다.
21일 서울고등법원 형사13부(김우수 김진하 이인수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항소심 공판기일에서 증인으로 출석한 이준우 당시 부산대 의전원장, 안 모 학생과장, 이 모 장학금 업무담당자 등 3명의 부산대 의전원 관계자들은 노환중 전 부산의료원장 변호인의 "검찰이 피고인에게 유리한 증거를 은폐했고, 검찰조사에서 의도적으로 증인들의 허위 진술을 유도했다"는 주장을 뒷받침했다.
검 "17년 1학기 의전원장이 노 의원에게 '주의'"
조민 씨는 2016년 1학기부터 2018년 2학기까지 6학기 동안 노 전 원장의 '소천장학금'을 수령했다. 검찰은 이에 대해 "장학금은 보험성 특혜로 시작했다가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임명된 2017년 5월 이후인 2017년 2학기부터 뇌물로 변질됐다"는 구도로 '뇌물' 혐의를 주장했다.
검찰은 2019년 검찰 조사에서 이준우 원장으로부터 "안 모 학생과장으로부터 조민에 대한 장학금 지급이 공정하지 못하고 문제의 소지가 있다고 보고를 받았고, 그 시기는 2017년 4월 19일 장학금 수여식이 있은 지 며칠 뒤"라는 진술을 이끌어냈다.
이 원장은 또한 "안 과장이 '장학위원회 회의 결과 조민 학생의 경우 성적우수자도 아니고 가계곤란자도 아님에도 연속적으로 장학금을 받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얘기해 며칠 뒤 노환중 교수를 면담해 '노 교수가 잘 생각해서 지급했으면 좋겠다'는 뜻을 전했다"고 진술했다.
즉 ①2017년 1학기 장학위원회에서 조민에게 장학금 지급 부적절 의견 ②안 모 학생과장이 이준우 원장에게 보고 ③이 원장, 노환중 교수에게 주의 조치의 순서로 조민 씨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것을 분명히 했는데도,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으로 임명되자 부산대병원장을 노리던 노 교수가 이 원장의 경고를 무시하고 2017년 2학기부터 '뇌물' 성격의 장학금 지급을 강행했다는 것이 검찰 주장의 기본 골격이다.
변 "검, 이 원장 진술 허위 알고도 그대로 기록"
그러나 노 전 원장 변호인단이 밝힌 사실에 따르면 이는 모두 이 원장의 '허위 진술'을 바탕으로 한 것이었다. 이 원장은 단순히 그 당시를 정확하게 기억하지 못한 것뿐이었지만, 검찰이 '허위'일 수밖에 없는 진술을 검찰이 모르는 척 그대로 받아들여 '장학금 뇌물' 혐의의 출발점으로 삼은 것이다. 그 진술이 허위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안 모 교수가 학생과장을 맡은 것은 2017년 3월로, 1학기 장학위원회가 열렸던 4월 19일 당시에는 조민 씨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있을 때였기 때문이다.
안 과장은 검찰 조사에서 "2017년에는 조민의 이름조차 몰랐고, 노환중 교수가 조민에게 연속 외부장학금을 주고 있는지조차 모르고 있었으며, 2018년도에야 조민의 이름과 피고인이 조민에게 연속 장학금을 주는 사실을 알게됐다"고 진술했다. 따라서 안 과장이 조민 씨에 대해 알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고, 안 과장이 "조민 학생에 대한 장학금 지급이 부적절하다"는 의견을 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검사는 이준우의 진술이 허위 진술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지적하거나 확인하지 않고 그대로 허위 내용의 진술조서를 작성해, 이를 근거로 조작·날조된 허위사실을 공소장에 기재하고 유죄의 증거로 제출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21일 공판에 출석한 이준우 원장은 "검찰 조사를 받을 때도 저렇게 정확하게 기억을 해서 진술한 것이 아니었고, 안 과장이 그런 보고를 한 시기는 그때나 지금이나 잘 모르겠다"고 진술했다. 안 과장 또한 "내가 조민 학생 애기를 했을 때는 조국 전 장관이 민정수석이 된 이후였다"고 분명하게 진술해 변호인의 주장을 완벽하게 뒷받침했다.
이 원장의 경우 안 과장의 보고와 노 원장에 대한 '주의'가 있었던 해가 "2017년인지 2018년인지 잘 모르겠다"고 답한 것이었지만, '2017년 1학기'로 특정한 검찰의 주장을 탄핵하기에는 충분했다.
변 "이 원장 '주의'…동기 간의 가벼운 대화"
또 다른 중요한 부분은 이 원장이 노환중 교수에게 했다는 '주의 조치'의 성격과 내용이다. 변호인이 제시한 2019년 10월 이준우 원장의 검찰 신문 조서의 해당 부분을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제가 노환중 교수에게 "조민 학생의 경우 2016년부터 3회 연속으로 장학금이 지급됐는데 성적우수자도 아니고 가계곤란자도 아니어서 조민 학생에게 장학금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장학위원회에서 바람직하지 않다는 보고를 받았는데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노환중 교수가 저에게 "조민 학생이 2015년 유급을 해서 2016년에 면담을 해보니 학업을 포기하려는 모습도 보이고 해서 제가 조민학생에게 유급만 당하지 않으면 장학금을 줄 테니 열심히 해라"라는 말을 했다고 했습니다.
제가 "그러더라도 장학위원회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하니 노 교수가 잘 생각해서 지급했으면 좋겠다"고 말했고, 노 교수는 의례적으로 "장학위원회와 제가 말하는 뜻을 잘 알겠다"고 말하고 면담을 마쳤습니다.
이 진술을 보면 당시의 분위기가 매우 엄숙하고 심각한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21일 공판에서 이 원장은 "대화의 분위기가 그런 게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 원장과 노 전 원장은 동갑에 의대 동기로서 스스럼없이 지내며 반말로 대화하는 사이다. 이 원장은 "가볍게 '그런 말이 있는데 어떻게 된 거냐 정도로 물어본 것이고, 노 교수도 면학 차원의 장학금이라고 설명한 뒤 '그럼 주지 말까?'라고 하기에 제가 '그럴 것까지야 있겠나. 지도 학생이라면 설명이 안 되겠나'라고 얘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의전원장의 근엄한 '주의 조치'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노 전 원장이 이를 무릅쓰고 장학금을 계속 지급했다는 것이 검찰의 그림이지만, 실상은 동기 간의 가벼운 분위기 속에 서로 양해를 이룬 대화에 불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