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빠진 8·15경축사… 일제도 강점도 광복도 없었다

'숭일' 윤석열, 광복절에도 눈물겨운 일본 배려

잔혹했던 35년 일제 식민지 과거사 통째로 들어내

부실한 작년 경축사에도 있던 "일제 강점기" 삭제

"국권 회복 가능성이 희박한 암흑의 시기"라고만

일본 언론 “윤 광복절 경축사, 역사 문제 언급 없어”

2023-08-15     이유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대강당에서 열린 제78주년 광복절 경축식에서 경축사를 하고 있다. 2023.8.15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연합뉴스

광복절은 1945년 8월 15일 우리 민족이 잔혹했던 35년의 일제 식민 통치에서 해방되고 조국을 되찾게 된 것을 축하하는 국경일이다.

해마다 이날이 오면 대한민국 대통령은 광복절 기념식에 참석해 경축사를 발표한다. 제78주년 광복절인 올해도 어김없이 윤석열 대통령이 했다. 먼저 그는 "조국의 독립을 위해 희생하고 헌신하신 순국선열들과 애국지사분들께" 경의를 표했다. 대통령 경축사의 당연한 수순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광복절 경축사라면 마땅히 일제의 조선 강점과 식민 통치, 그리고 민족 해방과 조국 광복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겼어야 했다.

 

 일본 자민당의 아이자와 이치로 의원(오른쪽) 등 '다함께 야스쿠니 신사에 참배하는 국회의원 모임' 소속 국회의원들이 15일 야스쿠니신사 집단참배에 나서고 있다. 2023.8.15. 연합뉴스

잔혹했던 35년 일제 식민지 과거사 통째로 들어내

그러나 윤 대통령은 밑도 끝도 없이 곧바로 "우리의 독립운동은 국민이 주인인 나라, 자유와 인권, 법치가 존중되는 자유민주주의 국가를 만들기 위한 건국 운동"이라고 주장했다.

그리고 나선 경축사의 대부분을 "주권을 회복한 이후의 독립운동", 즉 "북한 공산전체주의와의 싸움"에 할애했다. 한마디로 잔혹했던 일제 과거사 부분을 사실상 통째로 들어낸 것이다.

이것을 반증하듯 이날 경축사 어디에서도 '일제'나 '강점' '해방' 같은 단어는 찾을 수 없었다. 또한 '광복'이란 용어도 첫머리에 "오늘은 제78주년 광복절입니다"라고 한 것이 전부였다.

작년 5월 취임 이후 '친일'(親日)의 길을 달려온 윤 대통령인 만큼 어느 정도 이러리라 예상됐지만, 이번 경축사는 윤 대통령이 '숭일'(崇日)로까지 폭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작년 윤 대통령의 77주년 광복절 경축사가 모호하고 두루뭉술한 대일본 메시지 탓에 빈축을 샀지만, 그래도 일제 과거사를 통째로 들어낸 이번 경축사와는 비교할 수는 없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제작된 일제의 전쟁 포스터.  여성이 대일본국방부인회라고 쓰인 띠를 두르고 있다. 

부실한 작년 경축사에도 있던 "일제 강점기" 삭제

지난해 경축사에는 본문에 "광복절"이란 표현이 한번 더 나오고 "일제 강점기"란 표현이 모두 4차례 나온다. 그 중 "엄혹했던 일제 강점기"라거나 "조국의 미래가 보이지 않던 캄캄한 일제 강점기"라는 표현들이 눈에 띈다.

이와는 달리 올해 경축사에서 윤 대통령은 이 시대를 단순히 "국권을 회복할 가능성이 희박한 암흑의 시기"라고만 말해 사뭇 대조적이었다. 참혹했던 35년의 일제 식민 통치에서 해방된 날, 그 일제의 패전일인 광복절에서마저 최대한 일본을 배려하는 자세가 눈물겨울 정도다.

일본과 관련해서 윤 대통령은 "이제 우리와 보편적 가치를 공유하고 공동의 이익을 추구하는 파트너"라고 규정했다. 이어 "한일 양국은 안보와 경제의 협력 파트너로서 미래지향적으로 협력하고 교류해 나가면서 세계의 평화와 번영에 함께 기여할 수 있다. 특히, 한반도와 역내에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중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미래지향적 한일관계'와 '한·미·일 안보 협력'을 구실로 불법 식민 지배와 일제 침략사를 부인하는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신분 세탁을 해준 것이다.

 

8일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47차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이 서울시내를 행진하고 있다. 2023.7.8. 사진작가 이호

'숭일' 윤석열, 광복절에도 눈물겨운 일본 배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제104주년 3‧1절 기념사에서 일제 식민지 전락은 우리 민족의 무능 탓이라는 취지의 발언을 함으로써 대다수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

일본은 지금까지 조선 강제 병합과 35년의 일제 식민 지배를 합법이라고 우기고 불법적 군대 위안부 운영과 강제 동원(징용) 행위 자체를 부인하고 있다. 또한 1905년 러‧일 전쟁을 계기로 강점한 독도를 지금까지 "일본 땅"이라 주장하며 노골적으로 야심을 드러내고 있다.

대통령 광복절 경축사에 빠져선 안 되는 분단 극복과 남북문제에 대해선 '힘에 의한 평화'란 극단적 대결 정책을 더 강화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윤 대통령은 경축사에서 현 남북 관계를 "자유민주주의의와 공산전체주의의 대결"이라고 규벙한 뒤 "압도적인 힘으로 평화를 구축하겠다"고 주장했다.

일제의 압제에서 조국을 되찾은 광복절에 마땅히 고민해야 할 남북의 평화 공존과 한반도 비핵화, 한반도 평화 정착 등 분단 극복 방안에 관한 진지한 얘기는 보이질 않는다.

 

요미우리신문은 16일 '윤 대통령 역사 문제 언급 없어'라는 기사에서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에 대해 "옛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이나 위안부 등 역사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고 일본의 책임을 호소해 온 역대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2023.8.16. 연합뉴스

일본 언론 “윤 광복절 경축사, 역사 문제 언급 없어”

일본 언론들은 윤석열 대통령이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역사 문제에 대한 언급 없이 일본을 협력 파트너로 표현한 데 주목했다고 연합뉴스가 도쿄발로 전했다.

요미우리신문은 16일 '윤 대통령 역사 문제 언급 없어'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윤 대통령의 경축사에 대해 "옛 징용공(일제 강제동원 노동자의 일본식 표현)이나 위안부 등 역사 문제에 대한 언급이 없고 일본의 책임을 호소해 온 역대 대통령의 광복절 경축사와 차이가 두드러졌다"고 평가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도 "윤 대통령이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해방을 기념하는 광복절에 역사문제를 거론하지 않고 일본과 안보협력을 강조한 것은 이례적"이라며 "태평양 전쟁에서 일본이 항복한 8월 15일은 한국에는 일본의 식민 지배로부터 해방된 날로 역대 대통령은 보수 이명박·박근혜 대통령도 일본과 역사 문제를 연설의 주제로 했다"고 지적했다.

마이니치신문도 '이례적으로 일본 비판 없어'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역사 문제 등에서 일본에 대한 비판이 전혀 없는 이례적인 연설이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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