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거 없는 '이재명 10월 사퇴설' 이간계 뭘 노렸나
김무성 보좌관 출신 장성철 소장 발언으로 촉발
이재명 사퇴 후 김두관 대표설까지
김두관과 민주당 관계자 모두 부인
친명계 내부 이간 획책
기우제식 수사, 근거 없는 여론조사 동원 정당화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여의도 정가에서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10월 사퇴설이 회자되고 있다. 한 여권 방송 패널이 ‘전언’이라며 소개한 내용이 민주당 내부를 흔들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민주당 지도부가 강하게 부인하고 있어 사실이 아닐 가능성이 높지만, 민주당 내부를 이간시키고 ‘양평 고속도로’ 건 등으로 수세에 몰린 윤석열 정부에 대한 관심을 이재명 대표 쪽으로 돌리는 데는 어느 정도 성과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의 보좌관 출신인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은 지난달 28일 CBS라디오 <박재홍의 한판승부>에 출연해 “이 대표가 ‘내가 계속 버텨 총선에서 패배한다면 나도 죽고 당도 죽고 진보진영이 다 무너진다’면서 추석 후 10월에 퇴진할 생각을 하고 있다라는 말을 들었다"면서 “(이 대표가 퇴진하면서) K 의원을 당 대표로 밀 생각으로 지금 (처럼회 등) 40여 명의 의원이 하나의 뜻을 모았다고 하더라”라고 말했다.
장성철 "민주당 관계자에 들었다"
장 소장은 1일에도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후임자는) 김두관 의원이다 이런 식의 이야기를 했다”면서 “이재명 쪽 핵심 관계자분이 저한테 연락이 와서 김두관 의원에 대해서 우리가 아직 확신을 못 하겠다 그런 이야기를 해줬다”고 말했다. 이어 “(이 대표 사퇴후) 조기 전대가 열리게 되면 김두관이 나가고 정청래가 나가면 현 당헌 구조상 정청래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중도층에 소구력이 없어) 정청래 의원을 설득해 말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이야기도 나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민주당 인사들은 모두 들어본 적도 없는 소설이라는 반응이다. 소문의 당사자인 김두관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31일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전혀 사실무근이고 금시초문”이라면서 “전혀 들은 바가 없고 아마 평론가들이 상상력을 발휘해서 쓴, 해프닝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정청래 민주당 최고위원도 지난달 31일 KBS라디오 <주진우 라이브>에 출연해 “(이 대표는) 퇴진하지 않는다”면서 “안줏거리로 그런 이야기를 할 순 있겠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대표도 그런(퇴진할) 생각이 없고, 저희 최고위원도 똘똘 뭉쳐 있지 않느냐”고 말했다.
조정식 민주당 사무총장은 지난달 30일 국회에서 열린 간담회에서 “정색해서 논평하거나 그럴 건 굳이 없는데 한마디로 말씀드리면 터무니없는 지라시 수준의 소설이라고 말씀드리고 싶다”면서 “각자가 상상력과 소설은 자유지만 그렇게 이제 남의 당을 상대로, 소재로 해서 그런 소설을 써대는 것은 매우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민주당 당 대표 정무조정실장인 김영진 의원도 KBS라디오에 출연해 “터무니없는 이야기”라면서 “그런 정도의 이야기를 하려면 김영진 정도는 들어가 이야기해야 하는데 전혀 논의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장 소장의 ‘카더라 통신’이나 술자리에서 하는 이야기, 가상의 소설을 이렇게 정치 영역으로 소환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면서 “그래서 특별한 의미가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민형배 민주당 의원도 1일 CBS라디오 <김현정 뉴스쇼>에 출연해 “의논하는 것 자체가 없었다”면서 “이렇게 뜬금없는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다. 이어 “(10월에 사퇴할 일은) 제가 보기에 없다”면서 “이재명 대표를 어떻게 할 수 있다는 생각은 미안하지만 빨리 포기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이재명에 구속영장 청구될 수 있다는 우려 반영
이재명 대표 10월 사퇴론에는 크게 3가지의 문제점이 발견된다. 먼저, 민주당 내 이간계다. 장성철 소장이 민주당 인사로부터 이같은 이야기를 들었다는 것 자체가 사실이라고 해도 이는 실제 이재명 대표의 사퇴 촉진보다는 당내 이간계로서 기능하게 된다.
가장 먼저 처럼회 소속을 포함한 40여 명 의원과 이재명 대표의 이간이다. 장성철 소장은 지난달 29일 MBC라디오 <정치인싸>에 출연해 이재명 대표가 처럼회 소속 의원들과도 일정하게 합의한 것처럼 주장했지만 의원들은 이를 부인하고 있다. 민형배 의원에 따르면 처럼회(초선 모임)는 국회의원 연구모임인 ‘공정사회포럼’이며 현안에 대한 정무적 대응을 도모하는 성격의 모임이 아니다. 민 의원은 이 모임에서 이 대표 사퇴와 관련된 논의를 한 일이 없다고 했다. 장 소장의 설명은 결과적으로 이재명 대표가 없는 가운데 초선의원들이 모여 이 대표 사퇴를 논의했다는 식으로 귀결되면서 이 대표와 처럼회 의원들을 이간시키게 된다.
친명계와 김두관 의원의 이간도 문제다. 사실 이 둘을 별개로 보는 것 자체가 난센스다. 김두관 의원 자신을 친명계로 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장 소장은 “친명계 인사로부터 전화가 와 김두관 의원에 대해 확신을 못하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이는 친명계와 김두관 의원 사이를 서먹하게 만들 수 있는 발언으로 민주당 당내 이간을 획책하는 계략이 숨어있을 수 있는 발언이다.
비슷한 맥락에서 정청래 최고위원과 친명계를 이간하려는 의도도 엿보인다. 장 소장은 “정청래 최고위원이 중도층에 소구력이 약해 (전당대회 개최 시 당 대표로 나오는 것을) 말려야 하는데 그렇게 하지 못했다”는 취지로 말했다. 이는 정청래 최고위원을 이재명 대표 자리를 넘보는 야심가로 보게 만들거나 친명계에서 정 최고위원을 주저앉혀야 하는 인물로 보고 있다는 취지로 읽힌다. 어느 쪽으로 보더라도 이는 친명계 내부를 이간하려는 시도로 보일 수 있는 대목이다.
두 번째 문제는 이재명 대표 10월 사퇴설은 검찰이 진행하는 ‘기우제식 수사’에 의문을 제기하지 않는 방식으로 주장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재명 대표 10월 사퇴설의 배경에는 쌍방울 대북송금 사건으로 이재명 대표가 구속될 수 있다는 우려가 깔려 있다.
그러나 이화영 전 경기도 평화부지사 아내의 주장에 따르면 검찰은 구속기소된 이 전 부지사를 집요하게 회유, 협박하면서 진술을 강요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민형배 의원은 “일종의 딜을 하고 그 과정에서 이재명 대표와 연관성을 비슷하게라도 말을 꺼내려고 하고 그것을 언론에 흘려서 마치 이화영 부지사가 말을 바꾼 것처럼 이야기를 했다”면서 “그런데 저희들이 확인해 보니까 바꿀 말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재명 대표에 대해 그렇게 단정하면서 이 상황을 끌고 가려고 하는 건 저는 모종의 음모가 있다고 본다”면서 “정부 여당 쪽에 또는 검찰 쪽에 그걸 기대하는 무언가를 가지고 이를테면 장난을 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여론조사 지표, 문재인 전 대표 시절보다 크게 개선
이재명 대표의 범법 사실이 인지되어 그 시점에 수사에 착수했다면 모르겠지만 현재 검찰 수사는 일개 지방 지청보다 큰 규모의 수십 명 검사를 상시 배치해 놓고 하나부터 열까지 다 뒤져서 혹시 잘못된 것이 없는지 찾는 방식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근현대 문명 법치국가에서는 찾아보기 어려운 말 그대로 ‘비가 올 때(범죄 혐의가 나올 때)까지 끝까지 기도를 드리는’ 기우제식 수사라고 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도 증인, 참고인, 별건 피의자 등에 대한 부당한 회유와 협박까지 동원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사실상 국가 공권력의 이재명 대표에 대한 공개 탄압이라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이재명 대표 10월 사퇴설을 받아들이는 것은 이 같은 검찰 수사의 문제점에 대해 눈을 감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
마지막으로 이재명 10월 사퇴설의 또 다른 근거는 지난달 28일 공개된 한국갤럽 정당지지도 조사에서 더불어민주당 지지도가 29%를 기록하며 윤 정부 들어 최저치를 기록했다는 점이다(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양평 고속도로, 리투아니아 명품 쇼핑, 오송 수해 참사 등으로 현 정부 악재가 끊이지 않는데도 민주당이 반사이익을 누리지 못하는 것이 이재명 대표 책임이라는 것이다.
물론 여론조사꽃, 리얼미터, 미디어토마토 등 한국갤럽 조사 결과를 반박할 다른 지표들이 즐비하다. 또한 일부 반명 친문 인사들이 한국갤럽 여론조사를 근거로 이 대표 리더십 부재를 지적하지만 그렇다면 과거 문재인 전 대표 시절 정당 지지도가 어땠는지 비교해 보지 않을 수 없다. 2015년 2·8 전당대회 이후 대표직에 올랐던 문재인 전 대표가 이끌던 새정치민주연합은 한국 갤럽 연간 조사 추이를 보면 2015년 3~12월에 21~28%의 박스권에 갇혀 있었고 새누리당을 넘어선 적이 없었다. 지난 7월 말 한국갤럽 민주당 정당 지지도가 다소 낮았다 하더라도 최근 국민의힘에 비해 오차 범위 바깥으로 뒤진 적이 없으며 상당 기간 앞선 적이 있었다는 점에서 이를 근거로 이재명 대표 10월 사퇴설을 주장하는 것은 근거가 없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12월 이후 비대위 구성도 마찬가지다.
이재명 대표 사퇴론은 10월뿐 아니라 공천 직전인 올해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 지속적으로 제기될 이슈다. 공천권이라는 한정된 자원을 놓고 다수가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을 벌여야 하는 정치의 속성상 불가피한 측면이 있다. 그러나 합리적 근거에 기반하지 않은 단순 정파 투쟁식 대표 사퇴론을 이 대표나 민주당 다수파가 받아들일 가능성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