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관 후보자 말한 '공산당 신문'은 조선일보인가?
출근 첫 일성 '가짜뉴스, 정파 편향 언론 문제' 언급
방통위원장, 비판언론에 칼 휘두르겠단 의지 표명?
윤 대통령 '가짜뉴스 근절' 강조했던 것과도 일치
가짜뉴스·정파편향으로 '불신 1위 매체'는 조선일보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이동관씨(현 대통령실 대외협력특보)가 1일 출근길에 ‘어떤 정당이나 특히 과거 선전 선동을 굉장히 능수능란하게 했던 공산당 신문·방송은 기관지이지 언론이 아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후보자는 ‘무책임하게 가짜뉴스를 퍼 나른다든가 특정진영의 정파적인 이해에 바탕한 논리나 주장을 무책임하게 전달하는 건 언론 영역에서 이탈한 것’이라고도 했다.
이어 ‘그런 기관지 같은 언론이 지금 있나, 어떤 언론이 그런 언론인가’라는 기자의 질문에 ‘국민이 판단하시고 잘 아시리라 생각한다'라고 답했다.
이동관 후보자의 이런 말은 원론적 수준에서 다 맞는 말이다. 언론이 선전선동이나 하고 정치적 이해에 따라 무책임하게 주장한다면, 그것은 언론의 영역이 아닌 게 맞다. 그런데 이 후보자는 왜 대학생 수준의 이런 원론적 이야기를, 방통위원장 후보로 첫 출근하는 길에 그를 기다리고 있던 기자들에게 말했을까?
기자들을 대학생으로 보고 언론학 강의를 하고자 했던 것은 아니었겠다. 기자 출신에 청와대 홍보수석·대변인까지 지냈던 이동관 후보자의 발언에 메시지가 담겨 있지 않을 리 없다. 그것은 선전선동을 일삼는 언론, 가짜뉴스를 퍼 나르는 언론, 특정진영의 정파적 이해에 따른 주장과 논리를 전달하는 언론은 ‘언론 영역에서 이탈한 것’이므로 이를 반드시 바로잡겠다는 강렬한 메시지였다. 방송 규제기관의 수장인 방통위원장으로서 확실한 칼자루를 쥐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정부 산하 기관의 수장으로서 위험천만한 생각이다. 정부 산하기관은 정책을 일방적으로 판단하고 결정해서는 안된다. 국민의 여론을 최대한 수렴하고 전문가의 의견을 듣고 때로는 숙의과정을 거쳐야 한다. 그런데 이동관 후보자의 이날 발언에는 국민의 의견을 듣겠다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다. 자신의 언론관을 분명하게 말하면서 의지를 밝힐 뿐이다. 합의제 기구인 방통위의 수장으로서도 어울리지 않는 발상이다. 그가 방통위원장을 맡아서는 안 되는 이유가 출근 첫날 드러난 것이다.
사실 그의 첫 출근길 인터뷰는 자신을 지명해준 윤석열 대통령에게 바치는 감사의 헌사처럼 들린다. 윤 대통령은 그동안 틈만 나면 ‘가짜뉴스 근절’을 말해왔다. 작년 말 교체설이 돌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얼마 전 ‘가짜뉴스 신고·상담 센터’를 만들어 대통령의 주문에 적극 화답했다. 이번엔 방송산업 규제를 맡을 방통위원장 후보자가 된 이동관씨도 ‘무책임한 가짜뉴스를 전파하는 것은 언론의 영역이 아니므로 바로잡겠다’는 의지를 출근길 첫 일성으로 밝힌 것이다. ‘공산당 언론’이라는 자극적 표현을 썼으니 대통령 귀에 잘 들릴 수 있다.
그러나 윤석열 대통령이나 이동관 후보자가 근절하고 바로잡겠다는 ‘가짜뉴스’란 도대체 무엇인가? 지난 정부까지만 해도 ‘가짜뉴스’는 정의와 범위가 모호하기 때문에 정부와 언론학계에서 사용하기 꺼리는 용어였다. 지금 여당이 잘못된 언론 보도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한 언론중재법 개정에 반대했던 것도 같은 이유였다. 정권이 바뀌자마자 ‘가짜뉴스 근절’을 내세우는 것은 가짜뉴스의 정의가 명확해졌기 때문인가?
그렇다. 윤석열 정부에게 가짜뉴스란 명확하다. 정권에 불리한 뉴스를 가짜뉴스라고 부른다. 그래서 생긴 코미디같은 일이 ‘바이든-날리면’ 사태였다. 비판 언론·기자에 대한 대대적인 압수수색과 고소고발도 그렇다. 증거를 보여줘도 잡아떼고 우기면 가짜뉴스가 된다. 비판 언론을 무조건 가짜뉴스 생산자로 모는 행태가 트럼프 대통령과 비슷하다는 지적이 국내외에서 나온다.
방송 재허가, 공영방송 사장 교체와 민영화 등 방송을 꼼짝 못하게 할, 청룡언월도 같은 무시무시한 칼을 든 방통위원장 후보자의 ‘가짜뉴스’ 타령과 ‘공산당 언론’ 발상이 위험한 이유다. 이런 생각을 하는 분이 방통위원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여론이 커지고 있는 까닭이다.
지난 6월 한국기자협회가 회원 기자 1473명에게 물어본 결과, 무려 80%가 이동관 씨의 방통위원장 임명에 ‘반대한다’고 답했다. 이중 62%는 ‘적극 반대’였고 찬성은 13%에 그쳤다. 반대 이유로는 ‘언론탄압에 앞장선 인물이어서’(80%), ‘방통위 독립성 침해’(61.5%), ‘자녀 학폭 무마의혹’(58.5%) 등이었다.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60%가 반대하고 25%가 찬성으로 나왔다(미디어토마토 여론조사, 7.19~21). 이런 정도의 반대 여론이라면 대통령실과 여당은 후보자 지명에 좀더 신중했어야 했다. 지명받은 이동관 후보자는 첫날 발언도 좀더 겸손했어야 했다. 그러나 이동관 후보자는 방통위 후보자로 지명받고 첫 기자회견에서 소신에 찬 듯 ‘공산당 언론’과 ‘가짜뉴스’를 언급했다. 이 정부가 얼마나 여론을 신경쓰지 않는 오만한 정부인지를 보여주는 장면이다.
한국언론에 ‘공산당 언론이 있다’고 했으니, 이동관 후보자에게 묻고 싶다. 방통위원장이 되면 칼을 휘둘러 손보려는 언론, ‘무책임하게 가짜뉴스를 퍼나른다든가 특정진영의 정파적 이해에 바탕한 논리나 주장을 무책임하게 전달하는, 선전선동을 잘하는 공산당 언론’은 어느 언론을 말하는가? 이렇게 위험한 언론이 어느 언론사인지 국민은 알아야 하지 않겠는가?
국민들이 보기엔 조선일보나 이 후보자의 친정인 동아일보일 수도 있겠다. 올해 영국 로이터저널리즘연구소와 우리나라 공공기관인 한국언론진흥재단이 우리 국민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한국에서 가장 불신하는 매체는 조선일보와 동아일보였다. 불신의 이유는 '정치적 편향성'과 '가짜뉴스, 오보'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기자협회가 창간 58주년 특집으로 기자들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불신 언론사 1위는 조선일보였다. 조선일보 ‘불신’ 비율은 42.2%로 2위 한겨레의 9.3%에 비해 압도적이다.
조선일보는 최근 건설노조 간부 분신자살을 보도하면서 유서를 대필했다는 둥 노조가 자살을 방조했다는 둥의 가짜뉴스를 만들어 퍼날랐다. 후쿠시마 핵오염수 방류에 대해 불과 2년 전 반대하다가 정권이 바뀌자 얼굴을 바꾼 게 조선일보, 동아일보였다. 작년과 올해 상반기 중 비윤리적이고 위법적인 보도로 언론중재위로부터 시정권고를 가장 많이 받은 언론사도 조선일보 계열사들이다.
이 후보자가 말한 ‘특정 진영의 정파적 이해에 따른 논리와 주장을 가장 많이 하는 언론’에 대해서도 국민들의 이견이 없을 것 같다. 그렇다면 이 후보자는 조선일보나 동아일보를 '공산당 언론'이라고 생각한 것인가? 책임 있는 자리에 앉기 위해 청문회를 기다리는 분으로서, '공산당 언론'의 위험성을 걱정하는 국민들에게 대답해 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