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IRA 역차별·공급망 불안에도 질주한 한국 자동차

1분기 이어 2분기도 수출 40% 이상 늘며 사상 최대

현대차·기아도 고공행진…영업이익 첫 14조 돌파

전기차 가격 인하 경쟁과 우크라이나 전쟁은 악재

안정된 노사관계와 미래 기술 확보로 위기 돌파해야

2023-07-31     장박원 에디터
현대차 기아 로고. 연합뉴스

지난해부터 상승세를 탄 한국 자동차 산업이 고공행진을 이어 가고 있다. 올해 2분기 승용차 수출액은 1분기에 이어 40% 넘게 늘며 역대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관세청이 31일 발표한 승용차 교역 현황에 따르면 승용차(중고차 제외) 수출액은 166억2000만 달러로 지난해 2분기보다 46.4% 증가했다. 승용차 수출은 1분기 154억1000만 달러로 41.1% 증가하며 사상 최대를 기록했는데 2분기에는 이보다 7.9% 늘었다. 승용차 수출은 지난해 1분기 이후 5분기 연속 증가했다. 

이는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이후 북미와 유럽 시장에서 자동차 수요가 다시 살아난 데다 전기차를 포함한 친환경차 수출이 큰 폭으로 늘어난 결과로 분석된다. 친환경차 수출액은 63억10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0.7% 급증했다. 고급 차량 판매 비중이 늘면서 수출 평균단가도 1대당 2만2841 달러로 9.8% 상승했다.

승용차 수출입액 추이

승용차 수출 호조에 힘입어 현대자동차와 기아도 질주하고 있다. 현대차는 2분기 매출이 42조2497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17.4% 늘었고 영업이익은 4조2379억 원으로 42.2% 증가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1분기를 넘어서는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이다. 기아도 2분기 연결 기준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26조2442억 원, 3조4030억 원으로 사상 최고 실적을 경신했다. 현대차그룹에 속한 두 기업의 2분기와 상반기 합산 영업이익은 각각 7조6409억 원, 14조1705억 원에 달한다. 현대차와 기아가 반기 기준으로 10조 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하반기 이후에도 한국 자동차 판매가 계속 증가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크라이나 전쟁이 길어지며 공급망 불안이 여전하고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이 부여하는 보조금 혜택도 받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전기차 시장의 쌍두마차인 테슬라와 비야디(BYD)를 비롯해 폭스바겐과 BMW, 포드 등 주요 자동차 기업들이 가격 인하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도 부담이다. 이들 기업은 올해 상반기 전기차 판매가 기대에 미치지 못해 재고가 쌓이자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다.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19일 올해 2분기 실적을 발표하며 “더 많은 차량을 판매하기 위해 이익을 희생하는 게 합리적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응하려면 현대차와 기아도 인센티브를 늘려야 하는데 그렇게 되면 점유율은 지킬 수 있을지 몰라도 수익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전기동력차(순수 전기차, 플러그인하이브리드, 수소전기차) 시장에서 현대차와 기아는 후발 주자에 속한다.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비야디와 테슬라는 각각 187만 대와 154만 대를 판매하며 17.8%와 14.6%의 점유율을 차지했다. 이들 기업 외에 70만 대 이상 전기차를 판매한 곳은 폭스바겐그룹과 GM그룹 정도다. 이에 비해 현대차와 기아의 전기차 시장점유율은 7.5%에 그쳤다.

현대차와 기아가 좋은 실적을 유지하려면 친환경차 기술력과 가격경쟁력을 동시에 높여야 한다. 공급망 리스크와 미국의 IRA 규제 등 대외 변수에 현명하게 대응하는 것도 중요하다. 안정적인 노사관계 바탕으로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리고 자율주행과 도심항공교통(UAM) 등 미래 기술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며 경쟁력을 키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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