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점은 주민 반대해 옮긴다면서 여긴 왜 무시하나”

서울~양평 고속도로 시작점 하남시 감일동 르포

“감일지구 아파트단지 관통해 소음분진 불보듯

사람 안 사는 서하남IC로 시작점 1Kkm만 옮겨 달라"

"예타 핑계로 안 된다더니 노선 55%변경은 뚝딱"

“송파에 장모 아파트 있어 시작점 못 옮기나”

2023-07-14     박승철 기자
14일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 감일남로 도로변에 부착된 감일JCT 반대 비상대책위 현수막. 2023.7.14. 감일JCT 반대 비상대책위 제공

14일 오전 비가 추적추적 오는 가운데 서울 지하철 5호선 둔촌동역에서 내렸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시작점 예정지 인근인 하남시 감일동 스윗시티10단지로 가는 8번 마을버스로 갈아타기 위함이었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오지 않는 마을버스를 기어코 잡아탄 순간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당연하다고 예상했던 “환승입니다”라는 설명이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하철에서 내린 지 30분이 넘게 지나서 환승 할인을 적용받지 못하고 새로 요금을 내야 했다. 찾아보니 8번 마을버스 배차 간격은 55분이었다. 2020년경 입주를 시작한 하남감일지구 아파트 주민들이 서울을 오고 갈 때 얼마나 큰 애로점이 있는지 몸소 체험한 순간이었다.

겨우 도착한 스윗시티 10단지 옆 현대감일테라타워에서 최윤호 감일지구 총연합회 회장을 만났다. 오늘 길 도로 곳곳에 “서울~양평 고속도로 시작점 변경하라”, “서울~양평 고속도로 감일 통과 절대 반대” 등의 현수막이 걸려 있었다. 신도시임에도 교통 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다고 하자 최 회장은 “그래서 서울~양평 고속도로 건설을 찬성한다”고 말했다. 최 회장은 “하남 교산 신도시가 건설될 텐데 교통인프라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으면 주민들이 얼마나 고통받는지 잘 알기 때문에 신도시에 입주할 사람들을 위해 서울~양평 고속도로는 건설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최근 서울~양평 고속도로 종점 변경과 관련된 논란을 보면서 심기가 불편하다. 지난해 8월 “예타때문에 시작점 변경이 안 된다”고 했던 국토부 도로국 도로정책과 유 모 박사의 발언이 생각났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서하남IC 사거리로 고속도로 시작점을 옮기자고 하니 예타를 다시 받을 수도 있고 기재부 장관과 협의해 봐야 한다고 했다”면서 “종점을 양서면에서 강상면으로 바꾸고 노선 55%를 바꿀 정도로 크게 바꾸는데도 예타를 새로 하지 않는데 시작점 1km 옮기는 것은 예타를 새로 받을 지 협의해야 한다면서 안 된다고 한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유 모 박사는 <시민언론 민들레>와의 통화에서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면서도 “서하남IC로 시작점을 옮기게 되면 토지보상 비용이 크게 늘고 사업비가 15% 이상 늘면 추가 예비 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한다고 설명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는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업무를 담당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감일지구 주민들이 서울~양평 고속도로 시작점을 옮기려고 하는 것은 제1 외곽순환도로 상의 감일JCT를 시작점으로 삼는 노선은 감일지구 아파트를 통과하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예타를 통과한 원안은 원래 감일JCT 시작점부터 지상 구간으로 되어 있었다”면서 “터널을 뚫으면 보통 10~30m를 파야 하는데 5m만 파고 그 위를 복개하는 방식이 적용됐다”면서 “경제성이 나오지 않은 고속도로이다 보니 공사비를 줄여 예타를 통과하기 위한 고육지책이었다”고 말했다.

최 회장을 비롯한 주민들은 이 안을 반대해 왔다. 소음, 분진뿐 아니라 근본적으로 고속도로가 아파트 단지를 가로지르는 안을 찬성하기는 어려웠다. 이후 2021년 예타를 통과하고 나서 지난해 7월 1차 관계기관 협의를 위한 공문이 하남시청에 전달됐다. 이 안에서는 평소 요구하던 시작점을 서하남IC로 옮기는 안이 받아들여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아예 감일JCT부터 감일지구 아파트를 통과하는 구간이 지하로 바뀌어 있었다. 최 회장은 “예타로 인해 경제성을 맞추기 위해 지상 구간으로 했던 것을 이미 예타를 통과했다는 이유로 지하로 바꿨을 것”이라면서 “지하 구간과 아파트 단지와의 간격이 12m에 불과하며 전체 4만 세대 가운데 3600세대가 최인접 구간이라 결코 찬성할 수 없는 안”이라고 말했다.

최 회장이 서하남IC를 시작점으로 해야 한다고 본 이유는 인근에 사람이 살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최 회장은 “시작점인 감일JCT가 설치될 오륜 사거리는 왕복 8차선이고 이미 주변에 아파트 단지가 있어, 확장을 할 수 없다”면서 “현재 13차로인 서하남IC 사거리는 도로 확장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서울~양평 고속도로 시작점 감일JCT 예정지 인근 노선도. 감일동 주민들은 서하남IC로 시작점을 변경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2023.7.14. 최윤호 감일지구 총연합회 회장 제공

서울~양평 고속도로 노선 변경에 분개하는 것은 감일지구 아파트 거주민뿐 아니었다. 시작점인 감일JCT 예정지 인근에 토지를 보유하며 거주 중인 주민들도 마찬가지로 분노하고 있었다. 예정지 인근에는 100여 가구와 50여 개 사업체가 있으며 이 중 3~40명 정도가 대책위를 구성해 활동하고 있었다.

감일JCT반대 비상대책위원회 소속 주민들이 모여 있는 오륜 사거리 인근에 기자가 방문하자 가장 먼저 나온 말은 “이 고속도로는 서울~양평 고속도로가 아니라 하남~양평 고속도로”라는 것이었다. 정확히 말해 이 고속도로의 시작점은 경기도 하남시 감일동이다. 그런데도 ‘서울~양평 고속도로’라고 부르는 것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이다. 지난 대선 당시 윤석열 후보의 공약은 ‘송파~양평 고속도로’였다.

주민들은 조심스럽게 윤석열 대통령의 장모 최은순 씨의 영향력 때문이 아니겠느냐고 푸념했다. 한 주민은 “최은순 씨가 차명으로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D 아파트는 여기서 죽 가다가 임마누엘 교회에서 좌회전하면 나온다”면서 “최은순 씨가 차명으로 보유한 이 집에서 최 씨 일가가 보유한 양평군 강상면 땅까지 25분 걸리게 만들어야 하기 때문에 시작점을 옮기지 못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이상화 동해종합기술공사 부사장의 13일 기자회견 내용에 대해서도 분통을 터트렸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이 기자회견에서 박구용 양서면 청계2리 이장은 “5월 중부내륙고속도로가 개통한 뒤 소음과 경관 훼손 문제로 주민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면서 “이곳에 사는 770가구 중 원안에 찬성하는 비율은 5%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양평군에서는 주민들이 반대하니까 종점을 옮긴다고 하는데 시작점인 감일JCT 인근 주민들도 소음, 교통체증 우려 등으로 반대하고 있다”면서 “양평군에서는 주민을 이유로 종점을 옮기고 하남에서는 주민이 반대하는 데 시작점을 못 옮긴다는 것이 말이 되는가”라고 말했다.

주민들은 지난 6월 12일 이상화 동해종합기술 부사장이 방문했었다고 말했다. 한 주민은 “이 부사장은 장 모 국토교통부 사무관, 신 모 한국도로공사 차장하고 같이 왔다”면서 “장 사무관이 기술적인 것을 모르는 것 같았고 국토부에서 계획을 검토해 결정해서 뿌리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시작점을 서하남IC으로 옮기거나 세종~포천 고속도로 연결을 제안했다. 한 주민은 “서하남IC는 양방향 교통지옥”이라면서 “여기에 양평 가는 차까지 합세하면 출퇴근 시간 따로 없이 교통지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세종 ~ 포천 고속도로에 연결하면 구간이 5km 정도 줄어들어 경제성이 더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