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 2.7%…21개월 만에 2%대
석유류 25.4% 내려 통계 작성 후 최대 폭 하락
공공요금 인상으로 전기‧가스‧수도 25.9% 폭등
외식비 6.3% 등 개인 서비스 비용도 5% 상승
국제 원자재‧환율 등 하반기 물가 곳곳에 복병
6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5개월 연속 둔화하면서 21개월 만에 2%대를 기록했다. 이는 석유류 가격이 크게 떨어진 데 기인하지만, 공공요금 대폭 인상으로 전기‧가스‧수도 등 생활 관련 비용이 크게 올라 물가 상승률 둔화를 체감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정부는 하반기 물가 상승세는 잡혔다고 낙관하는 분위기이지만, 최근 오름세를 보이는 환율과 국제 원자재 가격 등 불안 요소도 적지 않다. 원화 환율이 오르면 수입 물가가 상승 압력을 받게 되고 이는 곧바로 국내 물가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4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6월 소비자물가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는 111.12(2020년=100)로 전년 동월 대비 2.7% 올랐다. 전월 대비로는 변동이 없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작년 12월 5.0%에서 올해 1월 5.2%로 소폭 상승한 뒤 2월 4.8%, 3월 4.2%, 4월 3.7%, 5월 3.3% 등으로 둔화세를 이어가고 있다. 소비자물가가 2%대 상승률을 기록한 것은 지난 2021년 9월(2.4%) 이후 21개월 만이다.
품목 성질별로는 석유류 가격이 1년 전보다 25.4% 떨어지면서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85년 1월 이후로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경유는 32.5%, 휘발유는 23.8%, 자동차용 LPG는 15.3% 각각 내렸다.
전체 물가상승률에 대한 석유류의 기여도는 –1.47%p나 됐다. 석유류가 물가상승률 둔화를 주도했다는 뜻이다. 석유류를 제외한 농축수산물, 공업제품, 전기‧가스‧수도 등 거의 모든 상품이 전년 동기보다 상승했다. 축산물만이 4.9% 하락했다.
특히 전기·가스·수도는 작년 동월 대비 25.9%나 폭등했다. 정부가 공공요금을 큰 폭 인상한 영향으로 지난해 10월 이후 9개월째 20%대 오름세를 이어갔다.
서비스도 3.3%가 올랐다. 집세와 공공서비스는 각각 0.5%와 1.0% 상승에 그쳤지만, 외식이 6.3% 오른 영향으로 개인서비스는 5.0% 상승했다.
라면 가격은 작년 동월보다 13.4% 올랐다. 최근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압박 이후 라면 출고가격이 7월부터 소폭 인하됐지만, 이번 통계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인 '농산물 및 석유류 제외 지수'는 4.1% 올라 지난해 5월(4.1%)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방식의 근원물가인 '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 지수'의 상승률도 5월 3.9%에서 6월 3.5%로 0.4%p 떨어졌다.
김보경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7월까지는 기저효과를 고려할 때 물가가 많이 안정될 것 같고 하반기는 그에 비해 하락 폭이 둔화할 수 있다"며 "국제 원자재 가격과 환율 등은 상방 요인이고, 국내 경기에 따라 하방 요인이 있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