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시마 오염수 익명제보, 민들레는 왜 보도했나

국민 건강 안전 관련 긴급 중대성 크다 판단

특히 극심한 정보의 비대칭 여건에서 결정

정보 독점 왜곡 심할수록 반론제기 필요 커져

2023-06-28     이명재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일본정부가 국제원자력기구(IAEA) 관계자들에게 거액의 돈을 주고 후쿠시마 핵 오염수의 해양 투기를 ‘공모’하고 있다는 제보를 <시민언론 민들레>가 <더탐사>와 함께 연속으로 보도하고 있다. 지난 21일 1보를 시작으로 27일 3보까지 보도됐으며, 그에 앞서 한국 시찰단 방일 중 이미 후쿠시마 오염수 무해 판정을 내린 것이 아니냐는 의심이 드는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의 ‘취급주의’ 문서가 일본인 블로거에 의해 공개된 것을 인용한 것도 그에 포함될 수 있다.   

이에 대해 제보 문서의 진위를 놓고 의혹이 제기될 법하다. 심지어 허위 제보로 민들레와 더탐사의 신뢰성에 타격을 입히려는 모종의 '작업'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제기되기도 한다. 충분히 나올 수 있는 의문들이다. 그에 대해 민들레는 책임 있는 매체로서 하나하나 따져볼 필요가 있으며 설명할 책무가 있다.

민들레는 그런 의문들에 대해 세밀하게 짚어보고 있다. 다수의 언론들의 침묵에 대해서도 이들 언론이 그런 점들을 두루 살펴보고 관련 보도를 전혀 하지 않기로 결론 내린 것이라면 그 같은 반응을 납득할 수 있다. 그러나 과연 그랬는지가 의문이라는 것에 대해서는 따로 살펴보기로 하고, 다만 민들레의 보도 이유에 대해서만 밝히고자 한다. 

외무성 간부 A 메모 1

민들레가 이번 사안에 대해 갖고 있는 입장을 단순화해서 말하자면 확신할 수 없는 것이 있었고, 확신하는 것이 있었다는 것이다. 확신할 수 없는 것은 제보자의 신원, 제보 내용이 가공되지 않은 사실이냐는 것이었다. 이에 대해서는 민들레가 전적으로 사실이라고 확신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민들레가 확신하는 것은 이 제보를 보도할 수 있다는, 더욱 엄밀히 말하면 보도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판단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무엇보다 제보 내용이 갖고 있는 정보의 긴급성과 중대성이다. 제보 사안의 성격은 한국 국민의 건강과 안전에 '긴급하며'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것이다. 특히 이웃 나라에 의한 방사능의 해양 투기라는 점에서 그 피해(가능성)의 무차별성, 불가역성은 그 긴급성과 중대성을 크게 높이고 있다.

그러나 아무리 긴급 중대한 사안이라고 해도 제보 내용의 사실성, 정확성에 대한 언론의 최소한의 검증 책임을 면해 주는 것은 아니다. 여기서 고려돼야 할 것은 크게 두 가지다. 먼저 이 제보가 사실, 혹은 사실일 가능성이 있는 정보로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와 형태를 갖고 있느냐는 것이다.  이는 그 정보 자체가 갖고 있는 형식과 내용에서의 신빙성이다. 이에 대해서는 민들레가 기사에서 밝혔듯이 외무성 내부자의 제보나 블로거의 공개 내용이나 모두 그 내용이 매우 구체적이고 실제상황과도 부합하는 면이 많아 내부자에 의한 기밀문서 유출로 볼 여지가 많았다는 설명을 거듭 제시한다. 특히 제보자 'Jorseti'는 자신의 제보가 사실임을 입증하기 위해 '후쿠시마 핵원전 오염처리수에 관한 IAEA의 최종보고서'(IAEA comprehensive report on alpstreated water at fukushima dai-ichi nuclear power station) 복사본의 표지·목차 사진을 첨부하고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 특히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에 있어서는 더욱 중요하게 고려해야 할 것은 그와 관련한 정보의 극심한 비대칭성이라는 상황이다. 오염수의 실태와 검증 등에서 확인하고 공개해야 할 일본 정부와 한국 정부, 도쿄 전력 등에서는 극단적인 불투명성과 은폐로 일관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에 의문을 제기하는 측의 정보는 그만큼 극히 제한되고 있다. 

정보의 소유와 독점이 심할수록 소수의 반론에 대해서는 그에 대한 주목에 더욱 가중치를 두는 것이 필요하다. 힘의 불균형 조건에서 정보 독점 기관이 제시하는 사실에 대한 합리적 의심에 요구되는 '합리성'의 정도는 그 독점과 불투명성의 정도에 반비례하는 것이 마땅하다. 이는 집회와 표현의 자유가 다른 방식으로 의사 표출을 하기 힘든 사회적 소수 집단에 대해서는 더욱 폭넓게 인정돼야 하는 것과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같은 정보의 비대칭성은 후쿠시마 오염수 사태의 경우 정보의 소유 · 발신자뿐만 아니라 그 정보의 전달자에서의 비대칭성에 의해, 즉 이 사안을 전달하는 언론의 심한 비대칭성에 의해 더욱 큰 상황이다. 즉 2중 3중으로 정보의 비대칭성에 의한 '소수 정보' '반론 정보'의 발언권의 가중치가 더욱 커져야 하는 것이다. 

정보의 비대칭성의 문제는 중요한 정보를 다루고 공유하는 것에서의 민주주의와 연결된다. 민주주의는 그 목적에서의 합리성 타당성뿐만 아니라 그 절차에서의 합리성 타당성을 실체적 요건으로 삼고 있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좌우할(것으로 국민 다수가 믿고 있는) 중요한 정보에 대해 적극적인 공개는커녕 최소한의 설명책임이라는 절차를 지키지 않는 것은 물론 왜곡하고 은폐하고 있다는 광범위한 의문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그에 대한 반대 사실의 제기를 통해 그 절차적 합리성을 실질화할 필요성은 더욱 커진다.  즉 민주주의의 기본권으로서의 반론과 반박 정보 제기가 요청되는 것이다.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전문가 현장 시찰단 단장인 유국희 원자력위원회 위원장이 3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후쿠시마 등 일본 현지에서 진행한 현장 시찰단 주요 활동 결과 발표 기자회견에서 다핵종 제거설비(ALPS)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2023.5.31. 연합뉴스

민들레가 보도한 제보 내용이 향후 부정확하거나 심지어 가공된 것으로 드러날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다. 그렇다면 민들레가 보도한 내용은 전적으로 '가짜뉴스'가 돼버리는 것인가. 그러나 그럴 경우 부인되는 것은 정보의 출처의 사실성, 그 내용의 일부이지 제보가 제기한 합리적인 의혹, 상당한 개연성으로 뒷받침된 질문 자체가 아니다.

궁극적으로 이번 '후쿠시마 오염수 제보 보도'의 더욱 정확한 이름은 '제보' 이전에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정보의 왜곡과 은폐'라고 해야 맞다. 제보가 나무의 가지이고 잎이라면 오염수 정보 독점과 왜곡이 그것의 뿌리다. 제보의 출처와 내용을 '정체불명'으로 규정하려고 한다면 먼저 후쿠시마 오염수와 그와 관련된 처리과정의 '정체'를 밝혀야 할 곳은 한국정부와 일본 정부, 도쿄전력, IAEA 등 관련 '책임기관'들이다. 

민들레와 더탐사의 지난 21일 첫 보도에 대해 22일 일본 외무성은 "출처가 분명하지 않은 문서이며 일본 정부는 이러한 무책임한 허위 정보 유포에 대해 강력히 반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27일 Jorseti 등 일본쪽 자료와 제보를 바탕으로 한·일 양국 정부의 입장을 듣기 위해 일본대사관·외교부 등에 접촉했지만, 관계자들로부터 답변을 받지 못했다. 민들레의 보도가 '근거가 없는 사실'이라면 '근거가 분명한 사실'부터 먼저 밝히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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