곤봉 유혈 진압, 캡사이신 준비…막나가는 경찰

고공농성 노동자 무차별 구타 끌어내려

양회동 열사 분향소 "무허가" 강제 철거

합법 문화제서 4명 연행, 1명 팔 부러져

"노동자 함성이 한줌 검찰권력 침몰시킬 것"

2023-05-31     박승철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 중이던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이 경찰 곤봉에 맞아 머리에 피를 흘리며 끌려내려 오고 있다. 2023.5.31. 김준영씨 페이스북

경찰이 농성 중인 노동자의 머리를 내려쳐 피가 나도록 하는 유혈 진압극이 펼쳐졌다. 경찰은 민주노총이 주최한 총력투쟁 결의대회에서도 강제 해산을 유도했으며 평화적인 문화제를 강제 해산하려 하는 등 노조 및 시민사회 활동에 대한 탄압의 강도를 갈수록 높이고 있다.

31일 한국노총 금속노련에 따르면 경찰은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을 하던 김준영 금속노련 사무처장을 곤봉을 휘두르며 진압했다. 김 처장은 포스코 하청업체 ㈜포운에 대한 포스코의 부당노동행위를 규탄하며 포스코 광양제철소 앞에서 고공농성을 하고 있었다. 김 처장은 경찰이 휘두른 곤봉에 맞아 머리에 피를 흘린 채 인근 병원으로 호송됐다.

포스코 협력사 포운 노동자들은 지난해 4월 24일부터 임금협약 체결 등을 요구하며 천막농성을 해왔다. 김 처장은 이 천막농성에 합류한 뒤 29일 밤 고공농성 탑을 설치하고 직접 올라가 농성을 벌였다. 경찰은 31일 오전 5시 20분께 소방용 스카이차 2대를 고공농성 중이던 철탑에 접근시킨 뒤 저항하는 김 처장을 끌어내렸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김 처장을 곤봉으로 무차별 구타했다.

앞서 김만재 한국노총 금속노련 위원장도 지난 30일 고공농성 진압을 시도하는 경찰을 저지하다 경찰 6~7명에게 둘러싸여 목이 짓눌린 채로 수갑이 채워진 채 체포됐다.

 

평화집회에 캡사이신 준비시킨 경찰청장

경찰이 최근 노동자들의 시위에 대해 필요 이상으로 강경 대응 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31일 오후 민주노총이 서울 세종대로 일대에서 연 ‘윤석열 정권 퇴진! 민주노총 총력 투쟁 대회’에 대해서도 경찰은 캡사이신 분사기 사용을 공언하는 등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갔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30일 오후 열린 상황점검회의에서 “민주노총이 31일 집회에서 야간문화제를 빙자한 불법집회를 강행하거나 집단 노숙 형태로 불법집회를 이어갈 경우 현장에서 해산 조치하겠다”면서 “해산 과정에서 필요하면 캡사이신 분사기 사용도 준비하라”고 지시했다.

 

포스코 협력업체 농성장 강제진압 현장. 2023.5.23. 유튜브 채널 j I

31일 민주노총은 대한문 앞에서 동화면세점 앞 좌측 4개 차로에 대해 오후 4시부터 5시까지 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다. 오후 2시 30분부터 31일 하루 총파업을 선언한 금속노조가 경찰청 앞, 건설노조가 삼각지역과 서울고용노동청 앞, 14개 산별 조합원이 서울대학병원 앞에서 사전 집회를 연 뒤 도심 행진 후 오후 4시 세종대로로 집결하는 일정이었다.

민주노총에 따르면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삼각지역에서 세종대로로 행진하는 과정에서 경찰이 막아서면서 약 15분간 세종대로 입장이 지연됐다. 이 때문에 4시로 예정된 집회는 4시 20분 가량이 되어서야 시작됐다. 이로 인해 1시간으로 예정된 집회는 오후 5시 20분께 끝이 났다. 집회에는 민주노총 조합원 2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가했으며 경찰은 기동대 80개 중대를 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서울 이외에도 전국 12개 지역에서 1만 5000명(주최 측 추산)이 집회를 열었다.

경찰은 집회 신고 시간인 오후 5시가 되자 선무방송을 시작했다. 경찰은 “집회 신고 시간인 17시가 지났으며 집시법 위반이므로 집회를 종료해 주기 바란다. 심각한 교통 혼잡을 초래할 수 있다. 지금부터 여러분의 집회를 불법으로 간주하고 해산 절차에 돌입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민주노총 집회가 끝날 때까지 경찰과 집회에 참가한 조합원 간에 특별한 충돌은 발생하지 않았다. 경찰은 집회 대응을 위해 실제로 캡사이신을 담은 가방을 소지하고 있었다.

 

31일 오후 서울 용산구 대통령실 인근에서 건설노조의 정부 규탄집회에 '예비캡사이신' 글자가 적힌 가방이 놓여져 있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불법행위가 발생할 경우 캡사이신 분사기를 활용해 해산 조치하겠다고 재차 경고했다. 2023.5.31. 연합뉴스

그러나 양회동 열사 투쟁 노동시민사회종교단체 공동행동이 31일 오후 7시 서울파이낸스센터 빌딩 앞에서 개최한 양회동 열사 추모 문화제에서는 참가자와 경찰 사이에 충돌이 일어났다. 주최 측이 서울파이낸스센터 앞에 양회동 열사 분향소도 설치하자 경찰은 허가되지 않은 구조물이라며 이를 강제 철거했다. 경찰은 합법적 문화제였음에도 일부 참가자들이 차도에 있다는 이유로 “집회 주최자는 집회를 해산하는 것을 권고한다. 현행범으로 체포하겠다”는 방송을 연이어 내보내는 이해할 수 없는 태도를 보였다.

10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진행된 문화제에서 경찰이 집회 장소를 사전에 점거하면서 참가자와 경찰 간 충돌이 일어나 4명이 연행되고 3명이 응급차로 병원에 이송됐다. 1명은 팔이 부러진 것으로 알려졌다. 권영국 민주사회를위한 변호사 모임 소속 변호사는 “윤석열 정권을 반드시 끌어내려야 한다”며 “그때까지 우리 모두 지치지 말자”고 말했다.

민주노총 집회에 참석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파업을 준비하는 노동조합 사무실에는 노동부가 경찰을 대동해 들이닥치고, 30대 여성 교사가 혼자 사는 집에는 국정원이 문을 부수고 쳐들어왔다”며 “모두가 힘을 모아 윤석열 정권을 퇴진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건설노동자들이 현장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양회동 열사가 우리에게 부탁한 못된 놈을 끌어내려야 한다”면서 “더 많은 노동자와 더 많은 민중과 함께 투쟁하자”고 말했다.

 

31일 오후 서울파이낸스센터 빌딩 앞에서 건설노조 조합원들이 양회동 열사 분향소를 강제 철거하려는 경찰에 맞서 천막을 지키고 있다. 2023.5.31. 건설노조

양옥회 전국여성농민회총연합 회장은 연대사를 통해 “노동자, 농민, 민중의 목숨을 하찮게 여기는 자를 더 이상 우리의 대통령으로 둘 수 없다”며 “이 정권이 노조법 개정안, 양곡관리법, 간호법을 막아서겠다면 우리는 이 정권을 끌어내리고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하루 총파업에 나선 금속노조 윤장혁 위원장은 “금속노조는 윤석열 정권의 폭정에 맞서 오늘 총파업을 단행했다”면서 “양회동 열사를 죽이고 노동자들에게 가하는 국가폭력에 대한 정당방위”라고 말했다.

건설산업연맹 장옥기 위원장은 “강압 폭력 수사로 양회동 동지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윤석열 정권은 유가족에게 진실한 사죄는커녕 17차례 압수수색, 19명 구속, 1067명 소환조사 등 탄압의 칼날을 더욱 세우고 있다”면서 “분노한 노동자들의 함성과 민중의 바다가 한 줌의 검찰 권력을 침몰시키게 될 것임을 확신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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