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압수수색 시도… 정권의 방송장악 노골화

법무장관 개인정보 유출 명분으로 수색

기자 개인뿐 아니라 사옥에 들이닥쳐

방송위원장 면직처리→MBC 경영진 교체

수순으로 이어지는 언론장악 일환으로 의심

2023-05-30     민병선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 개인 정보 유출 의혹과 관련해 MBC 사옥 수색에 나선 경찰이 이를 막아선 MBC 노조원들에게 신분증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3.5.30. 연합뉴스

공영방송 통제와 장악을 위한 예정된 수순인가? 경찰이 MBC 본사에 대한 압수수색에 나서면서 이런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서울경찰청 반부패·공공범죄수사대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 의혹 수사를 명분으로 30일 MBC 기자와 서울 상암동 MBC 본사에 대해 압수수색에 나섰다. 현 정부 들어 MBC에 대한 압수수색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찰은 기자의 휴대전화를 압수하고 주거지와 차량에 대해 수색했다. 하지만 MBC 노조의 반발로 뉴스룸에 대한 수색은 진행하고 못하고 기자의 자리와 사무실 사진 촬영 등만 진행하고 떠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한 장관의 개인정보 유출에 MBC 기자가 관련됐다고 보고 있다. 무소속 김민석 강서구의원이 한 장관과 가족의 주민등록초본과 부동산 매매계약서 등이 담긴 자료가 유출된 정황이 있다며 자기에게 자료를 건넨 A씨를 지난달 경찰에 고발했다. 이 자료가 한 장관 인사청문회 당시 국회에 제출됐다가 외부로 유출됐는데, 이 과정에 MBC 기자가 관련돼 있다는 게 경찰 주장이다.

하지만 이런 이유로 공영방송을 수색하는 것은 무리라는 게 중론이다. 특히 해당 기자는 이른바 ‘바이든·날리면 논란’ 보도와 관련이 있다. 지난해 9월 대통령의 방미 때 ‘(미국) 국회에서 이 ○○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이 쪽팔려서 어떡하나’라는 자막을 달아 보도한 기자다.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는 이날 발표한 입장문을 통해 “기자 개인의 개인정보 유출 혐의로 MBC 뉴스룸을 압수수색하는 것은 과잉수사임이 분명하다”며 “사건 발생은 이미 1년이 더 지났고, 기자 업무의 특성상 모든 업무는 개인 노트북 등을 통해서 이뤄지며, 뉴스룸 내에는 특정 개인의 공간이 없다”고 밝혔다.

MBC노조가 밝혔듯이 이번 수색은 정권이 방송 장악 의도를 노골화한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한상혁 방송통신위원장 면직→방통위 장악→MBC 이사진 교체→친정권 성향 MBC 경영진 임명’으로 이어지는 계획의 일환이라는 것이다. 방통위는 KBS와 MBC 이사를 추천하고 임명할 권한을 갖고 있다.

대통령은 30일 오후 TV조선 재승인 ‘심사 점수 조작 관여 혐의’로 기소된 한 위원장에 대한 면직안을 재가했다. 인사혁신처는 지난주 한 위원장에 대한 의견서 및 청문조서를 대통령실로 송부했다. 2019년 9월 임명된 한 위원장은 7월 31일까지 재임 예정이었다. 검찰은 지난해 9월 이후 5차례나 방통위를 수색했고, 감사원은 지난해 7월 시작한 정기감사를 아직 마무리하지 않을 만큼 한 위원장의 퇴진을 압박했다.

방송계에선 ‘9월 위기설’이 돌고 있다. 방통위원장이 새로 오면 공영방송 이사진을 교체하고 경영진이 바뀌는 데 3개월 정도가 걸린다는 게 예측의 근거다.

이명박 정권 시절 공영방송은 장기 파업과 해고 사태로 큰 혼란을 겪었다. 2008년 정연주 KBS 사장은 배임 혐의로 기소되고 강제 해임됐다. 하지만 배임 혐의는 무죄로, 해임은 무효로 판결이 났다. 2012년 경영진이 교체되고 친정권 편파 보도가 이어지자 KBS, MBC, YTN 기자들이 이에 항의해 총파업을 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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