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덮은 최은순 특혜 의혹, 공수처가 재수사하나

'공흥지구 특혜' 고발인, 이의제기 및 재고발 의사

"어떻게 1년 6개월 동안 서면조사만 할 수 있나"

"전형적인 권력형 부패, 토착·토건 비리에 면죄부"

민주당도 대책위 기자회견서 "꼬리 자르기" 규정

"영화 '도둑들'처럼 역할 분담…1000억 원대 이득"

"야당 대표 수사하듯 탈탈 털어 압수수색‧소환하라"

2023-05-22     김호경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김한메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 대표가 23일 오후 경기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 앞에서 윤석열 제20대 대통령 당선인의 처가 비리인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사건의 고발인 조사에 출석하기 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2.3.23. 연합뉴스

경찰이 윤석열 대통령 장모 최은순 씨 일가에 사실상 면죄부만 안겨준 '양평 공흥지구 개발 특혜 사건' 수사 결과를 내놓자, 이 사건 고발인이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에 재고발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에서도 반발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사법정의바로세우기시민행동(사세행) 김한메 대표는 22일 경찰이 보낸 이 사건 '수사 결과 통지서'를 공개하고 "검찰에 기대하기는 어렵더라도 이의제기 진정서를 제출하겠다"며 "공수처에 사건을 재고발하는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전했다. 이어 "어떻게 고발한 지 1년 6개월 동안 중요 피의자인 최 씨에 대해 서면조사만 할 수 있냐"며 "이것이 윤 정부가 행안부에 경찰국을 설치한 이유인가"라고 강한 의구심을 제기했다.

그는 "양평 공흥지구 개발 비리는 전형적인 권력형 부정부패 사건이자 토착·토건 비리 사건"이라며 "그럼에도 수사기관은 이재명 대표의 대장동 수사와는 극히 대조적으로 이 사건의 진상을 규명하기보다는 살아 있는 권력에 대한 면죄부 주기에 급급하다"고 말했다.

 

그래픽 민들레

앞서 경기남부경찰청 반부패·경제범죄수사대는 지난 12일 공흥지구 특혜 의혹 수사를 마치고 민간 부동산 개발회사 ESI&D 대표이사인 윤 대통령 처남 김진우 씨와 ESI&D 직원 등 5명을 사문서위조 및 행사 혐의로, 양평군 공무원 3명을 허위공문서 작성 및 행사 혐의로 각각 검찰에 송치했다.

지난 2021년 11월 사세행으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해 1년 6개월간 수사를 벌인 경찰은 개발 과정에서 인허가 상의 유착이나 직권남용, 의도적인 특혜 같은 건 "사실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며 최은순 씨를 소환조사 한 번 없이 불송치했고, 양평군수였던 국민의힘 김선교 의원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로 서면조사만 한 번 한 뒤 무혐의 처분했다.

그러나 최 씨는 공흥지구 아파트 개발 추진 과정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했고, 가족회사인 ESI&D의 대표이사직을 장남 김진우 씨에게 물려준 뒤에도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었다. 김선교 의원은 내리 3선을 지낸 양평군수로 ESI&D가 공흥지구 개발 사업을 추진하는 처음부터 끝까지 인허가권을 쥔 지자체장으로 재직했으며, 본인 입으로 "장모님 때문에 김선교가 고생한다는 걸 (윤 대통령이) 너무나 잘 안다. 허가 이렇게 잘 내주고"라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바 있다.

경찰은 또 윤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씨에 대해서는 고발인이 언론보도를 통한 추측을 근거로 고발한 것이어서 수사를 개시할 만한 사유가 충분하지 않다며 아예 서면조사조차 안 하고 각하 처분했다. 윤 대통령은 ESI&D가 공흥지구 개발 사업을 진행 중이던 시기에 양평군을 관할하는 여주지청장으로 근무했고, 김건희 씨는 ESI&D 사내이사로 공흥지구 투자금 8억 원을 직접 조달한 사실까지 있지만 경찰은 사안을 깊이 들여다볼 의지 자체가 없었다.

경찰은 다만 ESI&D 현직 대표인 김진우 씨를 사문서 위조 및 행사 혐의로 검찰에 송치했으나, 아주 경미한 혐의라는 뉘앙스를 풍겼다. 양평군에서 부과하는 개발부담금을 조금이라도 덜 내기 위해 공사비 등과 관련한 증빙서류 중 "극히 일부인 한두 장 정도"를 위조해 끼워 넣었다는 것이다. 경찰은 김 씨가 ESI&D 직원들과 함께 공사비를 많이 쓴 것으로 부풀려 이익 규모를 줄였다고 봤지만, 구체적인 수법과 부당이익 규모에 대해서는 함구했다. ☞ 면죄부 받은 최은순 아파트 개발 의혹, 그 시작과 끝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 박찬대 위원장이 19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양평 공흥지구 특혜 의혹 대통령 처가 불송치 규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19. 연합뉴스

이에 대해 민주당도 당 차원에서 공식적인 움직임에 돌입했다. 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이하 대책위)는 1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치외 법권이 되어버린 대통령 처가, 정치검찰과 정치경찰이 '충성경쟁'이라도 하는 거냐"며 "유독 대통령 가족 앞에서 한없이 약한 정치검찰의 모습을 경찰도 본받고 싶었던 모양"이라고 비판했다.

윤석열‧김건희 부부 관련 사건에 '무혐의 자판기' 노릇을 하는 검찰 행태를 경찰도 똑같이 따라하고 있다는 얘기다. 민주당은 이번 경찰 수사 결과를 전형적인 '꼬리 자르기'라고 규정했다. 대책위는 "양평 공흥지구 개발 사업은 원래 임대주택을 만들려던 LH의 계획에서 시작됐지만 양평군의 반대로 공공개발은 좌절됐다"며 "공영개발 사업 취소를 기회로 삼은 것인지 최씨 일가는 다른 부지에 민간개발을 추진했고 양평군은 이를 허용해줬다. 이를 위해 자연녹지를 일반주거지역으로 변경했다"고 초기 과정을 설명했다.

이렇게 농지가 용도 변경되며 토지를 보유하고 있던 최씨 일가는 막대한 지가 상승 혜택을 봤다. 양평 공흥지구 2만 2000여㎡ 면적의 토지 개발 당시 전체 개발 보상 토지 중 99.8%가 가족회사 ESI&D와 최 씨 소유였고, 이들은 토지 수용을 통해 막대한 보상금 수령의 혜택을 받았다. 대책위는 "개발 과정 각 단계마다 편법과 특혜가 동원됐다"면서 "약 800억 원에 달하는 분양 매출, 100억 원의 분양 수익, 토지 시세차익 105억 원 등 1000억 원대의 이득을 본 것으로 추정됨에도 개발부담금은 한 푼도 내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마치 영화 '도둑들'의 주인공들처럼 각자가 역할을 분담했다. 최은순 씨는 회사를 설립하고 토지를 매입했으며, 김건희 여사는 투자 유치 활동 등 일종의 '영업사원' 역할을 했다"면서 "또한 이 사업의 인허가권자였던 양평군수는 윤석열 후보 경선캠프에 참여한 김선교 전 국민의힘 의원이고, 윤석열 대통령 본인은 개발 사업이 한창 진행되던 2013년 양평군을 관할하던 여주지청장으로 재직했다"고 열거했다.

 

윤석열 대통령과 김선교 의원. 김 의원 페이스북

민주당은 특히 "경찰은 최은순 씨와 김건희 여사에 대해 사업이 본격화하기 전에 대표이사 및 사내이사에서 물러났기에 사건에 관여한 정황이 없다는 황당한 결론을 내렸다"면서 "최은순 씨와 김건희 여사가 공흥지구 개발에 직접 개입했다는 것은 법원 판결문을 통해서도 이미 인정된 사실이다. 법까지 어겨가며 토지를 매입하고, 투자를 유치하는 데 앞장서도, 또 다른 가족들이 회사 임원을 역임하고 있어도 직함만 내려놓으면 무관한 일이 되느냐"고 따졌다.

또 "야당 대표 수사하듯 주변을 탈탈 털어 압수수색하고 소환조사했어도 이런 결과가 나왔을까?"라고 묻고 "검찰에도 촉구한다. 야당 대표에 대해 경찰이 수년 전 불송치했던 사건도 다시 들춰내어 탈탈 털어댄 만큼, 대통령 가족에 대해서도 공정한 잣대를 적용하기 바란다"고 했다.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가 증거 불충분으로 무혐의 결론을 냈던 성남FC 후원금(광고비) 의혹 사건을 검찰이 완전히 뒤집어 이재명 대표를 기소한 사실을 지목한 것이다. 그러면서 "5503억의 (대장동 개발) 공익 환수도 배임이라 우기는 검찰의 논리대로라면 민간 개발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도 개발부담금 한 푼 내지 않은 양평 공흥지구 개발은 대체 무슨 범죄가 적용될까?"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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