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시민연대 “한미일 ‘전쟁동원 체제’에 반대한다”

G7 앞두고 시민연대체 ‘한일플랫폼’ 선언

“한일 과거사 정치타결, 우리 미래 아니다”

미 정부 공격적 전쟁동원체제 구축 집중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내각 적극 동조

한국정부 등에 일본 오염수 투기 저지촉구

2023-05-18     한승동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18일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 주최로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한일 시민사회 각계 인사 공동 선언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3.5.18. 연합뉴스

“우리는 한미일 군사협력과 전쟁연습에 반대한다. 미국 바이든 정부의 관심은 한국과 일본 간의 군사협력을 촉진하고 미국이 주도하는 한미일 군사협력으로 발전시킴으로써 이른바 ‘인도태평양’지역에서 핵억지력에 의존하는 공격적인 전쟁 동원체계를 구축하는데 집중돼 있다.”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후미오 내각 사이에서 이뤄지고 있는 과거사에 대한 정치적 타협은 피해자들의 권리를 침해하고 한일관계를 악화시키며, 동아시아 평화를 위협하고 있다. 정치적 타협의 동기가 되고 있는 한일, 한미일 군사협력 강화 논의는 연쇄적인 정상회담을 통해 전면화되고 있으며, 19일부터 일본 히로시마에서 열리는 G7 정상회담에서 재차 강조될 것이다. (…) 현재 일어나고 있는 두 정부간 타협은 한일 시민들이 바라는 미래가 아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가운데)이 18일 야마구치현의 이와쿠니 미 해군기지를 방문해 병사들과 만나고 있다. G7 정상들은 오는 19일 세계 경제, 우크라이나 정세, 핵 군축과 비확산 등 다양한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2023.05.18. AP 연합뉴스

히로시마 G7 개최 하루 전 공동선언

히로시마 주요 7개국(G7) 정상회담 개최 하루 전인 18일 한국과 일본의 최대규모 종교·시민사회 연대체인 ‘한일화해와 평화플랫폼’이 주최한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한일 시민사회 각계인사 공동선언’ 발표를 위한 기자회견이 서울 중구 정동 프란체스코 회관에서 열렸다.

노히라 신사쿠 일본 피스보트 공동대표와 다카다 겐 ‘전쟁하지 못하게 하겠다·9조 깨지마 총궐기행동 실행위원회’ 공동대표, 김영호 동북아평화센터 이사장, 이만열 전 국사편찬위원장 등 한일 각계인사 참여자 385명과 284개 참여단체를 대표한 이날 기자회견 참석·서명자들(일본 대표들은 줌 영상으로 참여)은 윤석열 정부와 기시다 후미오 내각의 최근 ‘정치적 타협’이 “양국 국민들의 열망에 배치된다”며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의 ‘제3자 변제’ 처리방식,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해양 투기, 한미일 군사협력과 전쟁연습에 반대한다고 선언했다.

 

18일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 주최로 열린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한일 시민사회 각계 인사 공동 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김영호 동북아 평화센터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5.18. 연합뉴스

중국과의 전쟁 대비 군사력 우위 겨냥

이들은 공동선언에서 한미일 3국 정부가 지금 추구하고 있는 것은 ‘전쟁연합’ 강화라면서 미국 바이든 정부의 “핵억지력에 의존하는 공격적인 전쟁 동원체계 구축”에 “‘힘을 통한 평화’, ‘압도적이고 우월한 전쟁능력 확보’를 추구하는 윤석열 정부와 ‘적기지 공격능력 보유’와 ‘방위예산 대폭 증액’을 추진하는 기시다 내각이 여기에 적극 동조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이런 한미일의 군사협력은 표면적으로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지만 “궁극적으로는 중국과의 전쟁에 대비하고 군사력 우위를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런 무력시위와 핵 억지력에 의존할수록 오히려 핵전쟁 위험은 더 커지고 핵 군비경쟁은 가속화된다며 한미일 군사협력과 핵전쟁 연습에 반대했다.

이들은 한미일 3국이 지난해 이후 차단작전 훈련, 대잠수함 훈련, 미사일방어 훈련을 공동으로 진행해 왔고, 지난해 11월의 ‘인도태평양 한미일 3국 파트너십에 대한 프놈펜 성명’ 이후 북한 미사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하고 있으며, ‘대만해협’ 문제 등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 공동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밝혔지만 “‘힘을 통한 평화’는 이미 실패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이 18일 히로시마에서 열린 미일 양자 회담에 앞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와 악수하고 있다. 양국 정상은 회담에서 인도·태평양 지역 안보, 우크라이나 전쟁, 안보 동맹 등의 현안에 대해 논의한다. 2023.05.18. AP 연합뉴스

한일 정부 강제동원 피해자 권리침해 “자격없다”

공동선언은 일제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문제와 관련해, 일본이 일제 강점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한일 정부간에 이뤄진 1965년의 청구권협정으로 피해자들 배상 청구권이 사라졌다고 볼 수 없다며, “한일 정부는 한국 대법원의 확정판결에 따라 배상 청구권을 행사하려는 피해자들의 권리를 침해해선 안 되며, 그렇게 할 자격도 없다”고 강조하고 제3자 변제방식과 관련한 구상권 행사를 상정하고 있지 않다고 한 윤 대통령의 발언은 “명백한 월권행위”라고 비판했다. 선언은 “강제동원 손해배상 문제는 금전문제만이 아니라 인권침해 인식과 사과를 통해 피해자에게 인간 존엄성을 회복하는 문제”라는 한국 인권위원장의 성명을 인용하면서 강제동원 사실 자체를 인정하지 않고 있는 기시다 내각의 아베 역사수정주의 계승 또한 비판했다. “(일본이) 잘못된 과거를 직시하지 않으면 한일 시민 사이의 이해도 신뢰도 얻을 수 없으며, 미래 한일관계의 발전도 기대할 수 없다.”

 

18일 중구 정동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열린 'G7 정상회담에 즈음한 한일시민사회 각계 인사 공동선언 발표 기자회견'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이 발언하고 있다. 2023.5.18. 연합뉴스

검증되지 않은 오염수 투기는 초국가적 파괴행위

선언은 또 후쿠시마 핵발전소 오염수의 해양투기에 관한 문제는 “후쿠시마 지역 주민의 안전에 관한 문제일 뿐 아니라 일본은 물론 바다를 공유하는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초국가적인 문제”라면서, “역내의 모든 당사자가 그런 배출이 안전하다는 것을 과학적 수단을 통해 확인하고 동의할 때까지 바다에 투기해서는 안 된다”며 “검증되지 않은 오염수 해양 투기는 자연과 생명에 대한 파괴행위”라고 주장했다. 선언은 도쿄전력과 일본정부가 핵종들을 여과한 이른바 ‘처리수’ 방출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정확한 정보공개를 거부하고 있고 전문가들도 정보의 신뢰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정부를 비롯한 주변국 정부들은 일본의 오염수 해양 투기에 단호한 반대입장을 표명하라고 촉구했다.

평화헌법과 한반도평화체제가 미래여는 열쇠

선언은 “적대는 적대를 부르고, 군비확장과 전쟁연습은 또 다른 군사위협과 전쟁위기를 부른다”며 “제재와 압박으로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관계개선이 우선이다. 대화와 협상이 길”이라면서 “일본의 평화헌법체제(9조) 수호와 한반도 평화체제 형성이 동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 평화협력의 축이며, 핵무기도 핵 위협도 없는 동아시아와 세계로 나아갈 열쇠”라고 주장했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참석차 일본을 방문한 리시 수낵 영국 총리가 18일 도쿄 모리미술관에서 열린 비즈니스 리셉션에서 연설하고 있다. G7 정상회의는 19일 히로시마에서 개막한다. 2023.05.18. AFP 연합뉴스

“전쟁 위해 히로시마 이용 마라. G7 필요없다”

기자회견 모두의 인삿말에서 다케다 겐 공동대표는 이번 공동성명이 지적하는 “당면한 3가지 악정(惡政)”을 ①강제동원 피해배상에 관한 제3자 변제방식을 통한 ‘(문제의) 종식’ 책동 ②후쿠시마 원전 오염수의 해양 투기 ③한미일 군사협력과 훈련 강화라며, 이번 한일 시민 공동선언을 토대로 “한국시민들과 손잡고 평화로운 아시아를 만들기 위해 온 힘을 다해 싸우겠다”고 말했다. 와타나베 겐쥬 일한민중연대 전국네트워크 대표는 히로시마 G7 정상회담을 겨냥해 “전쟁을 위해 히로시마를 이용하지 마라, G7 필요없다”면서 3개국(미국 영국 프랑스)이 핵무기 보유국이고 독일과 이탈리아는 핵공유국이며, 일본은 미국 핵우산 보호 아래 있는 G7이 ‘핵없는 평화’를 주장할 자격이 있느냐. 단연코 반대한다”고 말했다.

“지금 싸움은 과거와 미래 싸움 아닌 과거와 과거의 싸움”

김영호 이사장은 인삿말에서 지금의 싸움은 (윤 대통령이 말하는) ‘과거와 미래의 싸움’이 아니라 “우리가 바로잡으려는 새로운 과거와 아베 신조가 주장하는 터무니없는 과거의 싸움, 즉 과거와 과거의 싸움”이라고 말했다. 김 이사장은 1965년(한일국교정상화)체제에 맞서 20년을 싸운 끝에 얻어낸 중요한 성과가 김대중-오부치 게이조 한일파트너십 선언이었으나 그것은 일본의 한반도지배가 합법임을 전제로 한 것이었고, 그것을 넘어서려 한 것이 2010년 한국강제병합 100주년에 발표한 한일 지식인 1000명의 일본의 침략과 식민지배 불법 선언이었으며, 2012년과 2018년의 한국 대법원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확정판결로 그것이 처음으로 현실에서 구현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윤석열 정부가 다시 이를 뒤집었다고 지적하고, 일본시민 53%가 반대하고 있는 일본 평화헌법 개정에 대해 언급하면서 “평화헌법을 지키는 것이 일본의 시민혁명이자 아베의 신제국주의에 맞서는 ‘시민 아시아’(Civil Asia)”라고 말했다.

 

​18일 서울 프란치스코교육회관에서 한일화해와평화플랫폼 주최로 '평화롭고 지속 가능한 미래를 향한 한일 시민사회 각계 인사 공동 선언 발표 기자회견'이 열리고 있다. 2023.5.18. 연합뉴스

한일화해와 평화플랫폼

2020년 7월에 한일 종교·시민사회가 파국사태에 이른 한일관계와 관련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을 반성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며 결성한 ‘한일화해와 평화플랫폼’(이하 한일플랫폼)은 한일간 최대 규모의 종교시민사회 연대체로 한국에서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와 원불교, 한국천주교 주교회의 민족화해위원회, 한국진보연대,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가 참여하고 있으며, 일본에서는 전쟁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9조 깨지마 총궐기행동 실행위원회, 피스보트, 일본천주교정의평화협의회, 군마종교자들모임, 일본기독교교회협의회 등이 참여하고 있다.

김경민 한국YMCA전국연맹 사무총장, 정인성 원불교 교무(평양교구장/남북하나재단 이사장), 노히라 신사쿠(피스보트), 다카다 겐 대표가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한일플랫폼에는 이밖에 일본에서 미츠노부 이치로 일본천주교 정의평화협의회장, 야노 히데키 강제동원문제해결과 과거사청산을 위한 공동행동사무국장, 오노 분코 종교자 9조회, 우에무라 다카시 <주간금요일> 발행인 겸 사장, 우치다 마사토시 변호사, 와타나베 미나 여성들의 전쟁과 평화자료관장, 그리고 한국에서 이미경 전 국회의원, 김민문정 한국여성단체연합 공동대표, 김창록 경북대 법학전문대 교수, 박석운 전국민중행동 공동대표,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 이나영 일본군성노예 문제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 이사장, 송기호 변호사 등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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