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국 코인 의혹이 또다시 드러낸 극단적 이중잣대

같은 사안이라도 여야에 따라 극과 극 접근 방식

코인 업계 이해관계자들을 '전문가'라며 받아쓰기

'윤석열 NFT' 코인 운영사 사기 혐의 고소 사건은?

코인 투자 바람잡이 노릇하던 조선일보의 이중성

"투기성 심해 거래 자체가 시장 해악" 극적인 표변

2023-05-15     전지윤 편집위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민주당 김남국 의원이 14일 오전 국회 의원실로 출근하고 있다. 김 의원은 출근 후 페이스북을 통해 탈당을 선언했다. 2023.5.14. 연합뉴스

거의 모든 언론의 융단폭격, 검찰의 수사 압박, 민주당의 '손절' 시도 끝에 결국 김남국 의원이 탈당했다. 그러자 <조선일보>는 '우리가 첫 보도를 한 지 9일 만'이라고 하면서 기쁨과 자랑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거 봐라. 우리가 민주노총은 간첩 소굴이라고 하면 국정원이 움직이고, 우리가 건폭이라고 하면 정부가 건설노조를 공격하면서 노동자가 죽는 일까지 벌어진다'면서 아주 만족스러워하는 <조선일보>의 웃음소리가 들리는 것 같다.

따라서 이것을 '김남국 사태'라고 부르는 것은 정확한 명칭 부여가 아니다. 이것은 시리즈로 이어져 온 '조선일보-검찰 캐비닛 사태'다. 검찰이 이미 1년 전부터 내사에 착수하고 영장을 두 번이나 청구했을 뿐 아니라, <조선일보> 또한 자신들이 이미 작년부터 오랫동안 취재를 해 왔다는 것을 숨기지 않고 있다. 왜 지금 시점인지는 충분히 짐작 가능한 일이다.

이렇게 한국 사회에서는 같은 코인 투자여도 김남국 의원과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의 투자가, 같은 '돈봉투'라도 민주당 정치인들과 국민의힘 김현아·하영제·박순자 등 전현직 의원들 사건이, 똑같이 녹취록이 나왔어도 민주당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과 국민의힘 태영호 의원에 대한 언론과 검찰의 접근 방식이 완전히 다르며, 이것을 모두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상황이 됐다.

 

TV조선은 지난 2018년 1월 1일 '2030 부글부글…국정농단보다 코인규제 더 나빠'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했다. "가상화폐 주된 투자자인 이삼십대 청년층"이 문재인 정부에 분노하고 있으며 일각에서는 "가상화폐 규제를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과 비교"까지 하고 있다는 내용을 담았다.

그러다 보니 이미 거의 모든 언론과 이름 있는 정치인과 논자들이 나서서 김남국 의원에게 던지는 돌에 굳이 하나 더 보태고 싶은 마음은 생기다가도 없어지고, 별로 동참하는 사람이 없어 보이지만 그 반대편을 향해서 돌을 던지고 싶은 마음이 커지게 된다. 이번에 드러난 김남국 의원의 몇 가지 문제점과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이 상황이 보여 주는 더 큰 문제와 본질들에 주목하고 싶기 때문이다.

지금 온갖 '가상화폐 전문가'들이 나서서 김남국 의원을 비난하고 의혹을 제기하면 수많은 언론이 그대로 받아 써주는 구조인데, 그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지난 몇 년간 유튜브나 텔레그램 채널을 통해서 청년들에게 코인 투자하라고 부추기고 코인 시장 중계하며 코인 시장에서 경력을 쌓아 온 사람들이다.

이처럼 코인업계나 게임업계의 이해관계자들이 과연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전문가인가? 코인 투자의 폐해를 경고하면서 규제를 주장하던 양심적 학자도 아닌, 관련업계의 이해관계자가 나와서 코인 시장에 대해서 말하면 그대로 받아쓰는 게 언론의 역할인가? 이 전문가들은 왜 모두 똑같이 하루에도 몇 번씩 올랐다 내리는 코인이 10분의 1토막이 됐을 때가 아니라 10배가 올랐을 때의 가격을 기준으로만 말하는 것일까?

지난 대선 때 '윤석열 NFT'(소위 '윤석열 코인')를 발행하고 국민의힘 인사들이 창립기념식에 참가해 홍보를 해주던 운영사는 지금 사기 혐의로 고소당한 상황인데 왜 여기에 대한 취재와 보도는 이렇게 찾기 어려운 것인가? 적어도 족벌언론과 달리 개혁언론들에서는 다른 목소리가 나와야 하지 않는가?

특히 <한겨레>는 지난 '김만배 돈거래 사건' 이후 '앞으로 검찰이 흘린 피의사실 대서특필, 검증 없는 예단과 과잉 보도, 반론권 보장 없는 일방적 보도를 하지 않겠다'고 몇 번이나 다짐하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불러일으키더니 이번에 다시 모든 것이 과거로 돌아간 이유가 무엇인가? 모든 언론이 달려가는 사안은 빠지기 어려우니 예외인 것인가? 그러면 그런 다짐은 무슨 의미가 있는가?

 

조선일보 홈페이지 기사 갈무리

물론, 무엇보다 가장 기막힌 것은 역시 <조선일보>다. 기억을 더듬으며 잠깐만 검색하고 찾아봐도 아래와 같이 <조선일보>는 2017~2019년에 코인 장사꾼이나 코인 시장의 바람잡이와 다름없이 코인 투자를 부추기는 수많은 기사를 쏟아냈다. 정부의 코인 규제 시도를 절대악인 것처럼 공격했다. 특히 'MZ세대'를 강조하면서 마치 청년세대이면서 코인 투자를 하지 않으면 뭔가 유행에 뒤떨어지는 것 같은 분위기까지 앞장서 만들었다.

그 속에서 이준석 전 대표나 김남국 의원 같은 젊은 정치인들은 자신들도 청년세대의 유행에 동참해 코인 투자를 하고 있다는 사실을 숨지지 않았다. 코인 규제를 시도하는 것은 '꼰대 같은 기성세대의 사다리 걷어차기'이며, 코인 규제를 반대하는 것이 MZ세대를 대변하는 정치인의 의무인 것처럼 묘사됐다. 언론과 정치세력들이 부추기는 이런 분위기에 휩쓸려 수많은 청년이 코인판에 뛰어들었다.

결국, 몇 년 후에 거품이 꺼지면서 수많은 이들이 돈도 잃고 희망도 잃었다. 심지어 목숨을 끊은 이도 여럿이었다. 돈이 돈을 낳는 '자유시장'에서 코인 시장도 결국 돈이 많은 이들에게는 유리했고, 돈이 없는 이들은 얻기보다 빼앗길 수밖에 없었다. 이런 상황에 책임감을 느끼고 사과해도 모자란 <조선일보>가 이번에 "(코인은) 변동성과 투기성이 심해 거래 자체가 시장에 해악을 끼친다"고 쓰고 있는 것을 보자니 어안이 벙벙한 것을 넘어서 우주로 탈출하겠다.

 

조선일보 홈페이지 기사 갈무리

조선일보 홈페이지 기사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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