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더라'와 음모론의 막장 조합, '조국 흑서'

문재인 정부 뒷담화 모음집…독자 기만 마케팅

정경심 블라인드펀드, '투자처 몰랐다면 거짓말'?

권경애가 믿었던 공소장의 '웰스씨앤티', 허위였다

치밀하고 치졸했던 검찰의 블라인드펀드 말장난

변호사 본분도 잊고 '공소장 기술'에 낚인 권경애

'블루펀드 통해 WFM 투자', 김경율 허황한 음모론

2023-05-13     박지훈 IT 전문가

[조국 사태의 재구성] 16. ‘카더라’와 음모론의 막장 조합, ‘조국흑서’

‘조국 펀드’ 관련의 허위, 과장 주장들을 이어가던 권경애와 김경율의 폭주는 2020년 8월에 출간된 소위 ‘조국흑서’에서 정점을 이룬다. ‘조국백서’(“검찰개혁과 촛불시민”)에 맞서겠다며 강양구, 권경애, 김경율, 서민, 진중권 등 5인이 출간한 책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였다.

그런데 ‘조국흑서’라는 가칭이 당황스럽게도, 많지도 않은 총 337페이지의 분량 중에서 정작 ‘조국사태’를 다룬 부분은 고작 70 페이지 정도에 불과하고, 그 내용도 사모펀드 관련 내용에 국한되었다. 그마저도 진위 여부를 떠나 매우 부실한 뒷담화 수준에 그쳤다. 가칭이라고 해도 이 책을 ‘조국흑서’라고 부르며 마케팅 했던 것은 심각한 독자 기만이 아닐 수 없었다.

그럼에도 이 책이 ‘조국흑서’라는 기만적인 가칭으로 널리 알려지고도 제대로 된 문제 제기조차 없었던 것은, 책의 내용에 높이 평가해줄 만한 부분이 있어서가 아니라 사실상 공범인 주류 언론들이 앞다퉈 소개 기사들을 쏟아내 가려주고 미화해준 덕분이었다.

‘조국 흑서’ 아닌 ‘문 정부 뒷담화’, 그나마도 재탕

실제 이 ‘조국흑서’라는 책의 내용은 문재인 정부와 ‘386 운동권’ 비판 등의 정치 비평이 대부분이고, 그 역시도 전문적인 분석이나 객관적 자료 제시 하나 없는 뒷담화 수준 사견들의 말잔치다. 스스로도 밝혔듯이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라는 책의 제목부터가 조국 전 장관을 겨냥한 것이 아닌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사 발언을 비꼰 것이다.

특히 사모펀드 관련 주장을 기록한 70여 페이지를 제외한 나머지 분량은 강양구, 서민, 진중권 3인이 대부분을 채웠는데, 문재인 정부 비난에 열을 올린 이들 3인은 정치나 공직을 전혀 경험해보지도 않았고, 관련된 연구를 해본 경험도 없다. 아시다시피 강 기자는 과학전문 기자이고, 서 교수는 기생충학 교수, 진 교수는 미학 전문이다. 요컨대 내놓은 의견들이 비전문적일 뿐만 아니라 내용을 봐도 그리 진지하다고 보기조차 어렵다.

 

가칭 ‘조국흑서’, “한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나라”.

이들이 정치나 공직 비전문가이고 뒷담화의 수준이 낮다는 사실만으로 이 책을 폄훼하려는 것이 아니다. 하지만 조국 전 장관을 비판하는 ‘조국흑서’로서 기획된 책에서 엉뚱하게도 편향적인 정치 비평들을 압도적으로 더 많이 펼칠 것이면, 최소한 그런 문재인 정부 비판들이 조국 전 장관을 비난해야 할 정도의 상당한 개연성과 객관성, 합리성 정도는 보여줬어야 했지 않은가.

오히려, 문재인 정부 비판이라는 주제라면 이 책을 열렬히 띄워줬던 조중동 스스로의 사설들이 이 책 내용보다는 한참 더 볼만 할 정도였다. 천재들이 바보를 입을 모아 대단하다고 찬양하는 우스꽝스러운 모습을 보는 느낌과 비슷할 것 같다.

또 진중권이 질문하고 권경애, 김경율이 답하는 대담 내용을 기록한 사모펀드 의혹 관련 70페이지 역시도, 이들의 2019년 당시 주장으로부터 그다지 나아가지도 못했다. 책으로까지 엮을 가치가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달라진 부분이라면 검찰의 공소장 내용들을 몇 부분에서 인용한 정도였는데, 공소장 자체도 검찰이 이미 언론에 대부분 흘려놓았던 내용들에 디테일을 더한 정도에 불과해서 딱히 새로운 주장이나 사실도 없었다.

더욱이 사모펀드 관련 외에 다른 의혹들, 예를 들면 표창장 등 입시 관련 의혹, 웅동학원 관련 의혹, 민정수석 당시 직권남용 등의 의혹, 선거개입 관련 의혹, 장학금 의혹 등등에 대해서는 이들은 아예 최소한의 언급조차 하지 못했다.

‘조국흑서’ 출판사의 대표 선완규 씨의 중앙일보 인터뷰 기사에 따르면, 그는 2019년 9월에 진중권에게서 “동양대 표창장이 위조된 것 같다”라는 말을 듣고 이 책을 기획했다고 했다. ☞ 표창장 위조 같다는 진중권 전화에 조국흑서 기획 즉 ‘표창장 위조’ 혐의가 ‘조국흑서’의 시발점이었다는 것이다.

 

진중권의 ‘표창장 위조’ 추측 발언이 ‘조국흑서’의 계기였다는 선완규 대표 (중앙일보)

그런데 ‘조국흑서’의 출발점이자 표창장 혐의의 진실을 잘 아는 듯 내세웠던 진중권은, 실제 ‘조국흑서’ 대담에서는 표창장 위조 혐의에 대해서는 거의 거론조차 하지 않았다. 사실 진중권은 조국사태 당시 정경심 교수의 동양대 동료 교수이기는 했으나 같은 학부도 아니고 2012~2013년 당시 함께 근무한 것도 아니어서 그에게는 표창장 위조 여부에 대해 합리적인 판단을 할 근거가 전혀 없었다.

이런 이유로 진중권의 표창장 주장이 시발점이었던 ‘조국흑서’에, 정작 진중권의 표창장 관련 주장들은 전혀 실리지 않았고, 권경애 김경율의 사모펀드 주장들만 일부 실린 것이다. 그런데 앞서 15회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권경애, 김경율의 주장들도 (사실이든 허위든) 체계적이거나 근거로 뒷받침 되는 것이 없었기 때문에, 이들의 주장만으로 책 한 권을 채우기에는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널리 ‘조국흑서’라고 홍보했던 책이 실제로는 ‘문 정부 뒷담화 모음집’이 되어버린 경위다.

요컨대, 소위 ‘조국흑서’라고 알려진 이 책은 ‘조국흑서’라는 가칭 자체가 매우 기만적인 상품이었다. 비유하자면 이렇다. 유명 언론사 기자들이 입을 모아 ‘이번에 잘 나온 한우 세트’라고 소개하길래 믿고 구입했다. 그런데 막상 화려한 포장을 뜯고 보니 내용물 대부분이 돼지고기, 닭고기였고, 소고기는 1/5밖에 안되는데다 한우도 아니었던 것이다. 이런 걸 ‘잘 나온 한우 세트’라고 열렬히 홍보해줬던 것이 조중동 등 주류 언론들이었다.

그러면 그 나머지라도 제대로 된, 먹을 만한 소고기였을까. 이제부터 살펴보겠지만, 얼마 안되는 나머지조차도 등외품에 변질된 불량 고기였다.

블라인드펀드, ‘투자처 몰랐다면 거짓말’?

예상할 수 있듯이, 권경애와 김경율이 지면을 채운 사모펀드 부분 70 페이지 대부분은 2019년 9월 이후 이들이 주장하던 내용들의 반복이 대부분이었다.

아래 발언은 진중권의 ‘블라인드펀드’ 질문에 대해 권경애가 대답한 내용으로, ‘블루펀드가 블라인드펀드라는 해명은 거짓이었다’라는 취지다. 그런데 권경애가 그 근거로 댄 내용이 가관이다.

권경애 : “설령 투자 당시에는 사모펀드 투자처를 몰랐다고 해도, 사모펀드는 자산운용보고서를 작성해서 3개월에 1회 이상 투자자에게 교부해야 해요. 2019년 9월 기자간담회까지도 몰랐다고 주장하는 건 거짓말이죠.”

요컨대 ‘코링크PE에게 교부 의무가 있으니 정 교수는 보고서를 받아봤다’라는 주장이다. 그런데 실제로는 코링크PE는 2019년 8월 조국 후보자 지명 전까지 분기 보고서를 한 번도 교부하지 않았고, 그 사실이 이미 2019년 9월 초부터 널리 알려져 있었다.

진지하게 ‘변호사’ 권경애에게 묻고 싶다. 코링크PE의 법적 의무를 정경심 교수가 몰랐다면 거짓말이라는 논리는 도대체 어떻게 성립하는가? 이런 ‘묻지마’식 논리로 도대체 의뢰인 변호는 어떻게 하는가?

이 ‘블라인드펀드’ 여부의 진실은, ‘조국흑서’가 출간되기보다 두 달 전에 나온 조범동 판결과 몇 달 후 나온 정경심 판결문에서 나열된 여러 증거에서 확인된다.

두 판결문에서 검토한 증거들, 즉 조범동과 정경심 교수 사이에 주고받은 대화와 문서 자료들에서, ‘웰스씨앤티’의 이름은 단 한 차례도 언급되지 않았고 일관되게 “W사”로만 지칭되었다. 즉 조범동은 정 교수에게 블루펀드의 투자처 회사의 실명을 알려준 적이 없었고 따라서 정경심 교수가 ‘웰스씨앤티’라는 회사 이름을 알지 못했던 것이 실제 진실이었던 것이다.

특히 정경심 교수의 1심 판결문에는 ‘W사’라는 표현이 무려 18차례나 등장한다. 재판부가 증거들에서 ‘W사’가 언급된 부분을 정확히 주목한 것이다. 또한 판결문에서 ‘웰스씨앤티’ 언급은 조범동과 정 교수 사이에 주고받은 대화나 서류가 아닌, 조범동과 코링크PE 관련 범죄에 대한 판단 과정에서만 나타난다. 즉 재판부가 정 교수와 관련해 ‘웰스씨앤티’라는 회사명이 언급된 적이 없다는 점을 제대로 주목한 것이다.

조범동 1심 판결의 경우는 정 교수 1심 판결보다는 적지만 2017년 7월 블루펀드 가입 제안 당시 조범동이 정 교수에게 소개한 투자 요지 설명에서 ‘W사’로만 지칭한 사실이 확인된다. 즉 권경애는 ‘조국흑서’ 출간 전에 나온 조범동 판결문만 살펴봤더라도 자신의 주장이 어불성설이 된 사실을 모를 수가 없었던 것이다.

권경애가 덮어놓고 믿었던 공소장의 '웰스씨앤티', 허위였다

설상가상으로, 위와 같은 주장에 바로 이어지는 권경애의 다음 발언은 ‘변호사’라는 그의 정체성마저 의심하게 만든다.

권경애 : “검찰의 공소장에 따르면, 심지어 정경심 교수가 투자처에 대한 설명을 다 듣고 블루펀드에 가입했다는 거잖아요.”

여기서 일단 도대체 ‘공소장’이란 것이 뭔지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공소장은 형사재판에서 검사의 일방적인 주장을 정리한 서류로서, 실제로도 오직 형사재판 법정 내에서만 의미가 있다. 그런데 권경애는 검찰이 ‘정경심은 투자처에 대해 들었다’라고 주장했으니 그게 그대로 사실이라는 것이다.

검찰의 공소장이 그대로 진실이라면, 변호인이 공소장 수령 후 제출하는 공소장의견서는 무가치한 휴지조각이란 말인가? 직업 변호사로서 권경애 본인도 수없이 제출했을 의견서 아닌가?

그러면, 여기서 권경애가 이토록 신뢰하는 검찰의 공소장에서 해당 부분의 기술이 어땠는지 살펴보자.

피고인은 (중략) 2017. 7. 초순경 코링크PE 사무실에 찾아가 조범동으로부터 (중략) 웰스씨앤티㈜(이하 ‘웰스씨앤티'라고 함)에 유상증자로 투자를 하고, 웰스씨앤티에서 ㈜익성(이하 ‘익성'이라고 함)의 음극재 사업에 투자하며, 이후 익성이 상장될 경우 웰스씨앤티의 주식과 상장된 익성의 주식을 ‘스왑’하여 상장사 주식을 매도함으로써 많은 수익을 취득할 수 있다는 투자 설명을 받고, 관련 설명 자료도 제공받았다.

요컨대 ‘정경심은 블루펀드 투자 당시 조범동으로부터 ‘웰스씨앤티’에 대해 설명을 듣고 관련 자료를 받았다’라는 식이다.

그런데 위 공소장 부분을 가만히 뜯어보면, 검찰이 ‘정경심은 웰스씨앤티라는 회사명을 알고 있었다’라고 찍어서 표현하지는 않았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여기에 검찰의 기막힌 꼼수가 숨어 있다.

정경심 1심 판결문에는 이 공소장 부분에 해당하는 판시 부분이 있다.

다) 피고인은 같은 해 7. 12. 경 조범동으로부터 블루펀드가 익성의 관계사인 W사를 유상증자 형태로 인수하고 W사에서 익성의 배터리 사업에 낮은 주식 가치로 투자한다는 설명을 들었다. 피고인은 같은 날 조범동으로부터 ’음극재배터리 로드맵_20170501.pdf', '음극제 보도자료.docx', 'SiOx음극재배터리 양산계획_20170501.pdf' 라는 제목의 각 파일을 전송받았다.

보다시피, 검찰이 공소장에서 ‘웰스씨앤티’라고 써놓았던 부분을 재판부는 모두 ‘W사’로 바꿔놓았다. 공소장에서 ‘웰스씨앤티’를 운운했던 검찰이 실제로 법정에 제출한 증거들, 즉 2017년 당시 정경심-조범동의 대화에는 ‘웰스씨앤티’가 아닌 ‘W사’라고만 지칭되어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도 검찰은 공소장에 ‘W사’라고 대화했던 내역들을 임의로 ‘웰스씨앤티’라고 바꿔서 기재했다. 또 검찰이 구체적 설명 없이 “관련 설명 자료”라고 지칭한 것들 역시 웰스씨앤티 관련 자료가 아닌 익성의 자료들이었다. 검찰이 마치 정 교수가 ‘웰스씨앤티’라는 회사명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보이도록 의도적으로 공소장 문구를 허위로 꾸민 것이다.

그런데, 정경심 판결문에는 이처럼 관련 사실관계가 증거들로 확인이 되는데도 결론으로서의 ‘판단’은 전혀 적시 되지 않았다. 검찰이 ‘웰스씨앤티’라는 회사 실명을 허위로 썼다는 ‘판단’은 물론이고 ‘블라인드펀드’의 사실 여부에 대한 ‘판단’도 판결문에 실리지 않았다. 그런 판단 적시를 회피하는 검찰의 고도의 공소장 말장난이 있었기 때문이다.

치밀하고 치졸했던 검찰의 블라인드펀드 말장난

놀랍게도, ‘웰스씨앤티’라는 사실과 다른 실명을 써넣은 위 공소장 부분은, 블라인드펀드 논란과 아무 관련이 없는 ‘자본시장법상 거짓변경보고’ 혐의 부분의 공소사실이다.

2019년 9월부터 벌어진 ‘블라인드펀드’ 문제와 관련해 검찰이 기소한 혐의는 ‘증거위조교사’ 혐의였다. 그런데 정작 검찰은 공소장의 이 혐의 관련 공소사실에서는 ‘웰스씨앤티’도 ‘W사’도 전혀 언급하지 않았다. 문제의 ‘증거위조교사’ 혐의 공소사실에서 검찰의 구체적인 주장은 이랬다.

"‘블루펀드는 블라인드 펀드여서 출자자는 투자처를 모른다’는 취지 등의 해명을 하라고 하고"

한편, 이 ‘증거위조교사’ 혐의에서 검찰은 이 ‘블라인드펀드’ 문제 외에 ‘조범동이 실소유주’ 은폐 문제도 문제 삼았는데, 이 두 문구를 비교해볼 필요가 있다.

“청문회준비단에 ‘코링크PE의 실사주는 조범동이 아니고, 출자자들 중에 피고인 관계자가 없다’는 허위 해명을 하게 하고”

보다시피, 검찰은 ‘블라인드펀드’ 문제에 대해서는 그냥 “해명”이라고 쓰고, ‘조범동 실소유주’ 문제에 대해서는 “허위 해명”이라고 썼다. 이건 당연히 단순 표현의 차이가 아니다. 이런 문구 꾸미기가 주업인 것이 검사들이다. 검찰은 정 교수 기소 당시 ‘블라인드펀드’ 주장이 허위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있었기에 이 부분에 대해선 “허위 해명”이 아닌 “해명”이라고만 쓴 것이다.

또 같은 이유로 검찰이 ‘블라인드펀드 해명’을 문제 삼으면서도 공소장의 이 부분에 정작 ‘웰스씨앤티’도 ‘W사’도 쓰지 못한 것이다. (정 교수에 대한 판결에서 재판부는 ‘블라인드펀드’ 부분과 ‘조범동 실소유주’ 양쪽 모두에 대해 무죄 판단을 내렸다. ‘블라인드펀드’ 관련 서술은 정 교수의 요청이 아닌 코링크PE 자체적인 결정이었고, ‘조범동 실소유주’ 사실을 숨기라고 지시한 것은 정 교수가 아닌 직접 당사자 조범동이었기 때문이다.)

반면, 검찰이 ‘웰스씨앤티’라는 실명을 써넣은 ‘거짓변경보고’ 혐의는 투자자에 불과한 정 교수가 블루펀드 변경 사항을 정부 부처인 금융위에 보고해야 할 의무가 있느냐의 문제이기 때문에, 투자 대상 회사의 이름이 알려졌든 말았든 아무 상관이 없다. (이 혐의 역시 무죄 판결이 내려졌다.)

즉 검찰은, ‘거짓변경보고’ 혐의 제기와 무관한 배경설명을 뜬금 없이 집어넣고 거기다가 사실과 다른 ‘웰스씨앤티’라는 회사명을 써넣은 것이다.

 

코링크PE는 2017년부터 블루펀드를 ‘블라인드펀드’로 소개하고 있었다. (한국경제신문)

본분도 잊고 아낌없이 낚인 권경애

여기에 검찰이 발휘한 고도의 ‘공소장 기술’이 있다. 만약 검찰이 ‘블라인드펀드’ 문제를 제기한 ‘증거위조교사’ 혐의에 허위의 ‘웰스씨앤티’라는 실명을 써넣었다면, 재판부는 그게 사실이 아니라고 판결문에 적시했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이 허위의 ‘웰스씨앤티’ 실명을 써넣은 것이 그와 전혀 무관한 ‘거짓변경보고’ 혐의였기 때문에, 재판부는 단지 무시하고 넘어갈 뿐 그에 대해 검토도 판단도 적시도 할 이유가 없다.

결과적으로 검찰은 공소장에 거짓으로 마치 정 교수가 ‘웰스씨앤티’라는 회사명을 알고 있었던 것처럼 쓰고도, 판결문에서는 거짓 주장이라는 지적을 받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검찰이 ‘블라인드펀드’ 관련 ‘증거위조교사’ 공소사실에 “허위 해명”이 아닌 “해명”이라고만 쓴 것도 같은 이유다. 검찰이 “허위 해명”이라고 주장했더라면 재판부로선 ‘허위가 아니다’라고 판시했겠지만, 그냥 “해명”이라고 썼기 때문에 재판부로선 그게 사실이든 아니든 정 교수가 ‘블라인드펀드’라는 문구를 써넣으라는 지시를 했느냐 여부만 판단하게 된 것이다.

검찰이 공소장에서 이렇게 ‘거짓변경보고’ 혐의에 공소사실과 전혀 무관한 배경설명을 집어넣으면서 허위의 ‘웰스씨앤티’ 회사명을 써넣은 의도는, 당연히 공소장의 원래 목적과는 무관하다. 공소장만 보고 유죄라며 일제히 복창해줄 법조기자들과 권경애, 김경율 같은 이들을 ‘낚는’ 목적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고, 곧 엄중한 공문서인 공소장이 대국민 기망 행위의 도구가 된 것이다.

정리하자면 검찰은 권경애가 잘못 이해한 것과 달리 공소장에서 ‘정경심은 웰스씨앤티라는 회사명을 알고 있었다’라고 적시하지도 않았고, 문제의 ‘블라인드펀드’ 관련 혐의에서는 ‘웰스씨앤티’ 언급과 “허위 해명”이란 표현을 피했으며, 혐의와 전혀 무관한 엉뚱한 문맥에다 “웰스씨앤티” 회사명을 끼워넣었다.

이 정도면 경력 변호사라면 직감적으로 의심스러워야 정상 아닌가?

필자 같은 비전문가라면 몰라도, 또 검찰 가라사대를 무턱대고 받아쓰는 게 직업 일상이 되어버린 법조기자들이라면 몰라도, 그간 검사들과 법정 다툼을 수없이 해오며 검사들의 말장난을 전혀 모를 수 없는 오랜 경력의 현업 변호사가, 검사들에게 낚인 정도를 넘어 낚시 바늘을 위장 깊숙이까지 삼켜버린 것은 너무도 실망스럽다.

권경애가 변호사로서 ‘공소장은 검찰의 일방적 주장에 불과한 것’이라는 근본적인 대전제를 가볍게 무시하지 않았더라면, 검찰의 이런 기가 막히는 고도의 ‘공소장 말장난’도 전혀 통할 리가 없었다. 결국 권경애는 기꺼이 검찰에게 낚일 준비가 되어 있었던 셈이고, 검찰은 그걸 마음껏 이용한 것이다.

아니, 필자가 권경애에게 너무 지나친 것을 기대한 것인가?

 

전무후무한 재판 3회 연속 불출석으로 의뢰인을 패소시킨 권경애 변호사 (MBC)

‘블루펀드 통해 WFM 투자’, 허황된 음모론

김경율은 ‘조국흑서’에서 ‘블라인드펀드는 거짓’이라는 주장에서 멈추지 않고 그걸 바탕으로 더 황당무계한 시나리오도 창안해 마구 던진다. 그야말로 ‘김경율 단독’ 음모론이다.

“블루펀드에 들어갔던 14억 원은 웰스씨앤티에 투자되었다가 뺑 돌아서 WFM에 투자되거든요. 사모펀드라는 가림막을 쓰고 있으니 간접투자라고 주장할 수 있었던 건데, 사실상 직접투자처럼 운용된 거죠. 블라인드펀드도 아니었고요.”

이런 김경율의 말을 재정리하자면 블루펀드 자금이 돌고 돌아 WFM 주식이 되었다는 것으로, 즉 정 교수가 블라인드펀드라고 하고는 실제로는 블루펀드를 통해 WFM에 사실상의 직접투자를 했다는 주장이다.

물론 조범동 판결에서 밝혀진 진실은 이런 김경율의 웅대한 상상과는 전혀 달랐다. 블루펀드 자금이 웰스씨앤티를 거쳐 IFM에 입금되기까지는 정상적인 회계 처리가 되었다. 하지만 두 달 만에 웰스씨앤티에서 ‘대표이사 가지급금’ 같은 거짓 명목으로 출금되어 코링크PE 계좌로 들어갔다. 코링크PE 계좌로 ‘돌아온’ 것이 아니다. 별개의 법인인 블루펀드 계좌가 아니라 코링크PE 법인 계좌로 들어갔기 때문이다.

즉 이 시점부터 이 자금은 블루펀드와의 연결점이 사라진 것이고, 정 교수가 권리를 주장할 방법이 없어진 것이다. 그런 후 코링크PE는 이 횡령된 자금을 WFM 주식 인수 대금의 일부로 우국환에게 지불했는데, 해당 주식은 블루펀드의 명의도 정 교수의 명의도 아닌 코링크PE의 명의로 인수했다.

‘공인회계사’ 김경율에게 묻는다. 이렇게 원 투자자 정 교수 소유라는 꼬리표를 완전히 떼어버린 채로 횡령되어 코링크PE의 WFM 주식 보유분 일부가 된 후에, 과연 정 교수가 이 투자금을 회수할 방법이 있는가?

 

WFM 인수 자금 대부분이 사채였고, 이로 인해 인수 완료 선언 시점에 실제 보유 지분은 0이었다 (SBS뉴스)

더 나아가면 김경율의 주장은 아예 아연실색 수준이다. 코링크PE가 외형상으로 WFM 인수 완료를 선언했던 2018년 1월 24일 시점 기준으로, 코링크PE가 순차적으로 인수했던 모든 WFM 지분들은 실제로는 단 한 주도 남지 않은 상태였다. 조범동이 WFM 지분들을 순차적으로 인수하는 과정에서 사채로 돌려막으면서, 인수 완료 선언 시점에는 실제론 코링크PE가 보유한 WFM 주식은 전혀 없었다. 전부 사채업자에게 매각 또는 담보로 제공한 것이다.

더욱이 2018년 1월 인수 완료 선언 시점에서는 사채업자에게 완전히 넘긴 것이 아닌 담보로 맡긴 지분도 있었지만, 그마저도 2018년 4월에 장부 상으로 226만 주 전량을 장외매도로 처리하면서 사채업자들에게 완전히 넘어갔다. 블루펀드 횡령 자금으로 인수한 지분을 포함한 코링크PE의 WFM 지분 전량이 허공으로 사라진 것이다.

즉 ‘WFM 인수 완료’ 공시 자체가 변명의 여지 1도 없는 허위 공시였던 것이고, 이후 우국환이 무상 증여한 110만 주가 코링크PE의 유일한 WFM 지분이었다. 여기까지가 조범동, 익성, 우국환 3자간의 ‘경영권 양수도 사기극’의 전말 개요다. 김경율은 이 무상증여 110만 주, 장부상 53억 원에 대해서도 조국 운운하고 있는데, 보다시피 그 역시 황당무계한 음모론이다.

(이런 블루펀드 자금 횡령 과정 전반에 대해서는 앞서 11, 12회에서 자세히 살펴본 바 있다.)

다시 ‘공인회계사’ 김경율에게 묻는다. 이렇게 사채업자들에게 돌리다가 허공으로 사라져버린 자금을 정 교수가 돌려받을 수 있는 방법이 있는가? 이렇게 돈을 허무하게 증발시켜버리는 것도 ‘블라인드펀드를 가장한 직접투자’의 한 방법인가? 김경율은 없어진 돈을 다시 만들어 회수할 수 있는 기막힌 묘수라도 있는가?

기만적 프레임, ‘조국의 돈으로 세워진 회사’

한편, 권경애와 김경율은 이 책에서도 정경심 교수가 조범동에게 빌려준 5억 원이 코링크PE 설립 자금이라며 “조국의 돈으로 세워진 회사”라는 애매하면서도 의심을 조장하는 표현을 반복하고 있다. 근거가 전혀 없어 조국 부부가 코링크PE의 소유자라고 직격할 수도 없으면서 그렇게 들리도록 하려고 애를 쓰는 것이다.

하지만 이들이 ‘코링크PE 설립 자금’이라는 2015년 12월 5억 원 대여금에 대해서는 이 ‘조국흑서’ 출간 전에 나온 조범동 1심 판결문에 꽤 구체적으로 설명되어 있다. 조범동은 2016년 1, 2월 두 차례에 걸쳐 웰스씨앤티로 8천 5백만 원(5천만, 3천5백만)을 송금하고 2016년 2월, 3월에 코링크PE 설립에 1억, 유상증자에 1억 5천만 원을 썼으며, 나머지 1억6천5백만 원은 조범동이 개인 빚을 갚는 등으로 개인적으로 썼다.

정리하자면 5억 원 중 절반인 2억5천만 원이 코링크PE와 무관한 곳에 쓰인 것이다. 1억6천5백만 원은 아예 조범동이 개인적으로 썼고, 웰스씨앤티에 보낸 8천5백만 원은 코링크PE 설립 이전이라는 점에서 코링크PE와 연결이 되지 않는다. 태어나기도 전에 주고받은 돈에 권리를 주장하는 것이 있을 수 있는 일인가.

더욱이 웰스씨앤티에 보낸 8천5백만 원에 대해 정경심 1심 재판부는 “익성이 공공 와이파이 사업 투자를 위해 웰스씨앤티에 보낸 1억 원 이상의 자금”과 연계해 해석했다. 더 구체적인 판단으로 나아가지는 못했지만 정황상 익성의 와이파이 사업 투자와 관련된 송금이라고 본 것이다. (조범동이 익성의 웰스씨앤티 투자에 편승한 것으로 보인다.)

그래도 납득하지 못하겠다면, 여러 판결들에서 정 교수 남매가 코링크PE의 경영에 전혀 관여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에 대해서는 뭐라고 설명할 것인가?

조범동 1심 : “정경심, 정ㅇㅇ(정경심 동생)가 코링크PE의 사업에 관여하였다거나, 주주로서의 권리를 행사하려고 했다는 정황은 기록상 나타나 있지 않다.”

조범동 2심 : “정ㅇㅇ가 코링크PE 주주명부에 주주로 등재되기는 했으나, 실제 주주로서 권리를 행사한 사실이 전혀 없는 점”

조범동 재판의 대법원 판결에서도 이대로 확정됐다. 이는 역시 대법원 판결로 확정된 정경심 교수의 재판들에서도 마찬가지였다. 비록 정경심 재판부들은 억지스럽게 ‘투자’라고 표현했지만 그 관점에서조차 소유나 지배와는 무관한 순수한 ‘재무적 투자’(FI)였다는 의미다.

이는 가장 최근의 관련 판결인 조국 1심 판결도 마찬가지다. 조국 부부는 어떤 식으로든 코링크PE의 경영에 관여한 바가 없었다는 점이 두 차례의 1, 2, 3심 판결로 확정되고 또다시 조국 1심에서 재확인 된 것이다.

 

조범동 1심 판결, ‘5억+5억 원은 투자가 아닌 대여금, 컨설팅비는 횡령 아닌 대여금 이자’ (MBC)

또 김경율은 “이자 연 11%”라는 이자를 “의심할 수밖에 없는 고금리”라고도 단언하기도 했다. 하지만 판결문은 이에 대해서도 간단하게 반박한다. (문언상 11%로 되어 있지만 재판부는 계산 결과 실제로는 10%에 상당한다고 판단했다.)

“약 연 10%의 이자율이 예금금리에 비하여 고율이기는 하지만 자금사정이 어려운 회사가 유치하는 자금에 대한 이자율에 비추어 현저히 높은 이율이라고 할 수 없는 점”.

실제 코링크PE는 회사의 기본 운영자금도 없어 허덕이고 있던 중이었다. 그래서 2차 대여금 5억 원의 경우 직원 급여, 보험료, 관리비, 사무실 보증금 등 회사 운영자금으로 모두 사용했다.

김경율에게 한 가지만 물어보자. 2019년 10월에 라디오 생방송 중에 자신있게 장담했던 “충분한 증거”들은 도대체 어디다 꽁꽁 숨겨놓고 이런 황당한 음모론들만 내놓았는가? ‘조국흑서’에서 공개하기에도 너무나 아까운 소중한 증거들인가? 설마 필자가 반박한 이런 음모론들을 가지고 “충분한 증거”라고 지칭했던 것인가?

 

김경율 회계사가 2019년 10월에 장담했던 “충분한 증거” (채널A)

지난 15회에서도 썼듯이, 필자는 이 같은 비판에 대해 공인회계사 김경율과 변호사 권경애의 진지한 반박을 기다리고 있다. 글이나 영상, 대면 토론 어떤 방식이든 환영하며, 특히 공개 대면 토론을 가장 기대한다.

(17회로 이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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