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도 너무 다른 마크롱-숄츠 vs 윤-기시다
독‧불 대중 무역, 작년 14.6%~21%↑…한국 급감
마크롱, 독일 국빈 방문…화두는 '전략적 자율성'
프랑스 대통령, 23년 만에 7월 독일 국빈 방문
마크롱 "동맹은 생각할 권리 없는 속국 아니다"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이 오는 7월 2~4일 독일을 국빈 방문한다.
마크롱 대통령은 엘리제 조약 60주년을 맞이해 프랑크 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대통령의 초청으로 독일을 찾는다.
그동안 양국 정부와 정상들 간의 만남과 대화는 지속해서 이뤄졌으나, 프랑스 대통령의 독일국빈 방문은 23년 만이라는 점에서 두 나라 관계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마크롱 대통령은 독일 방문 기간에 슈타인마이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갖고 양국 관계 발전 방안을 논의하는 한편, 지난 2일 착공한 독일 인피니언의 드레스덴 반도체 제조공장을 포함해 독일 내 여러 지역을 방문할 예정이다. 엘리제 조약은 1963년 1월 22일 프랑스와 독일이 긴 세월의 적대 관계를 청산하고 화해와 협력을 위해 맺은 조약이다.
프랑스 대통령, 23년 만에 독일 국빈 방문
마크롱은 또한 올라프 숄츠 총리와도 회동해 유럽과 글로벌 현안에 관해서도 논의한다.
AFP 통신과 폴리티코 등 외국 언론 보도에 따르면, 양국은 최근까지 공공부채 감축 관련 유럽연합(EU)의 재정 규칙 개혁과 에너지, 중국 대처 방법 등 핵심 정책에서 상당한 입장 차를 드러냈다. 작년 가을 숄츠의 프랑스 방문 때 예정됐던 양국 합동 각료회의와 기자회견이 취소되는 사태가 벌어졌을 정도다. 몇 달 뒤인 올해 1월 합동 각료회의가 비로소 재개됐다.
에너지 분야의 대립은 원자력 발전 여부였다. 원자력 에너지도 이른바 "그린" 테크놀로지로 분류해야 한다고 프랑스는 요구하고 있으나, 독일은 고개를 가로젓고 있다. 친원전 국가인 프랑스는 2035년까지 원전 6기를 건설할 계획을 세웠지만, 독일은 지난달 마지막 남아 있던 원전 3곳의 가동을 중단하면서 완전한 탈원전 국가가 됐다.
물론 양국의 이해가 일치하는 분야들도 있다.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한 공동 대응은 물론, 수소와 반도체, 전투기‧전차 공동생산 등 방산 분야 등에서의 협력이다.
마크롱 독일행 화두는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그러나 국제사회가 마크롱의 독일행에 촉각을 세우는 까닭은 진짜 따로 있다. 프랑스와 독일이 격렬한 패권 경쟁을 벌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어디에 포지션을 정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이기 때문이다.
더 정확히 말하면, 중국을 봉쇄하기 위해 서방 동맹국에 첨단기술과 소재‧부품‧장비 등의 대중 수출 통제와 미국으로의 제조공장 이전 등과 같이 중국과 디커플링(탈동조화)을 요구하는 강력한 미국의 압박에 직면해서 두 나라가 중국에 대해 어떤 자세를 취할 것이냐다.
브렉시트로 영국이 탈퇴한 뒤 프랑스와 독일은 EU에서 그 경제적, 정치적 영향력이 가장 강한 나라가 됐다. 그래서 어떤 행보를 하느냐는 EU는 물론 국제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결국은 줄서기를 압박하는 미국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추구해 나갈 의지가 있느냐 하는 문제로 귀착된다.
마크롱 "동맹, 생각할 권리 없는 속국 아냐"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 추구는 마크롱의 지론이다. 세계 2대 초강대국인 미국과 중국, 특히 미국으로부터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해 유럽을 '3대 초강대국'으로 만들자는 호소다.
마크롱은 중국 국빈 방문 중이던 지난달 7일 동행 취재하던 폴리티코 등과의 인터뷰에서 "유럽은 미국 의존도를 줄여 대만 관련 미‧중 대립에 휘말리지 말아야 한다. 두렵다고 우리가 미국의 추종자일 뿐이라고 여겨서는 안 된다"고 폭탄 발언을 했다.
나아가 마크롱은 "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두 초강대국 간 대립이 격화되면, 우리의 전략적 자율성을 재정적으로 뒷받침할 시간도 재원도 확보할 수 없다. 속국(vassals)으로 전락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특히 자신의 이 발언을 두고 미국은 물론 EU, 독일 안에서도 날 선 비판들이 나왔지만, 그는 4월 12일 암스테르담에서 "동맹이 된다는 것이 우리 스스로 생각할 권리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는다"며 동맹이 곧 "속국"은 아니라는 더욱 강한 표현을 썼다고 연합뉴스는 전했다.
숄츠 독일 총리의 경우 연립 정부 내 반발 등을 감안해 마크롱만큼 미국에 대한 유럽의 전략적 자율성을 주장하지 않지만, 유럽이 에너지난 등 우크라이나 전쟁의 직격탄을 맞고 있고, 미국의 대중 봉쇄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인플레감축법(IRA)과 반도체과학법 상의 보조금 부당 대우로 프랑스와 마찬가지로 독일 기업도 피해를 보고 있어 동병상련의 공감대가 있다.
실제로 지난해 프랑스와 독일의 대중 무역 규모를 보면 중국 경제와 디커플링하라는 미국의 압박이 먹히지 않는다는 점을 보여준다.
독‧불 대중 무역, 작년 14.6%~21%↑…한국 급감
호주전략정책연구소(ASPI)가 운영하는 '더 스트래티지스트'의 5일자 기사에 따르면, 2022년 프랑스와 중국의 양자 무역은 사상 최초로 1000억 달러를 넘어 전년보다 14.6% 증가했다. 독일도 마찬가지였다. 독일과 중국 양국 간 작년도 무역은 전년보다 21% 늘었다.
반도체와 대중국 수출 부진이 장기화하면서 수출 역성장과 무역수지 적자가 지속되고 있는 윤석열 정부의 한국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지난 1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4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무역수지는 14개월 연속 적자, 수출은 7개월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4월 대중국 무역수지는 22억7000만 달러의 적자로, 작년 10월 이후 7개월째다. 대중 수출액도 작년보다 26.5% 감소한 95억2000만 달러로, 11개월 연속으로 줄어드는 실정이다.
더 스트래티지스트는 "다양한 프랑스와 독일 기업들이 중국 내에 있는 기존의 생산시설과 판매망의 확장을 꾀할 것"이라면서 "무역관계가 매우 빠르게 확대되고 독일 일자리 200만개 이상이 중국 수출에 달려있는 점을 감안할 때 두 나라의 경제는 훨씬 더 얽히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매체는 이어 "프랑스와 독일은 지금의 스탠스를 바꿀 것 같지 않다"면서 "일단 그들의 시장이 번영하도록 만들고, 뒷일은 나중에 처리하는 방식을 택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불·독 정상은 엘리제조약을 맺은 1963년부터 80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뒤 2003년부터 양국 합동 각료회의로 기능을 이관했다. 두 나라 정상은 유럽통합의 중요한 고비였던 1999년과 2000년엔 한해 4차례 만났고, 2001년에는 6차례 정상회담을 가진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