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찰이 오히려 해양투기·농수산물수입 허가장 될지도

시찰결과 판단근거인 정부평가 없어

농수산물 잠정수입금지조치도 위태

사고원전 소유 도쿄전력 홍보행사?

2023-05-09     한승동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유용해 가파도 어촌계장이 9일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열린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무단투기 저지를 위한 한-일 어민 연대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5.9. 연합뉴스

한일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한국 전문가들의 후쿠시마 현지시설 시찰이 오히려 사고원전의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를 용인하고, 후쿠시마산 농수산물을 수입하라는 일본의 압박에 힘을 실어주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

일본정부가 후쿠시마 사고원전 방사능 오염수 해양 투기를 이르면 7월께부터 시작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 문제에 대해 주목할 만한 견해들을 제시해온 송기호 변호사는 9일 정부가 지난 2년간 일본원자력규제위원회로부터 후쿠시마 오염수에 관한 자료를 4차례나 받아 놓고도 어떤 평가나 분석 결과도 내어 놓지 않고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시찰 결과 판단할 정부 분석·평가가 없다

송 변호사는 후쿠시마 사고원전 방사능 오염수에 대한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최종 보고서 발표가 임박한 시기에 이미 한참 뒤늦은 시찰이나마 의미있게 이뤄지기 위해서는 시찰결과를 판단할 명확한 기준이 필요하다면서, 이를 위해서는 일본이 제출한 오염수 관련 자료들을 정부가 분석하고 평가한 결과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정부는 아직까지 어떤 결과도 내놓지 않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시찰 결과에 대한 판단을 제대로 하려면 그 근거가 되는 정부의 분석, 평가 결과가 있어야 한다. 근거가 분명하지 않으면 제대로 된 판단이나 문제 제기 자체가 불가능해 시찰을 하는 것이 오히려 일본쪽의 해양투기 안전 주장을 뒷받침해 주는 꼴이 될 수 있다.

 

8일 오후 제주도의회 '소통마당'에서 열린 제주지역 6개 야당 공동 주최 '일본 후쿠시마 핵오염수 해양투기 대응 국제토론회'에서 숀 버니 그린피스 동아시아 수석 원자력 전문위원이 주제발표하고 있다. 2023.5.8. 연합뉴스

시찰 결과를 토대로 오염수가 인체에 해롭지 않다는 일본 쪽 주장을 반박할 만한 문제들을 찾아내지 못할 경우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시찰이 오히려 2011년 3월 11일 동일본 대지진 여파로 도쿄전력 후쿠시마 제1원전이 멜트다운돼 수소폭발을 일으킨 이후 방사능 오염을 이유로 10여년 간 유지해 온 후쿠시마산 농수산물 수입금지 원칙까지 스스로 허무는 명분을 제공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일본은 지금까지 대만과 태평양 섬나라 등 일부 국가·지역들에 대해서 후쿠시마 현지 시설시찰을 허용해 왔으며, 시찰 뒤 그들 국가·지역으로부터 별다른 이의제기가 없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원전 소유회사인 도쿄전력 담당자로부터 현지의 방사능 제거시설 운용방식 등에 대한 설명을 듣고 현장에 가서 이를 확인하는 하루 일정의 시찰은 완전한 정보공개와 시찰자들의 전문적 식견이 전제되지 않을 경우 결과적으로 도쿄전력 쪽의 안전홍보 행사와 다름없어진다는 지적들이 있다.

정부 관련 기관과 산하기관 전문가들로 구성될 한국의 현지 시찰단도 시찰 뒤에 별다른 이의제기를 하지 않을 경우 비슷한 이야기를 들을 가능성이 있다.

 

대한불교조계종 사회노동위원회 스님들이 8일 오전 후쿠시마 방사능 오염수 방류 중단을 촉구하며 서울 종로구 조계사에서 광화문을 돌아 일본대사관을 향해 오체투지를 하고 있다. 2023.5.8. 연합뉴스

정부 무방비 상태, 수산물 잠정수입금지조치도 위태

송 변호사는 또 문재인 정부 때 세계무역기구(WTO) 제소에서 승소해 유지돼 온 후쿠시마산 수산물 잠정수입금지조치가,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필요한 후속조치들을 전혀 취하지 않아 유지될 수 없게 될지도 모른다는 점에 대해서도 경고했다.

송 변호사는 일본의 후쿠시마산 수산물 수입 압박과 관련한 2019년 한국정부의 WTO 제소에서 승소한 이후 윤석열 정부가 “완전히 손을 놓고 있다”며 “무방비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WTO의 SPS(위생검역)협정 5.7조에 따르면 잠정수입금지조치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잠정조치의 대상이 된 방사성 위험평가를 해서 잠정조치를 계속할 것인지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데, 2015년 식약처 발주 원광대 연구 용역 ‘원전사고에 따른 수입식품 안전관리방안 연구’가 그와 관련한 마지막 작업이었으며, 이마저도 내용이 공개되지 않아 WTO에서도 적법한 위험평가로 인정받지 못한 상태라고 식약처의 4월 29일 정보공개 내용을 근거로 지적했다.

한국이 2019년의 WTO 제소 2심 판결에서 승소할 수 있었던 것은 일본이 5.7조 위반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송 변호사는 설명했다. 송 변호사는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지금 상태로는 일본의 압박에 대해 WTO 차원에서는 대응할 수 없다면서, WTO 협정에 따른 위험평가를 신속하게 진행애서 잠정조치가 아닌 정식조치로 전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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