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윤관석·이성만 탈당…태영호·김재원·김현아는?

"정치검찰 일방적 혐의에 할 말 많지만 선당후사"

지도부 권유, 복당 조건부 탈당설에 "스스로 결단"

태영호, 시·구의원들 '쪼개기' 후원금 의혹도 부인

"정치권 퇴출 음해성 공세,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

김재원 "최고위원직 자진 사퇴? 생각해보지 않아"

국힘, 김현아 의혹 강도 높은 당무 조사 실시 결정

2023-05-03     김호경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탈당 의사를 밝힌 윤관석(왼쪽)·이성만 의원이 3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 참석하고 있다. 2023.5.3.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윤관석·이성만 의원이 자진 탈당을 결행했다. 반면 시의원들로부터 돈 봉투를 받은 혐의로 경찰 수사선상에 오른 김현아 전 의원, 대통령실과의 '공천 거래' 의혹과 함께 시·구의원들로부터 '쪼개기' 후원금을 받았다는 의혹까지 제기된 태영호 최고위원, 잇단 망언으로 역시 큰 물의를 빚은 김재원 최고위원 등 국민의힘 전·현직 의원들은 탈당 기미가 전혀 없어 대조를 보이고 있다.

윤관석·이성만 의원은 3일 오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신상발언을 통해 탈당 의사를 밝혔다. 정치검찰의 일방적 혐의 흘리기에 억울한 점이 많지만 '선당후사'의 마음으로 이재명 대표와 당 차원의 부담을 덜겠다는 것이다.

윤 의원은 "이 사건과 관련해 현재 검찰의 혐의 사실과 녹취록 정황에 대한 일방적 보도만 있었을 뿐 아직 소환조사도 받지 않은 상태"라며 "여러 사안에 대해 반박과 할 말은 너무도 많지만 앞으로 있을 검찰 조사와 사법적 과정에 성실하게 임하며 이 문제를 적극적으로 소명하고 바로잡아 나가겠다"고 말했다.

이어 "한 가지 명백한 사실은 본 사건의 성격은 녹취록의 일방적 정황에만 의존한 정치검찰의 야당 탄압, 기획 수사라는 점"이라며 "의총 직후 선당후사의 자세로 즉각 탈당하겠다. 잠시 당을 떠나지만 정치검찰에 당당히 맞서겠다. 사실관계를 바로잡고 명예를 되찾아 반드시 민주당으로 돌아오겠다"고 전했다.

이 의원도 발언에 나서 "윤석열 정부 실정이 극에 달해 위기의 대한민국 앞에 하나로 힘을 모아야 하고 그 어느 때보다 우리 민주당이 국민을 위해 굳건히 서 있어야 하는 이때 저와 관련된 문제로 당당한 민주당의 모습을 국민 여러분 앞에 보여드리지 못하는 것 같아 가슴이 찢어지는 시간이었다"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흘린 녹취록과 언론의 일방적 보도 앞에서 제 입장을 강하게 항변하고 결백함을 드러내고 싶은 순간이 수도 없이 많았지만, 어떤 길이 제 명예를 지키고 무엇보다 당을 지키는 일인지 가슴 깊이 잘 알고 있었다"며 "이제 홀로 진실을 위해 싸워가겠다. 걸림돌은 치워졌다. 이재명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 윤석열 정부의 실정과 검찰 독재 폭거 앞에 놓인 위태로운 대한민국을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이 의원은 발언 도중 감정에 북받쳐 눈시울을 붉힌 것으로 전해졌다. 두 의원은 신상발언을 마치고 의총장에서 바로 퇴장했다. 이후 탈당계 제출 등 공식 절차를 밟았다.

두 의원은 당 지도부의 탈당 권유설이나 복당 등을 염두에 둔 조건부 탈당설을 단호하게 부인했다. 윤 의원은 기자들을 만나 "제가 선당후사의 자세로 결단한 것"이라고 일축했고, 이 의원 또한 "저한테 그런(탈당) 요청을 하겠느냐"면서 "우리 당이 좀 더 입장을 가지고 나가야 하는데 (돈 봉투 의혹과) 관련된 문제로 적극적으로 나가는 데 제약 요인이 되지 않겠나 생각해 제 자신이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명 대표도 "본인들이 당을 위해서 결단하신 것"이라고 기자들에게 말했다.

검찰은 지난 2021년 4월쯤 민주당 전당대회 과정에서 송영길 캠프 측이 현역 의원 및 지역 상황실장, 지역본부장 등에게 총 9400만 원을 살포했다는 의혹을 수사 중이다. 이 의원과 윤 의원은 그 중간다리로서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으로부터 300만 원이 든 돈 봉투 10개를 전달받아 민주당 의원 10명에게 나눠줬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이 3일 국회에서 녹취 파문, 후원금 쪼개기 의혹 관련 입장 발표 후 기자회견장을 나가고 있다. 2023.5.3. 연합뉴스

이와 달리 국민의힘 태영호 최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자청해 불법 후원금 모금 의혹 등을 전면 부인하고 자진 사퇴 의사도 없음을 분명히 했다. 앞서 CBS노컷뉴스는 태 최고위원이 지난해 지방선거를 전후로 본인 지역구에서 당선된 기초의원들로부터 '쪼개기' 수법 등을 통해 정치후원금을 받았다고 보도했다. '쪼개기 후원'이란 법인 또는 단체가 기부금액을 개인에게 나눠준 뒤 개인 명의로 후원을 하도록 하거나, 개인이 제한된 금액을 초과해 후원하고자 할 목적으로 여러 사람 명의로 나눠 합법적인 후원금인 것처럼 가장해 기부하는 행위를 말한다.

CBS노컷뉴스가 단독 입수한 태 최고위원의 지난 3년간(2020~2022년) 후원금 장부 내역에 따르면 지역 시·구의원들은 가족·지인 등 명의로 수십~수백만 원씩 나눠서 후원을 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같은 쪼개기 후원은 지난해 지방선거 이후 집중됐는데, 해당 지역 당원협의회 위원장인 태 최고위원이 이들의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던 만큼 공천 과정에서 뒷거래가 있었던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이른바 '공천 헌금' 아니냐는 것이다.

이에 대해 태 최고위원은 기자회견에서 "뒷거래 공천 의혹까지 (제기되다니), 너무 황당해 말이 나오지 않는다"고 펄쩍 뛰었다. 그는 "시·구의원들 후원은 쪼개기에 해당하지도 않으며 시·구의원들이 자발적으로 후원한 것"이라고 반박하고 "악의적 왜곡 보도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했다.

태 최고위원은 대통령실 '공천 개입' 의혹을 부른 자신의 음성 녹취 공개에 대해서도 "이진복 정무수석과는 최고위원 발언 방향이나 공천에 대해 그 어떤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건의 본질은 제가 전당대회에서 최고위원에 당선됐음에도 공천에 대해 걱정하는 보좌진을 안심시키고, 최고위원으로서 활동 중심을 윤석열 정부 성공에 전념하도록 독려하는 차원에서 나온 발언을 회의 참석자 중 누군가가 녹음해 불순한 의도로 유출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태 최고위원 강변과 달리 이번 사안의 본질은 이진복 정무수석의 요구 또는 충고가 담긴 본인의 육성이 고스란히 녹음돼 있다는 점이고, 이후 최고위원회의에서 실제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외교 정책을 칭송하는 발언을 쏟아냈다는 사실인데 태 최고위원이 부수적인 '유출 경위'만 부각시키며 논점을 회피하고 있다는 지적이 많다.

그는 "저를 정치권에서 퇴출하려는 음해성 정치공세와 가짜뉴스가 더 많이 나올 것이고 '태영호 죽이기'는 더욱 거세질 것"이라면서 "절대 굴복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 안팎의 최고위원직 자진 사퇴, 의원직 사퇴 요구를 거부한 것이다.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1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2023.5.1. 연합뉴스

여당 지도부에서 태 최고위원과 함께 '망언 제조기'로 불리는 김재원 최고위원도 사퇴를 전혀 고려하지 않는 상태다. 그는 지난 1일 '근신' 기간을 마치고 한 달 만에 최고위원회의에 복귀한 뒤 기자들이 최고위원직 자진 사퇴 의향에 대해 묻자 "그건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다"고 답했다. 이어 "윤리위에서 (징계 여부를) 판단하리라 본다. 윤리위에서 소명 요구를 하면 자세히 소명하겠다"고 덧붙였다.

전현직 시·도의원들로부터 공천을 미끼로 차명계좌 또는 돈 봉투를 통해 총 수천만 원대의 불법 정치자금을 수수한 의혹을 받는 김현아 전 의원 역시 탈당 의사는커녕 자신의 페이스북에 지역구인 고양시 관련 활동 게시물을 활발히 올리고 있다. 김 전 의원은 "뉴스타파 기사에 삽입된 녹취록은 악마의 편집 그 자체"라며 "계좌이체든 현금이든 절대로 돈을 요구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국민의힘 당무감사위원회는 지난 2일 김 전 의원에 대한 조사에 착수한다고 밝혔다. 신의진 당무감사위원장은 "김현아 전 의원 의혹과 관련해 강도 높은 당무 조사 실시를 결정했다"면서 "김 전 의원과 사건 관계자를 비공개로 출석 조사하고, 조사단을 꾸려서 현장 조사도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는 "당협위원장은 시의원, 구의원에 대한 공천 권한을 가지고 있다. 공천할 수 있는 힘이 있는 김 전 의원의 행동이 과연 옳았는지를 철저히 조사할 것"이라며 "경찰에서 기소가 결정되면 당규에 따라 당원권 정지 등 법적 절차대로 가는 것이지만, 윤리적 측면에서도 분명히 책임이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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