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단체들 "전광훈은 5·18 망언 무릎 꿇고 사죄해야"

"광주사태는 북한 간첩 소행"…지만원 주장 되풀이

5·18단체들 "허위 사실 유포…법적 조치 취할 것"

"종교라는 가면 쓰고 광주시민 두 번 죽이는 행위"

2023-04-28     이승호 에디터

 

광주 엠비시 뉴스화면 갈무리

5·18민주유공자유족회 등 5·18 4개 단체가 28일 <전광훈 목사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을 당장 중단하고 무릎 꿇고 사죄하라>는 기자 회견문을 냈다. 전 목사에 대해 법적 조치도 취할 것임을 예고했다. (기자회견문 전문 아래)

전 목사는 27일 광주 북구 광주역 광장에서 열린 ‘자유마을을 위한 전국 순회 국민대회’에 참여, ‘임을 위한 행진곡’의 ‘임’은 김일성이고, ‘광주 사태’는 북한 간첩의 소행이라는 등 5·18민주화운동을 왜곡·폄훼하는 발언을 여과없이 쏟아냈다.

5·18기념재단과 유족회·부상자회·공로자회 등 5·18단체들은 이에 대해 “광주역 광장은 1980년 5월 20일 밤 계엄군의 집단 발포로 다수의 사상자 발생한 장소이자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중 하나”라며 “그 장소에서 광주 시민과 5·18정신을 우롱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고 전광훈 목사를 규탄했다.

이어 “전 목사는 5·18에 북한 간첩이 개입했다는 발언을 거듭 반복했다”며 “이는 종교의 가면을 쓰고 광주 시민을 두 번 죽이는 행위”라고 분노했다. 이들은 전광훈 목사의 왜곡 발언과 허위사실 유포 등에 대해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광주 196개 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오월정신지키기 범시도민 대책위원회(대책위)도 이날 <지속적인 전광훈의 궤변! 용납할 수 없는 망언으로 규정하며, 전광훈을 처벌하지 않는 국가는 그 존재 이유가 없다>는 ‘긴급 논평’을 내고 “전광훈은 또다시 용납 없는 망언을 내뱉었다”며 “민주의 성지이자 5·18 영령들이 잠들고 있는 광주에서 최소한의 부끄러움과 염치마저 내팽개치는 파렴치한 행위를 저질렀다”고 성토했다.

대책위는 또 “국가에서 관련법으로 ‘헌정질서 파괴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대항하여 시민들이 전개한 민주화운동’이라 정의한 5·18에 대한 지속적인 왜곡 및 폄훼는 국가 법체제를 뒤흔드는 중범죄라고 판단한다”며 “이러한 중범죄자는 우리 사회로부터 영원히 격리시키는 단호한 대응이 필요하며, 광주시는 즉각 수사의뢰 등 강력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광주 엠비시 뉴스화면 갈무리

5·18 왜곡 처벌법에 따르면 ‘5·18민주화운동과 관련해 허위 사실을 근거로 악의적으로 왜곡하거나 폄훼하면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0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한다’고 돼있다.

전광훈 목사는 27일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사실 왜곡은 물론 광주 시민을 모욕하는 발언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특히 전 목사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선동꾼이 주도한 폭동이라고 왜곡했다. “폭동은 전문적 선동꾼에 의해 발생했지. 너희들이 부르는 ‘임의(임을 위한) 행진곡’의 ‘임’이 누구야? 그 ‘임’이 누구냐고? 그 ‘임’이 김일성이야, 김일성!”

헬기 사격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른 주장을 했다. 시민들이 국군 헬리콥터를 향해 총을 쐈다며, 당시의 상황을 재현해보자는 제안도 했다.  “전두환은 지금 돌아가셔서 안 계시니까 내가 주동하겠습니다. 똑같은 헬기를 가져와서 한번 저 빌딩 그 자리를 향하여 사격을 한번 해보자고.”

5·18 때 북한 간첩이 시민군을 향해 총을 쐈다는 지만원 씨의 이른바 ‘북한 개입설’도 되풀이했다. “시민군이 공수부대 향해서 앞으로 달라붙을 때 뒤에서 사살했다는 겁니다, 자기 편을 자기들이. 누가? 북한의 고정간첩 세력이.”

5·18 헌법전문수록에 대한 망언도 이어졌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넣어도 돼요? 안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 두 손 들고 만세! 이것이 지금 광주의, 현실의 민심이야.”

 

5·18 당시 계엄군이 헬기 사격을 한 광주시 동구 금남로 전일빌딩. 사진 속 원안을 중심으로 공중 정지 상태의 헬기에서 사격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사진=5·18기념재단

전직 대통령들에 대한 모욕도 빼놓지 않았다. “독일 사람들은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히틀러에게 속았지만, 나중에는 히틀러에게서 벗어났다. 광주 시민들은 김대중에게서 벗어나라” “문재인은 간첩이다” 등의 발언이었다.

전광훈 목사의 주장은 대부분 전두환 씨의 <회고록>과 지만원 씨의 ‘5·18 북한군 개입설’에 기대고 있다.

지만원 씨는 “북한 특수군이 5·18에 개입했다”는 등의 터무니없는 주장을 하여 올해초 대법원에서 징역 2년형을 확정받고 복역중이다.

전두환 씨는 손자 전우원 씨의 “전 씨 일가의 재산이 막대하다”는 최근 폭로로 다시 국민적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중이다. 전두환 씨에게 선고된 추징금은 2205억이었지만, 전 씨가 죽은 뒤 환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동안 환수된 돈은 1270억 원밖에 안된다.

전광훈 목사의 5·18 관련 망언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12일에는 “(국민의힘 김재원 최고위원이) 헌법에 5·18 정신을 넣겠다는데 그런다고 전라도 표 안 나온다”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김 최고위원은 전 목사의 집회에 참석해 비판을 산 바 있다.

 

5·18 당시 계엄군들이 광주 시민들을 무차별적으로 진압하고 있다. 사진=5.18기념재단

 

[기자 회견문 전문]

전광훈 목사는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왜곡을 당장 중단하고 무릎 꿇고 사죄하라!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는 4월 27일 광주역 광장에서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사실을 왜곡하고, 광주 시민을 폄훼하는 말을 쏟아냈다.

전 목사는 5·18에 북한 간첩이 개입했다는 발언을 거듭 반복했으며, 5·18 헌법 전문 수록을 반대하는 것이 광주 시민의 민심이라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 또한, 5·18 당시 헬기 사격은 없었고, 오히려 광주 시민들이 국군 헬리콥터를 향해 총을 쐈다고 주장하는 등 망언을 멈추지 않았다.

광주역 광장은 1980년 5월 20일 밤 계엄군의 집단 발포로 다수의 사상자 발생한 장소이자, 5·18민주화운동 사적지 중 하나이다. 그 장소에서 광주 시민과 5·18정신을 우롱하는 사태가 벌어진 것에 대해서 경악을 금치 못한다.

전광훈 목사의 망언은 조금씩 아물어가고 있는 광주 시민들과 전 국민의 아픔을 다시 한번 찢어놓고 있다. 그러한 발언은 국민의 화합과 상생을 기대하는 우리 사회의 바람에 역행하는 행동으로 강력한 비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이러한 행동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국민과 대한민국의 민주주의를 우롱하는 것으로, 절대로 용납될 수 없는 일이다.

계엄군의 만행을 북한 간첩 소행으로 왜곡하고, 국립과학수사연구원과 전두환 민·형사 재판을 통해 확인된 헬기 사격을 부정하는 것은 종교의 가면을 쓰고 광주 시민을 두 번 죽이는 행위이다.

이에 5·18민주화운동 공법단체 및 5·18기념재단은 전광훈 목사의 왜곡 발언과 허위사실 유포를 규탄하며 이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임을 분명히 밝힌다.

2023. 4. 28.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공법단체 5·18민주유공자유족회

공법단체 5·18민주화운동공로자회

재단법인 5·18기념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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