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당과 함께”…‘금태섭 신당’은 성공할까

정종권 “제3 지대에서 진보정당과 금태섭 만나야”

‘세 번째 권력’ 첫 번째 연대 대상으로 정의당 거론

정의당 지지층 30.2% “금태섭 신당 기대”

정종권 “윤 대통령 일본 발언, 국민정서법 고려 안 한 문제”

창당 과정에서 진보적 색채 사라질 듯

2023-04-26     박승철 기자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왼쪽부터 금태섭 전 의원, 김 전 위원장, 민주당 이상민 의원. 금태섭 전 의원 등이 주도하는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 준비모임의 첫 토론회이다. 2023.4.18. 연합뉴스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등에 업고 금태섭 전 의원이 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18일 국회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 참석한 금 전 의원은 신당 창당을 공식 선언했다.

대권 주자와 지역 기반이 없다는 지적에 대해 ‘금태섭 대통령론’과 ‘수도권 30석설’로 응수했지만, 이번 신당 창당을 통해 향후 정계 개편을 예비하는 제3지대 플랫폼 정당이 되겠다는 목표를 지닌 것으로 보인다.

금 전 의원의 1차 연대 대상은 정의당 세력일 것으로 추정된다. 이는 지난 18일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사회를 봤던 정종권 레디앙 편집장의 발언을 통해 확인된다.

정 편집장은 유튜브 채널 <편파tv>에 출연해 “제3지대에서 집단으로서는 민주노동당부터 이어지는 이념집단으로서의 진보정당, 사람으로서는 정주영, 문국현, 안철수로 이어지는 금태섭 등 개인의 흐름 이 두 가지가 결합해야 하는 것”이라면서 “4월에 1차 ‘성찰과 모색’ 토론을 했고 5월부터 7월까지 한 달에 한 차례 정도 토론회를 개최하고 나서 판단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정 편집장의 언급은 금태섭 신당 논의의 배경을 보여준다. 정의당 일부 세력과 금태섭 전 의원이 연대해 신당 창당의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지난 18일 포럼에 참석했던 인사의 면면을 살펴봐야 한다. 당시 포럼은 김웅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했으며 국민의힘에서 김재섭 도봉갑 당협위원장, 김창인 청년정의당 대표, 권지웅 청년미래TF 위원이 토론자로 참석했고 더불어민주당에서 이상민 의원이 모습을 드러냈다. 이 밖에 국민의힘에서 김미애·김성원·김형동·최승재 의원과 정의당에서 장혜영 의원 등이 참석했다.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가운데)과 금태섭 전 의원(왼쪽 두번째)이 18일 국회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발언을 준비하고 있다. 2023.4.18. 연합뉴스

참석자들의 면면을 보면 국민의힘의 바른정당계, 정의당과 더불어민주당 인사들이 두루 포함됐다. 정 편집장은 “관람석에 앉아 있던 사람들을 보면 주로 정의당과 국민의힘 사람들이었다”라고 말했다.

정 편집장의 발언을 보면 우선 청년정의당, 장혜영 의원 등 정의당 계열이 금 전 의원이 1차 연대 파트너로 보인다. 특히 “추석 전 창당을 목표로 한다”라는 금 전 의원의 발언과 “7월까지 4차례의 토론회 후에 구체화될 것”이라는 정 전 편집장의 발언에는 공통분모가 있다. 8월 이후 창당 준비 작업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와 관련 여론조사꽃의 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시사점이 있다. 여론조사꽃은 지난 21~22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08명을 대상으로 전화면접조사(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를 실시했다.

여론조사 문항 가운데 ‘가칭 금태섭-김종인 신당에 대해 얼마나 기대되십니까?’라는 질문이 있었다. ‘기대된다’라는 응답은 13.3%, ‘기대되지 않는다’는 응답이 78.4%를 차지했다. 특이한 점은 ‘기대된다’라는 응답이 정의당 지지층에서 30.2%를 기록하며 전체 응답 비율보다 크게 높았다는 데 있다. 이미 일부 정의당 지지자 사이에서는 이러한 정계 개편을 지지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하다.

 

금태섭의 진보화냐? 정의당의 우경화냐?

만약 금 전 의원과 정의당 세력의 연대가 현실화된다면 어떤 성격을 띨 것인가에 관심이 쏠린다. 금 전 의원이 진보정당으로 견인될 것인지? 아니면 정의당 세력이 보수적 성향의 금 전 의원에게 포획될 것인지가 그것이다.

 

정종권 레디앙 편집장이 24일 유튜브 채널 '편파tv'에서 방송하고 있다. 2023.4.25. 편파tv 캡처

금 전 의원은 과거 의정 활동 기간에 일정 부분 진보적 성향을 나타냈었다. 민청학련 사건으로 사형선고를 받았던 ‘정치 사형수’ 유인태 전 국회 사무총장의 바통을 이어받아 사형제 폐지 법안을 대표 발의했었고, 동성애자들의 축제인 서울 퀴어축제에 무지개 깃발을 들고 나가서 연대의 입장을 표하기도 했다.

그러나 검찰 개혁과 같은 권력 투쟁이 수반되는 첨예한 이슈에서는 검찰 출신이라는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 공수처 설치나 검찰 수사권 정상화 문제에 대해 나름의 논거를 제시하며 반대론을 설파하기도 했지만 정작 ‘그렇다면 검찰이 어떻게 비정상적인 권력을 내려놓을 것인가’라는 주제에 대해서는 어떠한 방법론도 제시한 바 없다. 외부의 힘에 의한 검찰 개혁 방법론을 제시하지 않은 채 선의를 가진 검찰의 자체 개혁 의지에 기대고 있는 듯한 그의 입장은 결국 검찰 권력의 현상 유지에 복무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반대로 금 전 의원과 함께하는 일부 진부 진영 인사들이 보수의 논리에 포획된 것으로 보이는 정황이 포착된다. 정종권 레디앙 편집장은 서울대 국사학과 87학번으로 민중민주(PD) 계열로 분류되며 민주노동당 시절부터 진보정당 활동에 20년 넘게 헌신한 인물이다. 정의당에 당적을 갖고 있는지는 확인되지 않으나 2019년 정의당 당 대표 경선에서 심상정 후보에 밀려 낙선했던 양경규 전 민주노총 부위원장과 유튜브 방송 진행을 지속하고 있고 정의당에 애정을 담은 칼럼을 자주 쓰는 등 정의당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 그가 금 전 의원과 함께하는 신당을 상정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기존 노선의 변화를 의미한다.

특히 정 편집장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일, 대러, 대중 관계 관련 발언을 옹호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100년 전 식민지 시대의 일을 가지고 일본에 무릎을 꿇으라고 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는 윤석열 대통령의 워싱턴포스트(WP) 인터뷰에 대해 정 편집장은 “맥락은 이해가 되지만 국민정서법이 있는데 이것은 국민들에게 지적질을 하고있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윤 대통령이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대만과 우크라이나 포탄 지원과 관련해 언급한 것을 두고는 “말실수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면서 “러시아와 중국이 오버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발언에 대해서는 발언 내용 자체는 문제가 되지 않는데 국민정서법을 고려하지 못한 윤 대통령의 정무 감각이 문제라는 취지다. 중국, 러시아에 대해서는 사실상 윤 대통령의 입장과 유사하다고 스스로 고백하고 있다. 이는 정 편집장의 입장이 윤 대통령의 ‘굴욕 외교’ 노선과 유사하다는 것을 암시하고 있다. 금 전 의원과 신당을 하기에 앞서 이미 보수 진영에 포획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대목이다.

 

15일 정의당 주도의 정치그룹 '정치유니온 세번째 권력'의 출범식에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와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이 나란히 함께해 눈길을 끌었다. 2023.4.15. 연합뉴스

진보 정당보다는 보수 세력의 분파될 가능성 커

정의당 세력의 입장도 다르지 않다. 지난 15일 출범한 정의당 내 의견 그룹 ‘세번째 권력’이 금 전 의원과의 정계 개편의 정의당 내 모태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출범식에는 류호정, 장혜영 의원이 참석했으며 이 자리에는 국민의힘 이준석 전 대표, 더불어민주당 박지현 전 비상대책위원장도 모습을 드러냈다.

이 자리에서 조성주 정의당 정치발전소 소장은 기자들과 만나 “거악을 척결하기 위해 시대정신 앞에서 모두가 총단결해야 한다는 거다. 1987년 민주화 이후 세계관인데 저희는 그런 거악이 없다고 본다”라고 밝혔다.

“거악이 없다”라는 발언 속에서는 ‘검찰 독재 정권’이 수사 재량권을 활용해 기득권 세력에게 불편한 인사인가, 기득권에 도움을 주는 인사인가에 따라 국가 공권력을 양적, 질적으로 다르게 투입하는 현상을 한국 사회의 주요 모순으로 보지 않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작게는 사업장에서 노동자가 연차를 쓰지 못하는 것, 크게는 공장에서 위험한 작업을 강요받고 일하다 죽어도 사업주가 책임을 지지 않는 현상도 마찬가지다. 거대 담론이 없이 검찰 수사를 받는 개인, 사업장에서 피해를 본 개별 노동자의 문제로만 인식하는 순간 현실적 권력관계로부터 오는 한계에 봉착했을 때 이를 극복할 방법을 마련하기 어렵다. 권력을 가진 세력의 선의에만 매달리게 될 수 있다. 따라서 정의당에서 신당에 합류할 가능성이 있는 이들 세력에게 ‘진보 세력’이라는 타이틀을 줄 수 있을지에 대한 근본적 문제 제기가 가능하다.

정의당 창당파 세력의 한계를 고려할 때 신당을 창당한다면 사실상 보수 세력의 분파가 되어 인기가 떨어진 윤석열 대통령의 차기로 민주개혁 진영이 정권을 차지하는 것을 막는 완충 지대로서 역할을 맡을 가능성이 크다. 권력의 사유화에 앞장섰던 윤석열 대통령과 윤 대통령을 후원했던 세력에게 퇴임 이후를 보장하는 보험용 정당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정계개편의 플랫폼이라는 노림수

일단 창당 발표 당시 수면 위에 드러난 인사는 금태섭 전 의원, 김종인 전 위워장, 정종권 편집장 등이다. 그러나 실제 총선 시기에 신당이 이들만으로 선거를 치를 것이라고 믿기는 어렵다.

 

18일 국회에서 열린 '다른 미래를 위한 성찰과 모색 포럼'에서 국민의힘 김종인 전 비대위원장과 김웅 의원이 인사하고 있다. 2023.4.18. 연합뉴스

25일 유승민 전 의원은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금 전 의원의 '제3지대'가 "잘 되길 바란다"라면서도 "그거 정말 어지간한 의지와 비전과 매력, 이런 게 갖춰지지 않으면 성공하기 쉽지 않다"라고 말했다.

유 전 의원이 우려한 비전과 매력을 20~30대 중심의 진보정당 세력을 전면에 내세워 ‘개혁 정당’ 이미지로 극복해 내겠다는 게 금태섭 전 의원의 의도로 추정된다.

금 전 의원은 신당이 추석 전에 창당될 것이라고 했다. 정의당 등 일부 진보 진영이 합세해 ‘개혁 정당’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이를 언론을 통해 유포한 뒤 ‘추석 밥상’을 앞에 두고 여론전을 펴겠다는 복안으로 보인다.

오는 10월 또는 11월 이후가 되면 여야 각 정당에서는 본격적인 공천 경쟁이 시작되게 된다. 현재 상황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지지율을 높여 김기현 대표를 통해 국민의힘 공천권을 온전히 행사할 수 있을지는 알 수 없다. 그러나 만약 윤 대통령의 의도대로 검사들을 대거 공천하는 상황이 전개되면 유승민 전 의원, 이준석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바른정당계 등 일부 비윤 진영이 탈당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더불어민주당에서는 시스템 공천을 시행하더라도 이재명 대표가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권리당원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것을 두려워하는 일부 의원들이 움직일 가능성이 있다.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이낙연, 정세균계로 분류되는 일부 의원들이 거론된다.

추석 이후 이미 판을 깔아 놓고 있는 금태섭 신당이 이들을 품는 플랫폼이 되겠다는 복안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여론조사꽃이 지난 7~8일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16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전화면접 여론조사(표본오차 95% 신뢰 수준에서 ±3.1%포인트,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에 따르면 ‘정권 견제론’이 36.9%, ‘정부 지원론’이 33.6%로 우열을 가릴 수 없었다. 특히 ‘다양성을 위해 소수 정당 또는 무소속 후보가 많이 당선되어야 한다’는 응답이 23.6%를 기록했다.

이는 제3지대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실재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따라서 금태섭 신당뿐 아니라 제3지대를 놓고 경쟁하는 다른 정치세력이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금태섭 신당이 정의당 일부 세력을 포괄해 ‘개혁 신당’이라는 이미지를 선점하면 제 3지대 경쟁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10월 이후 제3지대 정당 간 낙천 우려 현역 의원 확보 경쟁에서도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 만약 추석 밥상에서 확실한 바람이 불기라도 한다면 다른 제3지대로의 흐름을 모두 흡수하는 제3지대 단일 플랫폼 정당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정종권 편집장 및 정의당 세력에게 이러한 움직임은 보수 진영에 백기 투항하는 그림이 될 수 있다. 정 편집장이 “금태섭 개인의 파워에 의해서 시다바리 한다거나 이럴 생각은 없다”라고 밝혔지만, 현재까지 드러난 정치적 입장으로 볼 때 신당에서 진보적 지향을 발현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거 김문수, 이재오, 신지호 전 의원이나 최근 페미니스트 신지예 씨까지 진보 진영에서 개별적으로 보수 정당에 입당한 사례는 많았다. 그러나 금태섭 신당처럼 진보정당 내에서 집단적인 움직임을 보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여당 지지율 자체가 낮은 상황에서는 개별적 국민의힘 입당보다는 제3지대 신당에 합류하는 방식이 전체 보수 진영에 더 유리할 수 있다. 총선 때 수도권 지역구 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나 진보 진영의 표를 잠식할 경우 국민의힘에 유리한 상황을 조성할 수도 있다. 그러나 역대 선거에서 이러한 정치공학적 계산대로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다. 진보적 정책의 반영 없이 진보 정치인들이 얼굴마담으로만 소비되는 신당이라면 성공 가능성은 더욱 낮아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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