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돈 봉투 의혹' 정면 돌파…이재명 리더십 다시 시험대

국면 전환용 '기획 수사' 의구심 속 선제 대응 나서

이재명 직접 대국민 사과…송영길 조기 귀국 요청

"정확한 사실 규명 노력"…신속‧공정한 수사 촉구도

검찰 불신 반발 기류 속 당사자들 혐의 강력 부인

총선 앞 '게이트' 확대 위기감…이재명 연관성 차단

도덕성 논란, 비명계 흔들기도 거세져…돌파 미지수

2023-04-17     김호경 에디터

(본 기사는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7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사과하고 있다. 2023.4.17

더불어민주당이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관련해 정면 돌파에 나섰다. 민주당은 우선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에 대해 사과하고 정확한 진상 규명을 위해 당 자체 조사를 검토하는 한편 프랑스 체류 중인 송영길 전 대표에게 귀국을 서둘러달라고 요청했다. 확인되지 않은 각종 의혹들이 어지럽게 쏟아지는 상황에서 최대한 빠른 수습이 필요하다는 판단이다.

민주당은 정치검찰이 이재명 대표와 야당만을 대상으로 전방위적인 표적 수사 및 극단적인 편파수사를 벌여온 연장선상에서 이번에도 윤석열 정권 엄호를 위해 국면 전환용 기획 수사를 벌인다는 의구심을 여전히 갖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 방치할 경우 검찰과 친윤 보수언론들 의도대로 '게이트'로 발전해 내년 총선에 상당한 악재로 작용할 수 있어 여론 동향에 좀 더 적극적으로 대응하기로 했다. 검찰에 대해서도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촉구했다.

이재명 대표는 17일 오전 국회 본청에서 최고위원회의를 주재하기에 앞서 "먼저 한 말씀 드리겠다. 최근 우리 당의 지난 전당대회와 관련해 불미스러운 의혹 보도가 이어지고 있다"며 "아직 사안의 전모가 밝혀진 것은 아니지만 지금까지 상황을 볼 때 당으로서 입장 표명이 필요하다고 판단된다"고 입을 열었다.

이 대표는 "저희 민주당은 이번 사안을 엄중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말씀을 드리면서, 이번 일로 국민 여러분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당대표로서 깊이 사과드린다"고 말하고 자리에서 일어나 고개를 깊이 숙여 직접 대국민 사과를 했다. 이어 "당은 정확한 사실 규명과 빠른 사태 수습을 위해 노력하겠다"면서 "이를 위해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모두가 아시는 것처럼 이번 사안은 당이 사실 규명을 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그래서 수사기관에 정치적 고려가 배제된 신속하고 공정한 수사를 요청한다"며 "민주당은 확인된 사실관계에 따라서 그에 상응하는 책임과 조치를 다할 것이고, 이번 사안을 심기일전의 계기로 삼아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도 확실하게 마련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민주공화정을 무한 책임져야 할 대한민국의 공당으로서 국민 여러분께 실망과 심려를 끼쳐드린 점에 대해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드린다"고 거듭 사과했다.

 

검찰 관계자들이 12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윤관석 의원실 앞에 압수수색을 하기 위해 도착해 사무실 진입을 막는 의원실 관계자들과 대화하고 있다. 2023.4.12. 연합뉴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가 지난 12일 3선 중진인 윤관석 의원의 국회·인천 지역구 사무실과 자택, 초선인 이성만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과 집 등 20여 곳을 압수수색하며 강제수사에 착수한 이래 민주당에서는 '검찰이 또 시작이구나' 하는 반발 기류가 강했다. 당사자들이 혐의를 강력 부인한 점도 이를 뒷받침했다.

윤관석 의원은 압수수색 당일 즉각 입장문을 내고 "보도에 언급된 인물들 이야기에 제가 거론됐다는 것조차 황당하기 짝이 없다"며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과 저는 아무 관련이 없다"고 전면 부정했다. 그러면서 "검찰은 해당 사건과 관련해 어떠한 사전 조사를 요청한 적도 없었다"며 "오로지 사건 관련자의 진술에만 의존해 이뤄진 검찰의 비상식적 야당 탄압 기획 수사와 이로 인한 무차별적 압수수색을 규탄한다. 정치검찰과 끝까지 싸워 무고함을 밝히겠다"고 했다.

검찰은 지난 2021년 민주당 전당대회를 앞두고 강래구 당시 한국공공기관감사협회장이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을 통해 윤 의원 측에게 불법 자금을 전달한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불법 자금을 받은 의혹으로 검찰 압수수색을 받은 이성만 의원도 입장문을 통해 "어떠한 사실 확인 요청이나 사전 조사 없이 들이닥친 황당한 압수수색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전했다. 또 "이정근 전 위원장(사무부총장)과 관련, 그간 보도된 의혹과 전혀 관련이 없고 사실무근"이라며 "진술만으로 야당 의원들을 줄줄이 엮어 정치 탄압에 몰두하는 검찰의 야만적 정치적 행태를 규탄한다"고 했다. 그는 "야당 의원을 뒤져 무엇이 발견되기를 기대했는지 혹은 기획했는지 모르겠다"면서 "무고함은 드러날 것이다. 끝까지 싸우겠다"고 덧붙였다.

이재명 대표 역시 다음날 기자들의 관련 질문에 "객관적 진실을 왜곡·조작하는 검찰의 행태가 일상이기 때문에 잘 믿어지지 않는다"면서 "이 정부의 특장기가 압수수색"이라고 말했다. 이어 "MBC·SBS에서 (성남)시장실 CCTV가 작동하는 장면 보도를 다 했는데, 검찰이 그 점을 모를 리가 없을 텐데 시장실 CCTV가 모형이라고 주장한다"고 했다. 한 마디로 조작 수사를 일삼는 검찰 수사를 못 믿겠다는 것이었다.

윤 의원과 이 의원은 13일 민주당 의원총회에서도 신상발언을 통해 검찰 수사의 부당함을 역설했다고 한다. 일부 언론이 돈을 주고받은 정황이라며 녹취까지 공개하자 윤 의원은 이날 기자들에게 보낸 메시지에서 "녹취 관련 보도는 다른 상황에서 다른 취지로 한 발언인데, 이를 봉투를 전달한 것처럼 단정해 왜곡했다"고 반박했다.

권칠승 수석대변인도 기자들과 만나 "사실관계는 지켜봐야겠지만, 압수수색 당일 녹취 파일이 공개된 것은 검찰이 기획했거나, 검찰의 개입 없이는 불가능하다"며 "국면 전환용 기획 수사라는 국민적 의혹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일 외교, 미국의 도청 문제 등으로 여권의 지지가 바닥을 치는 때에 이런 사건이 나온 게 의심스럽다"면서 "사실관계와 관련해서는 당사자들 중심으로 당당히 조사에 임할 것"이라고 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이성만 의원과 대화하고 있다. 오른쪽은 윤관석 의원. 2023.4.13. 연합뉴스

이 같은 검찰 수사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에도 불구하고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김영철 부장검사)가 2021년 송영길 당대표 경선캠프에서 윤 의원 등과 함께 선거운동을 도왔던 강래구 한국감사협회장 등을 16일 소환하는 등 핵심 피의자들에 대한 본격적인 조사에 나서자 민주당도 어떻게든 돌파구를 만들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이정근 전 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수년 전부터 자동 통화녹음기능을 이용해 녹음한 음성파일만 3만여 개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자칫 검찰발 의혹 보도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며 '게이트'로 확대될 수 있다는 위기의식도 작용했다.

현재로서는 이재명 대표와의 연관성을 차단하는 한편, "이정근 전 사무부총장의 개인적인 일탈 행위"라고 주장했던 송영길 전 대표의 조기 귀국과 엄정한 조사 등을 통해 민주당이 선제적으로 진상을 규명할 수 있는 부분은 최대한 미리 털고 가는 게 최선일 수밖에 없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은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데 송 전 대표의 귀국이 필요하다고 많이 이야기한다"면서 "필요한 상황이 생기면 당내 조사기구 구성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이 주도권을 쥔 상태에서 수사 진척에 따라 주특기인 피의사실공표를 통해 마음껏 언론 플레이를 하면 일방적 혐의 단계일지라도 민주당과 이 대표는 치명타를 입을 가능성이 커진다. 이렇게 '사법 리스크'에 발목이 잡힌 채로 총선 때까지 검찰에 끌려다닐 수 있는데 여론에 대한 직접적인 해명과 호소 외에는 달리 뾰족한 수도 없다.

그러나 당내에서조차 '도덕성'을 둘러싼 논란이 확산되고 비명계를 중심으로 이 대표 책임론도 거세지고 있어 민주당이 이번 사건을 제대로 돌파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 대표의 리더십이 다시 시험대에 오른 양상이다.

관련기사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