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점 빨라지는 글로벌 산림파괴…'티핑 포인트'가 온다

20년 간 세계 산림 동식물 서식지 7% 소실

파괴원인 벌목 42%, 산불 29%, 화전농 15%

2010년 이후 50% 증가, 파괴 속도 가속

열대우림 17% 파괴된 아마존, 사바나화 위기

2023-04-05     한승동 에디터
인도네시아 정부가 열대우림 지역인 칼리만탄섬 동부에 신수도 '누산타라'를 건설하고 있다. 사진은 지난 18일 신수도 부지 인근 숲의 모습. 2023.3.20 연합뉴스

벌목과 산불, 농사 때문에 2001년 이후 세계 동식물 서식지의 7%가 사라졌다.

2001년 이후 텍사스 주보다 더 넓은 산림(mountain forest)지역이 파괴될만큼, 산림의 소실이 매년 놀라울 정도로 빨라지고 있다고 과학자들은 경고한다. <가디언>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전 세계에서 7800만 헥타의 산림이 소실됐는데, 이는 전체 산림의 7%가 넘는다. 산림 파괴의 주요 원인은 벌목과 농업 확장과 산불이다.(2023년 3월 17일)

 

3일 강원 원주시 판부면 금대리 인근 원주천 벚꽃길에서 시민들이 산책하고 있다. 2023.4.3. 연합뉴스

20여년간 세계 산림 7% 파괴, 벌목 산불이 주원인

산지는 전 세계의 새(조류)와 포유류, 양서류의 85% 이상이 사는 서식지다. 산지는 접근하기 쉽지 않은, 험한 지형 덕에 저지대의 서식지보다 더 잘 보전돼 왔다. 하지만 인간의 개발과 수탈이 지구상의 오지에까지 미치면서 점점 더 큰 파괴 위협에 노출되고 있다.

“글로벌 산림 소실에 대한 우리의 분석에 따르면, 지난 20년간 산림 파괴는 놀라울 정도로 가속돼 왔다”고 리즈 대학과 중국 남부과학기술대학이 이끄는 연구팀의 논문(학술지 <One Earth>에 게재)은 지적했다.

연구자들은 산림파괴의 42%는 벌목에 의한 것이며, 산불 29%, 화전농 15%, 영구적·반영구적 정착농업이 10%를 각각 차지한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이들은 2001~2018년에 산림의 증감을 기록하고 생물다양성에 끼칠 수 있는 영향을 조사하면서 숲의 변화를 추적했다. 그 결과 이들은 아시아와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유럽, 그리고 호주가 모두 심각한 영향을 받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북부 아시아, 특히 러시아의 광대한 지역의 숲 소실은 주로 들불(wildfires) 때문이었다. 호주에서는 가뭄과 산불(bushfires)로 심각한 소실이 발생했다.

 

 4일 오후 서울 인왕산 정상 부근 나무들이 지난 2일 발생한 산불로 새까맣게 타 있다. 2023.4.4. 연합뉴스

 

2010년 이후 숲 파괴 50% 증가

2010년 이후 연간 숲 소실률이 급증했는데, 2010~2018년의 숲 파괴는 2001~2009년에 비해 50%나 증가했다. 이는 동남아시아의 산악지대 농업 및 벌목 확대가 주요 원인이다. 연구 기간에 세계 숲 파괴의 절반 이상이 아시아에서 일어났다.

기후위기도 변화에 민감한 산지 야생세계에 압박을 가하는데, 온난화는 그들 종이 더 높은 곳으로 이동하게 만든다. 어느 순간에 그들은 살기에 적합한 서식지를 박탈당하게 되는데, 이른바 “멸종으로 가는 에스컬레이터”를 타는 과정에 돌입하기 십상이다.

선행 연구들은 고산지대 식물들이 기후변동에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준다. 산 꼭대기를 더 빠르게 차지하는 것은 외래 침입종들이다. 스코틀랜드 하이랜드에서 활동하는 식물학자들도 영국 산지의 희귀종들이 더 높은 곳으로 피난하고 있음을 확인했다.

 

홍성 산불 이틀째인 3일 오후 잠잠해졌던 불길이 강풍이 불어 순식간에 다시 거세지며, 진화작업에 투입된 소방대원이 필사적으로 불을 끄고 있다. 2023.4.3. 연합뉴스

인간의 활동영역 확장이 열대숲 파괴

이 논문에서 연구자들은 “많은 지역들에서 산림이 기후변화와 인간의 압박에 민감한 특성 때문에 극적으로 변하고 있다. 이는 산지의 생물종들에게 중대한 위협이 될 것이다”라고 경고한다.

산림 소실의 40% 이상은 생물종다양성의 본고장(hotspots)으로 알려진 적도의 산림에서 진행됐다. 위협에 직면한 종들은 더욱 큰 압박을 받고 있다. 논문 공동저자인 중국남부과학기술대학의 연구자 정중쩡은 이렇게 얘기한다.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산림 소실이 지구 생물종다양성에 대한 높은 보존가치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지역, 특히 열대지방을 침식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다양한 형태의 농업 확장과 임업 활동들이 그 주요 원인이다.”

논문은 생물종다양성의 본고장에 보호지역을 설정하는 것이 산림 소실률을 낮춘다는 것을 확인했다. “산지에 보호지역을 늘리는 것이 장차 산림과 생물종다양성 보전에 중심이 돼야 한다.”

이탈리아 산지환경연구소인 유락연구소의 연구자 마르코 미나 박사는 이렇게 얘기한다. “나는 대체로 원격탐사 인공위성이 만들어내는 대규모 데이터의 활용이 거의 실시간으로 숲의 변화를 모니터하는데 매우 중요한 수단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원격탐사 자료만으로 글로벌 차원의 결론을 내리는 것은 조심해야 한다. 세심한 계획을 통해 잘 관리되는 숲은 여전히 식물과 동물 종들에 수준높은 서식지를 제공할 수 있다.”

 

4일 오전 전남 함평군 대동면 연암리 대동저수지 인근 야산에서 산불 진화 헬기가 물을 뿌리고 있다. 2023.4.4 연합뉴스

열대우림 2000년 이후에만 6.7% 파괴

열대우림의 경우 채광이나 목축 등을 위해 인간이 저지르는 불법적인 벌목과 방화로 급속히 파괴돼 왔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콩고가 열대우림의 3대 보유국인데, 브라질의 경우 아마존의 숲이 지난 반세기 동안 방화와 불법 또는 무법(lawlessness)으로 심하게 파손됐다. 예컨대 900만 헥타에 이르는 헝가리만한 넓이의 삼림보호지역 내에 무려 2000개에 달하는 불법적인 채광업체들(가림포 garimpos)이 숲을 파괴하고 있다.

<이코노미스트>에 따르면, 열대우림이 생물종다양성으로 가득차게 하고 물의 순환체계를 보전하는데 가장 중요한 것은 거대한 탄소저장고로서의 역할이다. 벌목은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의 7%에 책임이 있다. 아마존에선 1헥타를 벌목하고 불태우면 500톤의 이산화탄소가 방출된다. 만일 이로 인한 온난화 가속으로 1톤당 50달러의 손실이 발생한다면 1헥타 전체의 손실은 2만 5000달러에 달한다(2023년 2월 27일).

그렇게 해서 숲을 방목지 등으로 바꾼다 해도 아마존 지역 땅들은 별로 기름지지 않아서 1헥타당 약 1200달러 정도를 받고 팔 수 있다. 생물종다양성이 주는 이익을 고려하지 않고도 아마존의 벌목으로 발생하는 사회적 비용은 그 이득의 약 30배에 이른다. 그럼에도 전기톱은 여전히 윙윙거리며 나무들을 잘라내고 있다. 지구상의 열대우림은 2000년 이후에만 6.7% 감소했다.

열대우림은 해당 지역의 재산권과 법적용이 분명하면 보존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대로 그것이 불분명하면 급속히 파괴된다. 예컨대 땅 주인이 벌목을 하지 않고 숲을 보전할 경우 주는 보상금을 누구에게 어떻게 줄지 알 수 없다면 숲은 보전되기 어렵다. 불행하게도 열대우림을 보유하고 있는 나라들 중에 이처럼 관련 법이 제대로 정비돼 있지 않거나 법 적용이 제대로 되지 않는 나라들이 더 많다. 거기에다 감시해야 할 지역은 너무 넓거나 멀고, 관리들의 부패와 불법 채광업자들의 뇌물과 협잡이 횡행한다. 아마존은 인도의 2배나 되는 넓이에 9개국에 걸쳐 있다.

브라질과 인도네시아, 콩고는 벌목을 단속하고 다른 나라들의 재정지원을 받아내기 위한 협정을 체결했다. 이를 위한 법률들도 정비했다. 하지만 법과 현실 사이의 괴리가 크다.

 

에스펜 바르트 에이데 노르웨이 기후환경부 장관(오른쪽)과 마리나 시우바 브라질 환경부 장관이 22일(현지시각) 브라질 브라질리아에서 열린 회담 도중 악수하고 있다. 이날 에이데 장관은 노르웨이 정부가 아마존 보호를 위한 아마존기금에 기부할 다른 국가들을 유치하는 데 적극 나서겠다고 밝혔다. 2008년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시우바 대통령 집권 당시 설립된 세계 최대 산림보호기금으로 노르웨이 정부가 94%를 부담했다. 기금은 2019년 자이르 보우소나루 당시 브라질 대통령 취임 후 운용이 중단됐다가 지난 1월 1일 룰라 대통령의 세번째 집권 첫날 운용이 재개됐다. 2023.03.24 AFP 연합뉴스

보우소나루가 파괴한 아마존 숲 룰라가 되살릴까

자이르 보우소나루를 물리친 룰라 정부가 들어선 뒤 새로운 희망이 싹트고 있다. 아마존 숲의 파괴는 룰라 1차 정부(2004~2012년) 기간과 겹치는 2004~2018년 기간에 80%나 줄었다. 그런데 불법 채광업자의 아들로 육군대위 출신인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이 2019년에 집권한 뒤 불법 채광과 벌목을 합법화하는 등 전 정부의 정책을 부정하고 뒤집어 놓으면서 아마존 숲 파괴는 60%나 증가했다. 권력자의 생각과 의지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가 도출된 것이다.

룰라는 재집권하자마자 다시 관련법을 강화하고 관련 예산을 55%나 늘렸으며, 1차 집권 때의 환경장관 마리나 시우바를 다시 불러들였다.

브라질 파라 주의 이타이투바 시와 그 주변 지역은 불법적인 금광채굴 종사자들만 3만, 거기에 기대어 이익을 보고 있는 사람이 약 30만이나 되는데, 목축업자이자 광산업자로 ‘가림포의 왕’으로 불리는 이타이투바 시장은 숲 파괴로 몇 번이나 벌금형을 받았음에도 여전히 시장직을 유지하고 있고 지지율도 높다. 재집권한 룰라 정부가 보수 기득권층이 여전히 의회를 장악한 채 주류세력으로 군림하고 있는 브라질을 어떻게 이끌어갈지에 따라 아마존 열대우림의 운명도 갈릴 수 있다. 온난화와 인류 전체의 운명까지도.

 

15일(현지시간) 인도네시아 서자바주 보고르시의 산사태 현장에서 구조대원들이 매몰자를 수색하고 있다. 폭우로 일어난 이번 산사태로 최소 2명이 사망하고 4명이 실종됐다. 2023.03.15. EPA 연합뉴스

인도네시아 숲 팜유 농장과 토탄이 파괴

인도네시아도 광대한 산림이 불법적으로 파괴된 역사를 갖고 있다. 수하르토 독재정권 시절 광대한 인도네시아의 숲이 야자기름(팜유) 원료를 생산하는 농장으로 바뀌면서 파괴됐다. 민주화 봉기로 그가 하야하고 민주정권이 들어서면서 상황은 바뀌었지만 벌목권을 둘러싼 뇌물 등 부정거래로 숲의 파괴가 계속되고 있다. 2000년 이후 인도네시아 열대우림의 3분의 1 이상이 소실됐다. 특히 자바와 수마트라의 인기높은 섬들의 저지대 숲이 사라지고 있다.

인도네시아 숲 파괴와 탄소방출의 가장 큰 요인은 토탄을 연료로 태우는 것이다. 토탄 사용으로 방출되는 온실가스가 인도네시아 산업과 석탄발전, 교통기관 방출량을 모두 합친 것보다 더 많다.

 

식목일인 5일 오후 서울 인왕산 정상 기차바위 인근 나무들이 지난 2일 발생한 산불로 새까맣게 타 있다. 2023.4.5. 연합뉴스

매년 50만헥타의 숲이 사라지는 콩고

콩고의 열대우림 파괴는 브라질과 인도네시아보다는 상대적으로 덜한데, 그 이유의 일부로 콩고인들이 전기톱을 살 수 없을 정도로 가난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기도 한다. OECD(경제개발협력기구) 분석에 따르면 31개 아프리카 국가들 중 GDP 대비 낮은 세금을 거둬들이는 나라는 나이지리아뿐이라고 한다. 이들 나라에서 재산권은 거의 인정되지 않아 마을사람들이 자신들을 겨누는 총구 앞에서 집을 쫓겨나기도 한다. 이런 상황에서 숲을 보전하기는 어렵다. 콩고의 숲 파괴 상황은 브라질과 인도네시아에 비해서도 그 소득수준 차만큼이나 훨씬 더 열악하다.

콩고에선 매년 50만 헥타의 숲이 소실되고 있다. 이는 2002~2015년 시기의 2배 이상이다.

아마존 20~25% 파괴가 티핑 포인트, 이미 17% 파괴

브라질의 과학자 카를로스 노브르는 아마존이 20~25% 파괴되면 숲은 티핑 포인트(전환점)를 지나게 될 것으로 예측했다. 그렇게 되면 물의 순환체제가 무너지고 거대한 지역이 사바나(초원) 지대로 변할 것이다. 아마존의 17%가 이미 파괴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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