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욕외교에 민주진영 총집결 "윤석열의 걸림돌 되자"
범국민대회·촛불행진·민노총 투쟁선포 열려
정치권부터 개혁 시민사회 단체들 한자리에
"한일회담서 무슨 모의했나…전면 공개하라"
대일 굴욕외교로 국민들을 분노케 한 윤석열 정부를 규탄하기 위해 더불어민주당 등 야3당, 촛불승리전환행동(이하 촛불행동),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이하 민주노총)과 진보 시민사회 단체들이 총집결했다. 정치권과 시민사회단체, 노동 농민 단체들이 윤석열 정부 규탄을 위해 한자리에 모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반일 전선을 통해 민주개혁 시민사회세력의 총결집이 이뤄지는 형국이다.
한일역사정의평화행동, 6·15공동선언실천남측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정의당, 진보당은 25일 오후 5시 30분 서울시청 광장 동편(옛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윤석열 정부 망국외교 심판! 강제동원 굴욕해법 폐기! 대법원 판결 이행! 4차 범국민대회'를 개최했다. 이날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2만 명이 참석했다. 서울시청 광장을 가득 메운 대열은 을지로입구역까지 이어졌다.
첫 발언자로 나선 김춘이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후쿠시마 핵 오염수 해양 방류와 수산물 수입 해제 문제 등과 관련해 "(한일) 두 정상이 어떤 이야기를 했는지 공개할 수 없다고 하는데 그 내용의 진실을 밝혀야 한다"면서 "후쿠시마 방사성 오염수 해양 방류를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부산 대학생겨레하나 대표 이승민 씨는 "한국이 선제적으로 걸림돌을 제거해 나간다면 분명 일본도 호응해 올 것"이라는 윤 대통령의 말을 비판하면서, "우리나라 주권을 다 내어주는 윤석열 정부의 걸림돌로, 강제징용 피해자들과 함께 이 정부와 싸워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정당 대표들의 발언도 이어졌다. 야3당은 4주 연속 장외 투쟁을 이어가고 있다. 진보당 윤희숙 상임대표는 "한일 정상회담에서 약속한 모든 것은 헌법 위반이므로 원천 무효"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지금이야말로 국민을 배신한 정권을 단호히 심판해야 할 때"라 "친일 매국세력을 퇴출시키고 새로운 시대를 열자"고 했다.
민주당 이재명 대표는 "윤 대통령이 이번 한일 정상회담에서 퍼주기는 잔뜩 했지만 받아온 게 없다. 독도에 대해서 그들이 이야기할 때, 절대 아니라고 항변했나. 위안부 합의 이행을 이야기했을 때, 대체 뭐라고 했나. 오염수 배출에 대해서 대체 뭐라고 말한 것이냐"라며 "(대통령은) 왜 말을 못하는 것이냐"고 성토했다.
이 대표는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대한민국의 이익을 지키고 국민의 안전과 생명을 지켜야 될 그 책임을 제대로 과연 이행했느냐"며 국민들을 향해 "여러분이 나서주셔야 한다. 이 잘못과 질곡을 넘어서서 희망의 나라로, 주권자의 나라로, 국민이 주인이 되는 나라를 함께 만들어 달라"고 요청했다.
앞서 오후 4시부터 촛불행동은 시청역에서 숭례문에 이르는 구간에서 '윤석열 퇴진! 김건희 특검! 제32차 촛불대행진'을 주최했다.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연인원 2만 명(오후 5시 기준)이 참석했으며 온라인에서 실시간으로 2만 4000명(오후 5시 기준)이 집회를 시청했다. 참석한 시민들은 "대통령이 밀정이다. 윤석열을 몰아내자!" "윤석열의 한일회담 행적을 전면 공개하라!" "사대매국 외교부 박진을 탄핵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정부의 굴종적 대일외교를 성토했다.
시민 자유 발언대에 오른 이종호 평택시민 지역경제 살리기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은 "국민이 뽑아놓은 대통령이란 자가 어떻게 국민 의견도 수렴하지 않고 굴욕외교, 동냥 외교를 할 수 있냐"면서 "국민이 인정하지 않은 사람은 대통령이 아니기 때문에 퇴진을 이야기한다"고 말했다.
한일 정상회담에서 나온 독도 영유권 발언 등에 대해 정보공개를 청구한 송기호 변호사도 자유발언대에 올랐다. 송 변호사는 "박근혜 정권 위안부 협의 이행하라고 했을 때 당신은 기시다(일본 총리)에게 뭐라고 답했냐"며 "일본 후쿠시마 오염수 방출은 안 된다고 말했느냐"고 성토했다.
송 변호사는 "대통령이란 사람이 우리나라 대법원 판결을 모욕하고 있다"면서 "후쿠시마 오염수 문제에 대해 단 한 마디의 설명을 우리 국민에게 해주지 않고 있는 대통령이 과연 언제까지 우리에게 필요하냐"고 말했다.
독일 함부르크에서 온 이승연 씨는 "해외 동포들은 매일 터져 나오는 고국 소식에 황당하고도 절망스럽다"면서 "윤석열은 한일 두 정상의 합의에 걸리적거리는 모든 걸림돌을 제거하겠다고 했다. 우리는 기꺼이 꿈쩍도 않는 걸림돌이 되어주자"라고 말했다.
이 씨는 독일인들이 유대인을 학살한 과오를 잊지 않기 위해 자신의 집 앞 거리에 '슈톨퍼스타인'(걸림돌)을 만든 것을 언급하며, "이것이 진정한 사죄이고 추모이고 역사를 잊지 않는 인간다운 방법"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을 향해 "과거도 현재도 없는 미래를 팔겠다는 약장사가 협잡꾼이지 대통령이냐"고 질타했다.
이 씨는 "걸림돌은 우리 선조들이 물려준 저항정신이기도 하다"며, 시민들과 경찰들을 향해 "겁내지 마라, 두려워하지 마라, 기죽지 마라, 쫄지 마라, 길들여지지 마라, 포기하지 마라, 굴복하지 마라, 그리고 저항하라"고 외쳤다.
시민들은 집회를 마친 뒤 미국 대사관과 일본 대사관 방면으로 행진했다. 일본 대사관 앞에서 "독도는 우리 땅이다 우리가 지킨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독도는 우리 땅' 노래를 다 함께 불렀다. 행진 대열은 을지로에서 정리 집회를 가진 뒤 범국민대회에 합류했다.
이보다 앞선 오후 2시 30분부터 서울 대학로에서는 민주노총 조합원 1만 30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문제는 윤석열이다. 민생파탄! 검찰독재! 윤석열 심판! 민주노총 투쟁선포대회'가 열렸다. 참석자들은 '윤석열 심판', '주69시간제 폐지!' 등의 손팻말을 든 채로 "문제는 윤석열이다. 윤석열을 심판하자", "백기투항 망국외교 친일정상회담 폐기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는) 노동시간과 비정규직을 늘려 재벌의 배를 불리겠다고 한다"면서 "우리의 힘을 믿고 강력한 투쟁으로 윤석열 정권을 끝장낼 것"이라고 밝혔다.
집회를 마친 조합원들은 대학로→종로→을지로 일대를 행진한 뒤 '강제동원 굴욕해법 폐지 범국민대회'가 열린 서울시청광장 동편으로 결합했다.
이 밖에 이날 농민단체들도 청계천 일대에서 '양곡관리법 전면 개정' 촉구 집회를 열었다. 진보당은 서울역 광장에서 당원대회를 열고 범국민대회가 열린 시청광장으로 행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