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검찰, 수사권 복구 노리다 역풍…"한동훈 사퇴‧탄핵"

"수사권 조정은 입법 사항" 헌재 결정에 야권 반격

'시행령 정상화' 한목소리…수사권 완전 폐지 거론

박홍근 "한국형 FBI 중대범죄수사처 설치에 최선"

개점휴업 상태 사개특위, 국힘에 재가동 요구할 듯

한동훈 "입버릇처럼 탄핵…발의되면 당당히 응할 것"

2023-03-24     김호경 에디터
국회의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이 정당했는지에 관한 헌법재판소의 최종 판단이 나오는 23일 오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정부과천청사 법무부로 출근하고 있다. 2023.3.23. 연합뉴스

윤석열 검찰이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앞세워 국회의 입법권에 정면 도전했다가 제대로 역풍을 맞고 있다.

검사의 수사권은 헌법상 부여된 권한이 아니고 입법으로 조정‧배분할 사항이라는 헌법재판소 결정이 나오자 야권은 일제히 검찰과 한 장관을 향해 역습에 나섰다. 특히 원내 1당인 더불어민주당은 한 장관의 자진 사퇴를 강력 촉구하고, 이를 거부할 경우 국회가 탄핵소추를 추진할 수 있다고 압박했다.

검찰 수사권을 축소한 개정 검찰청법·형사소송법이 헌법이 규정한 검사의 권한을 침해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이 애초에 명백했음에도 한 장관이 무리한 정치 소송을 벌여 국가적 혼란을 초래하고, 헌재 결정이 나온 이후에도 억지와 궤변으로 일관하면서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는 게 야권의 시각이다. 헌재는 한 장관에 대해 "수사권‧소추권을 직접 행사하지 않는 법무부 장관은 이 사건을 청구할 자격이 없다"고 아예 각하한 바 있다.

민주당은 한 장관의 정치적 책임을 묻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른바 '검수원복'(검찰 수사권 원상 복구)을 하겠다며 법무부 주도로 불법 개정한 시행령의 정상화,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한국형 FBI(미 연방수사국)인 중대범죄수사청 설립 등을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이중에서도 '시행령 재개정'에 대해서는 다른 야당들도 한목소리를 내고 있다. 한 장관과 검찰 입장에서는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꼴이 된 것이다.

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는 24일 울산시당 대회의실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한동훈 장관은 이번 헌법재판소 판결에 책임지고 사퇴해야 한다"면서 "법무부 장관이자 검찰 출신인 한동훈 장관이 소송을 진행하며 청구 자격이 없다는 기본 사실을 몰랐을 리 없다"고 포문을 열었다. 이어 "한동훈 장관은 윤석열 검사 정권의 2인자라는 오만함과 권력에 취해 국회 입법권에 대한 무도한 도전을 서슴지 않았다"며 "오로지 검찰 기득권 유지와 검사독재정권의 안위를 위해서 이 엄청난 국가적 혼란을 초래한 것"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박 원내대표는 "한동훈 장관이 자진 사퇴하지 않는다면 윤석열 대통령은 인사권자로서 즉각 한 장관을 사퇴시켜야 할 것"이라며 "수사권 및 소추권이 검찰의 전유물이 아니라는 점을 헌재가 확정해 준 만큼, 민주당은 검찰 정상화와 이른바 한국형 FBI라 할 수 있는 중대범죄수사처 설치 등을 마무리 짓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24일 오전 울산시당에서 열린 현장 최고위원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3.3.24. 연합뉴스

정청래 최고위원은 "기각이 아닌 각하는 무자격자가 신청했다는 뜻이고, '꺼리'도 되지 않는 것을 신청했다는 뜻이다. 일종의 서류 탈락"이라며 "한동훈 장관은 알지도 못하면서 잘난 체하다가 헌법재판소에서 귀싸대기를 세게 얻어맞은 셈"이라고 했다. 또 "억울하면 언론에 대고 궁시렁궁시렁 하지 말고 판사한테 찾아가 말하고 제발 언론 앞에서는 잘난 척, 멋있는 척은 그만하기 바란다"면서 "헛똑똑이 바보 아닌가 생각이 든다"고 신랄하게 비꼬았다.

정 최고위원은 "국력을 소진하고 불필요한 행정행위를 한 것에 책임을 지고 사퇴함이 마땅하다"며 "스스로 물러나지 않으면 강제로 퇴장시킬 수밖에 없다는 점도 경고한다"고 말했다. 나아가 "헌재 결정으로 민주당의 검찰 정상화법은 타당했으며 향후 검찰의 수사권 완전 몰수도 정당하다는 논리가 가능해졌다"고 덧붙였다.

개별 의원들도 언론 인터뷰와 SNS 등을 통해 한 장관에게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한 장관이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상징하는 주요 인물로서 '검사독재정권'의 핵심이기도 하지만, 평소 그의 화법이나 인품에 대해서도 극단적 거부감이 누적돼 있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중진인 우상호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한 장관이 아무리 권력의 앞잡이라고 하더라도 헌재 결정보다 더 앞서는 건 아니지 않겠느냐"며 겸손하게 국민에게 사과할 것을 주문했다.

같은 법무장관 출신인 박범계 의원은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헌재 결정에 공감하기 어렵다'는 한 장관 발언을 두고 "불복이 아니고서야 뭐겠냐. 앞으로 시행령을 계속 만들어나가겠다고 얘기하는 걸 보면 심각한 문제"라며 당내 사퇴 주장에 동조했다. 박 의원은 당 일각에서 제기되는 한 장관 탄핵론에 관해선 "그건 너무 많이 나간 얘기"라면서도 "그러나 심각한 문제들이 지금 벌어지고 있으니 그 부분에 대한 검토는 해야 되겠다"고 말했다.

대전지방경찰청장을 지낸 황운하 의원은 BBS 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에 나와 "한 장관이 법기술자로서 마치 말장난하듯이 국회 입법 취지를 무력화하고 헌정 질서를 문란하게 했다. 정말 어이없는 일"이라며 "본인이 우선 책임지고 물러나야 하는 것이 도리다. 사퇴를 거부한다면 국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예컨대 탄핵 추진이라는 것이 검토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변호사인 김용민 의원도 페이스북에서 "각하가 너무나 뻔한 사안을 권한쟁의 청구한 한동훈의 책임을 묻겠다. 아주 악의적인 정치놀음을 한 것"이라며 "손에 든 달콤한 사탕 빼앗긴다고 여기저기 시비 걸고 다니는 어린 장관은 혼을 내줘야 한다. 탄핵이 답"이라고 했다.

 

유남석 헌재소장과 이선애 재판관 등이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대심판정에서 열린 검찰 수사권 축소 입법에 대한 권한쟁의심판 선고에 입장하고 있다. 2023.3.23. 연합뉴스

민주당은 한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동시에 윤석열 정부의 이른바 '시행령 통치' '시행령 쿠데타'를 정상화하는 조치에도 본격적으로 당력을 기울일 계획이다. 이번 헌재 결정에는 검찰개혁 법안의 기본 취지를 무시한 채 수사권을 도로 확대한 법무부 시행령이 위법하다는 판단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왜곡된 시행령을 바로잡기 위해 법무부를 상대로 헌재에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는 등 가능한 모든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

앞서 국회는 지난해 8월 검찰청법 개정을 통해 검사의 직접 수사 범위를 6대 범죄(부패·경제·공직자·선거·방위사업·대형참사범죄)에서 '2대 범죄(부패·경제범죄)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중요 범죄'로 축소한 바 있다. 그런데 법무부는 입법 취지를 완전히 무시한 채 공직자·선거범죄를 부패범죄로 재분류하는 등 시행령 개정으로 직접 수사 범위를 대폭 확대시켰다. 이는 '상위법을 명백하게 위반한 반헌법적 불법 시행령'이라는 점이 헌재 결정을 통해 명백해졌다는 게 민주당 해석이다. 법조계에서도 "시행령을 상위법 취지대로 바꾸는 게 맞다"는 견해가 다수 나오고 있다.

민주당은 개점휴업 상태인 국회 형사사법체계특별위원회(사개특위)를 재가동해 중수청 출범 및 검찰 직접 수사권 완전 폐지 방안 등에 대해서도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국회 법사위 소속이자 사개특위 위원인 박주민 의원은 MBC 라디오 '김종배의 시선집중'에서 "지난번에 검찰청법 등을 통과시킬 때 국민의힘과 사개특위를 만들기로 합의했었다. 제일 처음 합의한 문구가 '검찰의 수사권은 점차적으로 완전히 폐지하는 방향으로 간다'였다"며 "저희들은 사개특위 가동을 바로 요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헌재 결정문에 따라서 가동을 더 이상 안 할 명분이 없고, 오히려 이후 프로세스를 해야 될 명분만 남아 있다"고 전했다.

 

당초 검찰 수사권 분리에 미온적이었던 정의당도 가세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법원 판결을 정면으로 무시하고 강제동원 피해자들에 대한 '제3자 변제' 방안을 밀어붙이는 것과 한 장관 행태를 한 데 묶어 힐난했다.

위선희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검사 출신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대법원과 헌법재판소에 도전장을 내밀었다"며 "법 해석의 권한을 독점하려 정치 권력과 언론을 이용하는 요상한 법치주의가 판을 치고 있다"고 했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는 헌재 판결이 나오기도 전에 시행령으로 현행법을 무력화했다. 시행령을 법 위의 법으로 이용하면서 스스로 법치주의를 저버린 셈"이라며 "법 지식을 권력을 위한 정쟁의 도구로만 사용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기본소득당 신지혜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한동훈 장관이 '위헌'을 언급하는 것은 판결 왜곡이다. 국민의힘은 헌재 판결에 대해 '궤변의 극치' 등 삼권분립을 뒤흔드는 언사를 멈춰야 할 것"이라며 "이제 다시 국회의 시간이다. 검경수사권 조정을 원점으로 돌린 시행령을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이처럼 야권의 '공공의 적'으로 떠오른 한 장관은 그러나 이번 헌재 결정에도 불구하고 성찰하거나 책임지려는 기색은 일절 보이지 않았다. 인사 검증 실패로 정순신 변호사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물러나 큰 파문을 일으켰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이 같은 태도는 윤석열 정부 인사들의 공통점이자 검찰 특수부 조직의 특징이기도 하다.

한 장관은 만연체의 입장문을 내고 "자기편 정치인들 범죄수사 막으려는 잘못된 의도로, '위장탈당', '회기 쪼개기' 등 잘못된 절차로, 고발인 이의신청권 폐지 등 국민에게 피해 주는 잘못된 내용의 법이 만들어졌을 때, 국민 피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법무부 장관의 책무"라면서 "민주당은 작년부터 제가 그 책무를 다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입버릇처럼 저에 대한 탄핵을 말해왔습니다만, 탄핵이 발의되면 당당히 응할 것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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