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반도 넘나드는 '미국 전략자산'…모호한 정체 속 전운
동해에 번쩍 서해에 번쩍…북한·중국 동시에 압박
ICBM·전략폭격기·전략핵잠수함 등 ‘핵전력 3축’ 포함
가공할 파괴력, 북한 도발 억제와 압도적 대응 보장
'이에는 이'… 김정은 참관 ‘핵반격 가상 종합훈련’
중국 군도 가세…서해 다롄 앞바다에서 실탄 사격
미국 전략자산들이 한반도를 수시로 넘나들고 있다.
그야말로 '동에 번쩍 서에 번쩍'이다. 미국 핵추진 항모강습단이 동해상에 전개되는가 하면, 서해 상공에서 미 전략폭격기, 스텔스 전투기 등이 참가한 한미 연합공중훈련이 잦아졌다. '힘에 의한 평화'를 내세우며 남북 대결 일변도인 윤석열 정부 들어선 이후 달라진 풍경이다.
북한의 호전성도 강화됐다. 작년 한 해 동안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비롯한 탄도미사일을 모두 66차례 발사했다. 올해 들어서도 거침이 없다. 남한을 '명백한 적'으로 규정하고 새해 벽두부터 초대형 방사포 발사했으며 2월 18일에는 ICBM 화성-15형을 쐈다.
특히 규모와 강도 면에서 역대급 '자유의 방패'(FS) 한미 연합연습에 반발해 3월 16일 ICBM 화성-17형을 발사한 것을 포함해 최근 2~3일 간격으로 다섯 번에 걸쳐 동해안, 서해안, 평양 인근, 북·중 접경 지역 등지에서 다양한 기종의 미사일을 동원해 기습타격 능력을 과시했다.
이처럼 북한의 핵·미사일 무력 시위와 한·미, 한·미·일 연합 군사훈련이 맞물리면서 '악순환'에 빠져 있다. 게다가 중국 포위 구상인 인도·태평양 전략에 따른 미국의 대중 압박이 겹치면서 각종 미 전략자산들이 한반도에 들락거리고 있다. 그만큼 전쟁 위기 지수가 올라가고 있다.
'미국 전략자산' 북한 도발 억제와 압도적 대응 보장
'미국 전략자산'의 개념에 대해 <2022 국방백서>는 "미국이 제공하는 군사능력 중 외부의 침략과 도발을 효과적으로 억제하고 압도적인 대응을 보장하는 자산”이라고 설명한다. 그리고 여기에 전략적 효과를 보장하는 핵전력 3축과 일부 재래식 전력이 포함된다고 밝혔다.
핵전력 3축은 ICBM과 전략폭격기 B-2와 B-52H, 전략핵잠수함(SSBN)이다. 그리고 재래식 전력으로는 항모강습단, 폭격기 B1-B, 순항미사일 탑재 핵추진잠수함(SSN) 등이 있다. 윤 정부 들어 한반도에 전개됐던 주요 미 전략자산들에 어떤 것들이 있는지 살펴본다.
[3대 전략폭격기] B-2, B-52H, B-1B
B-2는 스텔스 전략폭격기다. 기체폭 52.4m이고 무장 탑재량 27t이다. 미군은 스텔스 기능을 대폭 향상시킨 차세대 스텔스 전략폭격기 B-21 레이더를 30년 만에 공개했다. B-21 레이더는 기체폭 45.7m로서 B-2보다 작고 무장 탑재량도 13.6t이다.
B-52H 스트래토포트리스는 장거리 전략폭격기다. 최대 항속거리는 1만6000㎞로 대륙 간 폭격이 가능하다. 핵탄두 탑재 장거리 순항미사일 등 최대 31t의 폭탄을 실을 수 있다.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20일 제주도 인근 상공에 전개된 데 이어 지난 6일 서해 상공에서 한국 전투기들과 함께 훈련했다.
B-52는 1952년 처음 출격한 미국 최장수 전략폭격기이나 여전히 활동 중이다. 핵폭탄과 재래식 폭탄 35발, 그리고 핵탄두 순항미사일 등 무장 탑재량은 31t이다. 지하 100m 벙커도 파괴할 수 있는 벙커 버스터(GBU-57)도 장착이 가능하다. 사거리 200㎞의 공대지 핵미사일을 비롯해 최대 31t 폭탄을 싣고 6400㎞ 이상을 날아가 목표물을 폭격한 뒤 복귀할 수 있는 장거리 폭격기다.
B-1B는 '죽음의 백조'라고 불리는 전략폭격기다. 전략폭격기 중 가장 빠르고(최고속도 마하 1.2) 무장 탑재량(61t)도 가장 많다. 작년 가을 '비질런트 스톰'(Vigilant Storm)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미 본토에서 B-1B 2대가 날아와 참가했다. 그리고 지난 2월 1일 처음으로 서해 상공에서 진행된 연합공중훈련에 B-1B 2대가 다시 참가했다. 중국 압박용이란 분석도 나왔다.
당시 훈련에는 5세대 스텔스 전투기들인 F-22 랩터 2대, F-35B 등도 함께 참가했다. B-1B와 F-22, F-35B가 동시에 한반도에 출격한 것은 한반도 전쟁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던 2017년 12월 '비질런트 스톰' 이후 5년 만이다.
지난 3월 3일에는 B-1B가 다시 한반도로 찾아 한국 공군과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했다. 당시 훈련에는 최강 무인공격기로 꼽히는 MQ-9 리퍼도 참여했다. 이에 북한은 이튿날 외무성 부상 명의의 담화에서 B-1B와 MQ-9 연합훈련을 거론하며 "미국과 남조선은 위협적인 군사적 시위성 놀음으로 조선반도 지역 정세를 극도의 위험 수준으로 가열시키고 있다"고 비난했다.
[스텔스 전투기] F-22, F-35B
F-22 랩터는 현존하는 최강의 5세대 전투기로 알려져 있다. 최첨단 전자전 장비를 탑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AESA(능동전자주사식위상배열) 레이다를 장착해 원거리에서 여러 목표물을 정밀하게 탐지하고 추적이 가능하다. 일본 가데나 주일미군기지에 주둔하고 있다가 한반도로 날아온다. 2월 1일 훈련을 통해 2018년 이후 세 번째 언론에 공개됐다.
F-35B는 수직이착륙기다. 지상은 물론 항모, 강습상륙함 등에서 뜨고 내릴 수 있다. 미국 해병대 소속이며 이와쿠니 주일 미군기지에 배치돼 있다. 2월 1일 연합공중훈련 참가차 한반도에 전개됐다가 처음으로 군산기지에 착륙했다.
[핵추진 잠수함] SSBN, SSN
전략핵잠수함(SSBN)은 SLBM(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을 탑재한 핵추진 잠수함이다. 미 해군의 웨스트버지니아함(SSBN 736)이 대표적이다. 오하이오급 전략핵잠수함이다. 미 조지아주 킹스베이 핵잠수함 기지에 정박해 있다. 핵탄두를 장착한 트라이던트Ⅱ SLBM 24기를 탑재한다.
한미 국방부 대표단이 펜타곤에서 제8차 확장억제수단운용연습(DSC TTX) 회의를 마친 뒤 지난달 24일 킹스베이 기지를 방문한 바 있다.
순항미사일 탑재 핵추진잠수함(SSN)도 있다. 작년 10월 31일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한 미 해군의 로스앤젤레스급 키웨스트함(SSN 722)은 토마호크 순항미사일을 탑재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부산 작전기지에 입항한 스프링필드함(SSN 761)도 로스앤젤레스급 공격용 핵추진 잠수함이다. 핵무기는 없지만 강력한 무장을 자랑한다. 괌에 전진 배치돼 있으며 미 해군 7함대 작전지역을 돌아다닌다.
[항모 강습단] 로널드 레이건호, 니미츠호
로널드 레이건호는 핵추진 항공모함(CVN)이다. 배수량은 10만3000t이다. 미 7함대 소속으로 일본 요코스카 기지에 배치돼 있다. 승조원은 약 5000명이다. F/A-18E/F 슈퍼호넷 전투기, E-2D 호크아이 공중조기경보기, EA-18G 그라울러 전자전기, MH-60R 시호크 해상작전헬기, C2 그레이하운드 수송기 등 90여 대의 함재기가 있어 '떠다니는 군사기지'로 불린다.
로널드 레이건호는 작년 9월 23일 부산작전기지에 입항했으며, 레이건호 항모강습단(CSG)은 9월 26∼29일 동해에서 한미 해군 연합훈련을 벌였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맞서 한국에 대한 미국의 확장억제(핵우산 포함) 제공 차원이었다. 한반도 위기가 극심했던 2017년 한미 연합훈련에 참여한 이후 5년 만이었다.
그러나 독도 인근에서 일본 해상자위대도 가담한 한·미·일 연합 대잠수함전훈련(9월 30일)과 연합 미사일방어훈련(10월 6일)까지 벌여 물의를 빚기도 했다. 북한 미사일 시위가 계속되자 로널드 레이건호는 한 달 후 한반도를 다시 찾았다.
군 당국에 따르면, 니미츠급(10만t) 핵추진 항공모함도 이달 말 한반도에 전개된다. 한‧미‧일 3국 해상전력은 독도 인근에서 미사일 경보 훈련을 벌일 계획을 잡고 있다. 이 과정에서 탄도미사일 탐지·요격이 가능한 이지스 구축함, 토마호크 미사일을 탑재한 핵 추진 잠수함 등의 전개도 예상된다고 통신은 전했다.
위에서 살펴보았듯 미 전략자산의 한반도는 갈수록 잦아지고 있다. 이에 대해 국방부는 작년 5월 한미 정상회담과 11월 제54차 한미안보협의회의(SCM, 워싱턴D.C.), 그리고 올해 1월 한미 국방장관회담을 거치면서 미국은 한국에 실효적 확장억제 제공 차원에서 "적시에 조율된 전략자산 전개”를 약속한 데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북한 '핵반격 가상 종합훈련'…"핵공격 태세 완비”
북한도 미 전략자산에 대한 정면 대응 의지를 숨기지 않고 있다.
조선중앙통신에 따르면 북한은 지난 18∼19일 이틀간 전술핵무기 공격임무 수행 절차와 공정을 숙달하는 '핵반격 가상 종합훈련'을 벌였다. 연합뉴스에 따르면, 김정은 국무위원장 참관 아래 진행된 이번 훈련의 하이라이트는 전술핵탄두 탑재가 가능할 것으로 평가되는 전술탄도미사일(KN-23·이스칸데르)의 핵폭발조종장치와 기폭장치 작동에 대한 시연이었다.
특히 전날 평안북도 철산군에서 발사된 전술탄도미사일을 800㎞ 사거리에 설정한 동해 목표상공 800m에서 공중폭발시켜 핵탄두부의 핵폭발조종장치와 기폭장치의 동작을 검증했다고 북한은 주장했다. 발사된 미사일에는 핵탄두가 아닌 이를 모의한 '시험용전투부'가 탑재됐다.
김 위원장은 "언제든 적이 두려워하게 신속·정확히 가동할 수 있는 핵공격 태세를 완비할 때에라야 전쟁 억제의 중대한 전략적 사명을 다할 수 있게 된다"고 말했다. 그리고 핵무력 건설의 중요 방향과 핵무력의 전쟁 준비에 나서는 전략적 과업들을 제시했다고 한다.
특히 이 탄도미사일의 발사 시점은 미 전략폭격기 B-1B가 한반도 작전구역에 진입하기 25분쯤 전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한반도로 접근하는 B-1B의 항적을 포착하고도 동해상 발사를 강행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미 전략자산에 정면 대응 의지를 보인 사례가 아닌가 한다.
중국도 역대급 규모로 진행되는 '자유의 방패'(FS) 한미 연합연습 기간인 20일 서해 다롄 앞바다에서 실탄 사격을 함으로써 미 전략자산이 참가한 한미 연합 군사훈련에 대한 경계심을 드러냈다. 한반도와 그 주변 해역들이 각국의 군사훈련장으로 변하는 모습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