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순신 아들 '학폭 청문회' 열린다…윤 정부 끝내 무책임

민사고‧반포고‧서울대 등 조치 놓고 의혹들 여전

국회 교육위, 31일 청문회 실시…야당 단독 의결

"정순신 안 나오면 부인이나 아들 출석시킬 것"

여당은 반발, 퇴장…'방탄' 급급, 보이콧 가능성

윤 정부 인사라인 아무도 책임 안 져…참사 반복

2023-03-21     김호경 에디터
21일 국회에서 교육위원회 전체회의가 열리고 있다. 이날 회의에서는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 채택건을 상정하는 문제를 다루었다. 2023.3.21. 연합뉴스

정순신 변호사는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지 하루 만에 물러났지만 아들 정모 씨의 학교폭력 사건은 여전히 많은 부분이 미스터리다. 민족사관고등학교 측은 왜 정 씨를 즉각 전학 처분하지 않았는지, 정 씨와 피해자를 분리 조치하지 않았는지, 반포고등학교 측은 어떤 논의를 거쳐 정 씨의 학교생활기록부에서 학폭 징계 기록을 삭제했는지, 서울대는 감점 조치를 했다고 하는데 실제 몇 점을 깎았다는 것인지 등이 풀리지 않은 의혹으로 남아 있다.

결국 국회가 칼을 빼들었다. 국회 교육위원회는 21일 전체회의에서 '전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자 정순신 자녀의 학교폭력 진상조사 및 학교폭력 대책 수립을 위한 청문회' 실시의 건을 야당 단독으로 의결했다. 해당 학폭 사건과 사후 처리 및 진학 과정 등에 관해 진상을 밝히고 학폭 예방 및 근절 대책을 마련하겠다는 목적이다.

표결에는 민주당 간사인 김영호 의원을 비롯해 강득구‧강민정‧도종환‧ 문정복‧박광온‧서동용‧안민석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참여했다. 이는 민주당이 청문회를 강행하려 한다며 국민의힘 측에서 안건조정위 구성을 요청한 지 하루 만이다. 민주당은 전날 해당 안건을 처리하기 위해 교육위 전체회의를 열었지만, 국민의힘은 안건조정위 회부를 주장해 대립했다. 이에 민주당 측은 저녁 8시 안건조정위를 열고 50분 만에 청문회 실시의 건을 의결, 전체회의로 넘겼다.

청문회는 오는 31일 오전 10시 국회 교육위 전체회의실에서 열린다. 청문회 증인으로는 정 변호사 본인과, 정 변호사의 사법연수원 동기로 전학 취소 행정소송을 대리했던 송개동 변호사, 김성규 서울대 부총장, 천명선 서울대 입학본부장, 한만위 민족사관고등학교 교장, 최관영 민사고 부교장, 고은정 반포고등학교 교장, 하화주 전 반포고 교감 등 20명이 채택됐다.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은 증인으로 채택되진 않았지만 출석 의사를 밝혔다고 한다. 

유기홍 교육위원장은 "정순신 변호사가 불참을 통보하거나 해외로 나갈 가능성도 있다고 생각되는데, 불참 의사가 확인된다면 정 변호사의 부인이나 가해자인 자녀도 증인 출석을 요구할 수 있다"고 밝혔다. 피해자 측에 대해서도 참고인 신분으로 출석할 수 있는지 의사를 타진하기로 했다. 유 위원장은 "피해자 가족의 의사를 확인해 자발적으로 출석이 가능하다면 참석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21일 국회에서 열린 교육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국민의힘 간사인 이태규 의원이 정순신 변호사 자녀 학교폭력 관련 청문회 실시계획 채택건을 의결하기 전 회의장을 나가고 있다. 이날 국민의힘 의원들은 청문회건,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2023.3.21.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교육위 간사인 이태규 의원 외에는 전원 불참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어제 교육위에서 민주당이 오후 8시에 안건조정위를 하면서 7시 54분에 전화로 공지하고 8시 2분 회의 시작 이후 문자로 공지했다"며 "이런 회의는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태규 의원도 "(저녁 8시 회의를) 7시 54분에 전화로 통보하는 등, 여당 의원이 야당 의원의 5분 대기조인가"라며 "안건조정위를 일방적으로 밀어붙인 민주당 교육위원들은 국회 흑역사를 쓴 것"이라고 항의한 뒤 의결 전 퇴장했다.

그러나 유 위원장은 "어제 안건조정위 명단 제출을 7시까지 해달라고 했다. 전체 교육위원들에게 '오늘 안건조정위원회가 있을 수 있으니 유의해 달라'고 전화도 드렸다"면서 "(야당 안건조정위원들은) 국민의힘 위원들이 올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생각이었는데 이태규·김병욱 두 의원이 불참 의사를 통보했다. 국회법 절차에 따라 정당하게 진행된 회의"라고 반박했다. 당시 안조위에는 민주당 김영호·박광온·서동용 의원과 무소속 민형배 의원이 참석했으나 국민의힘 이태규·김병욱 의원은 불참했다. 따라서 6명 중 4명 참석으로 안건 처리 조건이 충족됐다는 얘기다.

국민의힘은 청문회 당일에도 참석하지 않고 절차적 이유 등을 내세워 보이콧하거나 참석해도 정 변호사 측을 방어하는 데 주력할 가능성이 높다. 민주당 강득구 의원은 이날 회의에서 "아빠 찬스를 이용한, 권력이 개입해 한 사람을 농락한 것에 대해 파헤쳐야 한다"며 국민의힘 반대를 두고서는 "정순신을 방어하는 방탄 상임위를 자처한 것과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7일 오전 인천공항을 통해 유럽 출장을 가고 있다. 한 장관이 출국장으로 향하며 손에 든 빨간색 책은 2500여 년 전 그리스 역사가 투키디데스가 쓴 펠로폰네소스 전쟁사이다. 2023.3.7. 연합뉴스

그러나 청문회는 진상 조사의 의미는 크겠지만 한계도 뚜렷할 것으로 보인다. 애초에 이런 중대한 흠결에도 불구하고 정순신 변호사가 어떻게 국가수사본부장에 추천, 임명될 수 있었는지 인사 검증 과정까지 조사할 순 없기 때문이다.

정순신 사태는 여러 의혹 중에서도 특히 윤석열 정부의 인사 검증 체계가 얼마나 허술하고 부실했기에 사건 당시 이미 언론에 크게 보도됐고 대법원까지 장기간 소송이 진행됐던 문제를 사전에 인지조차 못했는지가 핵심적인 의문점이었다. 대통령실 인사기획관실이 추천을 하고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과 대통령실 공직비서관실이 검증 작업을 맡았지만 지금까지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비롯해 이원모 인사비서관, 복두규 인사기획관,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 그 누구도 이번 '인사 참사'에 대해 책임을 지지 않았다. 납득할 만한 설명도, 사과도 없었다.

국가수사본부장 공모 지원자 3명 중 정순신 변호사를 최종 후보자로 추천한 건 형식적으로는 윤희근 경찰청장이지만 윤 청장은 허수아비였던 것으로 보인다. 공석인 국가수사본부장 자리를 다시 외부 공모로 채우고 또 검사 출신을 낙점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아무런 성찰이 안 보이는 윤석열 정부 인사 라인의 태도로 볼 때 제2, 제3의 '정순신 사태'는 계속 터질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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