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과 법원의 극단적 이중잣대…더 부추기는 언론

존중할 수 없는 불공정한 판결도 얼마든지 존재한다

조국 1심 판결 근거를 납득할 수 없는 숱한 이유들

한겨레는 왜 "엄격한 법의 잣대를 확인"했다고 할까

'수사의 무풍지대' 한동훈·정호영·김인철 자녀 의혹

검찰 조작 가능성, 철저히 외면하고 반성 않는 언론

공포 탓에 더 앞장서 비난하고 돌을 던지는 사람들

2023-03-05     전지윤 사회운동가·'연속성과 교차성' 저자
'대장동 일당'에게서 아들 퇴직금 등의 명목으로 거액의 뇌물을 수수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곽상도 전 국회의원이 8일 오후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 공판을 마친 후 법정을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감시와 처벌을 위한 권력의 작동방식을 파고들었던 미셸 푸코는 '양 당사의 관계에서 중립적인 사람이 있을 수 있고, 이런 중립적 제3자가 절대적 효력을 갖는 정의의 이념에 입각해 양 당사자에 관한 판단을 내릴 수 있으며, 그 판결은 준수되어야 한다는 관념'에 대해서 비판하며 의문을 던진 적이 있다.

요즘 한국 사회처럼 이런 지적에 대해 크게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경우도 드물다. 최근에 우리가 윤미향 의원에게 내려진 판결에 대해서 반가워한 것은 그것이 진실에 부합했기 때문이지 '공정하고 신성한 법원이 내린 의심할 수 없고 반드시 존중해야 할 판결'이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런 것은 결코 존재하지 않는다. 최근의 판결들만 떠올려 봐도 분명하다.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악랄하게 괴롭힌 신자유연대의 손을 들어주고 집회의 자유를 보장해줘야 한다는 판결이 공정한가? 하청노동자 김용균을 죽음으로 내몬 원청에게 면죄부를 준 판결이 존중받아야 하는가? 곽상도 아들에게 간 50억 원이 뇌물이 아니라는 판결이 타당한가? 폭력적인 노점 단속에 저항한 민주노점상전국연합 회원들 6명의 법정구속을 받아들여야 하는가?

이처럼 사법부가 사회적 소수자가 아니라 소수 부자와 권력자의 편에서 판결을 내린 경우는 수도 없이 많다. 그것은 사법부 구성원들 자신이 그 소수의 부자와 권력자에 속한 엘리트들이기 때문만이 아니다. 학맥과 인맥 등을 통해서도 그들과 연결돼 있기 때문이다. 예컨대 이번에 이상민 장관 탄핵심판의 주심이 된 이종석 헌법재판관은 윤석열 대통령의 대학 동기이며 이상민 장관의 대학 선배이다

보통 사람들 중에서 자신이 받고 있는 수사와 재판의 검사나 판사가 자신과 사적 인연으로 연결돼 있을 확률은 거의 없지만, 소수의 부자와 권력자들은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다. 사법부에서도 사회적 소수자보다는 소수 부자와 권력자의 눈으로 판결을 내리는 사람이 더 높고 중요한 자리로 가기가 쉽다.

당장 윤석열 대통령은 800원 횡령한 버스기사 해고가 정당하다고 판결한 오석준을 대법관으로 임명했고, 윤석열 정부는 앞으로도 5년 동안에 대법관 14명 중 13명과 헌법재판관 9명 전원을 새로 임명하게 된다. <조선일보>는 이것을 '우리법연구회'가 주도하던 사법부에 대한 "비정상의 정상화"라고 했다. 그러면 이제 젠더와 노동에 대한 다소 전향적 판결이 내려지던 일들도 더욱 보기 힘들어지게 될 것이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3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1심 선고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2023.2.3. 연합뉴스

이렇게 볼 때 얼마 전 있었던 조국 교수(전 장관)에 대한 판결을 아무런 의심 없이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하는 사람들을 이해할 수가 없다. 예컨대 <한겨레> 사설은 이 판결이 "교육·입시와 관련해 한치의 거짓과 편법도 용납될 수 없다는 엄격한 법의 잣대를 확인"했다며 "판결이 주는 의미를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물론 놀라울 정도로 '엄격'하긴 했다. 이번 판결은 부모가 자식의 입시 준비를 도운 것을 '학생생활기록부 작성 업무방해'로, 학교폭력 후유증으로 등교하지 못한 이유를 솔직히 적지 않은 것을 '출결관리 업무방해'로, 온라인 쪽지시험을 도운 것을 '조지워싱턴대 성적사정 업무방해'라는 기상천외한 죄명으로 단죄했다.

스승이 제자에게 세 학기에 걸쳐 600만 원의 장학금을 준 것도 부모에 대한 '청탁'으로 보고 처벌했다. 이것이 '엄격한 법의 잣대를 확인'한 것이 되려면 과거에도, 지금도, 앞으로도 이런 사안들에 똑같은 잣대를 들이대서 전부 범죄로 규정하고 사법처리해야 한다. 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는 것을 부정할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동훈 법무장관 딸의 변칙적 스펙 쌓기 의혹, 정호영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 자녀의 의대 편입 의혹, 김인철 교육부장관 후보자의 딸이 1억 장학금을 받은 사실, 진중권 씨가 최성해 동양대 총장에게 학교발전기금을 상납했다는 의혹 등은 대부분 기소는커녕 수사조차 되지 않았다. 여기서 "한치의 편법도 용납될 수 없다는 엄격한 법의 잣대"는 흔적도 찾아볼 수 없다.

극단적 이중잣대는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검찰은 조국 교수 딸의 신용카드와 체크카드 기록을 무려 10년치나 탈탈 털어서 어디에서 무엇을 했는지 시간 단위로 동선을 다 찾아냈다. 가족단톡방 대화 기록 7000여 쪽을 다 뒤져서 언론에 흘렸고, 언론은 그것을 기사화했다.

반면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에 관한 증거와 기록들은 조사와 수사가 거의 진행되지 않았다. 그나마 주가조작 관여를 드러내는 녹취록이 재판정에서 공개됐을 때도 4개월이 지나서 뒤늦게 그것을 보도한 언론은 <뉴스타파> 말고는 없었다. 즉, 검찰의 선택적 수사와 극단적 이중잣대는 언론의 협조 속에서 가능했을 뿐 아니라 더 증폭됐다.

 

더불어민주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 위원들이 3일 오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코바나컨텐츠 제3자 뇌물죄 의혹과 관련해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요청 입장문을 발표하고 있다. 2023.3.3. 연합뉴스

3년 전, 조국 가족에 대한 검찰과 언론의 융단폭격이 벌어지던 당시에 한 서울대 교수는 이렇게 말했다. "벌써 4주째 언론과 수십 번은 인터뷰했다. 그런데 제가 말한 대로 적어주는 언론이 아무도 없었다. … (조국 교수 딸의) 생활기록부까지 공개된 것을 보고 너무 놀랐다. … 국민 모두가 그 친구의 고등학교, 대학교 성적까지 알게 됐다."

누구에게든 용납될 수 없는 이 지독한 인권유린을 막아서는 언론은 찾기 어려웠다. 조국 교수 딸이 부산대 의전원에 입학하는 과정에서 표창장은 제출되지도 않았다는 점, 블라인드 면접이었기에 부모가 누구인지는 알 수도 없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는데도 대부분 언론은 '표창장' '부모 찬스'를 되풀이해서 떠들었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더 심각한 것은 치명적일 수 있는 검찰의 증거 조작 가능성에 대해서 어떠한 문제 제기나 검증도 없다는 점이다. 오늘날 디지털 증거의 무결성은 너무나 중요하다. 내가 과거에 썼던 컴퓨터나 휴대폰을, 검찰이 내 허락도 없이 가져가서, 내가 없는 곳에서 열어본 후, 범죄 증거를 찾았다고 들이댄다면 누구든 그것을 인정하기 어렵다.

이것이 바로 조국 가족에게 제기된 '표창장 위조'에서 나타난 문제다. 더구나 '유우성 간첩조작 사건'에 관여한 검사 중 하나가 조국 수사팀에서도 책임자였다. 그럼에도 여기에 관심을 갖거나 문제 제기하는 목소리는 거의 없다. '검찰이 없는 죄를 만들어서 증거를 조작하는 시대는 지났다'(이정미 정의당 대표)는 말만 나온다.

무엇보다, 이러한 선택적 표적수사와 극단적 이중잣대, 초미세 먼지털이에도 불구하고 초기에 조국 교수와 가족에게 검찰과 언론이 제기했던 대부분의 의혹과 혐의들은 사실무근이 됐다. 사모펀드, 조국가족 펀드, 권력형 비리, 관급공사, 가로등 점멸기, 웅동학원 사학비리, 뇌물 수수, 부동산 투기, 주가조작, 증거 조작과 은닉….

조국 교수에 대한 1심 판결에서 이런 의혹들은 하나도 인정되거나 남아 있지 않았다. 언론사와 기자들은 이런 자극적인 용어들로 자신들이 쏟아냈던 수천 수만에 달하던 기사들을 결코 잊지 않았을 것이다. 이 상황에서 언론이 제일 먼저 제출할 것은 '과거에 우리가 그런 기사들을 쏟아낸 것은 잘못이었고 미안하게 생각한다'는 반성문이다.

하지만 검찰뿐 아니라 어떤 언론도 그러지 않고 있다. 그저, '구체적 판결 내용과 상관없이 결과적으로 조국 교수는 유죄이고 실형을 선고받았으니 우리는 잘못한 게 없다'는 모르쇠다. 아마도 이런 언론사와 기자들(여기에 동조했던 지식인들)은 자신들이 썼던 3년 전의 기사나 글들을 기억하거나 다시 찾아서 확인할 사람들은 없을 것이라고 보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는 아무런 거리낌과 부끄러움도 없는 이런 태도는 해석하기가 어렵다. 나아가, 조국 교수에 대한 2심 판결에서는 사모펀드, 권력형 비리 등에 대해서 하나라도 다시 유죄가 나오길 기원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의심하게 된다. 그래야 자신들의 잊고 싶은 말과 글들이 덮어질 수 있을 테니까.

 

조국 전 장관 딸 조민 씨. 김어준의 겸손은힘들다 뉴스공장 화면 캡처

조국 교수와 그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와 언론 보도, 지식인들의 침묵과 동조에 대해 거듭 이야기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 중 하나는 나에게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면 어떻게 될지에 대한 상상 때문이다. 내가 어느 순간 검찰과 언론의 표적이 돼서, 내 집과 사무실과 컴퓨터와 휴대폰이 모두 탈탈 털린다면 어떻게 될까.

수십 년 동안의 내 인생 전체와 사적 대화 기록들을 모조리 뒤지고, 나도 기억하거나 알지 못하는 기록까지 찾아내서 '한치의 편법도 허용하지 않는 엄격한 법의 잣대'로 기상천외한 죄명들을 만들어서 낙인을 찍고 감옥에 가두고, 나를 말과 행동이 다른 위선자라고 비난하고, 내가 사랑하던 이들까지 그 구렁텅이로 같이 빠뜨리게 된다면 말이다.

내가 의지하고 믿었던 친구와 동료들까지 다 등을 돌릴 때 과연 잠시라도 숨을 쉬면서 살아낼 수 있을까 하는 공포를 떨치기 어렵다. 고통을 견뎌내면서도 살아가지만 사랑하는 이들까지 고통받게 할 것인가, 삶을 포기해서 사랑하는 이들을 수렁에서 구해내지만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줄 것인지 딜레마에 직면할 수도 있다.

언제나, 이런 상상과 공포 때문에 오히려 더 용기를 내서 쏟아지는 돌멩이들 속에서 같이 우산을 쓰고 서 있겠다는 사람들이 있었다. 반면에, 그런 상상과 공포 때문에 더욱더 재빨리 선을 긋고 더 크게 비난의 목소리를 내면서 더 열심히 앞장서 돌을 던지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처럼 서글픈 일은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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