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빼닮은 검찰독재정권의 폭력 메커니즘

교실 내 집단 괴롭힘이 이재명에 작동하는 방식

소수의 폭력 그룹과 다수의 동조‧방관자들 결합

검찰공화국에 타협해 체포동의안 찬성을 정당화

윤석열 사단의 왕따 만들기에 맞선 임은정 검사

수사와 보도가 아니라 '진실'이 기준이 돼야한다

2023-03-01     전지윤 사회운동가·'연속성과 교차성' 저자
윤석열 대통령이 21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한동훈 법무부·원희룡 국토부 장관, 윤희근 경찰청장, 권기섭 노동부 차관 등으로부터 건설현장 폭력 현황과 실태를 보고받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건설현장의 갈취, 폭력 등 조직적 불법 행위에 대해 검찰, 경찰, 국토교통부, 고용노동부가 협력해 강력하게 단속하라"고 지시했다. 2023.2.21 [대통령실 제공] 연합뉴스

학교폭력의 가해자인 자녀를 보호하기 위해 끝장소송을 했던 것이 드러나 하루만에 사퇴한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의 사례는 현 정부와 검찰에 대해서 많은 것을 말해주고 있다. 그 과정에서 많은 이들이 입에 올린 드라마 <더 글로리>는 캐릭터와 스토리가 다소 단선적인 면은 있지만 학교 폭력이 얼마나 끔찍한 피해와 트라우마를 남기는지 잘 보여줬다.

더 깊이 있던 것은 최근 방영된 <시사직격> 149회 '법정이 된 학교'였다. 이것은 학교폭력의 끔찍함만이 아니라 학교폭력의 교육적 해결이란 얼마나 먼 이야기가 됐는지 충격적으로 보여 준다. '검찰공화국'과 '정치의 사법화' 시대에 학교폭력마저 '사법시장화'하면서 한 아이가 증거 수집을 위해 소형 보디카메라를 달고 등교하는 현실을 보면 막막한 기분이 들게 된다.

검사 출신으로서 법기술을 이용해 가해자인 자녀를 위해 피해자에게 2차가해를 한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의 경우는 이러한 '학교폭력의 사법시장화'가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가를 잘 보여준 셈이다. 나아가 정치검찰의 조직문화와 '검찰공화국'에 대해서도 돌아볼 필요가 있다. 학교폭력은 어른들의 사회에서 벌어지는 더 체계적인 폭력과 시대상의 반영이기 때문이다.

개인적 경험을 떠올려보면, 초등학교 때는 학교폭력의 피해자였던 적도 있지만, 중학교 때는 주로 관찰자였다(사실상 방관자, 따라서 동조자였던 셈이다). 그때 보면 항상 교실에는 공부를 잘하거나 집이 부자여서 다른 아이들을 주눅 들게 하거나, 다른 아이들을 물리적·언어적 폭력으로 억누르던 소수가 있었다.

특히 폭력적 소수는 자기들끼리 위계서열 속에서 그룹을 구성해 어울리며 다른 아이들을 줄 세웠다. 그중에는 우두머리가 있었고, 그 우두머리는 주기적으로 교실에서 한 아이(예컨대 A)를 지목해 꼬투리를 잡아 공개적으로 괴롭히거나 폭력을 행사하면서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고 교실의 지배자가 누구인지 재확인했다.

 

KBS 화면 캡처

그러면 교실의 아이 대부분은 A를 외면하고 따돌렸다. 그럴 때 괴롭힘과 따돌림에 동참하는 아이들은 나름의 논리와 이유가 있었다. 'A는 선생님의 말씀을 잘 안 듣는다, 학교의 규칙을 자주 어긴다, 지각과 결석을 자주 한다, 잘 씻지도 않는다, 수업시간에도 딴짓을 많이 한다, 다른 아이들에게 피해를 준다, 다른 아이들도 다 A를 싫어한다….'

그 이유들은 대부분 다 '사실'이었다. 그러나 그것이 아이들이 A를 따돌리고 괴롭히는 진정한 이유는 아니었다. 누구도 우두머리 아이와 그 친구들의 지켜보는 눈과 보복이 무서워서, 그들의 눈 밖에 나서 자기도 괴롭힘을 당하기 싫어서, 다른 아이들에게 A의 친구처럼 보여지는 게 싫어서, A를 외면하고 함께 왕따시킨다는 진실을 말하지 않았다.

때로는 그 폭력적 소수의 그룹에 속해 있던 아이(예컨대 B)도 갑자기 표적이 되는 경우가 있었다. 얼마 전까지 우두머리와 친하게 지내며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던 B는 갑자기 지목받아서 공개적 괴롭힘이나 폭행을 당하고, 그러면 그 그룹에 속했던 다른 아이들도 B를 외면한다. 그러면서 교실에서 힘의 서열은 다시 조정된다.

그렇게 밀려났던 B는 배신감을 드러내며 분노하는 게 아니라, 다시 그 우두머리 아이의 눈에 들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 괴롭힘과 폭행을 당했던 아이가 그렇게 다시 그 그룹에 들어가서 살아남기 위해서 애쓰는 모습은 지켜보는 다른 아이들에게 냉소와 공포 등 복잡한 생각과 감정을 일으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27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요청 이유설명을 마치고 자리로 이동하고 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6일 위례 신도시·대장동 개발 특혜와 성남FC 후원금 의혹 등과 관련, 이 대표에 대한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법원은 이튿날 검찰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보냈다. 2023.2.27. 연합뉴스

우리는 성인이 돼서도 사회에서 비슷한 양상을 많이 목격하지만, 특히 최근 검찰의 민주당 이재명 대표 표적수사나 국민의힘 지도부 경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일들을 보면서 이런 학교폭력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들이 적지 않을 것이다. '윤석열 사단'과 검찰은 민주당 이재명 대표를 1년 내내 괴롭히다가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 과정에서 검찰은 이재명 대표와 주변에 대해서 300번이 넘는 압수수색을 실시하고 주변 측근들을 구속하고, 민주당 당사까지 압수수색하고, 이재명 대표를 3번이나 소환 조사했다. 보수적 족벌언론들은 계속해서 이재명 대표를 물어뜯었고, 진보적 개혁언론들도 크게 다른 목소리를 내지 않았다. 체포동의안 처리가 쟁점이 되자, 민주당의 일부와 진보진영에서도 찬성하는 목소리들이 나왔다.

지금 상황에서 그것은 '검찰공화국'이 만들어낸 공포 분위기에 타협하고 윤석열 정권과 검찰이 1년 넘게 계속해온 집단적 괴롭힘과 폭력에 동참하면서 유력한 정치적 경쟁자를 제거한다는 것을 뜻하지만, 누구도 솔직하게 그것을 인정하지 않는다. '실정법에 따른 절차대로, 국민적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내려놓기 위해서, 우리는 민주당의 2중대가 아니니까'라고 논리와 이유를 대며 스스로를 정당화한다.

게다가, 지금 '윤석열 사단'의 공개적 집단 공격의 대상은 민주노총이나 민주당 인사들만이 아니다. 국민의힘 지도부 경선을 앞두고 윤석열 사단은 유승민을 찍어내고 나경원을 괴롭혀서 굴복시키더니, 다음 표적인 안철수로 이동했다. 이 과정에서 나경원이 보인 모습은, 전형적으로 학교에서 자신들을 괴롭히던 아이들에게 굴복하며 다른 아이를 괴롭히는 데 동참하던 아이를 떠올리게 한다.

김기현은 또 어떤가. 폭력적 소수 안에는 항상 우두머리 옆에 착 붙어서 시키는 대로 다른 아이들을 괴롭히고 돈을 뺐던 아이가 있었다. 흥미로운 것은 안철수의 운명이다. '신영복을 존경한다 -> 신영복은 종북 간첩 -> 따라서 안철수도 종북'이라는 개미지옥에 빠진 이상 벗어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이것은 안철수가 직면한 최대의 위기라고 할만하다.

그동안 문재인이나 이재명과의 관계 속에서는 언제나 조금의 자존심 상처도 용납하지 못하고 독한 자세로 반격하던 안철수는 역시나 윤석열 앞에서 다소곳이 머리를 숙이며 '강약약강'을 보여주고 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상대방과 그 가족들까지도 가루로 만들어버리던 윤석열 사단의 행동양식을 지켜본 많은 사람들에게는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긴 하다.

다시 한번, 이처럼 대통령과 집권여당이 노골적인 힘과 폭력, 괴롭힘과 왕따의 정글법칙을 보여주는 사회에서 아이들이 그것을 따라하는 것은 조금도 놀라운 일이 아니다. 정순신 국가수사본부장의 자녀가 검사 아버지를 들먹이면서 '빨갱이' 낙인을 찍으며 피해 학생을 괴롭혔다는 사실은 참 상징적이다. 더구나 아이들 사회보다도 어른들의 사회에서 그것은 더욱더 잔인하고 교활하고 폭력적인 방식으로 전개돼왔다는 것을 '윤석열 사단'보다 잘 보여줄 수는 없다.

 

임은정 검사. 사람사는세상노무현재단 유튜브 화면 캡처

이것이 정치검찰의 조직문화라는 것을 누구보다 잘 말해줄 사람은 임은정 검사이다. 그 자신이 검찰 내부에서 왕따와 집단적 괴롭힘을 당해 온 임은정 검사는, 결코 굴복하지 않고 용기 있게 내부고발을 계속해왔다. 최근 한 인터뷰에서도 임은정 검사는 '검찰 내부가 바로 현실판 <더 글로리>이고 수많은 문동은들이 있다'고 했다.

"2015년 2016년 서울 남부지검에서 일어났던 성폭력이나 김홍영 검사의 사망 자살 사건 등등(의) 일을 생각하면 '더 글로리' 그 학교보다 더 심해요. … 이것이 검찰의 현실이죠. 그것 때문에 제가 계속 10년 동안 내부고발하고 있는 거고요. … 이재명 대표 수사도 수사가 아니라 사냥이거든요. 사냥터는 검찰 인력이 사냥꾼들이고 몰이꾼이고 사냥개가 되는 거라서 사냥감을 잡을 때까지는 끝나지 않죠. 똘똘 말아서 기소하는 거야 뭐 정해진 수순이 아닐까."

 

 

지금까지, 이재명 체포동의안과 연결된 대장동 게이트에 대해서 그 어느 곳보다 치열하고 샅샅이 파헤쳐 온 것은 <뉴스타파>였다. 그 결과는 이 거대한 비리에 검찰(과 주류언론)이 몸통으로 엮여 있는 '검찰 게이트'라는 것이다. 그 검찰이 지금 자신들에 대한 수많은 의혹은 덮으면서, 몇 년 동안 별다른 증거도 못 찾아 낸 이재명 대표에게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가 피해야 할 것은 검찰의 수사와 기소, 언론의 보도를 가장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 태도다. 또 진영과 정파에 따라서 유불리를 따지는 것이다. 이런 판단이 이쪽에 유리할지, 저런 판단이 저쪽에 불리할지, 이러면 누구를 편드는 것처럼 보일지, 저러면 다음 선거와 공천에서 도움이 될지, 민주당과 이재명 대표에 대한 호불호, 이런 것들은 결코 판단 기준이 될 수 없다.

하지만, 최근 이재명 체포동의안이 국회에서 아슬아슬하게 부결된 상황은 이런 것들을 판단 기준으로 삼는 사람들이 결코 적지 않음을 확인해 줬다. 흔들리는 사람들과 파고들 틈을 확인한 윤석열 정부와 검찰은 쉽게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내용을 추가하고 사안을 바꿔가면서 체포동의안을 국회로 돌려보낼 가능성이 있다. '죽을 때까지 찌르기'이다.

<뉴스타파>의 모든 보도를 보면 항상 마지막에 나오는 것은 고 리영희 선생님의 말이다. "내가 종교처럼 숭상하고 목숨을 걸어서라도 지키려고 하는 것은 국가가 아니야. 분명해. 소위 애국, 이런 게 아니야. 진실이야." 그리고 진실을 알려면 많은 시간을 투자해서 노력하고 파고들어야 한다. 언론이 떠들고 여론이 따라간다고 진실이 될 수는 없다.

대장동 게이트를 몇 년 동안 파헤치고, 1300쪽이 넘는 정영학 녹취록을 몇 번이나 읽어본 <뉴스타파>의 봉지욱 기자는 섣불리 판단하는 사람들에게 말한다. "주장에 앞서 뉴스타파가 공개한 정영학 녹취록을 자세히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습니다." ☞ 뉴스타파 정영학 녹취록

그러면 검찰(과 언론)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손을 들어주는 일은 생길 수가 없을 것이다. 표적을 정해서 죽을 때까지 괴롭히는 행태는 막아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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