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구 구속 청구, "언론 몰이해 넘어선 언론 모독"

취재윤리의 기본은 국민 알권리 위한 취재자유

영장 내용, 부실하고 근거 자료 빠져 의문투성이

대통령과 법무부장관이 2차 가해 걱정되는 약자?

2023-02-21     이명재 에디터

탐사보도매체 <시민언론 더탐사>의 공동대표인 강진구 기자를 구속하기 위해 검찰이 법원에 제출한 영장의 내용은 언론에 대한 몰이해를 넘어서 언론의 자유에 대한 모독이라고 할 수밖에 없다. 권력과 검찰은 언론이 제기한 의혹에 대해 해명을 하는 대신에 의혹을 추적하는 언론의 입을 막으려 하고 있으며, 그 손과 발을 묶으려 하고 있다.

언론에 대한 겁박이며 결국엔 의혹 보도를 듣고 보고자 하는 국민에 대한 겁박이다. 언론에 대한 최소한의 이해를 갖고 상식과 양식에 입각해 판단을 하는 법원이라면 이 같은 부실 부당한 영장을 발부해 줄 리가 없어 보인다.

 

12월 7일 시민언론 더탐사 사무실 압수수색에 강진구 기자가 항의하고 있다. 더탐사 유튜브 화면 캡처.

무엇보다도 ‘구속이 필요한 중대범죄’를 구성하는 가장 중요한 부분으로 ‘청담동 술자리 보도는 허위’임을 내세우면서도 그 근거는 구체적으로 제시돼 있지 않다는 것이 첫 번째 의문이다. 의혹 보도의 허위성을 입증하기 위해 경찰이 내놓을 수 있는 가장 강력한 근거랄 수 있는 첼리스트의 경찰 진술 내용은 구속영장청구서에 전혀 들어 있지 않다. 조선일보의 지난해 11월 24일 “첼리스트는 서초경찰서에 출석해 본인이 한 말이 거짓말이라는 취지의 진술을 한 것으로 확인됐다”는 단독 보도 내용을 허위사실의 근거라고 하면서도 정작 첼리스트의 경찰 진술은 영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 첼리스트의 진술 내용을 드러내서는 안 되는 이유가 있지 않은가, 라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애초에 이 술자리 게이트 의혹의 발단이 된 ‘거짓 주장’을 했다는 첼리스트에 대해서는 일체 고발, 고소가 없다는 것과 함께 첼리스트의 경찰 진술이 빠진 영장은 상식적인 시각에서 납득할 수가 없는 대목이다.

검찰과 경찰은 왜 쉬운 길을 놔두고 굳이 어려운 길로 가려 하는지 의문이다. 이것이 영장에 대해 제기되는 첫 번째 의혹이다.

 

12월 7일 시민언론 더탐사에 대해 경찰이 압수수색을 하려 하자 이를 시민들이 막고 나서 대치하고 있다. 더탐사 유튜브 화면 캡처

영장은 피해자들에 대한 '2차 가해' 우려를 내세우고 있다. 이때의 피해자는 대통령과 법무부 장관이 포함된 것이다. 대통령과 장관이 ‘2차 가해’를 당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이들과 관련된 의혹을 추적 보도하는 기자를 사회로부터 격리하겠다는 것이다. 어린이나 여성, 장애인, 범죄 피해자 등 사회적 약자에 대한 보호를 위해 나온 ‘2차 가해’라는 말이 이 나라의 최고권력자와 사실상 정부 내의 2인자로 통하는 실권자를 보호하는 데에 쓰이고 있다. 언어의 오염이며 타락이고, 실제 2차 가해를 당하는 이들에 대한 모독이다.

법원이 이미 지난해에 더탐사의 스토킹 해당 여부에 대한 판결에서 밝혔듯이 언론으로부터 추적과 감시를 받는 것은 권력과 공직자가 감수해야 할 일이다. 그런데 언론의 끈질긴 취재로부터 ‘공포’와 ‘불안감’을 느낀다면, 그렇게 나약한 이가 권력자의 지위에 있고 공직을 맡는 것이 타당한지 심각하게 재고를 해 봐야 할 일이 아닐 수 없다.

영장은 더탐사와 강진구 기자에 대해 ‘취재윤리 위반’을 지적하며 국가형벌권 동원이 필요한 일이라고 적고 있다. 경찰이 언론을 향해 취재윤리를 이렇듯 함부로 얘기하는 것도, 형벌권 행사는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법의 원리에 비춰 당치 않은 논리이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최소한의 형평은 맞춰야 할 것이다. TV조선 기자의 조국 장관 딸에 대한, 주거침입이 명백해 보이는 것은 물론 위협적이라고 해야 정도의 취재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은커녕 약식명령에 의해 벌금형에 그치게 했던 것과 비교할 때 강진구 기자에 대한 16차례의 압수수색과 두 차례의 영장 청구를 상식적인 기준에서 수긍할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지 의문이다.  

더욱 근본적인 것은 취재윤리를 얘기할 것이라면 취재윤리의 최우선은 국민의 알권리를 위한 취재의 의무에 있다는 것이다. 이는 언론의 권리이자 어떤 경우에는 의무가 된다. 술자리 게이트 의혹에 대한 관련 제보가 더탐사에 계속 들어오고 있는 상황에서 더탐사와 강진구 기자에게는 시민들의 요청에 따라 취재를 계속해야 할 의무가 주어지고 있다. 다른 언론들이 외면하고 있기에 역설적으로 더탐사가 수행해야 할 책무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는 특히 최초의 발설자가 자기말이 “거짓말”이라고 말을 바꾸었다는 입증되지 않은 주장만이 있을 뿐인 데다, 한동훈 장관 자신의 행적 입증 자료 제시가 전혀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더욱 더탐사의 추가 취재가 요청되는 상황이다.

강진구 기자를 구속하려는 검찰의 영장 청구에 대한 법원의 판단, 이는 언론의 자유와 권력감시 기능, 국민들의 알권리에 대한 상식과 기대와 일치하느냐 어긋나느냐를 가름할 시금석이 되고 있다.

강진구 기자에 대한 구속영장실질심사는 22일 오전 10시 30분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 321호에서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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