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극' 이스라엘…휘슬러는 체포, 성폭행 군인 영웅시
팔 구금자 학대 영상 유출 승인 군 법무감 체포
팔 구금자 잔혹 행위 폭로를 "반역‧배신" 매도
의원들, 팔 수감자 강간 정당한지 토론하기도
"폭행 피해자, 여전히 후유증으로 고통,
여러 의학적 합병증에 영구 장애 초래"
팔레스타인 구금자 학대 정황이 담긴 동영상 유출을 승인했던 이스라엘의 군 법무감이 마침내 2일 경찰에 체포돼 수감됐다. 혐의는 직권 남용과 사법 방해, 공적 정보 유출이다. 이파트 토메르-예루살미 군 법무감은 작년 7월 이스라엘 국방군(IDF) 군인들의 팔 구금자 학대 사건을 수사한 이후 이스라엘 극우 진영의 위협에 1년 넘게 시달리다가 지난달 31일 사임했다.
로이터와 이스라엘, 아랍뉴스 등에 따르면, 문제의 사건은 작년 7월 29일 가자 지구에서 약 30km 떨어진 이스라엘 남부 네게브 사막의 스데 테이만(Sde Teiman) 군 수용소에서 벌어졌다. 군 수용소 내 병원에 일하던 의사가 실려 온 팔레스타인 구금자를 진찰한 결과, 구타와 잔혹한 성폭행을 당했을 가능성을 확인하고 이를 상부에 보고했다.
팔 구금자 학대 영상 유출 승인 군 법무감 체포
의원들, 팔 수감자 강간 정당한지 토론하기도
뒤이은 군검찰 조사를 통해 이스라엘 국방군(IDF) 군인 9명이 팔 구금자 학대, 고문 등의 혐의로 체포됐다. 그러나 헌병대가 가해자들을 체포하고자 스데 테이만에 도착했을 때 극우 시위대가 저지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그러나 거기에 그치지 않았다. 추후 현역 무장 군인과 극우 시위대는 헌병대 본부로 몰려가 구금된 이들을 빼내려고 난동을 벌이기도 했다. 심지어 일부 크네세트(이스라엘 의회) 의원들까지 난동 행위에 가담하기도 했다.
이스라엘 극우 진영에선 이들 군인을 영웅시하며 군검찰에 조사 중단 압박을 가했다. 그러자 토메르-예루살미 군법무감은 반발 여론을 잠재우고자 당시 학대 장면이 담긴 동영상의 언론 유출을 승인했다. 이 학대 영상은 다음 달인 8월 이스라엘 TV 'N12 뉴스'가 방영했다.
여기엔 명백한 전쟁 범죄에 해당하는, 팔 구금자에 대한 강간 장면이 담겨 있었다. 이는 의학적으로도 뒷받침됐다. 로이터에 따르면, 토메르-예루살미는 동영상 유출 승인은 "법치를 수호하도록 위임받은 군 법무부에 대한 선전을 막아내기 위한 시도였다"고 말했다.
그 후 베냐민 네타냐후 극우 정권과 크네세트 의원들이 중심이 되어 동영상 유출을 승인한 토메르-예루살미 군법무감을 겨냥해 "이스라엘의 국가 위신을 훼손했다"면서 집중적이고도 집요한 공격을 가했다. 심지어 크네세트 내에서는 다수당인 집권 리쿠드당 의원들이 팔 수감자에 대한 강간이 정당한지를 놓고 토론을 벌이는 '막장극'을 연출했으며, 한 의원은 "그가 누크바(하마스 무장대원)라면 모든 게 정당하다. 모든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영국 가디언은 토메르-예루살미 체포를 두고 이스라엘의 법치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는 사건이라고 비판하고 2023년 10월 7일 가자 전쟁 발발 이후 팔 수감자를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이스라엘 군인이 한 명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유출된 영상은 이스라엘 대중의 분노를 불러일으켰다. 그러나 네타냐후 극우 정권은 잔혹한 이들 군인의 범죄 행위에서 영상 유출 쪽으로 대중의 주의를 돌리는 데 성공했다.
'이스라엘, 휘슬러는 체포, 성폭행 군인 영웅시
팔 구금자 잔혹 행위 폭로를 "반역‧배신" 매도
크리스 도일 아랍‧영국이해위원회(CAABU) 국장은 '이스라엘에서 내부 고발자는 범죄자이고, 강간범은 영웅'이란 10일 자 아랍뉴스 기고에서 이스라엘의 스데 테이만 수용소 문제를 조명했다. 도일은 이 스캔들은 "팔레스타인인에 관한 이스라엘 사회의 단층선을 극명하게 드러낸다. 이스라엘 사회는 이 스캔들이 팔 구금자 학대 영상 유출 행위에 관한 것이라 보는 이들과 실제 범죄는 학대 행위 자체라고 보는 이들로 나뉘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그렇다, 많은 이들에게 유출이 범죄이며, 영상에 묘사된 강간은 범죄가 아니다"라고 개탄했다.
도일이 보기에, 이스라엘 내의 대체적 반응은 학대 영상 유출이 중대 범죄를 폭로한 '의로운 행위'가 아니라 이스라엘 국가의 위신을 훼손한 "반역 또는 배신' 행위라는 것이다. 그러잖아도 네타냐후는 2일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과 이스라엘군의 이미지에 엄청난 손상을 초래했다"며 건국 이래 이스라엘이 겪었던 정부 홍보전의 최대 실패 사례로 규정했다.
컨버세이션 보도에 따르면, 극우 유대 광신 각료들로 널리 알려진 이타마르 벤 그비르 국가안보부 장관은 이를 "수치스러운 일"이라며 "우리의 영웅적 군인들에 대한 전폭 지지"를 당부했으며,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은 "이스라엘 국가에 대한 피의 비방"이라고 비난했다.
도일은 "유출 행위가 범죄라면, 유출자는 범죄자이고, 강간범들은 영웅이 된다. 지금까지 사태는 이렇게 진행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이스라엘인은 학대 혐의로 기소된 군인 5명을 영웅으로 묘사해왔다. 반면, 유출자는 체포됐고 주로 온라인상에서 반복적 위협을 받았다"면서 "이스라엘군 법무감인 토메르-예루살미는 영상 유출을 시인했으며, 이제 반역자가 됐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내부 고발자는 형을 선고받을 것이고, 강간범들은 풀려날 것이다. 이는 이스라엘 군대의 범죄에 대한 이스라엘 내부와 국제사회의 전면적인 면죄부다"라고 비판했다.
"폭행 피해자, 여전히 후유증으로 고통,
여러 의학적 합병증에 영구 장애 초래"
컨버세이션은 "그동안 이 끔찍한 폭행의 피해자는 여전히 그 후유증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의 상처는 몇 가지 의학적 합병증을 남겼고 영구적 장애를 초래했다. 그는 마지막 인질 협상에서 가자 지구로 석방되었다. 석방 전에 그에게 증언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도일은 "토메르-예루살미 얘기의 더 폭넓은 이슈는 가자에서 자행된 범죄들을 조사하지 못하게 어떻게 지속해서 압력을 받아왔느냐 하는 점이다"라면서 "그는 이스라엘 우파가 자신의 업무 수행을 방해하는 데 대한 좌절감으로 인해 영상을 유출했다"고 풀이했다.
스데 테이만에 구금됐던 팔레스타인인들은 고문과 성적 학대를 당했다고 주장해왔다. 지난 9월 '동예루살렘을 포함한 팔레스타인 점령지와 이스라엘에 관한 유엔 독립 국제조사위원회'(유엔 이스라엘 조사위‧위원장 나비 필레이)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 10월 7일부터 2025년 8월 31일 사이에 스데 테이만을 포함한 이스라엘 구금 시설에서 팔레스타인인 75명이 사망했다.
작년에 이 조사위는 보고서를 통해 수천 명의 가자 어린이와 성인 구금자들이 "광범위하고 체계적인 학대, 신체적 및 심리적 폭력, 그리고 전쟁 범죄와 반인도적 범죄에 해당하는 고문과 전쟁 범죄인 강간 및 기타 형태의 성폭력"에 노출되었다"고 밝힌 바 있다.
스데 테이만이 가장 악명 높은 구금 시설이지만, 끔찍한 다른 시설들도 있다. 동굴 안에 있는 라케페트 수용소는 햇빛이 차단된 지하 시설이다. 도일은 "스데 테이만은 이스라엘의 관타나모이며, 이스라엘의 아부그라이브다. 이는 야만이 지배할 때조차도 이스라엘 국가를 여전히 민주주의와 자유주의 가치의 요새로 여기는 모든 이에게 보내는 경종이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