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가자는 사법부…청문회 보이콧, 지귀연 징계 거부

'사법부 독립 훼손' 조희대, '사법부 독립' 이유로 불참

"누가 사법부 독립을 흔들었나…조희대가 그 장본인"

"떳떳하다면 국회에 나와서 국민 앞에서 말하라"

공교롭게 청문회 보이콧하며 지귀연 감사 결과 발표

대법원 "지귀연 룸살롱 방문, 직무연관성 없어" 면죄

제대로 된 조사했나?…감사 결과 발표일도 "의문 들어"

지귀연, 문제됐던 기간에 두 차례나 휴대전화 교체해

"사법부 제식구 감싸기로 스모킹 건 사라지고 있어"

2025-09-30     김성진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이 대선개입 의혹 청문회가 열리는 30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으로 출근하고 있다. 조 대법원장은 이날 열리는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대선개입 의혹 청문회에 지난 26일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했다.2025.9.30. 연합뉴스

지난 5월의 대선개입 의혹을 확인하기 위해 열린 국회 청문회에는 예상대로 조희대 대법원장 등 대법관 전원이 불참했다. 조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사법부 독립'을 이유로 청문회를 전면 보이콧하며 입법부와 각을 세우는 가운데, 대법원은 보란듯이 윤석열 구속 취소와 룸살롱 접대 의혹으로 파문을 일으킨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에 대해 "징계사유가 없다"며 사실상 면죄부를 줬다.

지난해 12월부터 약 6개월 동안 이어진 '내란 국면'에서 정치적인 재판과 비상식적인 행위로 인해 스스로 독립성을 해치고 논란을 일으켰던 사법부가 그에 대한 제대로 된 사과와 반성도 없이 국민의 대의기관인 입법부와 각을 세우는 게 과연 정상인지 의문이다.

조희대 청문회, 대법관 전원 불참
"누가 사법부 독립을 침해했는가"

30일 오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위원장 추미애)에서는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개입 의혹 관련 긴급현안 청문회가 열렸다. 법사위는 당초 조 대법원장을 비롯해 오경미·이흥구·이숙연·박영재 대법관, 천대엽 법원행정처장, 지귀연 부장판사, 한덕수 전 국무총리 등을 증인으로 불렀으나, 단 한 명도 출석하지 않았다.

앞서 조 대법원장은 지난 26일 국회에 제출한 한 장짜리 청문회 불출석 의견서에서 "지난 5월 대법원에서 선고한 판결과 관련한 이번 청문회는 진행 중인 재판에 대해 합의 과정의 해명을 요구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출석할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사법의 독립을 보장한 대한민국 헌법, (대법원) 합의 과정의 비공개를 정한 법원조직법, 재판에 관한 국정조사의 한계를 정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률 및 국회법 등의 규정과 취지에 반한다"며 "헌법과 법률을 준수해야 하는 저로서는 청문회에 출석할 수 없다"고 했다.

조 대법원장은 '사법부 독립'을 이유로 재판의 합의 과정을 국회에서 해명할 수 없다고 주장했지만, 이는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번 청문회는 조 대법원장 등 대법관들이 지난 5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유력 후보였던 이재명 대통령의 사건을 단 9일 만에 판결한 데 따른 것이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1일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위반 사건 상고심 선고에 참석, 입술을 다물고 있다. 2025.5.1 [사진공동취재단]

당시 조희대 대법원은 소부에 배당한 뒤 의견이 일치되지 않으면 전원합의체로 넘기던 통상의 판결 절차와 달리 곧바로 전원합의체에 회부하고, 며칠도 되지 않아 6만~7만장의 소송 서류에 대해 판결을 내렸다. 6만 장의 소송 소류는 법관 1명이 물도 마시지 않고 밥도 먹지 않고 잠도 자지 않고 평균 1분당 1장씩 읽어도 41일 16시간이라는 시간이 걸리는 분량이다. 제대로 된 검토가 이뤄졌을 리 없다는 게 합리적인 의심이다.

그러나 대법원은 6만 쪽이 넘는 사건 기록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검증하기 위한 전자 로그기록의 정보공개 청구도 막았다. 이 대통령 사건에 대한 판결이 나자마자 내란에 가담한 의혹을 받는 한 전 총리가 대선에 출마하면서 대선 개입 의혹이 일었지만, 여태 제대로 된 해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사법부 스스로가 '사법부 독립'이라는 전제를 깬 셈이지만, 사법부는 되레 국민을 대표하는 입법부에 대해 아무것도 묻지 말라고 한다. 이는 사법부가 어느 기관으로부터 견제받지 못하는 절대권력이라는 인식과 다름없다. 헌법상의 삼권분립과도 어긋난다. 더불어민주당 정청래 대표가 "사법부는 하늘 위에 존재하는가"라고 한 것 역시 이러한 대법원의 태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날 청문회에서도 조 대법원장 등 대법관 전원이 불참한 데 대한 개탄과 함께 조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이어졌다.

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조 대법원장이 4월 22일 (소부) 2부에 배당된 것을 그날로 전원합의체로 끌어올리고 그리고 24일 표결을 끝내서 이재명 대통령 후보의 자격을 박탈하려고 했던 대선 개입 의혹 그리고 직권남용 의혹, 선거법 중립의무 위반 의혹 이것을 왜 국민의힘은 숨기려고 하는 것이냐"며 "조 대법원장이 누구와 어떤 연락을 했는지 누구와 어떤 모의를 했는지 낱낱이 밝혀져야  한다"고 말했다.

같은 당 김기표 의원은 "누가 잘못했나. 누가 사법부의 독립을 흔들었나. 이 모든 사태를 누가 자초했나"라며 "바로 조희대이고 대법원"이라고 했다. 이어 "(대법원이 이 대통령 사건을 파기환송한 지) 5개월도 채 안 돼 어이없게도 도둑이 몽둥이를 들고 위협하고 있는 형국이 됐다"며 "사법부의 독립을 해친 주범이 사법부의 독립을 외치고 있다. 사법부의 독립을 스스로 팽개친 장본인이 사법부의 독립을 핑계로 국회 청문회에 불출석하고 있다"고 개탄했다.

 

30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조희대 대법원장 대선 개입 의혹 청문회'에 불출석한 조희대 대법원장이 제출한 '출석 요구에 대한 의견서'를 공개하고 있다. 지난 5월과 이번에 제출한 불출석 의견서 내용이 거의 동일하다. 2025.9.30. 연합뉴스

김 의원은 "내란의 밤 그리고 국회의 탄핵 결의, 법원과 검찰의 합작품 '내란 수괴 석방', 그렇게 국민들의 피 말리는 날이 지나고 4월 4일에야 비로소 내란 수괴가 파면이 됐다. 우리들은 각자 일상으로의 복귀를 꿈꿨다. 그때 마지막으로, 내란 세력과 잔당을 구해보겠다고 등장한 것이 지금 이토록 사법부 독립을 외쳐대는 조 대법원장과 대법원 아니냐"며 "조 대법원장은 해명할 기회를 준다는데 왜 나오지 않는 것인가. 정말 떳떳하다면 국회에 나와서 국민들 앞에서 당당히 얘기하라"고 했다.

민주당과 조국혁신당은 청문회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는 만큼 오는 13일 예정된 대법원 국정감사를 활용해 대선 개입 의혹을 규명한다는 방침이다. 법관들이 실제로 기록을 제대로 검토했는지, 전자문서시스템 등이 제대로 작동했는지 등을 확인하기 위한 현장 국감 추진할 계획이다.

공교롭게 같은 날 지귀연에 '면죄부'
문제 될 때마다 지귀연 휴대폰 교체

공교롭게 대법관들이 입법부에 각을 세우며 청문회 불참을 예고한 가운데, 이날 오전 대법원은 여권이 제기한 지귀연 부장판사의 '룸살롱 접대 의혹'에 대해 "현재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대상 법관(지귀연)에게 징계사유가 있다고 판단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의혹이 제기되고 감사가 이뤄진 지 4개월 만에 결과를 발표한 것이다.

대법원 윤리감사관실은 지 부장판사와 술자리에 동석한 변호사 2명에 대해 "대상 법관(지 부장판사)이 모 지원에서 근무하던 약 15년 전 당시 같은 지역에서 실무수습을 하던 사법연수생과 공익법무관으로, 대상 법관보다 법조경력 7년·9년 후배"라고 했다. 그러면서 "대상 법관(지귀연)은 법조 선배로서 법조인이 적은 지역에 홀로 내려와 일하는 후배들인 이들을 격려하며 밥을 사주며 친분을 가지게 돼 코로나 전까지 1년에 한 번 정도씩 만났다"며 "평소 대상 법관이 비용을 지불하며 후배인 동석자들과 1차에서 식사와 함께 술을 마시는 사이"라고 했다.

또 대법원은 문제의 유흥업소 방문한 시기는 2023년 8월 9일로, 지 부장판사의 연락으로 교대역 인근 횟집에서 만나 개방된 홀에서 2시간가량 1차 저녁 식사와 음주를 하고 음식값 15만 5000원은 지 부장판사가 결제했다고 했다. 문제가 된 2차 술자리에 대해서도 "관련자들 진술에 의하면 대상 법관(지귀연)과 ○변호사는 다음 장소로 이동할 때 어디로 가는지 듣지 못했고, 이 사건 술집에 들어가니 내부는 큰 홀에 노래를 부를 수 있는 라이브 시설이 갖춰져 있어 소위 말하는 룸살롱 같은 곳으로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고 했다. 지 부장판사의 주장을 그대로 인용한 것이다.

 

19일 더불어민주당 노종면 선대위 대변인이 공개한 지귀연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와 지인들이 룸살롱 안에서 찍은 사진. 2025.5.19. 민주당 제공

대법원은 이같은 내용을 술집 현장조사, 대상 법관 및 동석자들 진술청취, 이 사건 술집 사장 진술청취, 사법정보화실 사건목록 확인,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의 윤리감사관실에 대한 정보 제공, 윤리감사관실의 법제사법위원회 더불어민주당 간사에 대한 자료협조 요청 등을 통해 사실관계를 확인했다고 했다. 그러나 제대로 된 감사가 이뤄진 것인지에 대해 여전히 의문이 제기된다. 지 부장판사의 휴대전화는 사실 확인을 위한 수단으로 명시되지도 않았다.

지 부장판사가 윤석열 구속 취소와 룸살롱 접대 의혹이 제기되던 때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도 확인됐다. 민주당 황정아 의원이 통신사들로부터 제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 부장판사는 윤석열이 구속 취소를 청구한 당일인 2월 4일 오후 3시 23분, 6년 동안 사용하던 삼성 '갤럭시 S10'을 최신형 모델인 'S25 울트라'로 교체했다. 지 판사는 당시 6분 뒤, 기존 기기로 돌아왔다가 다음날인 5일 오전 5시에 다시 S25 울트라로 완전히 교체했다.

이로부터 한 달 뒤인 3월 7일, 지 부장판사는 구속기간을 날이 아닌 시간으로 계산해 윤석열 구속 취소 결정을 내렸다. 5월 14일 민주당이 지 판사가 유흥업소에서 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한 국면에서도 지 부장판사는 휴대전화를 교체한 사실이 드러났다. 의혹 제기 이틀 뒤인 5월 16일 오후 4시 2분, 지 부장판사는 석 달가량 사용하던 '갤럭시 S25 울트라'를, 중국산 휴대전화인 '샤오미 레드미노트14'로 교체했다. 지 부장판사는 5분 뒤 다시 기존 기기로 휴대전화를 교체하기도 했으나 결국 이틀 뒤인 5월 18일 오전 5시 19분 샤오미 휴대전화로 최종 교체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5월 19일 지 부장판사는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재판에서 "접대를 받는다는 생각을 해본 적도 없다, 무엇보다 그런 시대가 아니"라며 여권과 언론에서 제기한 의혹들을 전면 부인했다. 지 부장판사가 의혹의 국면마다 휴대전화를, 그것도 새벽에 교체한 것은 상식적이지 못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황 의원은 "사법부가 진상 규명은커녕 오히려 제 식구 감싸기를 하는 동안, 핵심 의혹들의 스모킹건이 사라지고 있다고 볼 수 밖에 없다"면서 "사법부에 대한 국민의 신뢰가 땅에 떨어지고 있다는 점을 강력히 경고한다"고 말했다.

 

지귀연 휴대전화 교체 기록. 2025.9.30. 황정아 의원실 제공

일각에서는 대법원이 지 부장판사의 감사 결과를 이날 발표한 데 대해 의문을 표하기도 한다. 익명을 요구한 서초동의 한 법조계 관계자는 "지 부장판사에 대해 징계를 내리지 않겠다는 방향으로 이미 어느 정도 판단이 섰던 것으로 안다. 법조계나 기자들 사이에서도 소문이 있었지만, 결과가 한참 뒤에 나왔다"며 "청문회날 발표한 것은 의도가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대법원은 지 부장판사에 대해 "현재까지 확인된 사실관계만으로는 직무관련성이 인정되기 어렵다"고 판단했지만, 현재 진행 중인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수사 결과가 나오면 지 부장판사에 대해 징계 처리 등을 다시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수사기관의 조사결과를 기다려 향후 드러나는 사실관계가 비위행위에 해당할 경우 엄정하게 처리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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