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롬비아 대통령 "미군, 트럼프 명령에 불복종하라"

페트로 "미군, 총구를 인류에 겨누지 말라"

"마약상들, 마이애미에 살고 트럼프의 이웃"

미국, 페트로 비자 '전격 취소'…커지는 '파열음'

트럼프 '격분'시킨 건 23일 유엔 총회 연설

"워싱턴과 나토가 폭정과 전체주의 되살려"

"이민, 가장 가난한 나라들을 봉쇄한 결과"

"신 선택한 민족, 이스라엘 아닌 인류 전체"

가자 해방을 위한 '평화 구원군' 창설 주장

2025-09-28     이유 에디터

"나는 미군의 모든 장병에게 총구를 인류에게 겨누지 말 것을 요청합니다. 트럼프의 명령들에 불복종하고 인류의 명령에 복종하십시오!"

제80차 유엔 총회 참석자 뉴욕에 체류 중인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은 26일(현지 시간) 유엔본부 빌딩 인근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및 미국·이스라엘 규탄 집회에 참석했으며, 연설을 통해 이렇게 말했다.

 

제80차 유엔 총회 참석자 뉴욕에 체류 중인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26일(현지 시간) 유엔본부 빌딩 인근에서 열린 팔레스타인 지지 및 미국·이스라엘 규탄 집회에 참석해 연설하고 있다. 2025. 09. 26 [로이터=연합뉴스]

페트로 "미군 장병, 트럼프 명령 불복종하라"
미국 국무부 "무모한 선동 행위에 비자 취소"

뉴욕타임스, 폴리티코 등에 따르면, 페트로 대통령은 이날 밤 유튜브 계정에 올린 영상에서 "우리는 미국과 이스라엘 군대보다 더 강력한 군대를 창설해야 한다"면서 '팔레스타인 국가' 수립 지원이 최우선 임무인 군대를 구성을 지시하는 유엔 결의안을 제출하겠다고 밝혔다.

페트로는 "나는 최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서 미국이 행사한 거부권으로 외교는 끝났다고 믿는다. 수천 년에 걸친 인류의 역사는 외교가 끝날 때 우리가 다른 투쟁 단계로 넘어가야만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가자 지구에서 벌어지는 일은 제노사이드(집단 학살)다. 그걸 달리 부를 필요가 없다. 제노사이드의 목적은 팔레스타인 인민을 제거하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그러자 미 국무부는 이날 밤 자체 X 계정에 글을 올려 페트로 대통령의 미국 비자를 취소 방침을 밝혔다. 국무부는 "오늘 콜롬비아 대통령이 뉴욕시 거리에 서서 미군 병사들을 향해 명령 불복종과 폭력 선동을 촉구했다"면서 "우리는 그의 무모하고 선동적인 행위 때문에 비자를 취소할 것"이라고 썼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에 대한 비자 취소 방침을 밝힌 미국 국무부 X 계정. 2025. 09. 26

페트로 "미국, 더는 국제법 존중하지 않아"
트럼프-페트로, 이민·마약·가자 놓고 '충돌'

페트로 대통령도 곧바로 대응에 나섰다. 페트로는 27일 X를 통해 비자 취소 사실을 확인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미 행정부가 "더는 국제법을 존중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는 "미국 정부가 내게 하는 일은 유엔과 유엔 총회를 뒷받침해온 면책 특권에 관한 모든 규칙을 어기는 것"이라면서 "대통령들은 총회에 참석할 완전한 면책 특권을 가지며 미국은 자기 뜻에 따라 면책 특권에 조건을 걸 수는 없다"고 지적했다.

좌익 게릴라 활동을 하다 제도 정치권에 입문한 페트로(65)는 보고타 시장, 상원의원에 이어 대통령에 당선돼 2022년 8월부터 콜롬비아 최초의 좌파 정부를 탄생시켰다. 집권 기간에 중남미의 좌파 성향 국가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으면서도 미국에도 우호적 스탠스를 유지해왔으나, 이민과 마약, 이스라엘의 가자 집단 학살 등의 문제를 놓고 집권2기의 트럼프와 수시로 맞부딪히고 있다.

페트로 대통령은 올해 1월 미국의 '불법 이민자 송환' 항공기 착륙을 거부했다가 트럼프의 관세 압박에 밀려 9시간 만에 철회했고, 최근엔 베네수엘라 인근 해역에서 마약 운반선을 격침한 미군을 행해 "살인 행위"라고 비난했다. 이에 트럼프는 콜롬비아를 '마약 퇴치 협력 파트너' 지위에서 해제했다. 이에 따라 콜롬비아에 대한 미국의 연간 5억 달러(약 7천억 원) 규모 마약 밀매 퇴치 지원도 끊기게 됐다.

 

구스타보 페트로 콜롬비아 대통령이 23일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80차 유엔 총회에서 기조 연설을 하고 있다. 2025. 09. 23 [AP=연합뉴스] 

트럼프 '격분'시킨 건 23일 유엔 총회 연설
"워싱턴과 나토가 폭정과 전체주의 되살려"

트럼프를 진짜 '자극'한 건 지난 23일 페트로의 유엔 총회 기조연설이었다.

스페인어로 행한 약 43분의 연설을 통해 페트로는 이민과 마약, 기후 위기, 가자 학살, 민주주의 등의 의제에 대한 견해를 작심한 듯 쏟아냈다.

페트로는 "폭탄은 가자에만...카리브에만 떨어지지 않고 자유를 부르짖는 인류 전체에 떨어질 것이다. 워싱턴과 나토가 민주주의를 살해하고 전 세계적으로 폭정과 전체주의를 되살리고 있기 때문이다"라면서 팔레스타인 해방과 이를 실현하기 위한 다국적 '팔레스타인 평화연합군' 구성을 주장했다. (스페인어 전문가 이산 번역 참조)

트럼프 대통령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를 겨냥한 듯 그는 "이민자들에게 쇠사슬을 씌우고, 청년에게 미사일을 쏘는 자는 짐승이다. 예수가 태어난 땅의 이웃 마을 아이들에게 미사일의 비를 내리는 자는 짐승이다"라고 일갈했다. 그러면서 "다른 유엔, 인간적 유엔은 뭣보다 가자 집단 학살을 멈춰야 한다...네타냐후의 학살자들이, 미국과 유럽의 공모자들이 하루라도 더 자유롭게 나다니도록 둘 수 없다"고 주장했다.

 

미국 공화당 대선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플로리다주 팜 비치에 있는 자신의 마러라고 저택에서 이스라엘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를 만나고 있다. 2024. 07. 26 [AP=연합뉴스]

"마약상들, 마이애미 살고 미 대통령 이웃"
"이민, 가장 가난한 나라들을 봉쇄한 결과"

페트로는 "오늘날 저들은 히틀러랑 똑같은 짓을 한다...이민자들이 열등 인종이라고 하고 모든 책임을 이민자에게 떠넘긴다. 유대인들에게 그랬듯이. 그리고 테러리스트라고, 열등하다고, 도둑에 마약상 뭐든 다 갖다 붙인다"고 반발했다. 그러면서 "마약상 대부분은 금발에 푸른 눈이다...이들은 보고타에도, 카라카스에도, 카리브에도, 가자에도 살지 않는다. 이들은 마이애미에 살고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이웃이다"라고 질타했다.

나아가 그는 "이민자는 범죄자가 아니다...이민은 가장 가난한 나라들, 이라크, 이란, 쿠바, 베네수엘라를 봉쇄한 결과다. 경제적 봉쇄는 집단 학살과 다름이 없다"고 말했다. 뒤이어 "이민은 최빈국을 갚을 수 없는 빚, 욕망으로 가득 찬 빚으로 다 털어먹은 결과다. 이민은 미국과 나토 유럽이 석유를 차지하려고 벌인 전쟁과 침략의 결과에 지나지 않는다. 이민은 붕괴로 향하는 기후 위기의 결과일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페트로는 "우등인종은 없다. 신에게 선택받은 민족은 없다. 미국도 이스라엘도 선택받은 민족이 아니다. 하지만 저 무지한 극우 근본주의자들은 그렇다고 생각한다. 신에게 선택받은 민족은 인류 전체다"라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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