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김건희 이슈화' 총력전…"또 다른 작전주 매매 사실로"
모친 최은순도 고발키로…"전투 아닌 전쟁해야"
'진상조사 TF' 첫 회의, 특검 촉구 릴레이 시위
국회 밤샘 농성, 주말엔 도심 대규모 장외집회
도이치모터스 공판 검사들 인사 발령에 반발도
대통령실엔 맞고소…"작전주 '우리기술' 드러나"
특검 실현까진 난관…'캐스팅보트' 조정훈 반대
더불어민주당이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씨의 주가조작 의혹과 관련해 전방위적 수단을 동원한 총력전에 돌입했다. 특별검사 추진 방침을 분명히 하는 한편, 모친인 최은순 씨까지 검찰에 별도로 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당내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진상조사 태스크포스(TF)'가 첫 공개 회의를 열었고,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특검을 촉구하는 릴레이 시위에 착수했다. 강성 개혁파 의원 수십명은 국회에서 밤샘 농성을 벌였다. 오는 4일 주말에는 서울 도심에서 '윤석열 정권 민생파탄 검사독재 규탄대회'라는 이름으로 대규모 장외집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종전에도 '김건희 특검' 카드를 만지작거리긴 했으나 뜸만 들이는 데서 별 진척이 없었던 반면, 이번엔 검찰의 이재명 대표 줄소환 등 야당 탄압이 절정으로 치닫는 상황이어서 본격적으로 칼을 빼드는 모양새다. 여론이 얼마나 크게 호응할지가 관건인데, 민주당은 김건희 주가조작 의혹 및 검찰의 편파 수사에 관해 민심이 매우 악화돼 있고 특검 찬성 여론이 충분히 높아 승부수를 던질 만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오는 10일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선고가 나온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김건희 여사 주가조작 진상조사TF'는 그간 비공개 논의에서 탈피해 1일 오후 국회에서 첫 공개 회의를 열었다. TF 단장은 검사 출신 송기헌 의원이 맡았으며 박범계, 진성준, 김남국, 김용민, 오기형, 홍성국 의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회의에서 박홍근 원내대표는 "주가조작은 시장 질서를 교란하고 불특정 다수에게 피해를 주는 중범죄"라며 "윤 대통령이 특수부 검사 시절에 했던 방식대로라면 김 여사 모녀의 주가조작 의혹은 특검이 해답"이라고 단언했다. 이어 "윤 대통령과 검찰이 끝내 모르쇠로 일관한다면 민주당은 비상한 각오로 김건희 특검을 반드시 관철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강조했다.
박 원내대표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판 과정에서 최은순 씨 여러 문제점도 확인됐다"며 "최종 법률 검토를 거쳐 최 씨에 대한 고발 조치를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송기헌 단장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에는 김 여사 명의의 계좌 5개가 운영계좌로 포함돼 있고 공소장에도 김 여사 이름은 289건이 기록돼 있다. 김 여사가 10억 5000만 원 상당의 이득을 얻은 걸로 추정된다"면서 "김 여사는 수사가 아니라 이미 기소가 돼서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과 함께 재판을 받고 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남국 의원도 "김 여사의 주가조작 정황이 뚜렷할 뿐 아니라 공판에서 드러난 증거, 녹취록을 볼 때 윤 대통령 장모의 주가조작 가담이 증거로 확인된다"며 "고발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TF회의에 앞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도 김건희 씨가 집중 타깃이 됐다. 아울러 한동훈 법무장관에 대한 성토도 쏟아졌다.
박찬대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가 주가조작에 관여했다는 증거는 차고 넘친다. 만일 김건희 여사가 일반 피의자였다면 진작 구속됐을 것"이라며 "즉각 김건희 여사를 소환하고, 소환에 불응하면 구속영장을 청구하라. 통상적인 주가조작 수사처럼 제대로 수사하라"고 촉구했다.
박 최고위원은 특히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수사를 담당하고 있는 서울중앙지검 김영철 반부패2부장, 대장동 수사를 지휘하고 있는 고형곤 제4차장 검사와 엄희준 반부패수사1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장, 호승진 부부장검사 등 이름을 거명하며 "윤석열 정권의 검사들이 역사에 어떻게 기록될지 궁금하다. 권력은 짧고, 역사는 길다"고 경고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한동훈 장관이 이재명 대표를 향해 "당선됐으면 뭉개려고 했습니까?"라고 발언한 사실을 언급하며 "그러면 한 장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돼서 뭉개고 있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러면서 "딸과 엄마, 윤석열 대통령의 부인과 장모, 모두 같이 주가조작에 들어가 있는 내용이 재판정에서 나온 것이다. 재판정에서 나왔는데 왜 뭉개는 거냐? 당선되어서 뭉개는 것이냐?"고 거듭 힐난했다.
정청래 최고위원도 "한동훈 장관이 멍청한 발언, '명언'이 아닌 '멍언'을 했다"면서 "윤석열 대선 이겼으니, 아내의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의혹 뭉개고 있나? 윤석열 대선 이겼으니, 아내의 학력·경력 조작 의혹 뭉개고 있나? 윤석열 대선 이겼으니, 아내의 논문 표절 의혹 뭉개고 있나?"라고 신랄하게 역공했다.
장경태 최고위원은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연루 정황을 공개한 검사를 유학 보내고, 담당 검사를 지방으로 발령을 내면서까지 수사를 덮고 있는데, 한동훈 장관은 주가조작 범죄를 감추기 위해, 공소시효를 넘기기 위해 직권을 남용한 공범이 되려는 거냐"고 따졌다.
지금까지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공판에서 김건희 씨 연루 정황들을 이례적으로 공개한 검사들이 최근 검찰 인사 때 다른 곳으로 발령 났다는 점을 거론한 것이다. 법무부가 지난 1월 27일 발표한 2023년 상반기 정기인사에서 대전지검 천안지청 발령을 받은 김민석 검사는 4월부터 미국 워싱턴 소재 세계은행으로 파견을 가게 됐고, 김 검사와 더불어 김건희 씨 연루 정황을 재판에서 밝힌 송윤상 검사 역시 이번 인사를 통해 인천지검으로 발령났다고 <뉴스버스>가 보도한 바 있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대책위)는 이날부터 국회 로텐더홀에서 김 여사 주가조작 사건 등에 대한 특검 도입을 촉구하는 1인 시위에 들어갔다. 첫날은 대책위 상임위원장인 박범계 의원과 공동위원장인 박찬대 최고위원이 시위에 나섰다.
이와 별개로 초선 강성 개혁파 모임 '처럼회'를 비롯한 민주당과 무소속 의원 40여 명은 저녁 8시30분부터 로텐더홀에 모여 김건희 특검은 물론 이상민 행안부 장관 탄핵소추안 추진, 민생문제 해결 방안 등을 주제로 밤샘 토론 및 농성을 진행했다.
'김건희 특검 및 10·29 참사 책임자 파면 촉구 의원 모임'이라는 이름으로 모인 이들은 토론 발제문에서 "윤석열 검찰독재 마수가 온 시민의 숨통을 조르고 있다"며 민주당의 단일대오 및 총력투쟁을 강하게 요구했다.
이들은 "민주당 의원들은 공격수가 돼 윤석열의 폭정에 맞서야 한다. 그런데 모두가 수비만 신경쓰고 내 앞에 공이 떨어지지 않길 바라는 무기력한 선수 같다"면서 "우리가 최일선에서 집단적 투쟁에 돌입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또 "시민들은 무기력한 제1야당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이대로 가면 민주당도 시민도 죽는다"면서 "전투가 아니라 전쟁을 조직해야 한다. 크게 싸우고, 크게 승리해야 한다"고 거듭 호소했다.
민주당이 본격 투쟁에 나서더라도 김건희 특검 법안을 실제 통과시키기까지는 현실적인 난관이 몇 가지 있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위원장이 국민의힘 소속 김도읍 의원이라 특검법 상정을 거부할 거라는 점 ▲이를 우회해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하려면 법사위나 본회의 재적의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이 필요한데 민주당만으로는 숫자가 부족하다는 점 ▲법사위 내 캐스팅보트로 찬성이 필수적인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이 "제일 쪼잔한 게 배우자 건드리기" "김건희 특검은 민주당 정치쇼"라며 반대 입장을 명확히 하고 있다는 점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해도 윤석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점 등이다.
첩첩산중인 셈이지만 민주당은 달리 선택의 여지가 없고 돌파 가능성도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그 과정에서 검찰로 인해 수세에 몰린 국면을 전환하고, 윤 대통령이 특검법을 거부하는 상황까지 가면 현 정권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하는 등 야당이 정국 주도권을 가져올 승산이 있다고 보고 여러 구체적인 경우의 수를 논의 중이다.
아울러, 민주당은 김의겸 대변인을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한 대통령실을 무고죄로 맞고소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박성준 대변인은 이날 최고위원회의 뒤 "당 법률위원회에서 김 대변인을 고발한 (대통령실) 명의자를 대상으로 오는 3일 무고죄로 고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당 검찰독재정치탄압대책위원회는 기자회견을 열고 "우리기술 주가조작 관련 의혹은 김의겸 대변인이 창조해낸 의혹이 아니다"라며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재판에서 검사는 도이치모터스 2차 작전 세력의 우리기술 종목 관리를 설명하기 위해 프레젠테이션 자료를 제시하였고 이에 따르면 김건희 여사가 우리기술 주식을 20만 2162주를 매도했음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김의겸 대변인도 YTN 라디오에 나와 "대통령실을 무고로 맞고소할 예정"이라며 "재판장에 나와 있는 기록을 가지고 누가 옳은지, 그른지 따져보자는 것"이라고 했다. 앞서 김 대변인은 지난달 27일 서면 논평에서 "김 여사가 또 다른 주가조작에 관여한 혐의가 드러났다"며 "도이치모터스에 이어 이번에는 '우리기술' 작전주"라고 지목했다.
이에 대해 대통령실은 같은 달 30일 김 대변인을 '정보통신망 이용 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명예훼손)으로 서울지방경찰청에 고발했다. 우리기술 종목이 작전주라는 김 대변인의 주장에 전혀 근거가 없다는 것이다. 이에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바로 다음날 대통령실 고발을 배당받아 관련 기록 검토에 들어갔다.
그러나 당초 관련 보도를 처음 냈던 <뉴스타파>는 우리기술이 작전주였다는 것은 이미 판결을 통해 인정된 사실이라며 "대통령실의 해명은 완전히 틀렸다"고 강력 반박했다.
▲도이치모터스 2차 작전 세력의 핵심인 토러스증권 김 모 지점장이 우리기술 주가조작과 관련한 금품 수수로 실형을 받은 점 ▲2차 작전 세력의 또 다른 핵심인 B인베스트가 우리기술 거래로 60%의 수익을 본 점 ▲2차 작전 세력을 매개로 우리기술 임직원들은 도이치모터스에, 도이치모터스 주주들은 우리기술에 투자한 점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시기인 2010년 8월부터 2011년 초에 김건희, 최은순 씨가 우리기술 주식도 매매한 점 ▲2차 작전 세력의 사무실에서 김건희 여사의 거래 내역이 엑셀 파일로 나온 점 ▲2차 작전 세력의 문자 메시지에 나온 작전을 김건희 여사가 그대로 이행한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