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로 나아가야 할 때
주한 미군 전략적 유연성 허용돼선 안 되는 이유➂
조약 4조 일방적 미군 배치, 한국의 주권 침해
압도적 재래전력 한국, 충분한 독자적 대북 방어력
미 핵우산 오히려 핵 대결, 북 핵 개발 보유 촉발
한반도 평화협정과 북미 불가침조약을 체결하고
북은 핵 선제사용 교리 철회, 핵무기 폐기해야
<민들레>에 ‘주한 미군 전략적 유연성이 허용돼선 안 되는 이유’라는 제목의 글을 기고(8월 20일)한 박기학 평화통일연구소 소장이 몇 가지 주요 쟁점에 관한 생각을 추가로 정리해 보내왔다. 그것을 제2편 ‘주한 미군 전략적 유연성이 허용돼선 안 되는 이유 ②’(8월 21일)로 편집해 실은 데 이어, 그 마지막 제3편을 싣는다.
주한 미군은 한미 상호방위조약상 본연의 임무인 남한 방어를 뛰어넘어 양안분쟁이나 인도태평양지역, 중동 등에서의 군사작전을 수행하는 군으로 그 역할이 본격화하고 있다. 주한 미군의 정찰기(U-2S)가 오산에서 발진해 대만해협(양안), 남중국해, 동중국해 등지로 비행해 중국군 감시임무를 수행해 온 지는 오래되었다.
또한 브런슨 주한 미군사령관은 “주한 미군의 전력이 한국에서 다른 데로 이동배치된 것은 이번(주한 미군 패트리어트포대 중동 이동)이 처음은 아니다. (얼추) 50~60번 주한 미군 전력이 전 세계 [군사적 필요]를 지원하기 위해 다른 곳으로 이동했었다”(디펜스뉴스, 2025.5.13.)라고 밝히고 있다. 주한 미군의 전략적 유연성이 수시로 행사되고 있다는 것은 한국방어를 위해 미국에게 미군의 주둔권을 부여한 한미 상호방위조약이 미국에 의해 무력화되었음을 말해 준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이제 폐기되어야 한다.
조약 4조 미군의 일방적 배치권은 주권 침해 독소조항
사실 한미 상호방위조약은 그 원천적인 불평등성으로 인해 조약체결 이래로 우리 주권을 심하게 침해해 왔다. 특히 "대한민국이 상호 합의를 통해 미합중국의 육군, 해군, 공군을 대한민국 영토 내와 그 부근에 배치할 권리를 허용하고, 미합중국은 이를 수락한다”라고 되어 있는 제4조는 미군 주둔의 목적이 명시되어 있지 않은데다가 미국에게 일방적인 한국 내 배치권을 주고 있어 우리의 주권(영토고권)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
반면 미일 신안보조약(제6조)은 미군 주둔의 목적(‘일본의 안전과 극동의 국제평화와 안전의 유지’)을 명시하고 있고 이러한 목적을 위해 ‘미국은 미군의 일본 국내의 시설과 구역의 사용권을 (일본으로부터) 허여받는다’라고 되어 있다. 한미 상호방위조약 4조는 주둔 목적이 명시되어 있고, 일본이 미국에게 기지를 임대하는 형식을 취하고 있고 ‘미군 배치권’(한미 상호방위조약)보다 더 좁은 개념인 ‘시설과 구역의 사용권’을 일본으로부터 허락받는 것으로 되어 있는 미일 안보조약에 비해서 훨씬 불평등하고 굴욕적이라 할 수 있다.
미군 병력과 무기 한국 반입 무제한 허용한 제2조는 정전협정 위배
또 “당사국은 단독적으로나 공동으로나…무력공격을 방지하기 위한 적절한 수단을 지속하고 강화시킬 것”을 규정한 조약 2조는 한국 국경 바깥으로부터의 작전무기 반입이나 군사인원 증원을 금지한 정전협정(2조13항 다/라 목)을 위배하는 것이다.
조약의 유효기간을 무기한으로 규정한 제6조는 민족자결권 저해
또 조약 6조는 조약의 유효기간이 무기한으로 되어 있으며 통고한 1년 뒤 폐기할 수 있다고 되어 있다. 하지만 불평등한 한미관계 속에서 한미동맹이 유지되는 이상 한국정부가 한미상호방위조약 폐기 통보를 할 수 있으리라고 기대하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이런 한미상호방위조약의 장기간의 존속이 우리나라와 우리 민족의 자결권을 제약하는 족쇄가 되어 온 만큼 이제 우리의 자주적 판단과 의사에 의해서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 번영을 일구어나가야 한다는 시대적 민족적 염원에 맞게 상호방위조약은 폐기되어야 한다.
또 조약의 방어지역을 규정하고 있는 3조는 “각 당사국(미국)이 합법적으로 타 당사국(남한)의 행정지배하에 들어갔다고 인정하는 금후의 영토”라는 표현을 포함하고 있다. 이 표현은 미국이 자신이 합법이라고 인정하는 남한영토에 대해서만 방어의무를 진다는 뜻으로 조약체결 당시 이승만의 북진무력통일을 경계하던 미국의 요구에 의해 들어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서 보면 한국의 영토 범위 결정에 대한 미국의 간섭을 허용하는 표현일 수 있다는 점에서 그리고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부속문서격인 한미 합의의사록의 한국측 정책이행사항 첫째가 “한국은 국토통일에 있어 미국과 협조한다”고 되어 있다는 점에서 민족자결권에 대한 침해이고 국민주권 개념에 정면으로 배치된다.
이처럼 불평등한 한미 상호방위조약의 폐기는 미국에게 휘둘리지 않고 자주적으로 내정과 외교, 남북관계를 풀어가기 위해서는 이제 필수적인 국민적 과제라 할 수 있다.
남한은 독자적인 대북 방어전력을 갖추고 있다
남한은 북한에 비해 재래식 전력에서 절대적인 우위에 있기 때문에 북한에 대해서 충분한 독자적인 방어력을 갖고 있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09년에 국정원은 핵이나 화학가스를 탑재한 북한 미사일 등에 의해 남한의 핵심 군사시설이 피격당한 상황에서도 남한이 주한 미군을 제외하고서도 북한에 비해 10% 정도 군사적 우위에 있다는 남북 군사력비교에 관한 보고서를 청와대에 제출하였다(신동아, 2010.3)고 한다. 이 국정원 보고서에 의하면 설사 북한이 핵(전술핵)을 전장에 사용하는 경우라도 남한이 방어할 수 있는 군사력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남한 방어를 위해 주한 미군 및 유사시 미 증원전력이 필요하다는 주장은 결국 미국의 대중국 봉쇄전략인 인도태평양전략을 수행하는 부대로서의 주한 미군의 역할을 정당화해주는 것이라 할 수 있다.
미국 핵 우산, 오히려 북 핵 개발·보유와 핵 대결 촉발
한미동맹이 불평등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한미동맹과 주한 미군 주둔에 찬성하는 사람들의 경우 대개는 미국의 핵이 한국을 지켜줄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하기 때문이라 생각된다.
그러나 어느 국가가 상대를 핵무기로 위협해 상대의 공격을 사전에 단념케 한다는 이른바 핵 억제론은 상대를 굴복의 대상으로 여긴다는 점에서 결코 상대에게 받아들여질 수 없고 또 지금까지 받아들여진 적도 없다. 이 핵 억제론은 도리어 상대를 자극해 상대를 핵개발 또는 기존 핵 보유국과의 동맹으로 떠밀었으며 이는 다시 자신에게 안보위협으로 되돌아 옴으로써 안보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지금까지 핵 억제론이 성공한 사례는 없다. 핵은 핵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논리나 핵이 있으면 국방이 지켜질 것이라는 사고는 허구적인 핵신화의 산물일 뿐이다. 어느 누구도 핵전쟁의 승리자가 될 수 없다.
미국의 핵은 남한의 방어를 위해 전혀 도움이 되지 않으며, 도리어 한반도에서 첨예한 핵 대결을 불러왔을 뿐이다. 미국의 핵 우산(핵확장 억제)은 미국으로부터의 핵 공격에 대한 두려움을 북한이 갖도록 해 북한의 핵 개발 및 보유를 촉발했다. 급기야 북한은 2022년에 미국의 핵확장 억제(곧 핵 선제공격 위협)강화에 맞서 핵 선제 교리를 법제화하기에 이르렀다.
그에 따라 한반도에서는 미국과 북한이 서로 핵 선제공격을 공언하고 있는 가운데 세계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첨예한 핵 대결이 펼쳐지고 있으며, 우리 민족은 이제 히로시마 나카사키에 이어 제2의 핵 참화를 걱정해야 할 처지다.
한반도 비핵 평화의 길
미국의 핵우산(확장억제)은 실패한 정책임이 이미 오래전에 판명되었다. 미국의 핵은 한국의 안보를 지켜주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한반도를 핵대결로 몰아갈 뿐이다. 한반도에서 우리 국민과 민족을 전멸의 위험으로 몰아가는 핵대결을 멈추려면 미국은 당장 핵확장 억제정책을 중단하고 폐기해야 하며, 남한은 미국의 핵억제정책과 그를 위한 한미동맹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와 동시에 북한 또한 핵법령을 폐기하고 한미에 대한 핵위협을 멈추고 핵폐기에 나서야 하며 북한에 대한 확장억제로 작용할 수 있는 북러동맹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이 과정은 한반도 평화협정과 북미 불가침조약 체결을 통한 대북 체제안전보장과 한반도의 비핵화가 동시적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속에서 실현될 수 있을 것이다.
한반도 평화협정과 비핵화를 실현하고, 한미동맹과 한미일 동맹을 폐기하, 그에 맞춰 북중 및 북러 동맹을 폐기하는 것은 남과 북이 미중 패권전쟁에 말려드는 것을 방지해주고 나아가 동북아시아지역에서의 진영간 대결과 핵전쟁의 잠재성을 해소 완화하고 동북아 국가들이 평화적으로 공존하는 기초가 될 것이며 세계적인 핵 군축과 핵무기 폐기 실현에도 기여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