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관계 재정립 재촉하는 한미 관세협상

일방적 미국 추종으론 우리 미래 보장 받을 수 없다

2025-08-07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본 칼럼은 음성으로 들을 수 있습니다.)

 

김태형 심리연구소 '함께' 소장

한미 관세협상 결과에 대한 국내 반응은 ‘선방했다’는 것으로 요약할 수 있다. 뼛속까지 친미사대적인 내란극우세력은 미국이 원하는 것을 한국이 다 들어줘야 한다는 매국적 입장을 가지고 있으므로 그들의 반응은 고려할 가치조차 없다. 민주진보 세력은 미국의 요구가 부당하다는 것을 알고 있기는 하지만, 그 정도면 선방한 것이라며 협상 결과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거나, 한국 정부가 뛰어난 협상력을 발휘하여 달성한 최선의 결과라면서 기뻐하기도 한다. 단지 일부 진보세력만이 강도적인 미국의 요구에 굴복한 협상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낼 뿐이다.

미국의 트럼프 정부는 미국의 위기를 자국 내의 불평등 문제를 해결하는 것과 같은 근본적인 개혁이 아니라 지구촌, 특히 전통적인 미국의 동맹국들에 대한 노골적인 강도질로 해결하려 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인을 포함하는 인류는 미국한테 강탈을 당해야 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은 미국의 강도적 요구를 단호히 거부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은 날강도 미국에 당당히 맞서기보다는 ‘100억 원을 뺏으려고 했던 미국과 협상을 잘해서 30억 원만 뜯기게 되었다’면서 안도하고 심지어는 기뻐하고 있는 것이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6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한미 관세 협상 관련 현안 질의에 답하고 있다. 2025.8.6 연합뉴스

한국이 대미 협상에서 가져야 하지만 갖지 못한 3개의 카드

국민주권정부를 표방하는 이재명 정부는 왜 미국에 강력하게 맞서지 못했을까? 트럼프를 압박할 카드가 없었기 때문이다. 트럼프는 뼛속까지 장사꾼이다. 그에게 협상이란 단지 이익을 주고받는 거래일 뿐이다. 만일 상대방한테 자기에게 줄 이익이나 자기를 압박할 카드가 없다면 트럼프는 곧바로 강도로 돌변한다. 몇 달 전에 있었던 트럼프와 젤렌스키의 백악관 회동은 이를 잘 보여준다. 젤렌스키는 자기 분수도 모르고 객기를 부렸지만 트럼프한테서 “너한테는 카드가 없잖아”라는 모욕적인 말을 들어야만 했다. ‘너한테 카드가 없으면 내가 요구하는 대로 해야만 한다’는 것이 트럼프의 잔혹한 계산법이다. 즉 주고받기 식의 대등한 협상은 가진 것이 있는 상대 혹은 강한 상대하고나 하는 것이지 빈털터리 혹은 약한 상대는 단지 탈탈 털어먹을 봉일 뿐이라는 것이다.

한국은 트럼프를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준비하지 못한 채 관세 협상에 임했다. 한국이 트럼프를 압박하거나 설득하는데 사용할 수 있는 카드는 크게 세 가지였다.

첫 번째는 반미의식이 충만한 국민들의 강력한 지지다. 만일 반미의식으로 무장된 한국 국민들이 정부를 전폭적으로 지지했다면 이재명 정부는 국민들을 믿고, 국민들에게 의지하면서 미국과 맞설 수 있었을 것이다. 약소국으로 평가되는 예멘이 미국에 당당히 맞서고 있는 것은 그 나라 국민들의 반미의식이 투철해서다. 그러나 한국에는 여전히 미국을 하늘처럼 받드는 내란 극우세력이 활개를 치고 있으며 일반 국민들은 공미(恐美), 숭미(崇美) 심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19일 제24회 제주4·3행방불명희생자 진혼제가 열린 제주4·3평화공원 내 행방불명인 표석에서 유족들이 희생자를 추모하고 있다. 2025.7.19 연합뉴스

강력한 국민 지지 가로막는 공미(恐美) 숭미(崇美) 심리

한국에서 공미 심리가 기승을 부리게 된 출발점은 해방 직후 미군의 한국 점령과 이어진 한국인들에 대한 대량 학살이다. 해방 이후 한국인들은 미군정 아래에서 사대매국적이고 반국민적인 이승만 정부의 뒷배인 미국에 맞서 싸우는 과정에서 참혹한 패배와 피바다를 경험하면서 미국에 대한 공포에 사로잡히기 시작했다. 한국전쟁 시기 미군의 학살과 무차별적인 융단폭격 등은 한국인들의 공미 심리를 한층 강화했다.

이후 한국에서는 공미를 기초로 삼는 숭미주의가 전면화되기 시작했다. 원시인들의 맹수 숭배 현상에서도 알 수 있듯이, 사람들은 공포의 대상을 차라리 숭배함으로써 자신의 공포감을 방어하고 합리화한다. 공미 심리는 무엇보다 견디기가 몹시 힘들기 때문에 한국인들은 그것을 숭미로 포장하거나 대체하기 시작했다. 즉 한국인들은 제국주의 국가인 미국을 한국을 전쟁과 빈곤의 수렁에서 구해준 은인 나라이자 민주주의의 종주국, 최고의 선진국으로 여기면서 떠받들고 숭배하게 된 것이다.

미국에 대한 패배주의로 이어진 미국 무섬증

트럼프 시대와 윤석열 내란을 경험하면서 다수의 한국인들은 미국에 대한 환상, 즉 숭미주의에서는 벗어나기 시작했다. 내란 극우세력을 제외한다면, 대부분의 한국인들은 트럼프의 강도질은 분명히 잘못된 것이며 부정의하다고 생각하는 수준까지는 도달한 것이다. 숭미의 외피가 벗겨지면 그 아래 숨어있던 공미가 드러나는 법이다. 한국인들은 미국을 숭배할 가치가 없는 깡패국가로 인식하는 데까지는 나아갔지만 여전히 미국에 대한 공포, 즉 공미 심리에서는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에 대한 공포는, 미국이 부당한 요구를 하고 있는 것은 맞지만 한국과 미국의 국력 차이를 고려할 때 한국이 미국에 정면으로 맞서는 것은 불가하다는 패배주의로 이어진다. 한마디로 13척의 배만 가지고 있는 한국이 어떻게 130척 넘는 배를 가지고 있는 미국과 싸울 수 있겠냐는 것이다. 이번 관세협상 결과에 대한 한국인들의 반응은 공미에 기초하는 미국에 대한 패배주의가 심각하다는 것을 잘 보여준다. 한국 정부와 한국인들이 하루빨리 공미에서 해방되지 못한다면 한국은 앞으로도 계속될 미국의 압박과 수탈을 막아낼 수 없게 되어 궁극적으로는 멸망하게 될 것이다.

미국 편승 벗어나 국제관계 다변화에 적극 나서야

두 번째는 다변화다. 지금까지 한국은 일극 패권국가 미국에게 순종하면서 미국에 편승하는 길을 걸어왔다. 윤석열 정부는 미국을 극단적으로 맹종하면서 러시아, 중국 등과의 관계를 고의적으로 악화시켰다.

중국이 미국에 맞설 수 있는 이유 중의 하나는 설사 중국이 미국과 교역을 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괜찮다는 자신감이다. 실제로 중국은 대미 수출과 경제협력은 줄이는 반면 러시아, 동남아시아, 남아메리카, 아프리카 등에 대한 수출과 경제협력은 늘리고 있다. 한마디로 미국이 없어도 괜찮도록 시장을 다변화하고 있는 것이다. 만일 한국이 러시아와 중국, 브릭스 진영, 글로벌 사우스 등과 관계가 좋았다면 중국처럼 미국에 맞설 수 있었을 것이다. 미국 외에도 수출을 하거나 경제협력을 할 수 있는 국가가 많기 때문이다. 미국은 이재명 정부가 다변화 쪽으로 방향을 틀 가능성이 높다고 보았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가 탄생하기 전부터 경고와 우려의 목소리를 내면서 한중 관계 정상화를 극력 방해했다.

국제관계 다변화 위한 남북관계 정상화의 중요성

세 번째는 남북관계 회복 혹은 정상화다. 트럼프가 북한과의 대화와 협상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이를 위해 트럼프는 유엔의 북한대표부를 통해 친서를 보내려 했지만 북은 그의 서신을 받는 것조차 거부했다. 이런 조건에서 만일 한국이 북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었다면, 혹은 북과 대화를 하고 있었다면, 트럼프는 이재명 정부에게 북과의 만남을 주선해달라고 매달리면서 한국에 대한 압박을 약화시켰을 것이다.

안타깝게도 오늘날의 남북 관계는 역사상 최악이다. 남과 북의 관계 개선은 한반도 리스크를 제거하고 평화를 위해서도 중요하지만 러시아, 중국 나아가 브릭스 진영과의 관계 증진을 위해서도 필요하다. 남과 북 사이의 적대관계를 하루빨리 극복하지 못한다면, 북중러 동맹과 한미일 동맹 간의 갈등과 충돌에 휩쓸려 들어갈 위험이 커지고 그 결과 북의 동맹국인 러시아나 중국과의 관계 개선도 어려워지기 때문이다.

 

평화주권행동 평화너머 활동가들이 30일 서울 종로구 주한 미국대사관 앞에서 열린 '트럼프 관세-안보 패키지수탈 규탄 기자회견'에서 가면 퍼포먼스를 하고 있다. 2025.7.30. 연합뉴스

트럼프의 강도질을 참아야 한다는 헛소리

트럼프는 한미 관세협상 타결에 흡족해하면서 강도질을 그만둘까? 그렇지 않다. 트럼프는 상대방이 고분고분하게 나오면 잘 대해주는 것이 아니라 더 벗겨먹으려고 달려드는 인간이다. 한국의 전래동화인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에 나오는 “떡 하나 주면 안 잡아먹지”라는 호랑이와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더욱이 이번의 지구촌 약탈로 미국의 위기가 해결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따라서 트럼프는 한국이 가지고 있는 떡을 다 빼앗을 때까지 계속 수탈할 것이고 떡이 떨어지면 한국을 잡아먹으려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이번의 한미 관세협상은, 트럼프 입장에서 볼 때는, 단지 첫 발을 뗀 것일 뿐이다. 불평등한 한미관계, 좀 강하게 말하자면 한국의 미국에 대한 예속 관계를 재조정하고 극복하지 못한다면 한국은 미국에게 계속 수탈당해 결국에는 망하게 될 것이다.

어떤 이들은 설사 미국이 한국 경제에 해를 끼친다 하더라도 안보 차원에서는 도움을 주므로 참아야 한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것은 제국주의 종주국으로서의 미국의 본질을 알지 못하거나 그것을 애써 부정하기 위한 헛소리다. 한국인들이 아무리 하소연해도 트럼프가 강도질을 멈추지 않는 것처럼, 한국인들이 아무리 애걸복걸해도 미국은 한국의 안보를 보장해주지 않는다. 미국이 지금까지 한국에 미군을 주둔시키고 한미연합훈련을 실시해온 것은 한국이 아닌 미국을 위해서였다. 이것은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경우 트럼프는 한국인들이 아무리 필사적으로 매달려도 주한미군을 철수할 것이며 나아가 한국을 미국의 방어대상에서 제외할 것임을 의미한다.

한국의 미래는 대미 예속성을 끊어낼 수 있느냐 여부에 달려

2025년 8월 2일자 <조선일보> 보도에 의하면, 한 외교 소식통이 2025년 7월 31일의 루비오-조현 회담에서 미국 국무부장관 루비오가 ‘애치슨 라인’을 언급했다고 지적하면서 “우리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에서) 논의되고 있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조선일보>의 우려대로 트럼프 정부는 중국, 북한과의 전쟁이 미국에 이익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하에 한국과 대만을 미국의 방어선에서 제외하려는 움직임을 보일 수도 있는 것이다.

오늘날의 현실은 미국을 하늘처럼 믿고 미국에 의존하면서 추종하는 것이 한국의 붕괴와 멸망을 초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한미관계를 근본적으로 재조정하여 평등하고 호혜적인 한미관계로 전환하지 못한다면, 다시 말해 한국이 미국에 대한 예속성을 끊어내지 못한다면 한국의 미래는 암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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