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극우 '반혁명 완성' 눈앞에…"극적 몰락의 무대"

극우 집권하며 '사법부 무력화' 통한 반혁명 본격화

"합법 가장해 민주주의 파괴, 유대 독재체제 구축"

진보적 대법관 선임 막아 대법원 장악 시도할 듯

"세속적 시민권 희생, 점령지 인종 분리 법제화"

2025-07-28     이유 에디터

"지난 20년간 네타냐후 내각은 합법을 가장해 이스라엘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유대 독재체제로 만들려고 시도해왔다. 지난 2년 동안 '사법개혁'이 그 목적을 위한 일차적 수단이었다. 지난 두 달간 이러한 노력은 극적으로 확대됐다."

국제경제컨설팅 업체 디퍼런스그룹의 설립자이자 저명한 국제문제 전략가인 단 슈타인보크는 '이스라엘 보수의 반혁명'이란 <모던 디플로머시> 26일 자 기고에서 극우 유대 광신 성향의 베냐민 네타냐후 정권이 '유대 독재체제' 완성에 바짝 다가서 있음을 이렇게 경고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21일 예루살렘에서 기자 회견을 하고 있다. 2025. 05. 21 [로이터=연합뉴스]

"네타냐후, 합법 가장해 민주주의 파괴,
유대 독재체제로 만들려고 시도해왔다"

그가 보기에 이스라엘 보수의 반혁명이 본격화한 계기는 2022년 11월 선거에서 극우가 승리한 사건이었다. 새로 출범한 네타냐후 극우 연정은 2023년 새해 들어서면서 '사법부 무력화'를 겨냥한 문제의 '사법개혁' 추진에 들어갔다. 신임 부총리 겸 법무부 장관인 야리브 레빈과 크네세트(의회) 헌법위원회 위원장인 심차 로트만이 이 '사법 개악' 작업을 주도했다.

레빈은 사법개혁 초안을 제시했다. 사법, 행정, 입법의 절차와 기능의 전면적 변화를 겨냥했다. 그 속에는 대법관을 포함해 모든 법관의 임명과 해임 권한을 정부가 갖도록 법관 임명 절차의 변경을 담았다. 또한 대법원이 법률과 정부 결정을 기각하는데 필요한 요건과 관련해 대법관 합의체를 확대하고 특별 다수결을 도입하는 등 지금보다 대폭 강화했다.

또한 의회가 다수의 표결을 통해 대법원 결정을 뒤집고, 대법관 모두가 만장일치로 법률 기각에 동의하지 않으면 의회가 재입법할 수 있는 "무력화 조항"도 담았다.

중도 야당 '예쉬 아티드'(미래가 있다)의 야이르 라피드 대표는 이를 "협박 편지"라면서 네타냐후 정권이 "이스라엘 국가의 전체 헌법적 구조를 파괴하겠다"고 위협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라피드 대표는 "정치 쿠데타"가 임박했음을 경고하기도 했다.

 

27일 가자 북부 지킴 지역의 식량 배급지 인근에서 팔레스타인 난민들이 밀가루 자루를 메고 가고 있다. 2025. 07. 27 [EPA=연합뉴스]

'사법 개악' 통한 반혁명 본격화 계기
2022년 11월 선거에서 극우파 승리

이스라엘은 성문 헌법이 없는 나라다. 건국 직후인 1950년 6월 노동당 정부가 지배하던 의회는 '하라리 결정'을 통해 당장 헌법을 제정하지 않고 단계적으로 '기본법'을 만들어 나가기로 했다. 그 결과, 1950년대부터 1980년대 후반까지 의회는 9개의 기본법을 통과시켰다.

이들 기본법 중 다수는 개인의 자유들에 초점을 맞췄지만, 주요 국가 제도와 시민권에도 주목했다. 일부는 과거에 대법원이 보호해 오던 내용들이었다. 특히 '기본법: 인간의 존엄과 자유' 부분엔 대법원이 이와 배치되는 어떤 법률도 기각할 권한과 '비상사태 규정'으로부터 보호받을 권리를 지닌다고 명시돼 있다. 슈타인보크는 "이러한 권리는 이스라엘 내 반체제 인사, 아랍계 이스라엘인, 점령 지역의 시민권에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슈타인보크에 따르면, 레빈의 사법개혁 안이 나오기 전까지는 이스라엘 국가 기구들의 모든 입법, 정부 명령과 행정행위는 대법원의 사법 심사 대상이었다. 1992~99년 기간에 평화 프로세스 물결을 타고 아론 바라크 대법관은 일련의 판결을 통해 자칭 "헌법 혁명"이란 독트린을 만들었다. 인권에 초점을 맞춘 기본법의 도입과 발맞춰 이뤄졌다.

'헌법 혁명'은 평등권, 고용의 자유, 언론의 자유를 포함한 기본법들을 최고 규범으로 격상시켰다. 그에 따라 대법원은 물론 (하급) 법원에도 기본법에 명시된 권리에 배치되는 입법을 기각할 권한이 허용됐다. 그러나 10여 년 후, 평화 프로세스의 실패와 함께 '사법개혁'이란 미명 아래 반혁명이 시작됐고, 그 지지자들은 바라크 대법관의 "헌법 혁명"을 매장하고자 했다.

 

27일 영국 리버풀에서 '팔레스타인을 위한 정의' 행진이 진행되고 있다. 2025. 07. 27 [EPA=연합뉴스]

"사법개혁, 세속적 시민권 희생하고
점령지 인종 분리 관행 법제화 시도"

이스라엘에선 집권당이 거의 의회 다수 세력인 바람에 행정부에 대한 의회의 견제가 약하다.

그래서 대법원이 정부의 행위와 의회에서 다수가 통과시킨 법률을 제한할 사실상 최종 기구다. 레빈과 네타냐후 내각이 그 권한을 사법부에서 정부로 옮기려 했던 것도 그래서다. 이들은 먼저 바라크 대법관의 헌법 혁명을 전복해야 했고, 그 구체적 시도가 '사법개혁 안'이다.

뭣보다 슈타인보크는 레빈의 사법개혁 초안을 "사실상 (집권) 리쿠드당의 보수 지도자들에 자금을 대는 세력과 유대 광신 극우, 점령지 팔레스타인 내 정착민의 경제적 이익 보호를 위한 사법적 반혁명"이라면서 "점령지 내 사실상의 아파르트헤이트(인종 분리) 관행들을 법제화하면서 세속적 시민권을 희생하고 '유대 민주주의'를 구축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네타냐후처럼 레빈도 리쿠드당의 베테랑 정치인이자 극우 가문의 후손이다. 그의 가문은 1948년 6월 추후 이스라엘 초대 총리가 된 벤-구리온의 이스라엘국방군(IDF)과 '유대 국가' 장악을 놓고 폭력적 대치를 벌였다가 패한 극우 테러·폭력 조직 이르군(Irgun) 편이었다. 리쿠드당의 스타였던 레빈은 2005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철수에 반대했고,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과 두 국가 해법에 반대했다. 그리고 팔레스타인 점령지 내 유대인 정착민을 지지했다.

종교적 호전광인 로트만은 유대계 미국인 가정에서 태어나 정통파 유대교 중심인 텔아비브 동부의 브네이 브라크에서 살았다. 유대 민족 우월주의를 조장하고 이스라엘의 점령지 병합을 지지하는 호전적인 반아랍 '종교적 시온주의 당'을 대표하고 있다. 로트만은 2023년 후반, 가자 인종 청소를 요구한 인물이기도 하다.

 

8일(현지시각)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사법 정비' 입법에 항의하는 시위가 열리고 있다.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 주도의 이스라엘 우파 연정이 지난 3월 중단했던 사법 정비 입법을 최근 다시 추진하면서 시민들의 저항 시위가 거세지고 있다. 2023.07.09. 로이터 연합뉴스

네타냐후 '사법 개악'에 반대 대규모 시위
대법원의 사법개혁안 기각에도 위험 여전

네타냐후 정권의 사법개혁 안이 발표되자 대규모 반대 시위가 시작됐다. 2023년 1월 7일 텔아비브 하비마 광장에서 시작된 사법개혁 반대 시위엔 약 2만 명이 모였고, 예루살렘 등지에서도 수천 명씩의 소규모 집회들이 열렸다. 시위는 일주일 만에 약 15만 명에 달했고 이스라엘 전역으로 확산됐다. 3월 중순에는 텔아비브만 26만 명에 달했다.

10.7 사태 4개월 전인 6월엔 전국적인 대규모 시위가 새 일상이 되었을 정도다. 슈타인보크는 "시위가 네타냐후 정권을 무너뜨리고 새 선거로 이어질 뻔했을 때, 하마스의 공격이 자행됐고, 이스라엘의 대규모 보복 전쟁이 뒤를 이었다"고 지적했다.

가자 전쟁 중에도 이어진 '사법 개악' 반대 시위 속에서 이스라엘 대법원은 2024년 1월 1일 네타냐후 정권의 사법개혁 법안을 기각했다. 이스라엘 안팎에서 민주주의의 승리라고 축하했지만, 그 표결 결과는 8대 7로 박빙이어서 '찬성파'도 만만치 않음을 확인시켰다. 게다가 12 대 3으로 대법원이 '기본법'을 뒤집을 권한까지 가지고 있다고 판결했다. 15명의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사법개혁 찬성파가 반대파보다 많아진다면, 사법개혁 안 통과는 물론, 이스라엘의 헌법 성격인 기본법들마저 바꿀 수가 있게 된다.

네타냐후의 반격은 올해 3월 말에 개시됐다. 네타냐후가 장악한 의회가 다음 총선 이후 발표될 '법관 선임위원회' 구성 변경 법안을 통과시켰다. 슈타인보크는 "법무장관 레빈은 법관선임위의 신임 법관 임명을 막아 사실상 대법원을 마비시킬 것이다.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15명이지만, 레빈이 신임 대법관 임명을 방해하면 11명의 대법관만 남게 된다"고 지적했다.

내란 우두머리 윤석열의 대통령직 파면을 막고자 국회 몫의 헌법재판소 재판관 임명을 거부하고 9인 완전체 구성을 방해했던 전 대통령권한대행 한덕수, 최상목, 국민의힘의 행태와 유사하다.

슈타인보크는 "이 법안은 이스라엘 사상 처음으로 법관 임명 절차를 정치인의 통제 아래 둘 뿐 아니라, 남은 민주적 적법 절차도 훼손할 것이다. '법원의 다양성'이라는 이름으로 대법원과 하급 법원에서 아랍 법관의 대표성을 훼손할 가능성이 크며, 이는 실제 재판에서 아파르트헤이트 시스템을 사실상 보장하게 될 것이다. 인종청소된 법원이 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

 

이타마르 벤그비르(맨 왼쪽), 베잘렐 스모트리히(중앙), 야리브 레빈(오른쪽). [출처. 위키피디아]

"바로 이스라엘 국가 제도의 전복이
극적인 몰락을 위한 무대를 마련 중"

지난 6월엔 1만 명 넘는 우파 리쿠드당과 극우 광신 유대인들이 예루살렘에서 '대법원 반대' 시위를 벌였고 네타냐후 내각의 여러 장관이 연설했다. 가자 인종 청소를 추진해온 자칭 파시스트 베잘렐 스모트리히 재무장관, 사법개혁 설계자이자 '대이스라엘' 옹호자인 레빈 법무장관, 수단 방법 가리지 않고 요르단강 서안에서 인종청소를 해야 한다는 극우 대변자 이타마르 벤그비르 국토안보장관, '가자 핵공격'을 주장한 아미차이 엘리야후 유산부 장관이 그들이다.

며칠 전 네타냐후 정권은 비판적인 갈리 바하라브-미아라 검찰총장을 해임했고, 7월 초 '입법을 위한 장관위원회'는 차기 정부가 국방부, 법무부, 재무부 고위 관리들을 임기 중 해임할 수 있게 하는 법안을 승인했다. 또한 새 정부가 출범 100일 안에 예산국장, 정부 기업 CEO, 검찰총장, 군 참모총장, 교정국장, 그리고 정보기구인 신베트와 모사드 국장을 비롯해 법무, 국방, 재무 부문 고위 인사들을 해임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안이 의회에서 심의 중이다.

슈타인보크는 "미국의 끊임없는 무기 공급과 자금 지원에 대담해진 득의만면한 극우 지도자들은 사실상 세속 민주주의에서 유대 독재국가로 변화한 이스라엘의 지난 20년을 축하하고 있다"며 이들은 이스라엘을 '인종 분리 국가'로 완성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진단했다.

슈타인보크는 "한 세기 전 독일 역사의 가장 어두운 장을 연 것은 '바이마르 민주주의의 몰락'이었다"면서 "바로 이스라엘 국가 제도의 전복이 가자에서 제노사이드(집단학살) 수준의 잔학행위로 가는 길을 닦았고, 이제 이스라엘의 극적인 몰락을 위한 무대를 마련 중이다"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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