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폐지]② 교사 독서모임 이적 행위로 몰아 구속
무고한 옥살이 37년 뒤에야 재심 무죄 판결
주진우 의원의 부친 주대경 검사에 의해 기소
2024년 12월 3일 윤석열 일당이 친위 쿠데타를 일으켰다. 전국민적인 저항에 부닥쳐 몇 시간 만에 좌절됐지만 쿠데타가 성공했더라면 수많은 사람들이 ‘국가보안법’에 의해 반국가 세력으로 몰려 ‘처단’될 뻔했다.
국가보안법은 일제강점기 수많은 독립투사들을 옭아넣었던 ‘치안유지법’이 이름을 바꾼 것으로 이승만, 박정희, 전두환 등 독재정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악용돼 왔다. ‘윤석열의 난’에서 보듯이 이 악법은 여전히 날선 이빨로 국민의 안위와 생명을 위협하고 있는 것이다.
이재명 정부 들어 3대 특검법으로 내란세력에 대한 심판을 서두르고 있지만 이들 세력이 무기 삼았던 국가보안법을 없애지 않는다면 언제 또 정의가 유린될지 알 수 없다.
이에 시민사회에서 이참에 미래세대에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자며 국보법 폐지 운동을 펼치고 있다. 지난 7월 1일 100여 개 사회단체들과 이 법의 피해자들 1203인은 ‘민주시민교육을 위한 국가보안법 폐지 선언’을 발표하고 국회 입법청원에 돌입했다.
국가보안법이 무엇이 문제이고, 왜 폐지되어야 하는지 다시 한번 환기하기 위해 10회(예정)에 걸쳐 릴레이 기고를 싣는다(편집자 주).
저는 1981년 3월에 쌍문중학교(현재는 강북중학교로 개명)에 첫 발령을 받았고 40년 동안 중·고등학교에서 학생을 가르치다가 2021년 2월 말 정년퇴임한 퇴직교사입니다. 저는 국가보안법 피해자입니다.
지난 2023년 6월 7일, 서울 공립A초등학교에서 발령 4년차인 B교사는 담임반 학생들에게 독도가 표시된 한반도 배지를 1개씩 나눠주었습니다. 교육부가 실시하는 통일교육주간에 서울시교육청의 지원을 받아서 제작한 기념품을 신청하여 사랑하는 ‘학생들’에게 나눠주었던 것입니다. B교사는 이 일로 담임에서 물러나는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학부모들은 한반도 배지를 나눠주는 것을 국가보안법위반이라고 규정하고, 교사를 간첩이라고 몰아세웠기 때문입니다. 학교장은 전체 학부모들에게 사과문을 보냈고, B교사는 병가를 냈고, 결국 담임에서도 물러났습니다.
학부모들이 문제 삼은 한반도기는 1990년 노태우 정부 에서 남북평화를 상징하여 제정한 깃발이며, 초등학교 4학년 도덕교과서와 초등학교 6학년 사회교과서 등 공식교과서에도 한반도기 사진이 게재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정당한 교육활동도 국가보안법 운운 간첩운운하면서 공격을 받으면 학교장도 동료교사도 교육청도 집단공포에 시달리고 정상적인 교육활동이 불가능합니다.
국가보안법은 절대 사문화되지 않았고, 민주주의와 평화통일교육을 하는 교사들을 공격하여 토론이 불가능한 상황으로 길들입니다. 여전히 온존하고 있는 국가보안법을 생각하면 저는 현직교사로 재직 중에 국가보안법으로 실형을 받고 감옥생활을 했던 시절을 떠올리게 됩니다.
불법 강제연행과 무차별 폭행, 그리고 물고문
서울의 관악고등학교에서 영어교사로 근무하던 저는 1986년 9월 19일 늦은 밤 11시경에 체포영장이나 압수수색영장도 없이 찾아온 사복경찰관 3명에 의해 강제 연행되었습니다. 끌려간 곳은 ‘경동실업’이란 간판으로 위장한 서울시경 대공분실이었는데 사복형사들은 1주일 전에 먼저 끌려온 노현설 선생님이 작성한 자술서를 저에게 주고 그대로 베낄 것을 강요하였습니다. 저는 거부했습니다. 대학 선후배 사이인 우리 5명의 교사들이 저의 집에 모여 독서를 하고 교육에 대해 토론하던 모든 과정이 북한의 대남전략에 따른 이적행위라고 결론을 내리고 이를 인정하라고 강요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우리는 “학생은 미래의 기둥인가 수용소 포로인가?” 제하의 A4 용지 1쪽짜리 유인물을 제작하여 ‘교육민주화선언’이 공표된 1986년 5월 10일 저녁 서울 종로 YMCA강당에서 그 현장에 모인 300여 교사들에게 배포한 사실도 인정하였으나 이 모든 과정이 북한의 대남전략에 따른 이적행위라는 것은 도저히 인정할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그 유인물을 작성할 때 최소한 제작 주체는 있어야 되지 않을까 해서 소위 ‘민족민주교육쟁취투쟁위원회’(약칭 ‘민교투’)라는 이름을 썼지만 사실 이름뿐이고 강령이나 아무런 조직적 체계를 갖추지 못한 조직이었는데 경찰은 ‘민교투’를 이적단체로, 저를 ‘민교투’의 수장으로 몰아갔습니다.
제가 노 선생의 자술서를 그대로 베낄 수 없다고 거부하자 사복형사들은 저에게 주먹질을 하고 발로 차는 등 무차별 폭행을 가하고 심지어 물이 가득 찬 욕조에 머리를 처박아 넣기를 수 차례 반복하였습니다. 대한민국의 현직교사인 저는 그렇게 짐승처럼 폭행과 물고문을 당했습니다. 저는 이 물고문으로 급성중이염에 걸려 귀에서 고름이 나오기 시작하였고, 구치소에 가서도 1달 이상 진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검찰의 협박수사와 기소! 재판부의 유죄 판결!
저는 생명의 위협을 느껴 경찰이 시키는 대로 자술서를 작성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경찰은 우리를 ‘집회와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위반죄와 함께 제가 소지한 모든 문서와 책자를 이적표현물로 규정하고, 우리 5명 교사들의 독서모임 활동을 이적행위로 몰아서 국가보안법 7조(찬양·고무등) 위반죄를 적용하여 구속시켰습니다. 서대문구치소에 수감된 상태에서 진행된 검찰 조사에서 공안검사의 위협과 협박은 계속되었습니다. 제가 경찰에서 작성한 자술서는 경찰의 고문에 의한 허위 자술서임을 뻔히 알면서도 저를 담당한 신광옥 고등검찰관은 자술서의 내용 그대로 조서를 작성하였고, 강제로 무인을 찍게 하였습니다. 무인을 찍을 수 없다고 거부하면 “형량을 높이겠다, 경찰로 다시 보내겠다”라고 협박하였습니다.
저는 국민의힘 소속 주진우 의원의 부친 주대경 공안검사에 의해 정식 기소되었고, 1심에서 1년 6월의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1심 재판 과정에서 저는 판사 앞에서 경찰의 불법 강제 연행과 고문, 검찰의 협박에 대해 폭로하였으나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1심 판결에 따라 서울구치소에서 복역하다가 1987년 7월 11일 2심에서 집행유예를 받고 석방되었습니다. 꼬박 10개월 동안 감옥살이를 했습니다.
우리는 지난 2023년 10월 12일 재심에서 전원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꼬박 37년 만에 무죄를 받았지만, 1986년 구속 당시 모든 신문과 방송을 통해 학생들에게 좌경의식화교육을 시킨 빨갱이 교사로 보도되고 흡사 간첩단처럼 얼굴 사진까지 나와 초상권을 침해당한 과거를 어찌 되돌릴 수 있겠습니까? 우리는 여전히 요구합니다. 불법수사당국은 공개 사과하고 국회는 국가보안법 폐지하라!
‘국민주권정부’ 시대! 이제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현직 교사라 하더라도 공안검사가 ‘독서를 하며 교육에 관해 토론하던 모든 활동’을 ‘이적행위’로 규정하고 교사가 ‘연구 목적으로 소지하고 있던 복사물이나 책자’를 ‘이적표현물’로 규정하면 바로 국가보안법 7조 위반이 됩니다. 검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평범한 교사들을 기소하여 빨갱이로 만들 수 있는 비민주적인 법이 국가보안법입니다.
이제 국가보안법은 폐지되어야 합니다.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올바른 교육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연구하고 토론할 수 있는 교육권을 보장받아야 합니다. 미래 세대를 이끌어갈 학생들이 민주시민교육을 받을 수 있는 학습권도 보장되어야 합니다. 12.3 내란을 물리치고 이제 ‘국민주권정부’시대가 열렸습니다. 이제 군사독재정권과 극우보수집단의 정권유지 수단이었던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때가 되었습니다. [국가보안법폐지 5만 입법청원(7월 10일~ 8월 9일)]에 동참하시기를 호소합니다!